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9.27. 큰아이―마루 꾸미기



  그림순이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림을 그려서 집안 곳곳을 꾸미곤 한다. 가위질이나 풀질이나 테이프질을 모두 혼자서 잘 할 수 있기에, 크고작은 그림을 그려서 곳곳에 붙이곤 한다. 마루벽에는 이 쪽그림을 언제쯤 붙였을까. 아마 두 달쯤 되었을까. 큰종이를 일부러 작게 오린 뒤 작은종이마다 작게 그림을 하나씩 다른 빛깔로 그려서 붙인다. 참으로 재미나면서 사랑스러운 그림순이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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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야 심심하니



  산들보라가 뛰놀다가, 책을 넘기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뒹굴다가, 하품 아닌 하품처럼 입을 쩍 벌리며 아버지랑 마주하고 선다. 심심하니? 졸립니? 둘 다이니? 네가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한결 가붓할 텐데. 재미있게 잘 놀 적에는 아버지 둘레에서 얼씬거리지 않지만, 졸려서 안아 주기를 바랄 적에는 언제나 아버지 둘레에서 얼쩡거리면서 안아 주기를 기다린다. 너는 아직 아기이니까, 안아서 무릎에 누여야 비로소 살그마니 눈을 감고 잠들겠지.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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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0. 2014.9.25. 언제나 곱게



  도서관 가는 길에 토끼풀꽃이 늦꽃을 피운다. 늦봄이나 이른봄에 피어나는 토끼풀꽃인데, 한 차례 피고 진 이 가을에 다시금 무리지어 꽃을 피운다. 가을이어도 날이 포근하니 새삼스레 꽃을 피우는구나 싶다. 민들레도 봄뿐 아니라 가을에 피어나기도 한다. 우리 집 꽃순이는 도서관 들어가는 길목에 핀 토끼풀꽃을 밟지 않는다. 동생더러 밟지 말라고 이른다. 이러다가 한 송이를 톡 끊어서 도서관 자물쇠 고리에 매듭을 짓는다. 언제나 고운 빛이 흐를 수 있도록.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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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들을 재우다가



  어제 아이들을 재우는데 작은아이는 곧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는 숨소리 없이 조용하다. 문득 무엇인가 느끼고 두 아이 이마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노래를 한 가락 부른다. 이마 쓰다듬기와 머리 쓸어넘기기를 그대로 한다. 작은아이는 깊이 꿈나라로 갔다. 그러나 큰아이는 아직 아니다. 큰아이가 깊이 꿈나라로 갈 적에는 으레 몸을 살짝 비틀어 옆으로 눕는다. 가만히 있는 모양새로 보아 하니, 아버지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길을 즐기는 듯하다. 한참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다가 살며시 입김을 얼굴에 호 분다. 실눈을 뜨고 곁눈을 보던 큰아이가 “에그!” 하고 놀라면서 웃는다. “자, 이제는 자야지. 몸이 힘드니까. 꿈에서 더 신나게 놀고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자.” 큰아이는 이윽고 몸을 옆으로 돌려누운 뒤 깊이 잠든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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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읽을 적에



  사람은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은 사람을 낳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돌봅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생각합니다. 사람살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헤아립니다. 겉으로 보는 사람이 그 사람을 오롯이 드러내거나 말한다 할 만한지, 속으로 볼 수 있을 때에 그 사람을 제대로 밝히거나 마주할 수 있다 할 만한지 돌아봅니다.


  우리한테는 누구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느낍니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을 텐데, 빛이나 그림자는 겉으로 보는 모습이지 싶어요. 왜냐하면, 눈을 감으면 빛도 그림자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눈이 있으니 빛과 그림자를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우리한테 눈이 있어도, 오직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한테서 ‘빛·그림자’ 두 가지에만 얽매이고 마는구나 싶어요.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나 몸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만 있지 않아요. 사람을 읽을 때에 몸만 읽는대서 제대로 모두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은행계좌나 졸업장을 읽었으니 그이를 다 읽은 셈일까요? 어떤 작가가 내놓은 책이나 작품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이나 공연을 다 갖추어서 읽었으면 그이를 다 안다고 할 만할까요?


  작가 한 사람이 쓴 책이나 글은 고작 그이가 보여주는 겉모습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어느 책이나 글이든 마음을 기울여서 씁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이나 글 한 줄은 모든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말이나 글을 빌어 마음 한 자락을 담아서 보여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읽으려면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숲을 보려면 숲을 보아야 합니다. 숲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찍은 사진을 본대서 숲을 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숲을 담은 그림이나 글을 보았으니 숲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참새 한 마리를 동영상으로 찍는들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새 한해살이를 모두 보아야지요. 게다가 참새 한해살이를 본다 하더라도 한살이를 모두 보지 않는다면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어요.


  내 이웃이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생각을 지으며 어떤 삶을 가꾸는가 하고 알고 싶다면, 그야말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내 마음부터 열어서 이웃한테 다가서야 합니다. 마음을 열어 다가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봅니다. 겉모습을 조금 훑을 수 있겠지만, 겉모습조차 제대로 못 훑기 일쑤입니다. 겉모습이나마 얼마나 훑고 나서 내 이웃한테서 무엇을 보고 느껴서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몸을 이루는 두 가지가 빛과 그림자라면, 마음을 이루는 두 가지는 숨결과 넋입니다. 마음을 열 때에 비로소 숨결을 느끼고 넋을 만납니다. 내 숨결을 이웃한테 건네면서 서로 사귑니다. 내 넋을 이웃한테 보내면서 서로 알지요.


  다만,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웃을 ‘몸’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겉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보기만 해도 대단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책 한 권을 손에 쥐면서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책을 펼칠 적에는 눈을 뜨지만, 책을 덮을 적에는 눈을 감습니다. 책 한 권에 서린 몸을 눈으로 살펴서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책 한 권에 감도는 마음을 넋과 숨결로 맞아들이려고 합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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