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야 밥 먹자



  밥을 차린다. 밥과 국을 올린다. 아이들을 부른다. 두 아이는 배고프면서도 노느라 바쁘다. “갈게요!” 하고 외친 뒤에도 한참 동안 마루에 앉아서 논다. 수저도 안 놓고 그저 놀기만 한다. 나는 밥상맡에 앉아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 예쁜 아이들이 얼른 밥상맡으로 달려오기를 기다린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밥 먹자 100. 2014.10.10. 만두 말고 부침개



  곁님이 손만두를 먹고 싶다 말한다. 뱃속에 셋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손만두를 노래한 지 꽤 되었는데, 아직 집에서 손만두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이래서야 우리 아이들이 ‘만두는 처음부터 집에서 빚어서 먹는 밥’인 줄 모르겠구나 싶다. 머릿속으로 가만히 헤아린다. 우리 집에 만두 빚을 때에 쓸 여러 가지가 얼마나 되는가 돌아본 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온다. 이튿날 아침, 만두를 빚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만두속을 먼저 만든다. 밥을 끓이고, 미리 불린 미역을 살살 볶은 뒤 끓이면서, 콩나물을 삶은 뒤 이 뜨거운 물에 당면과 고기를 살짝 익힌다. 미역국이 살살 끓을 무렵 버섯과 두부를 넣어 살짝 익혀 둔다. 당근을 잘게 썬다. 고구마도 잘게 썬다. 깻잎과 시금치를 잘게 썬다. 간장으로만 간을 내자 하면서 달걀을 다섯 알 푼다. 콩나물과 당면과 고기를 먼저 가위로 잘게 자른 뒤 당근과 고구마와 깻잎과 시금치 잘게 썬 것을 달걀을 풀어서 섞는다. 조금 섞은 뒤 버섯을 또 잘게 썰어서 섞고, 익힌 두부를 으깨어 함께 마저 섞는다. 자, 이제 만두껍질을 반죽해야겠네. 그런데,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할까. 아이들한테는 밥과 국만 먼저 주고 만두는 나중에 마무리해서 줄까. 10초 남짓 망설인다. 이러다가 밀반죽을 해서 만두껍질 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다음에는 낮에 만두속을 미리 만든 뒤, 저녁에 밀반죽을 해서, 잠자리에 들기 앞서 만두를 빚고, 이튿날 아침에 먹는 얼거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만두속으로는 무엇을 하지? 불판을 달군 뒤 기름을 두른다. 조금씩 덩이를 덜어서 부친다. ‘만두속부침’이라고 할까. 접시에 수북하게 담길 만큼 부친다. ‘만두속부침’을 하는 냄새가 퍼지니, 칭얼거리던 두 아이가 조용하다. 자꾸 부엌을 드나들면서 군침을 삼키는 티가 난다. 만두속부침을 밥상 한복판에 놓고는, 오이를 썰어 접시에 담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 접시에 담으며, 깻잎과 시금치를 알맞게 썰어 다른 접시에 담는다. 두부 반 모는 뜨거운 미역국에 넣어 따뜻하게 한 뒤 접시에 담는다. 자, 오늘은 이대로 맛있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10-12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손만두 좋아하는데..흑흑,
어렸을 때, 엄마가 데친 배추 잘게 썰어 만들어주신 만두도
부추 많이 넣은, 담백한 부추만두도 먹고 싶네요.
저도 일간, 만두 한번 만들어야겠어요~
나중에 손만두 사진도, 꽃밥상도~ 보여주세욤~*^^*

파란놀 2014-10-12 12:32   좋아요 0 | URL
다음에 제대로 잘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물려받을 맛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야지요~ 고맙습니다 ^^
 

‘홀로코스트 상업화’?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하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란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살피니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얕은 생각으로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들먹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할밖에 없다.


  ‘홀로코스트’란 무엇인가? 몇 사람이 죽었는가? ‘유대인이 겪은 아픔’만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문학이나 영화일까? 아니다. 전쟁 때문에 겪은 끔찍한 아픔을 들려주려는 문학이고 영화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과 전쟁선동과 국가주의 따위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이웃을 짓밟거나 죽였다. 이 때문에 수백만에 이르는 목숨이 사라졌고, 수천만에 이르는 ‘생채기 입은 이웃’이 생겼다.


  죽은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문학이나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앞으로도 ‘홀로코스트’와 얽힌 문학이나 영화는 더 나온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숱한 아픔과 생채기를 놓고 꾸준하게 문학이나 영화가 나온다. 미국과 한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끔찍한 짓을 놓고 문학이나 영화가 틈틈이 나온다. 오늘날 중국이 티벳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짓을 놓고 책과 다큐사진이 꾸준히 나온다. 새마을운동과 유신독재를 앞세워 한국 사회를 끔찍하게 짓밟은 박정희를 나무라는 문학과 영화가 꾸준히 나온다. 이명박이 저지른 잘잘못과 세월호 사고를 놓고 여러 가지 문학과 책이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문학이나 영화는 어느 한 가지도 ‘상업주의’가 아니다. 아프기 때문에 ‘말을 털어놓’는다. 슬프기 때문에 ‘눈물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죽은 사람을 앞에 놓고서 ‘상업화’를 들먹이는 지식인은 어떤 마음일까. 이녁한테는 ‘죽은 이웃’이 없을까. 먼 나라에서 아프거나 슬픈 이웃은 아랑곳할 까닭이 없는 셈일까.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앤디와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4



내 마음에 담는 꿈 하나

― 앤디와 사자

 제임스 도허티 글·그림

 이선아 옮김

 시공사 펴냄, 1995.2.24.



  숲을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숲을 만납니다. 나무가 아주 많아 커다랗게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고, 숲을 찍은 사진을 만날 수 있으며, 손바닥만큼 조그마한 풀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은 모두 숲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숲도 숲이요,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숲도 숲입니다. 나비나 잠자리가 날갯짓을 쉬려고 가볍게 내려앉는 조그마한 풀숲도 숲이며, 시골마을 한쪽에 조그맣게 있는 뒷동산 숲도 숲입니다.


  마음 가득 숲을 담기에 언제나 숲내음을 맡습니다. 마음에 숲노래를 싣기에 언제이든 숲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아주 맑은 날이었습니다. 산들바람이 깃발을 팔랑팔랑 흔들고 있습니다. 앤디는 도서관에 가서 사자도감을 빌려 와,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읽고 ..  (3∼6쪽)





  아이들은 놀 생각을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놀 생각을 합니다. 뛰놀 생각을 하고, 뒹굴며 놀 생각을 합니다. 뛰놀 적에는 온몸에 땀을 내면서 즐겁습니다. 뒹굴며 놀 적에는 이불을 뒤집거나 옷장을 헤집으면서 즐겁습니다.


  노는 동안에는 놀이만 생각합니다. 오직 놀이만 생각하기에, 놀면서 무엇을 어지르는지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니, 한창 놀 적에는 어지른다는 생각조차 없습니다. 이것을 갖고 놀다가 저것을 갖고 놀아요. 이것저것 갖고 놀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지치면 바닥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바닥은 온갖 장난감이 널브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칠 생각마저 안 하면서 다시금 까르르 웃으면서 놉니다. 놀이로 가득한 마음이니, 놀면서 노래하고, 노래하며 놀 수 있습니다.



.. 해님이 창으로 들여다보고, 강아지 프린스가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사자는 사라졌지만, 앤디의 머릿속은 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14쪽)




  제임스 도허티 님이 1938년에 처음 빚었다고 하는 그림책 《앤디와 사자》(시공사,199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앤디’는 어느 날 도서관에 가서 ‘사자’를 다룬 책을 빌렸다고 합니다. 앤디라는 아이는 그만 사자에 폭 빠집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자를 생각합니다. 밥을 먹건 잠을 자건 오직 사자 생각입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늘 사자 생각입니다.


  이리하여 사자가 참말 앤디 앞에 나타납니다. 앤디는 사자를 참말 만납니다. 사자를 머릿속에 담고 다시 담던 앤디는 깜짝 놀랍니다. 아니, 사자가 책이 아닌 내 눈앞에 있다니!


  자, 앤디는 어떡하지요? 사자를 보고 싶던 마음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참말 보다니요. 사자가 앤디를 잡아먹을까요. 앤디는 사자를 물리칠까요. 사자는 왜 앤디한테 나타났을까요. 앤디는 사자를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요.



.. 마침내 둘 다 숨이 찼습니다. 사자는 앞발을 내밀어 앤디에게 보였습니다. 사자의 발에는 커다란 가시가 박혀 있었습니다. 그때, 앤디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앤디는 사자에게 가시를 뽑아 줄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했습니다 ..  (38∼40쪽)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품은 대로 하루를 엽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걷고 싶은 길을 걷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지은 생각대로 하루를 누립니다.


  앤디는 오직 사자 하나를 마음에 담으며 지내다가 사자를 만나서, 사자와 동무가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무엇을 담으면서 하루를 지어 어떻게 삶을 가꾸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랑을 바라나요? 사랑을 바란다면 오직 사랑을 생각해요. 평화를 바라나요? 평화를 바란다면 오직 평화를 생각해요. 이래야 사랑이고 저래야 안 사랑이 아닙니다. 전쟁무기가 있어야 평화가 아니고, 간디 같은 분이 우리 곁에 있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사랑을 바라면 한결같이 사랑을 마음에 담으면 됩니다. 평화를 바라면 가없이 넓고 깊게 평화를 마음에 담으면 돼요.


  가을바람이 부는 들에 섭니다. 높다랗게 잘 자란 나무 곁에 섭니다. 가을바람은 누런 들판을 지나 내 곁에 있는 나뭇가지를 살그마니 건드립니다. 나는 나무 곁에서 들내음과 나무내음이 섞인 가을바람을 마십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속에 꿈을 씨앗 한 톨로 심습니다. 나는 내 꿈을 내 삶에서 이룰 수 있도록 내 길을 즐겁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에 돌아와서 빨래부터



  오늘은 아침에 도서관으로 책손이 온다. 아침밥을 차리고 나서 서둘러 도서관으로 간다. 세 시간 남짓 도서관을 지킨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들은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도록 고무대야에 물을 받고, 나는 씻는방으로 가서 빨래를 한다. 등허리가 살짝 결려 드러누울까 싶기도 했으나, 아무튼 빨래부터 한다. 한가을인 터라 해가 하늘 꼭대기에 있을 적에 바지런히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어야, 해거름까지 옷이 덜 말라도 집안으로 들일 만하다.


  두 아이는 마당에서 옷을 적시면서 논다.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작은아이는 스스로 옷을 갈아입는다. 고맙다. 빨래를 마친 뒤 옷을 내다 너니 팔과 어깨까지 쑤셔서 그야말로 아버지는 얼른 드러누울 판인데, 스스로 옷을 입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대견하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