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잼도 잘 바르지



  돌쟁이 무렵부터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나선 사름벼리는, 참말 못하는 일이 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이 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이 아이가 할 수 없을 만한 일은 없다. 스스로 나서고,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맞아들인다. 다시 하고 또 하고 자꾸 하고 거듭 하면서, 사름벼리는 모든 일을 손과 몸과 마음으로 차분히 삭힌다. 우리한테 온 이 아름다운 아이는 날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나는 이 아이를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하루가 즐거운데, 이 아이는 날마다 “나는 아버지처럼 될래요!” 하고 말한다. 사름벼리가 들려주는 말을 들을 적마다 내가 나다움을 슬기롭게 찾아서 씩씩하게 살아야겠다고 새롭게 되새긴다.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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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한 조각



  인천에서 형이 소포꾸러미를 보냈다. 소포꾸러미를 여니, 컵빵이 넷하고 말린바나나 과자봉지가 있다. 한 사람 몫으로 하나씩 돌아가는 빵이니 모두 네 조각이다. 아이들은 어서 먹자고 부산을 떤다. 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이들한테 접시를 가져오라고 이른다. 아이들이 접시를 가져온다. 접시에 컵빵을 얹는다. 먼 데 있는 큰아버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고 말한다. 이러고 나서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참말 사진을 찍을 만한 일이다. 작으면서 멋진 선물을 받은 즐거움을 사진으로 담는다.


  빵 한 조각이란 무엇인가. 한입에 쏙 들어가는 조각이 되겠지. 선물이란 무엇인가. 즐겁게 받는 마음이 되겠지.


  문득 돌아보면, 예전에 책 한 권 선물이 참 흔했다. 예전에 꽤 많은 사람들은 책 한 권을 참으로 흔하게 선물로 주고받았다. 이웃이나 동무가 그 책을 반기거나 좋아할는지 알 수 없지만, 서로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는 사이인 터라 ‘내가 기쁘게 읽은 책’을 한 권 새롭게 사서 선물하곤 했다. 내가 받는 책 선물도 내 이웃이나 동무가 기쁘게 읽은 책이다.


  스스로 맛있게 누린 빵 한 조각을 선물한다. 스스로 즐겁게 누린 어느 한 가지를 선물한다. 그렇지. 아무렴. 형한테서 빵 한 조각을 선물로 받은 뒤, 우리 집 뒤꼍에서 얻는 모과 열매로 ‘모과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럭저럭 모은 작은 유리병을 잘 씻어서 헹군 뒤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며칠쯤 해바라기를 시킬 생각이다. 곁님 말로는 큰 유리병에 담아서 뒤집어 주면서 삭혀야 한다니, 큰 유리병을 장만해야겠다. 우리한테는 ‘선물할 이웃’이 많으니, 많이 담아서 보내지는 못할 테고, 작은 잼병 하나만큼 담아서 보낼 수 있으리라.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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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9. 2014.10.1. 누나가 잼을 바를 때



  아침에 누나가 네모빵에 잼을 발라서 준다. 작은아이더러 “누나가 보라 잘 먹으라고 발라 주네. 누나가 발라 주는 동안 노래를 불러 주라.” 하고 말하니, 입을 크게 벌리고 큰 목소리로 노래 한 가락 뽑는다. 누나가 “자, 다 됐어.” 하고 건네는데, 아직 노래가 끝나지 않았다며 마저 노래를 부른 뒤에 먹는다. 어떤 일을 할 적에, 이를테면 밥을 짓는다거나 빨래를 할 적에,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 주면 무척 즐거우며 가벼운 마음이 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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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8. 2014.10.1. 큰아버지 컵빵



  인천에서 사는 큰아버지가 컵빵을 구워서 보내 주었다. 네 사람이 하나씩 먹을 수 있도록 꾸려 주었다. 저마다 하나씩 손에 쥐고 천천히 야금야금 베어서 먹는다. 먼길을 잘 날아왔다. 밥돌이가 큰아버지 컵빵을 한손에 들고 아주 기뻐하는 낯빛을 보여준다. 다 먹고 나서 저녁에 인천으로 전화를 건다. 아이들이 인천으로 큰아버지네에 놀러 가자고 말한다. 그래, 인천에 다녀오려면 찻삯을 모아야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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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7. 서로 재미있습니다



  글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글을 배웁니다. 어버이는 글씨를 하나하나 천천히 쓰면서 보여줍니다. 아이는 글씨를 하나하나 천천히 보면서 눈에 익히고 손에 익힙니다. 쓰고 쓰고 또 쓰면서 글씨가 익숙합니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글씨를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글씨를 한창 익히는 아이가 어버이 손길을 받지 않고 혼자 처음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 때에는 어떤 느낌일까 헤아려 봅니다. 사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처음으로 혼자 사진기를 다루면서 찰칵 하고 한 장을 찍을 때하고 비슷하겠지요. 아이가 마음속으로 흐르는 이야기 가운데 한 토막을 손수 글 한 줄로 적을 적에는 어떤 느낌일까 짚어 봅니다. 사진을 두 장 석 장 넉 장 꾸준히 찍으면서 스스로 그리고픈 모습을 마음껏 그릴 수 있을 때하고 서로 비슷하겠지요.


  이제 막 새롭게 배우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이제 막 배움에 눈뜨도록 이끄는 사람도 곁에서 즐겁습니다. 이제 막 글씨를 익히는 아이도, 이제 막 사진을 익히는 어른도, 다 함께 즐겁습니다. 그리고, 아이한테 글씨를 알려주는 어버이도, 사진찍기를 새내기한테 알려주는 길동무나 이슬떨이도 다 같이 즐겁습니다.


  배우는 재미와 가르치는 재미는 같습니다. 새롭게 맞아들이는 재미와 새롭게 알려주는 재미는 같습니다. 물려받는 재미와 물려주는 재미는 같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새로운 모습을 보기에 재미있고, 가르치는 사람은 새로운 모습을 가르치기에 재미있습니다. 배움과 가르침은 언제나 서로 새롭기에 재미있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맨 처음에만 배우지 않아요. 한글은 어릴 적에 배우고 더는 안 배우지만, 한글에 담을 말은 늘 새롭게 배웁니다. 글에 담을 이야기는 늘 새롭게 삶을 가꾸면서 배우지요. 사진에 담을 숨결을 늘 새롭게 배웁니다. 사진에 담을 이야기를 언제나 새롭게 삶을 가꾸면서 배웁니다.


  나이 마흔에 글쓰기를 새로 돌아보면서 배웁니다. 나이 쉰에 사진을 새로 되새기면서 배웁니다. 나이 예순에 살림을 새로 살피면서 배웁니다. 나이 일흔에 한국말을 새로 짚으면서 배웁니다. 나이 여든에 풀과 꽃과 나무와 씨앗을 새로 마주하면서 배웁니다. 나이 아흔에 아이들 웃음소리와 노래를 새로 들으면서 배웁니다.


  사진길을 오래 걸었다고 해서 안 배우지 않습니다. 쉰 해나 예순 해쯤 사진길을 걸었어도 날마다 새로 배우니 날마다 새로 찍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지 이제 닷새나 엿새가 지났어도, 날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남을 흉내내는 데에서 그치며 따분한 사진만 만듭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아끼고 북돋울 때에 서로 재미있게 나눌 사진을 얻습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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