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93. 2014.9.14. 샛밥으로 무화과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는다. 접시에 송송 썰어서 얹는다. 접시에 얹기 무섭게 아이들이 덥석덥석 집는다. 기다리지 않는다. 남기지 않는다. 어머니 몫을 따로 덜면, 어머니 몫은 안 건드린다. 저희 접시에 둔 무화과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한손씩 집으면서 아주 빠르게 사라진다. 이듬해에는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우거져서 무화과알을 잔뜩 맺어서 넉넉히 먹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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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로 지내시기도 하고,
도시를 떠나 전남 고흥으로 삶터를 천천히 옮기는
이웃님이기도 한 오인숙 님 사진잔치가
곧 서울 류가헌에서 열립니다.

서울에 계시거나 짬이 나는 분은
즐겁게 나들이를 해 보셔요.
멋지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흐르는
사진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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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noongamgo/22012383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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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72] 함께 살고 싶은 곳

― 하늘빛



  보름쯤 뒤에 면소재지 고등학교에 찾아가서 그곳 ‘책 동아리’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 한 가지하고 글을 쓰는 재미 두 가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텐데, 두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주고받을 때에 서로 아름다운 마음이 될까 하고 곰곰이 짚습니다. 두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지만, 이 자리에서 면소재지 고등학교 아이들한테 몇 가지 책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삶을 밝히는 길에 동무가 되는 책, 생각을 가꾸는 삶에 힘이 되는 책, 사랑을 보살피는 하루에 즐거운 노래가 되는 책, 아름답게 꿈꾸는 마음을 살찌우는 책, 눈길을 틔워 올바로 바라보는 매무새를 북돋우는 책, 따사로운 숨결이 흘러 반가운 책, 이렇게 여섯 가지 책을 가만히 고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한테도 이러한 책을 알려주면서 함께 읽고 싶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든, 도시에서 나고 자라든, 아이들이 마음밭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 아름답게 꿈을 꾸도록 도울 수 있는 책을 알려주면서 즐겁게 읽고 싶습니다.


  책은 어디에 있을까요. 교과서도 책이라면 책입니다. 문제집과 참고서도 책 갈래에 넣는다면 억지스럽지만 책꼴을 갖추었습니다. 시집이나 소설책도 책이라 할 테고, 인문책도 책이라 하겠지요. 그러면, 만화책이나 그림책은 어떤 책일까요? 사진책은 아이들한테 아직 어려운 책일까요?


  한편, 시골마을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바다를 보고 들을 보며 숲을 봅니다. 바닷일이나 들일이나 숲일을 잘 모른다 하더라도, 늘 가까이에서 마주합니다. 아이들 어버이나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시골에서 시골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바다에서 고기잡이와 김말리기를 거든다면, 바다일을 거들며 삶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들에서 나락을 베거나 풀을 뜯으면서 풀포기랑 나물과 남새하고 얽힌 흙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숲에 깃들어 나무를 베거나 그냥 숲길을 걷는다면, 나무가 있어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짙푸른가 하고 느끼도록 나무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골마을 ‘책 동아리’ 아이들과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무엇보다 “우리 같이 하늘부터 볼까?” 하고 말문을 열 생각입니다. 해를 같이 보자고, 풀벌레 노랫소리를 같이 듣자고, 가을바람이 살결에 어떻게 스미는가 같이 느끼자고 조곤조곤 말길을 틀 생각입니다.


  시골 아이는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교에 가거나 공장에 가거나 회사에 가거나 하자면, 시골을 떠나야 합니다. 시골에는 대학교도 공장도 회사도 없기 때문입니다. 참말 시골에서는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이면 아이들이 죄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요. 아마 거의 모든 아이들은 다시 시골로 안 돌아오고 도시를 삶자리로 삼을 수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다시 시골로 돌아와서 이곳을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고 싶은 터전’으로 가꾸고 싶다는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이야기해지요. 돈으로 쌀을 사다 먹을 수 있지만, 흙에서 나락을 일구어 손수 키운 쌀을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지요. 도시에서는 전기가 끊어지면 수돗물을 못 마시고 밥도 못 끓여 먹지만, 시골에서는 전기가 끊어져도 냇물을 마시고 싱그러운 바람을 먹으면서, 나무를 때어 얼마든지 밥을 끓여 먹는다고요. 삶을 들려주고 보여주면서 책과 글이란 무엇인가 하고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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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소재지 고등학교 아이들한테 이야기할 책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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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 이야기
박건웅 글.그림, 이승민 원작 / 새만화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81



평화롭던 마을에 찾아온 살인기계

― 홍이 이야기

 이승민 글

 박건웅 그림

 새만화책 펴냄, 2008.4.3.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즐겁게 놀았습니다. 학교라는 이름도 없었고, 사회라는 이름이나 정치와 경제나 문화라는 이름도 없었습니다. 대통령이라든지 국회의원 같은 이름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임금님 이름을 몰라도 아름답게 살았습니다. 한자를 몰라도 모두 마을을 이루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중국을 섬기지 않아도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은 사랑스레 손을 맞잡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임금님이라는 사람과 신하라는 사람은 나라를 세우려 합니다. 이를테면 고구려라든지 백제라든지 신라라든지 가야라든지 부여와 같은. 그리고, 임금님이나 신하라는 사람은 시골에서 흙을 일구던 사람을 그러모아서 칼과 창을 손에 들려 ‘사람 죽이는 짓’을 가르칩니다. 그동안 고개 너머 이웃이나 냇물 너머 이웃이던 사람을 칼이나 창으로 죽여야 합니다.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던 마을이었지만, 정치가 서고 경제를 말하며 문화를 읊는 사회가 나타나면서, 그만 마을과 마을 사이에 금이 쩍쩍 갈라집니다.



- 마을 사람들은 밭을 갈다가도, 김을 매다가도,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도, 넋이 나간 사람들처럼 오름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대나무 막대기가 내려져 있거나 긴 나팔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팽개치고 황급히 어디론가 깊숙한 곳으로 달아나 숨곤 했다. 그러면 노랑개나 검은개 들이 텅 빈 마을로 들어와서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노인들을 끌어내서 화풀이를 하고, 이 집 저 집을 들쑤시고 다니다가, 숨어 있던 사람들을 찾으면 그 중 몇몇을 트럭에 실어, 읍내 쪽으로 돌아가곤 했다. (11∼12쪽)





  대통령은 왜 있어야 할까요? 임금님은 왜 있어야 하나요? 정치는 왜 있어야 할까요? 경제와 문화와 교육은 왜 있어야 하나요?


  병원이 없어도 사람들은 스스로 몸을 다스렸습니다. 청소부가 없어도 사람들은 스스로 집과 마을을 정갈하게 돌보았습니다. 판사나 변호사가 없어도 사람들은 슬기롭게 일을 맺고 풀었습니다. 교사나 교수가 없어도 사람들은 아이들을 똑똑하게 가르쳤습니다. 지식인이나 작가나 기자가 없어도 집집마다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이웃과 동무가 어찌 지내는가를 잘 알았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이 있고, 정치꾼이나 행정 관료나 공무원이 있습니다. 군대와 경찰이 있습니다. 지식인과 전문가가 있습니다. 교사와 교수가 많습니다.


  그러면 물어 볼게요. 대통령이 있어서 나라가 바로서나요? 공무원이나 관료가 있어서 사회가 바르거나 아름다운가요? 군대와 경찰이 있어서 나라가 평화롭나요? 지식인과 전문가가 있어서 슬기롭거나 착하거나 참다운 이야기가 널리 퍼지는가요? 교사와 교수가 있어 저마다 즐겁게 가르치거나 배우는가요?



- 군인들은 움직이는 것엔 총을 쏘고,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불을 붙였다. (26쪽)





  이승민 님이 글을 쓰고 박건웅 님이 그림을 그린 《홍이 이야기》(새만화책,2008)를 읽습니다. 1940년대 끝무렵에 제주섬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단출하면서 굵은 빛깔로 찬찬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무렵 군대와 경찰은 무슨 짓을 했을까요? 오늘날 군대와 경찰은 어떤 일을 하는가요? 제주섬에 짓는다는 해군기지는 무엇일까요? 평화를 지키려는 군대인가요? 평화를 지키겠다는 군대, 그러니까 군부대는 평화롭게 터를 닦거나 짓는가요?


  평화롭던 마을에 찾아온 살인기계인 군대와 경찰이리라 느낍니다. 아름답던 마을을 짓밟는 살인노예인 군대와 경찰이로구나 싶습니다.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마을을 까부수는 살인병기인 군대와 경찰이라고 느낍니다.



- 금빛 나팔에 끈적한 피가 묻어 있었다. 홍이는 나팔을 불어 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가슴에 구멍이 생겨, 자꾸만 바람이, 새어나갔기 때문이다. (32쪽)





  민주란 무엇이고 평화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정치란 무엇이고 평등이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지을 때에 삶입니다. 스스로 삶을 지을 때에 삶이면서 사랑이고 평화입니다. 스스로 삶을 짓지 못하게 가로막는 제도권이 춤을 추면, 사람들은 삶을 잃고 생각을 잃으며 사랑을 잃습니다.


  오늘날 사회를 보셔요. 사랑도 생각도 삶도 모두 어지러이 흩어집니다. 오늘날 정치나 경제나 문화를 보셔요. 얼마나 끔찍하게 서로를 따돌리거나 짓밟는가요. 어깨동무를 하는 정치나 경제나 문화가 있는가요? 저마다 1등을 하겠다면서 아귀다툼입니다.


  홍이는 동생과 함께 총에 맞아서 죽습니다. 죽은 홍이는 슬픈 넋이 되어 바람처럼 골골샅샅 떠돕니다. 부디 이 땅에 아름다운 사랑이 드리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바람처럼 흐릅니다. 아무쪼록 이 나라에 아름다운 꿈이 숨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바람처럼 노래합니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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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놀이 4 - 물총주머니에 손가락을



  물총을 주머니랑 손잡이랑 뜯어서 놓는다. 두 아이는 물주머니를 붙여서 손잡이를 잡아당겨서 직직 쏘는 놀이보다, 물주머니에 물을 채워서 휘휘 돌리거나 물을 입에 머금고 뱉는 놀이를 한결 재미있어 한다. 산들보라는 물주머니에 손가락을 하나 꿰고는 아주 즐거워 한다. 손가락에 물주머니를 꿰고 마당을 빙빙 돈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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