묶음표 한자말 196 : 교행交行



상하행 밤열차가 교행交行하는 순간

《류인서-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비,2005) 13쪽


 교행交行​하는 순간

→ 엇갈리는 때

→ 서로 지나치는 때

→ 오가는 때

 …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交行’이라는 한자말은 안 나옵니다. 그러니, 이 한자말을 한자로 ‘交行’이라 적더라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에 ‘郊行’이라는 한자말이 나와요. 이 한자말은 “교외로 나감”을 뜻한다고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교외(郊外)’는 “도시에서 주변 지역”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일을 두고 ‘郊行’이라 할 수 있구나 싶기는 한데, 이런 말을 누가 쓸는지 아리송합니다. 이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기글을 보면, 밤열차가 위와 아래에서 오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오가는 때”로 손보면 됩니다. 밤열차가 이쪽과 저쪽에서 지나갈 테니, “서로 지나치는 때”로 손볼 수 있고, 이쪽과 저쪽에서 지나가는 모습이기에 “엇갈리는 때”로 손볼 만합니다. 4347.9.1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밤열차가 이쪽저쪽에서 엇갈리는 때


‘상하행(上下行)’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다만, ‘상행’과 ‘하행’은 따로 씁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두 한자말을 더하여 ‘상하행’을 썼구나 싶은데, “위아래로 달리는”으로 다듬거나 “이쪽저쪽으로 달리는”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순간(瞬間)’은 ‘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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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졸업장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나는 이분이 쓴 책이나 글을 거의 안 읽습니다. 어쩐지 나한테는 안 맞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분이 쓴 책이 새로 나와도 궁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책이 새로 나온 줄 아예 모릅니다.


  엊그제인데, 이웃 한 분이 한 가지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분이 1980년대에 ‘전두환 찬양 기사’를 무척 많이 썼고, 2000년대가 넘은 뒤에는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이야기를 줄줄이 쏟아놓았다고 알려줍니다.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전두환 찬양 기사’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참으로 그악스러운 ‘전두환 용비어천가’를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전두환 용비어천가’를 놓고 소설쓰는 김훈을 비판하거나 나무라거나 꾸짖은 사람은 매우 드문 듯합니다.


  그나저나,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분은 2000년 10월 5일치〈한겨레21〉하고 만난 자리에서 아마 처음으로 ‘전두환 찬양 기사 자기고백’을 했지 싶습니다. 이 때문에 〈시사저널〉 편집장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다는데, 2002년에 〈한겨레〉 사회부 기자로 특별채용이 되어요. 조금 더 알아보니, 소설쓰는 김훈은 〈한겨레〉에 특별채용으로 들어간 일을 나중에 이야기하는데, 신문사에 들어가니 이녁더러 ‘대학교 졸업 증명서’를 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 증명서’는 없고 ‘고등학교 졸업 증명서’는 있으니 그것을 주면 되느냐고 물었다고 해요. 소설쓰는 김훈은 대학교에 살짝 발을 담근 적이 있으나 그만두었기에 ‘고졸 학력’입니다.


  이 대목을 알아보고 나서 문득 내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나도 ‘고졸 학력’입니다. 나는 1999년 2월에 〈한겨레〉 이사 한 분한테서 ‘특별채용’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무렵까지 〈한겨레〉에 없던 특별채용이라고 했는데, ‘신문배달을 하던 젊은이를 기자로 채용’하려고 했어요. 그때에 〈한겨레〉 이사로 있던 분은 나한테 ‘대학교 졸업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 교육이 너무 부질없고 제대로 학문을 닦지 않는다고 여겨 자퇴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이사로 있던 분은 ‘한겨레는 학력제한을 두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한겨레〉에 못마땅하게 여긴 대목이 있었어요. 특별채용을 한다니 무척 기뻤습니다만, 입사시험 자격으로 토익 점수를 내라 했어요. 그래서 이 대목을 여쭈었지요. 학력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하면서 토익 점수를 내라고 한다면, 지원자는 처음부터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하는 셈 아니냐고, 영어 시험을 보려 하면 ‘1:1 면접’으로 영어 시험을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여쭈었습니다. 특별채용이니 입사시험을 안 치러도 되지만, 나처럼 ‘고졸 학력’으로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 그런 조항이 사라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졸업장이 아닌 스스로 갈고닦은 솜씨로 서류를 내고 입사시험을 치를 수 있어야 올바르니까요. 그때 〈한겨레〉 이사로 있던 분은, ‘젊은이 말이 맞는데, 회사 규칙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고마운 제안을 받고 나서 곰곰이 헤아렸습니다. 신문배달을 이제 그만두고 신문기자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이었습니다. 엉성한 회사 규칙은 회사에 들어가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 대목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토익 점수’를 바라는 일은 ‘대학교 졸업장’을 바라는 일하고 똑같습니다. 학력제한이 없다는 말은 허울입니다. 허울을 스스로 없애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신문이 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신문이 될 수 없다면, 〈한겨레〉가 아무리 올바른 목소리로 ㅈㅈㄷ신문을 나무라거나 꾸짖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올바른 삶이나 넋이 못 됩니다.


  “말씀이 무척 고맙지만, 아무래도 고졸 학력을 넉넉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이지 싶어서, 이사님 제안은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한겨레〉 기자가 되는 꿈은 접어야겠습니다. 오늘 술이나 한잔 사 주셔요. 신문배달 월급으로는 술도 못 사 마십니다.”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분은 ‘고졸 학력’이면서 어떻게 신문기자 노릇을 했을까요? 1970년대 신문사에서는 학력제한이 없었을까요? 소설쓰는 김훈은 그무렵에 특별채용으로 뽑혔을까요? 글을 잘 쓰기만 하면 누구라도 신문기자가 될 수 있을까요?


  졸업장은 사람을 알려주지 못합니다. 자격증은 사람을 밝히지 못합니다. 졸업장은 학교를 마친 증명일 뿐입니다. 학교를 마쳤기에 더 많이 배우거나 잘 알지 않습니다. 자격증이 있기에 기계를 더 잘 다룬다든지 어떤 지식이 더 빼어나지 않습니다.


  아기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졸업장을 묻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차린 밥을 먹으면서 어버이한테 자격증을 묻지 않습니다. 졸업장이 있어야 문학을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자격증이 있어야 신문을 만들어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습니다. 그뿐입니다. 4347.9.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내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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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9.8. 작은아이―나도 혼자서



  누나가 손을 잡아 주어 함께 글을 써 본 산들보라는 “이제는 내가 할래.” 하면서 혼자 해 본단다. 그러나 누나처럼 네모칸에 집어넣지는 못한다. 아직 어떤 글씨를 그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연필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끝. 산들보라 ‘혼자 글 써 보기’는 5초 만에 끝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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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9.8. 두아이―누나가 도와줘



  글쓰기를 하며 노는 누나를 보던 동생이 “나도 쓰고 싶은데.” 하니까 공책을 하나 갖다 준다. 연필도 챙겨 준다. 동생이 “나는 못 쓰는데.” 하니까 동생 손에 연필을 쥐어 주고는 동생 손을 잡고 글씨를 천천히 그린다. 산들보라는 누나한테서 도움을 받아 공책에 처음으로 ‘글’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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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9.8. 큰아이―그림과 글



  글순이요 그림순이인 터라, 사름벼리는 글만 쓰고 싶지 않다. 그림을 먼저 그린 뒤에 글을 쓰고 싶다. 그림을 그린 뒤에도 글을 살짝 곁들인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한테 틈틈이 쪽글을 써서 선물이라며 건넨다. 차근차근 한 낱말씩 또박또박 적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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