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일 나서는 새벽밥



  오늘 낮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이야기잔치가 있다. 그곳에 가야 한다. 낮 세 시까지 가는데, 적어도 낮 한 시쯤에는 부산 보수동에 닿아 여러 책방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여러모로 따지니, 우리 마을에서 이웃 봉서마을까지 걸어가면, 그곳에는 새벽 여섯 시 십 분에 지나가는 군내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읍내에 닿은 뒤,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순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로 다시 갈아타면 이럭저럭 일찍 닿을 듯하다.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하기에 새벽밥을 짓는다. 새벽밥을 지으려고 어제는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 한 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쓴 뒤, 새벽 네 시부터 부엌에서 부산을 떤다. 어제 조금 남은 미역국에 콩나물을 넣고 양파를 반 토막 썰어서 된장콩나물국으로 바꾸어 새로 끓인다. 고구마와 감자와 단호박과 달걀을 함께 삶는다. 다섯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설 테니, 꼭 이즈음에 모두 끝마칠 듯하다. 요즈음 우리 집 아이들이 새벽 여섯 시를 살짝 넘으면 일어나서 아침 일곱 시가 안 되었어도 배고프다고 앙앙거리니, 내가 집을 비워도 곁님이 잘 챙겨 주리라 믿는다.


  기지개를 켠다. 몸을 푼다. 가늘디가늘게 걸린 초승달을 바라본다. 고니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헤아린다. 슬슬 가방을 챙겨야겠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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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1) 아울러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한 독자라면 우리 말의 구조와 어원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잊혀져 가는 우리 말에 쏟는 관심만큼, 사라져 가는 우리 생물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

《이주희-내 이름은 왜?》(자연과생태,2011) 5쪽


 아울러

→ 이와 아울러



  ‘아울러’는 어찌씨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지혜와 용기를 아울러 갖추다”라든지 “고아나 다름이 없는 사실과 아울러 ”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아울러’는 이렇게 글월 사이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아울러’를 글월 첫머리에 넣는 사람이 퍽 자주 눈에 뜨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도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라든지 “아울러 그 절도 사건을 취급한 경찰의 태도” 같은 보기글을 싣습니다.


  ‘아울러’는 “동시에 함께”를 뜻합니다. ‘同時’란 ‘한때’를 가리키니, “한때에 함께”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동시 + 에’는 글월 첫머리에 쓰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도 “그 사람은 농부인 동시에 시인이었다”라든지 “독서는 삶의 방편인 동시에 평생의 반려자이기도 하다”와 같은 보기글을 싣습니다. “-인 동시에” 꼴로 나타난다고 하겠는데, “-이면서”로 손질할 수 있어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동시에’와 같은 말꼴은 글월 사이에만 쓸 수 있지, 글월 첫머리에는 안 쓴다는 뜻입니다. 글월 첫머리에 이 낱말을 넣고 싶다면 “이와 동시에”라든지 “그와 동시에”처럼 적어야 합니다.


  ‘아울러’는 “동시에 함께”를 뜻하니, 이번에는 ‘함께’를 살펴봅니다. ‘함께’는 “한꺼번에 같이”를 뜻합니다. 뜻풀이로만 본다면, ‘아울러’나 ‘함께’나 ‘같이’는 모두 같거나 엇비슷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x)

 함께,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x)

 같이,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x)


  ‘아울러’뿐 아니라 ‘함께’나 ‘같이’를 글월 첫머리에 외따로 놓아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요즈음에 드문드문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국말에서는 이런 어찌씨를 글월 첫머리에 넣지 않습니다. 이음씨가 아니라면 글월 첫머리에 두지 않아요.


  “이와 아울러”처럼 적거나, “이와 함께”처럼 적거나, “이와 같이”처럼 적습니다. ‘아울러·함께·같이’ 앞에는 반드시 다른 말을 넣습니다. 다른 말을 앞에 넣을 때에 ‘아울러·함께·같이’가 제구실을 합니다.


  사회나 문명이 새로우니, 새로운 말투를 쓸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말투로 쓰는 일이 잘못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와 아울러”나 “이와 함께”처럼 적는 말씨에서 ‘이와’라는 말마디를 없애거나 지우는 말씨는 얼마나 새로울 만한지 궁금합니다. 굳이 이렇게 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못 배우거나 옳게 못 살핀 탓에 엉성하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엉성하게 쓴 말은 알맞게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2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책을 잘 헤아린 분이라면 우리 말 얼개와 뿌리를 헤아릴 때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이와 아울러, 잊혀지는 우리 말에 쏟는 눈길만큼, 사라지는 우리 생물도 더 널리 눈여겨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내용(內容)을 이해(理解)한 독자(讀者)라면”은 “이 책을 잘 읽은 분이라면”이나 “이 책을 잘 헤아린 분이라면”으로 손보고, “우리 말의 구조(構造)와 어원(語源)”은 “우리 말 얼개와 뿌리”로 손봅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는 “크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로 손질합니다. ‘관심(關心)’은 ‘눈길’이나 ‘사랑’으로 다듬고, “많은 사람이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는 “많은 사람이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나 “더 널리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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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67] 안 뛰었는데요



  걷지 않고 언제나 뛰거나 달리면서 움직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 일을 떠올립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여덟아홉 살쯤일 텐데, 학교에서 교사들은 우리더러 “복도에서 뛰지 말 것!” 하고 으레 윽박질렀어요. 그러나 우리들은 어른들이 안 보인다 싶으면 언제나 골마루를 싱싱 달리면서 놉니다. 아이들더러 달리거나 뛰지 말라는 말은 도무지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던 어느 날 어느 교사가 나를 불러세웁니다.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했잖아!” 다른 아이도 함께 골마루에서 달리며 놀았는데 나만 붙잡았으니, 어쩐지 시큰둥합니다. “전 안 뛰었는데요? 달렸는데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찰싹 하고 빰을 때립니다. 틀린 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무렵 어른이라는 사람은 아이들을 아주 쉽게 손찌검으로 윽박질렀습니다. 아이들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어도 어른들은 도무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셔요. 어른들은 골마루에서 ‘뛰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들은 골마루를 ‘달리면’서 놀았습니다. ‘뛰다’는 ‘제자리뛰기’처럼, 발을 굴러 하늘로 솟구치듯이 오르려고 하는 몸짓입니다. ‘높이뛰기’나 ‘멀리뛰기’처럼 도움닫기를 하면서 날아오를 때에 ‘뛰다’예요. 걸음을 빨리하는 일은 ‘달리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싱그럽게 웃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거나 달립니다. 아이들이 주눅들거나 따분해 하거나 괴로운 곳에서는 아이들은 조금도 못 뛰고 못 달립니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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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6. 2014.9.16. 꽃으로 보는 눈



  나들이를 가던 사름벼리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마을 어귀에 있는 빈집 시멘트 울타리에 살짝 올라탄 덩굴풀을 본다. 덩굴풀이 마치 하트 모양이라면서 예쁘다고 한다. 손을 뻗는다. 동생을 불러 함께 바라본다. 꽃아이는 꽃을 보면서 꽃내음을 맡고, 풀줄기를 바라보면서 풀숨을 마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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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앞서 가며 뒤를 살짝



  산들보라는 나날이 다리힘이 붙는다. 사름벼리도 똑같이 다리힘이 붙지만, 어린 동생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아무래도 네 살 아이가 조금씩 빠르게, 날마다 더 빠르게 달리거나 걸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뜨이기 때문일 테지. 산들보라는 웬만해서는 안 걷는다. 웬만하면 콩콩콩 달린다. 달리는 느낌이 재미있을 테고, 콩콩콩 달리면서 이마를 가르며 흐르는 바람이 싱그러우리라. 아이들은 콩콩콩 달려야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콩콩콩 달릴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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