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2
후지무라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88



오늘 내 마음은

―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2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송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7.15.



  후지무라 마리 님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대원씨아이,2013) 둘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서른세 살과 스물한 살입니다. 가시내는 서른세 살이고, 사내는 스물한 살입니다. 둘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을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그리는 만화책입니다. 열두 살이 벌어진 두 사람 사이인 만큼, 만화책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 만화책을 읽는 내 나이가 마흔 살이고 보니, 열두 살 벌어진 나이는 그닥 대수롭지 않습니다. 살짝 시큰둥합니다. 아마 쉰 살이나 예순 살 나이에 바라보아도 나이는 아무것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겠지요. 왜냐하면, 한 살 두 살 살고 보면, 열두 살이건 스물네 살이건 대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나이를 놓고 사귀지 않아요. 우리는 오직 마음으로 만나면서 어깨동무를 하거나 사랑을 속삭입니다.



- ‘방 곳곳에 귀여운 소품이 여기저기. 하긴 얼마 전까지 여친이 있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이런 걸 신경 쓰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15쪽)

- ‘예전 여친 같은 걸 신경 쓰면 어쩌자는 거야. 타노쿠라는 나랑은 달라. 그 애는 평범하게 연애를 하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17쪽)




  생각해 보셔요. 한 살이 벌어지면 어떠한가요. 두 살은 어떠한가요. 세 살은? 네 살은? 다섯 살은? 한 살씩 찬찬히 더해요. 이렇게 더하고 보면 한 살이 벌어질 때하고 열두 살이 벌어질 때에는 똑같습니다. 스물네 살뿐 아니라 서른여섯 살이 벌어지더라도 똑같아요. 나이는 그저 숫자입니다. 숫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될 수 있으려면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가 되자면 사랑이 피어야 합니다.


  나이는 서로 같지만, 서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가 있습니다. 마음이 안 맞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나보다 훨씬 위이지만, 이녁한테서 아무것도 못 배울 때가 있습니다. 나이만 위일 뿐 마음이나 생각이 너무 얕거나 좁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아래이지만, 이녁한테서 크게 배우면서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나이만 아래일 뿐 마음이나 생각이 아주 깊거나 넓기 때문입니다.



- “엊그제 일로 아직도 화났어요?” ‘아직도? 아직도라니. 난 네가 그날로 예전 여친 물건 다 정리하고 바로 연락 주지 않을까 해서 어제 온종일 기다렸다고.’ (26쪽)

- ‘타노쿠라마저도 한 순간 잊고 있었어. 이렇게 쉽게 잊혀지다니. 타노쿠라도 이럴 때가 있을까. 그런 건 좀 쓸쓸할 거 같아. 타노쿠라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43쪽)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둘째 권을 읽다가 문득 하나 더 생각합니다. 언제나 집일을 도맡는 내 하루인데, ‘오늘은 밥을 쉬겠습니다’라든지 ‘오늘은 육아를 쉬겠습니다’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일곱 살 네 살 어린 아이들더러, ‘얘들아, 오늘은 아버지가 힘드니, 오늘 우리 모두 밥은 굶자’ 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이런 말은 못 하겠지요. 다만, ‘얘들아, 오늘은 아버지가 힘드니, 바깥에서 밥을 사다가 먹자’ 하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회사는 쉴 수 있습니다. 집일이나 아이키우기는 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도 쉴 수 없습니다. 쉬어 가는 사랑이란 없어요. 언제나 흐르는 사랑이고, 한결같이 따스한 사랑입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는 믿음직한 이웃하고도 이와 같아요. 언제나 흐르는 믿음이요, 한결같이 즐거운 만남입니다.



- ‘어느새 내 생활이 180도 달라졌다. 질투하고 상처 받고 상처 주고,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 온힘을 다해 마주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또 쓸쓸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어.’ (51∼52쪽)

- ‘연애라는 건 참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마음이 부드러워지는구나.’ (53쪽)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햇살을 맞이합니다. 아침햇살을 바라보면 온몸에 따순 기운이 감돕니다. 사랑스러운 사람과 함께 누리는 하루는 언제나 아침햇살과 같습니다. 믿음직한 사람과 함께 가꾸는 삶은 늘 따순 기운을 북돋웁니다.


  이녁이 나이가 많아서 나한테 넉넉한 언덕이 되지 않습니다. 이녁이 나이가 어려서 나한테 든든한 언덕이 못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언제나 넉넉합니다. 마음이 좁은 사람이 언제나 좁습니다.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 늘 따스하게 웃고 노래합니다.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늘 웃지 못하고 늘 노래하지 못합니다.



- ‘오랜만에 만났더니 눈이 부셔서, 부끄러워서 눈을 못 마주치겠어.’ (61쪽)

- “미안해요. 저 양반이 괜히 이상한 소리만 해서. 하나에가 남자를 집에 데려온 게 오늘이 처음이라, 애 아빠가 좀 흥분한 거 같아요.” (113쪽)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둘째 권 끝자락에 ‘지금 이 순간을 머릿속에 다 새겨두고 싶다(160쪽).’와 같은 속엣말이 흐릅니다. 그렇습니다. 즐거운 오늘 이 하루를 머릿속에 다 새기면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애써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즐거운 기운은 뼛속까지 깊이 스며듭니다. 이 즐거운 기운은 언제까지나 나한테 따사로운 숨결로 피어나서 흐릅니다.


  작은 씨앗 같은 사랑이 내 몸에 깃들어 천천히 자랍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었을 사랑은 차츰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립니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요. 이윽고 열매를 맺고 새로운 씨앗을 맺는 사랑입니다.


  자라고 자라는 사랑입니다. 크고 또 크는 사랑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은 언제나 기쁘게 웃겠지요.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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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30. 풀벌레 우는 칠월



우리 집은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웃과 동무가 모여서

얘기꽃 피우는 곳.

도란도란 알콩달콩

푸른 노래 속삭이면서

활짝 웃는 너와 나

사이좋게 어울리는

예쁜 씨앗이지.

풀벌레 우는 칠월.



2014.7.1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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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선물은 언제나 깜짝선물



  어제 책 두 권이 우리 집에 온다. 하나는 ㅊ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이고, 하나는 이웃님 ㄱ이 보내 준 책이다. ㅊ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도 선물이고, 이웃님 ㄱ이 보내 준 책도 선물이다. 그야말로 깜짝선물이다.


  깜짝선물을 마룻바닥에 내려놓는다. 이웃님이 보내 준 선물에는 편지가 함께 있다. 일곱 살 아이가 “내가 읽을래!” 하면서 내 손에서 휙 가로챈다. 얘야, 다른 사람이 읽으려는 편지를 그렇게 네가 함부로 먼저 가져가면 안 되지. 너한테 온 편지가 아니면 너는 그 편지를 가져가면 안 되지.


  선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제에는 ㅇ출판사에서 300부 한정으로 찍은 사진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300권 가운데 150권만 한국에서 팔고, 50권은 미국에서 판다 했는데, 이렇게 드문 책을 선물로 받는다. 내 은행계좌에 책값이 모이면 살 생각이었는데 선물부터 받는다. 그래서 내 은행계좌에 얼른 책값을 모아 ‘사진찍기 즐기며 커피집을 꾸리는 이웃님’한테 이 사진책을 한 권 선물할 생각이다. 이 사진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이웃님은 많으나, 한 권 장만할 적에 44000원이 드니까 아직 여러 사람한테 선물해 줄 만한 살림은 못 된다.


  참말 선물은 언제나 깜짝선물이라고 느낀다. 선물을 준다고 알아채도록 하면서 선물을 할 때도 더러 있겠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은 늘 ‘받는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준다. 나도 누군가한테 선물을 할 적에 슬그머니 주지, 여러 사람 앞에서 대놓고 주지 않는다. 나한테 선물을 주는 분들도 슬그머니 주지, 다른 사람 앞에서 널리 알리면서 주지 않는다.


  이러한 선물은 우리를 스스로 얼마나 밝히면서 가꾸고 살찌우는가 하고 돌아본다. 선물이란,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할 뿐 아니라, 주는 사람 스스로 기쁜 숨결로 살아가도록 새롭게 북돋아 준다.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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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잼도 잘 바르지



  돌쟁이 무렵부터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나선 사름벼리는, 참말 못하는 일이 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이 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이 아이가 할 수 없을 만한 일은 없다. 스스로 나서고,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맞아들인다. 다시 하고 또 하고 자꾸 하고 거듭 하면서, 사름벼리는 모든 일을 손과 몸과 마음으로 차분히 삭힌다. 우리한테 온 이 아름다운 아이는 날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나는 이 아이를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하루가 즐거운데, 이 아이는 날마다 “나는 아버지처럼 될래요!” 하고 말한다. 사름벼리가 들려주는 말을 들을 적마다 내가 나다움을 슬기롭게 찾아서 씩씩하게 살아야겠다고 새롭게 되새긴다.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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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한 조각



  인천에서 형이 소포꾸러미를 보냈다. 소포꾸러미를 여니, 컵빵이 넷하고 말린바나나 과자봉지가 있다. 한 사람 몫으로 하나씩 돌아가는 빵이니 모두 네 조각이다. 아이들은 어서 먹자고 부산을 떤다. 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이들한테 접시를 가져오라고 이른다. 아이들이 접시를 가져온다. 접시에 컵빵을 얹는다. 먼 데 있는 큰아버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고 말한다. 이러고 나서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참말 사진을 찍을 만한 일이다. 작으면서 멋진 선물을 받은 즐거움을 사진으로 담는다.


  빵 한 조각이란 무엇인가. 한입에 쏙 들어가는 조각이 되겠지. 선물이란 무엇인가. 즐겁게 받는 마음이 되겠지.


  문득 돌아보면, 예전에 책 한 권 선물이 참 흔했다. 예전에 꽤 많은 사람들은 책 한 권을 참으로 흔하게 선물로 주고받았다. 이웃이나 동무가 그 책을 반기거나 좋아할는지 알 수 없지만, 서로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는 사이인 터라 ‘내가 기쁘게 읽은 책’을 한 권 새롭게 사서 선물하곤 했다. 내가 받는 책 선물도 내 이웃이나 동무가 기쁘게 읽은 책이다.


  스스로 맛있게 누린 빵 한 조각을 선물한다. 스스로 즐겁게 누린 어느 한 가지를 선물한다. 그렇지. 아무렴. 형한테서 빵 한 조각을 선물로 받은 뒤, 우리 집 뒤꼍에서 얻는 모과 열매로 ‘모과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럭저럭 모은 작은 유리병을 잘 씻어서 헹군 뒤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며칠쯤 해바라기를 시킬 생각이다. 곁님 말로는 큰 유리병에 담아서 뒤집어 주면서 삭혀야 한다니, 큰 유리병을 장만해야겠다. 우리한테는 ‘선물할 이웃’이 많으니, 많이 담아서 보내지는 못할 테고, 작은 잼병 하나만큼 담아서 보낼 수 있으리라.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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