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55. 2014.9.14. 부추꽃돌이



  산들보라는 부추꽃을 꽃대까지 뽑았다. 그러고는 부추꽃이 마치 총이라도 되는 듯이 팡팡 하면서 논다. 한동안 놀다가 아무 곳에나 부추꽃대를 놓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부추꽃 피던 자리에 놓으라고, 흙에 내려놓으라고 알려준다. 부추꽃돌이는 부추꽃대를 제가 뽑은 자리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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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4. 2014.9.14. 부추꽃순이



  사름벼리가 부추꽃을 잔뜩 꺾었다. 동생한테도 부추꽃을 잔뜩 꺾도록 했다. 얘들아, 부추꽃은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더 많이 돋도록 해야 할 우리 집 남새인데, 남새꽃을 잔뜩 꺾었구나. 그런데 그 꽃이 참 곱지? 꽃이 고우니 너희가 꺾고 싶었지? 그런데 말야, 꽃을 꺾으면서 좋아하기보다는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예뻐해 주고, 조금만 꺾자꾸나. 들판이 아닌 우리 집 밭자락 꽃은 조금만 뽑자. 사름벼리는 부추꽃한테 미안하다면서 꽃삽으로 마당 한쪽을 파서 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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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책읽기



  인터넷에 온갖 정보가 넘친다. 인터넷을 켜서 멍하니 있으면 정보 물결에 휩쓸려 넋을 읽기 쉽다. 가만히 보면 인터넷이라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고 할 만하다. 온갖 정보가 넘쳐 책상맡에서도 얼마든지 온누리를 누빌 수 있는듯이 이끌지만, 인터넷을 켜서는 온누리를 누비지 못한다.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려서 자라고, 풀벌레는 풀밭에서 노래하며, 해는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이 나라는 아이들이 뛰놀기에 몹시 까다로운 터전으로 바뀐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낮은학년이라면 길에서 놀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붙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걷는 길을 내지르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많다. 조금만 벗어나면 골목이지만, 골목을 싱싱 달리는 자동차가 오죽 많은가. 아이를 해코지하는 어른이 많다. 어른을 해코지하는 어른도 많다. 마당이 없고 골목에서 놀지 못하며 동무랑 느긋하게 뛰거나 달릴 수 없는 아이들은 저마다 제 집에 틀어박힐밖에 없다. 그런데, 집에 틀어박혀도 방이나 마루에서 마음대로 뛰거나 구르지 못한다. 위층과 아래층 눈치를 보아야 한다.


  아이들도 인터넷에 사로잡힐밖에 없고,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에 이끌릴밖에 없다.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뛰놀지 못하는 터전이니, 어른도 홀가분하게 일하지 못하는 터전이다. 아이도 어른도 길에서 느긋하게 돌아다니지 못한다. 이런 나라에서 사람들은 졸업장과 자격증을 늘리고, 이런 지식과 저런 정보를 쌓는다. 그런데, 나라는 똑똑해지지 않는다. 사회와 정치와 경제는 슬기롭지 않다. 교육과 문화와 예술은 사랑스럽지 않다.


  인터넷을 켜는 어른들은 무엇을 보는가? 스무 살도 더 어린 가시내랑 몰래 바람을 피우는 마흔 줄 아저씨 뒷이야기를 읽는가? 군대에서 얻어맞다가 목숨을 잃고 만 가녀린 아이들 이야기를 읽는가? 이제서야 ㅈㅈㄷ 같은 신문에서조차 손가락질하는 4대강사업 뒷이야기를 읽는가? 밀양 송전탑 싸움이 언제나 슬기롭게 풀릴까 하는 이야기를 읽는가?


  헤엄을 칠 줄 모르는 채 바다 한복판에 풍덩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헤엄치기는 배우지 않고서 바다 한복판에 풍덩 뛰어들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는지 궁금하다.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으로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길이 아니라면, 길다운 길이 아니라고 느낀다.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숨결로 노래하는 삶이 아니라면, 삶다운 삶이 아니라고 느낀다. 인터넷으로 하나가 된다는 오늘날,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인터넷으로 가까이 이어진다는 오늘날,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는 사람들을 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4347.9.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인터넷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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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탄 날이면



  자동차를 탄 날이면 몸이 곱으로 힘들다. 그만큼 자동차를 안 좋아하는 탓이라 하겠지. 예전에는 자동차가 우리 몸에 왜 안 좋은가를 살피지 못했고, 요즈음에는 자동차가 우리 몸에 어떻게 안 좋은가를 찬찬히 느낀다. 자동차가 뿜는 기운은 사람이 살아가는 흐름하고 도무지 안 맞는다. 화석연료를 태워 더 빨리 달리도록 하는 플라스틱덩어리이기 때문에 참으로 얄궂다. 자동차가 달리도록 하려고 들과 숲을 아주 많이 밀어 풀포기 못 돋는 아스팔트길을 닦으니 몹시 얄궂다. 자동차가 달리는 둘레는 시끄러워 귀가 아프니 아주 얄궂다. 달리지 않고 가만히 서는 자동차라 하더라도 멀쩡한 땅을 넓게 차지하니 그지없이 얄궂다.


  자동차가 있으니 먼길을 오갈 수 있다. 자동차가 있으니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수월하다. 그러면, 우리는 왜 먼길을 오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스스로 짐을 짊어지면서 걸으려 하지 않는가.


  무엇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여기지는 않는다. 그저, 자동차가 우리 삶에서 무엇인가를 돌아볼 뿐이다. 짐을 잔뜩 짊어지고 한참 걸어야 하면 몸이 매우 고될 테지만,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펴면 어느새 몸이 개운하다. 자동차를 오래 타고 돌아다닌 뒤 집으로 돌아오면 ‘짐을 지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움직였을’ 뿐이나 몹시 고단할 뿐 아니라, 이래저래 쉬어도 좀처럼 몸이 제자리를 되찾지 못한다. 4347.9.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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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를 드러내는 시를 담은 《하급반 교과서》를 2014년에 새롭게 읽어 본다. 서른 해를 조금 더 묵은 시를 가만히 읊어 본다. 김명수 님이 쓴 《하급반 교과서》는 서른한 해를 묵었으나 판이 끊어지지 않았다. 용하거나 놀랍다 할 만하다. 그러나, 곰곰이 살피면, 그때에나 이때에나 입시지옥이 그대로 있을 뿐 아니라, 학교교육은 더 비틀리고 사회는 더 억눌린다. 오늘날은 군사독재정권이 아니라지만 군사독재정권 때하고 비슷한 일이 곧잘 터진다. 예나 이제나 스스로 목숨 끊는 아이들이 많다. 예나 이제나 아이들은 학교나 집이나 마을에서 놀지 못한다. 생각해 보라. 학교에 가려고 태어나는 아이들인가? 졸업장을 따려고 태어나는 아이들인가? 꿈을 꾸고 사랑을 키우려고 태어나는 아이들인 줄 깨닫거나 알아채는 어버이는 어디에 있을까. 묵은 시집을 천천히 되읽는다. 4347.9.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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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반 교과서
김명수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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