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나라는 여러모로 얄궂다. 한국말을 담는 그릇인 한글(훈민정음)이 온누리에 첫손이 꼽힐 만큼 훌륭하다고 하면서, 정작 한글로 담는 제 나라 말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글’만 훌륭하고 ‘말’은 안 훌륭할 수 있을까? ‘그릇’만 훌륭하고, 그릇에 담을 ‘밥(알맹이)’은 안 훌륭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말을 말답게 가르치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제 나라 말을 깎아내리거나 따돌린다. 한국말을 가르치는 흐름은 없고, 시험교육과 입시교육만 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갈고닦는 사람이나 흐름이 없이, 외국말인 영어에 온 넋을 빼앗긴다. 이러니, 풀이름이나 벌레이름이나 짐승이름이 어떤 뜻이나 얼거리인지 모르기 일쑤이다. 《내 이름은 왜?》는 이 모든 실마리를 푸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아온 새와 짐승과 나무에 붙은 이름을 찬찬히 돌아보도록 돕는다. 더 깊고 넓게 살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늘날 이렇게 ‘이름’과 ‘말’을 함께 살피는 책이 하나 있으니 반갑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내 이름은 왜?- 우리 동식물 이름에 담긴 뜻과 어휘 변천사
이주희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7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4년 09월 19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화과알 속살을



  무화과알은 어른이라면 한입에 쏙 넣을 만하다. 아이들도 입을 쩍 벌리면 한입에 넣어 우걱우걱 씹을 수 있을 테지. 그러나, 아이들이 서둘러 먹지 않기를 바라면서 네 조각으로 썬다. 한 조각씩 천천히 맛을 보면서 먹으렴, 하고 접시에 담는데, 아이들 손이 되게 재다. 어느새 그릇이 다 비려 한다. 1분이나마 걸렸을까.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아버지 몫도 남겨야지. 아버지는 한 조각만 먹을게. 다만, 아버지는 눈으로 먹고 싶구나. 말랑말랑 통통하게 잘 여문 무화과알 속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눈으로 먹어도 맛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군 도화면에 있는 도화고등학교 책 동아리 청소년한테 들려줄 이야기로 쓴 글입니다. 시골 청소년들이 기운을 내면서 즐겁게 삶을 짓는 길을 익힐 수 있기를 빕니다.

..

ㅅ 책꿈 키우기
47.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하고 스스로 묻기 앞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해 봅니다. ‘어떤 밥을 먹어야 하나?’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나?’와 ‘어떤 사랑을 해야 하나?’를 스스로 물어 봅니다. 이런 물음에 스스로 대꾸를 할 수 있을 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같은 물음을 풀 수 있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재미없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재미있게 살아야 할까요? 재미있게 살아야겠지요. 안 즐겁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즐겁게 살아야 할까요? 즐겁게 살아야겠지요. 사랑 없이 따분히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사랑스럽게 웃으며 살아야 할까요? 사랑스럽게 웃으며 살아야겠지요.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할까요, 아니면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할까요? 맛있는 밥을 먹어야겠지요. 몸에 나쁜 밥을 먹어야 할까요, 아니면 몸에 좋은 밥을 먹어야 할까요? 몸에 좋은 밥을 먹어야겠지요.

  옷을 놓고 한번 생각해 봅니다. 비싼 옷을 입어야 할까요, 값싼 옷을 입어야 할까요? 이렇게 묻는다면 대꾸할 말을 섣불리 못 찾으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 때에는 옷값이 대수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옷’과 ‘나쁜 옷’이라고 할 적에도 헷갈리지요. 무엇이 좋은 옷이고 무엇이 나쁜 옷인지 어떻게 가르겠어요. 옷을 입을 때에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습니다. 입어서 아늑하거나 즐거운 옷을 입습니다. 값이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아요.

  어떤 사랑을 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착한 사랑을 해야겠지요. 따스하면서 아늑한 사랑을 해야겠지요. 넉넉하면서 참다운 사랑을 해야겠지요. 꿈도 사랑과 같습니다. 삶도 사랑과 같습니다. 누구나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착한 길로 나아갈 때에 활짝 웃으면서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오자와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가운데 《은빛 숟가락》이 있습니다. 2014년 8월까지 한국에서는 6권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책이름이 ‘은빛 숟가락’인데, 은수저라면 은빛이 돌 테고, 은으로 만든 수저가 아니어도, 은수저를 선물하는 마음이라면 은빛이 됩니다. 아끼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는 은빛이라고 할 만합니다. 튼튼하게 자라고 씩씩하게 크라는 마음을 물려주려는 은빛이라고 할 만해요.

  《은빛 숟가락》 1권 96쪽에서 “아마, 동생들의 ‘맛있는 표정’에 빠져든 것이 내가 요리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겠지.’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어머니와 동생 둘이 있는 주인공 사내는 고등학생입니다. 고등학생 가운데 수험생인 3학년입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만 큰병을 앓고 병원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수험생인 고등학교 3학년 사내 아이가 집일을 도맡고 동생들 밥차림도 도맡습니다. 이때 이 사내 아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무엇을 차리든 동생들은 늘 맛있게 먹습니다. 어머니가 마련한 ‘손으로 쓴 요리 공책’을 옆에 놓고 밥을 차리기는 했지만, 동생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서 먹는 밥을 아주 즐거워 해요. 그러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으로서 동생들 밥차림을 도맡을 만한 ‘한국 사회 푸름이’는 있을까 궁금합니다. 골을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고 즐겁게 집일을 하면서 밥을 차릴 ‘한국 사회 남자 고등학생’은 몇이나 될는지 궁금합니다.

  2권 123∼124쪽에서는 “맛있는 이유는 알고 있어. 리츠 형 자리에 리츠 형이 앉아 있고, 엄마 자리에 엄마가 앉아서 가족이 다 함께 먹기 때문이야.”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렇지요. 라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함께 마주보고 앉아서 먹을 때에 맛있습니다. 빵 한 조각도 서로 나누어서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먹을 때에 맛있습니다. 비싼 밥을 먹어야 하지 않아요. 즐겁게 밥을 먹으면 돼요. 이름난 밥집에 찾아가서 사다 먹어야 맛있지 않아요.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먹으면 맛있지요. 이때에는 즐거운 느낌에다가 따스한 기운이 감돌아요.

  3권 123쪽에서 “응, 그리고 바질도 키워. 작은 화분이지만 매일 써도 다 못 쓸 정도로 쑥쑥 자라. 근데 요즘 푸른 차조기잎만 벌레가 먹네. 우리 집 벌레는 일식(일본 요리)을 좋아하나 봐.”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집에서 손수 밥을 짓는 사람은 조그맣게 텃밭을 가꾸고 싶습니다. 가게에서 사다가 쓰는 푸성귀도 나쁘지 않지만, 작은 꽃그릇에 키워서 그때그때 따서 쓰는 푸성귀야말로 가장 싱싱하고 싱그러우면서 맛난 줄 알거든요.

  4권 157쪽에서 “나중에 리츠는, 그때까지 여러 번 밥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으면서, 같이 밥을 먹는 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밖에서 다 같이 먹는 밥은 대부분 맛있지만, 거기서 가지런히 손을 모아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 유코를 보고 가슴 설레었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한 마디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잘 먹었습니다’ 한 마디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새롭게 되새깁니다. 밥을 차린 사람 가슴속으로 따뜻한 무엇이 타고 오릅니다. 밥을 차리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봅니다. 우리는 서로 아끼고 보살피려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갑니다. 맛있는 떡은 서로 먹으라고 건네려는 마음으로 함께 살지요.

  5권 24∼25쪽에서 “그때는 가다랑어포밥 만드는 법도 몰라서 그 애한테 전화를 걸어 물었지. 그로부터 항상 난 그 애가 했던 그 말에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밥 한 그릇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밥 한 그릇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밥 한 그릇에서 꿈이 자라고, 밥 한 그릇으로 어깨동무를 해요.

  그나저나, 나는 아름다운 만화책에서 읽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찬찬히 옮겨적습니다. 아름다운 책이면 모두 아름다운 책입니다. 만화책이라서 덜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글만 있는 인문책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를 빚거나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엮는 사람들 마음속에 따스한 숨결이 흐를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책이 태어날 수 있어요. 따사로운 숨결로 즐겁게 빚은 이야기가 감도는 만화책이니, 이 만화책을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언제나 싱그럽게 즐겁습니다.

  6권 154쪽에서 “도어체인 사이로 겨우 들여다본 실내는 정리돼 있어 청결해 보였다. 하지만 루카의 머리는 멋대로 자라 있었고, 옷은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그래도, 딱 하나뿐인 아이스크림을 나눠 주려 한 동생을, 난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만화책 《은빛 숟가락》은 6권째에 아주 큰 고빗사위가 흐릅니다. 주인공인 사내 아이한테 ‘키운 어머니’와 ‘낳은 어머니’가 따로 있다고 해요. 주인공인 사내 아이는 그동안 ‘키운 어머니’가 ‘한 분뿐인 어머니’로만 알았지만, ‘낳은 어머니’가 있는 줄 나중에 알았고, 저를 낳은 어머니가 어떤 삶과 사랑과 꿈인지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낳은 어머니’를 찾아갔더니, 이분은 집에 없고 다섯 살짜리 아이가 집을 지킵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는 더벅머리에 큼지막한 옷을 입었고, 어머니가 밥을 챙겨 주지 않아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로 하루치 끼니를 때운다고 해요. ‘낳은 어머니’를 만나러 갔던 주인공 사내는 ‘틀림없이 친동생’이로구나 싶은 다섯 살짜리 아이를 바라보다가 눈물을 짓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눈물을 씻어요. 가방에 있던 도시락을 건넵니다. 그러고는, 이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시락을 새롭게 싸서 ‘낳은 어머니’가 아닌 ‘낳은 어머니가 낳은 동생’을 보러 찾아갑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나는 늘 생각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굳이 안 합니다. 내가 품는 생각은 늘 한 가지입니다. 내 오늘 하루를 사랑스럽게 누리면서 아름다운 삶으로 가꾸자,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읽으려 하는 책은 오늘 하루를 사랑스럽게 누리는 길에 동무가 되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스스로 가꾸는 길에 이웃이 되는 책을 살핍니다. 만화책 《은빛 숟가락》을 찬찬히 되읽으면서 삶과 사랑과 꿈과 사람을 새롭게 헤아려 봅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
현혜수 글, 김소영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3



‘내 책’이 되려면 ‘내 이야기’를 써야

―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

 현혜수 글

 김소영 그림

 풀과바람 펴냄, 2014.6.19.



  현혜수 님이 글을 쓰고 김소영 님이 그림을 그린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풀과바람,2014)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어린이가 스스로 그림책을 한 권 만들어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두 열여덟 가지로 나누어 차근차근 이 흐름에 맞추면 그림책을 한 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생각을 짜고, 쓸 이야기를 세운 뒤, 정보를 모아서, 누가 나오는가를 살피고, 이름을 붙인 뒤, 줄거리 바탕을 짭니다. 그런 뒤 그림을 그리고 빛깔을 입히며 책은 어떤 크기로 만들는지 살피지요. 겉그림을 그리고 글꼴을 살피며, 그림책을 펴내는 까닭을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묶습니다.


  단출하면서 깔끔하게 ‘그림책 만드는 얼거리’를 보여주어요. 그림이 아기자기합니다. 어린이도 이 책을 곁에 두고 그림책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잘 이끌겠구나 싶습니다.




..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려면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해요. 어디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책, 인터넷, 비디오,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 등이 있지요 ..  (9쪽)



  그런데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그림책은 아주 큰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이 그림책은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을 만들자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떤 그림책이 ‘나한테 남다른’ 그림책이 되는지 밝히지 못해요.


  종이를 묶거나 글꼴을 살피거나 빛깔을 입히는 대목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니, 안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가장 대수로이 살필 대목을 너무 가볍게 지나치기 때문에, 이 책만 읽어서는 ‘나한테 남다른’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를 쓴 분은 아이들한테 ‘여러 가지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이나 비디오나 라디오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얻으라고 말합니다. 자, 생각해 보셔요. ‘나한테 남다른’ 그림책을 만들자는 책 아닌가요?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이 쓴 책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지요? 무슨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 정보를 얻나요? 인터넷이나 비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데에서 왜 정보를 얻어야 하나요?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살피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방송이나 신문을 살핀다면,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습니다.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를 쓰려면, 내가 스스로 겪은 일을 갈무리해서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가부터 제대로 살펴야 하고, 그림책을 한 권 빚을 때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 엮고 짜고 쓰기’에 아주 많이 품을 들여요. 그림도 잘 그려야 하고, 글꼴도 잘 맞추어야겠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이야기(글)’가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가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열여덟 가지로 차근차근 ‘만드는 차례’를 나눌 노릇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거나 깨닫거나 알아보면서 ‘내 이야기’를 쓰도록 이끌어야 할까 하는 대목을 더 깊고 많이 제대로 다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책은 ‘나도 책을 만들어 볼까?’ 하는 책이 아니라 ‘나한테 남다른 책을 만들자!’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써 볼까요? 한 번에 너무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그동안 모아 둔 자료와 계획서를 바탕으로 마음껏 이야기를 써 봐요 ..  (18쪽)



  어떤 책을 쓰든 ‘글쓰기’가 절반을 넘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쓰기’ 때문입니다. 글을 한 줄조차 안 넣더라도, 줄거리가 될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해 놓아야 합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니까요.


  더 살핀다면, ‘나도 책을 만들어 볼까?’ 하고 이야기를 엮더라도, ‘자료와 계획서 짜기’를 더 꼼꼼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책은 이 대목도 너무 가볍게 넘어갑니다. 이래서야 아이들이 그림책 만드는 일을 제대로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어른들은 쉽게 말하겠지요. “마음껏 이야기를 써 봐요” 하고 쉽게 말하겠지요. 그러면, 이렇게 말한들 참말 마음껏 이야기를 써 볼 수 있을는지 생각해 보셔요. 마음껏 이야기 쓰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마음껏 쓸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라고 이끄는 이 책인데,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로 어떻게 마음껏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알쏭달쏭하기도 합니다.


  ‘나한테 남다른 책을 만들자!’ 하고 말하려 한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책에서 자료를 빌리도록 이끌지 말고, 아이들이 손수 쓴 일기나 생활글을 바탕으로 책을 엮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적어도 이쯤은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느 날 겪은 일이 아주 남달라서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으니, 그 이야기를 어떻게 추리고 솎고 살을 붙이고 가다듬어서 그림책 ‘밑글’이 되도록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이 밑글을 바탕으로 쪽수에 맞게 글을 나누어서 새롭게 쓰고, 새롭게 쓴 글에 맞추어 그림은 어떻게 그릴 때에 아름답거나 잘 들어맞는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보기 쉽게 이야기를 하려는 개론서라 할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보기 쉽게 들려주는 개론서 구실로서도 여러모로 아쉽구나 싶습니다.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가 무엇인지부터 똑똑히 살핀 뒤, 아이들이 참말 그림책에 ‘내 이야기’를 즐겁게 담도록 이끄는 아름다운 웃음과 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넘어져서 아파



  읍내마실을 가려고 마을 어귀로 가는데, 신나게 달리던 사름벼리가 그만 넘어진다. 앞으로 철푸덕 엎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온몸으로 걷거나 달리니, 한 번 넘어지더라도 그야말로 온몸으로 넘어진다. 대문을 닫고 뒤에서 따라가는데 큰아이가 넘어진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아플까. 그렇지만 달려가서 일으켜세우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본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훨씬 아픈 듯하다. 몸이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니, 앞으로는 넘어질 때마다 더 아프리라. 시골길이 옛날처럼 흙길이라면 모르되, 온통 시멘트바닥이다. 게다가, 시골 길바닥은 채이고 깨지고 깎여서 울퉁불퉁하다. 시멘트바닥이라 하더라도 도시가 시골보다 덜 다칠 만하리라 본다. 시골에서는 시멘트바닥을 깔아도 얇게 깐다. 시늉으로만 깐다고 할까.


  사름벼리야, 아프기는 아프겠지. 그러니까, 아이고 아프네 하고 한 번만 말하고 생각해. 그러고는 아픔은 흘려보내기를 바란다. 네 마음속에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들이를 간다는 즐거움을 담기를 바란다. 그러면 너는 온몸에 즐거운 기운이 새로 솟으면서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다시 힘차게 달리면서 놀 수 있을 테니까.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