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러미 선물



  오늘 아침과 낮에 도서관에 가서 ‘이야기 나누는 일’을 해야 했기에, 새벽 일찍 밥을 끓였고, 아침 일곱 시 즈음부터 배고프다 노래하는 아이들한테 여덟 시 살짝 넘어서 밥상을 차려서 먹인다. 이러구러 집일을 마치고 나서 아침 열 시 반 즈음 도서관으로 나와 책걸상을 맞추면서 자리를 잡는다. 비가 샌 곳은 걸레질을 해서 바닥을 훔친다. ‘이야기 나누는 일’은 세 시 즈음에 마친다. 손님을 모두 떠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손님들이 ‘아이들 주라’면서 빵을 두 꾸러미 선물로 주셨다. 집에 닿아 빵꾸러미를 펼치니 두 아이가 달라붙는다. 작은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빵을 한 조각이라도 더 먹겠다면서 낮잠을 버틴다. 그리고, 낮잠 버티기는 저녁까지 이어진다.


  아침 열한 시부터 낮 세 시까지 이야기를 했으니 몸이 좀 고단했을까. 등허리가 결려 자리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려는데 쉬 펴기 어렵다. 빵꾸러미 선물이 아니었으면 오늘 샛밥을 어째 먹였을까 싶다. 다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머니 손님이었으니 이런 선물을 챙겨 주셨구나 싶기도 하고, 나도 아이들 옆에서 몇 조각 집어먹으면서 새삼스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저녁 여덟 시 이십 분이 되어 겨우 두 아이를 자리에 눕힌다. 작은아이는 눕자마자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도 거의 곯아떨어지려 하는데 쉬 잠들려 하지 않다가, 자장노래를 두 가락 뽑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니 느긋하게 꿈나라로 간다.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천 송산초등학교 어머님



  오늘(2014.10.13.) 아침 열한 시에 ‘순천 송산초등학교 어머님’ 여덟 분이 우리 도서관에 찾아오셨다. 두 시간 남짓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면소재지 밥집으로 옮겨 조금 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송산초등학교’ 이름은 낯설지 않았는데,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학교 발자취’를 따로 찾아보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어머님하고 나눌 이야기만 생각했다. 오늘날 학교는 아이들한테 입시교육만 시키는데, 이런 입시교육에서 어버이 스스로 벗어나서 아이한테 ‘밥·옷·집을 스스로 가꾸거나 짓는 즐거운 삶’을 몸으로 보여주고 알려줄 때에 제대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국말이 걸어온 길’과 엮어서 나누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득 돌아보니 오늘 나눈 이야기는 ‘국립국어원’이나 ‘한글학회’나 ‘우리 말글 모임’에서는 도무지 나누지 못한 이야기였다. 학자나 지식인이나 전문가나 연구자나 운동가는 ‘학교에서 책으로 배운 지식’에 얽매인 탓에 스스로 생각을 열지 못한다. 몇 가지 낱말을 옛책에서 자료를 뒤져 ‘말뿌리(어원)’ 캐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가 늘 쓰는 가장 쉽고 너른 낱말은 어떤 낱말조차 말뿌리를 알지 못한다. ‘하늘’ 말뿌리가 무엇인지, ‘사람’ 말뿌리가 무엇인지, ‘쑥’이나 ‘마늘’ 말뿌리가 무엇인지 알거나 밝힐 수 있는 지식인이나 학자는 아무도 없다.


  송산초등학교 어머님들이 모두 돌아가신 뒤, 문득 떠올라서 송산초등학교라는 곳을 길그림으로 살피고 학교 누리집에도 들어가 본다. 이러면서, 이곳 송산초등학교가 한때 분교로 바뀌었고 전교생이 열한 아이까지 줄었으나, 이제 학생이 백스물로 늘었으며, 분교에서 본교로 다시 바뀐 ‘거의 처음’이라 할 놀라운 곳인 줄 알아낸다. 아니, 우리 집을 고흥으로 옮길 무렵 이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고흥으로 옮길 무렵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이쁜 곳이 가까이 있구나 하고 느낀 그곳 어머님들을 오늘 만난 셈이니, 여러모로 즐거웠고 놀라웠다.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기사 1 http://news.donga.com/3/all/20101028/32173318/1


기사 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494554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10-13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10-13 21: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만화책은
찬찬히 고르거나 살피시기 힘들리라 생각해서
제가 즐겁게 읽은 작품 가운데
`예나 이제나`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는 분이 빚은
단편만화를 골라 보았어요.

이분은 <아기와 나>로 한국에 이름을 알렸고,
요즈음은 <순백의 소리>라는 대단한 작품을 연재한답니다~
 
기차 할머니 저학년 책내음문고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 책내음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9


 

우리 곁 슬기로운 이웃

― 기차 할머니

 파울 마르 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유혜자 옮김

 중앙출판사 펴냄, 2000.3.15.



  파울 마르 님이 글을 쓰고, 프란츠 비트캄프 님이 그림을 넣은 《기차 할머니》(중앙출판사,2000)는 2013년에 새로운 출판사(책내음)를 만나서 다시 나옵니다. 널리 사랑받는 어린이책이니, 이렇게 꾸준히 나올 수 있구나 싶습니다.


  어린이문학 《기차 할머니》는 어린이가 혼자 기차로 나들이를 떠나는 길에 만난 할머니와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쪽 도시에서 저쪽 도시로 기차 나들이를 떠나는 어린이는 ‘젊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가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젊은 사람하고는 함께 앉지 못합니다. 자리가 없네요. 아이가 앉을 만한 빈자리는 할머니 옆입니다.


  아이는 ‘늙은 사람’ 옆에 앉아야 하니, 기차를 타고 여러 시간 달리는 길이 따분하거나 싫으리라 지레 생각합니다.


  아마, 따분하거나 싫을 수 있겠지요.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늙기에 따분할 만할까요? 나이가 젊지만 생각이 굳거나 닫히거나 막힌 사람일 때에 따분하거나 괴롭지 않을까요? 우리가 바라볼 모습이란 ‘나이’라는 숫자가 아닌, 삶을 사랑하거나 가꾸거나 아끼는 ‘숨결’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 “그럼 가까운 곳으로 함께 갔다 와요.” 울리가 조르자, 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아니, 그것도 안 돼!” “그렇지만 난 어디든 가고 싶어요.” “그럼 너 혼자 가렴.” 엄마가 말했어요. “좋아요. 그럼 나 혼자 갈게요.” ..  (14쪽)



  슬기로운 사람은 슬기롭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습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걸으려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알아채거나 느끼지 않으니, 아름다운 길을 걷지 않습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걸으려고 하는 만큼, 사랑과 꿈을 키우고 싶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찾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터라, 사랑도 꿈도 모두 동떨어진 채 살아요.


  다만, 그뿐입니다. 슬기롭다고 해서 훌륭하지 않고, 어리석대서 나쁘지 않습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슬기로울 뿐이기에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꿈으로 나아갑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을 뿐이기에 어리석은 길에서 헤맵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떤 길을 걸으면 즐거울까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길로 접어들 때에 활짝 웃을 만할까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기쁘게 노래하거나 춤을 출 만할까요.



.. “차표를 찾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울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이런저런 경험이 많지. 차표를 잃어버린 적이 나도 백 번은 넘을 거야. 그렇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까 물건을 찾는 방법도 알게 되더구나.” ..  (49쪽)



  어린이책 《기차 할머니》에 나오는 할머니는 차분하면서 따사롭게 아이를 맞이합니다. 차표를 어디엔가 잃은 아이를 찬찬히 달래면서 어디에서 잃었고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하고 함께 생각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차표를 찾도록 도운 다음에는, 아이한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슬기로운 마음을 밝힐까요? 할머니는 어릴 적에 이녁 어머니와 할머니한테서 슬기로운 넋을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와 함께 기차 나들이를 하는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지낼까요? 아이는 이날 처음으로 깨달은 ‘늙은 사람 슬기와 재미와 웃음’을 마음으로 깊이 담으면서 새롭게 눈을 뜨겠지요.


  아이는 언제까지나 아이로 살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아이는 젊은이도 되고 늙은이도 됩니다. 아이는 천천히 깨닫습니다. 무엇을 깨닫느냐 하면, 어린이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모두 똑같이 아름다운 숨결인 사람’인 줄 깨닫습니다.


  오늘날에는 할머니가 얼마나 슬기로울까 궁금합니다. 오늘날 할머니는 한국이건 일본이건 유럽이건 모두 텔레비전에 얽매일 텐데, 텔레비전에 얽매이는 할머니는 얼마나 슬기로울는지 궁금합니다.


  텔레비전에 얽매이는 어린이는 맑은 넋이 못 되기 일쑤입니다. 텔레비전에 얽매이는 젊은이는 푸른 넋이 못 되기 일쑤입니다. 텔레비전에 얽매이는 여느 어른이나 할매나 할배는 어떠할까요? 이들은 슬기로운 넋이 될 수 있을까요?



.. “그래? 그럼, 내가 나이를 제대로 봤구나. 너도 안드레아스처럼 옛날이야기 듣는 것 좋아하니?” 할머니가 물었어요. “어떤 이야기인데요?” 울리가 물었어요. “안드레아스는 내가 어린 시절 살아온 이야기를 해 주면 제일 좋아하지.” … “내가 어렸을 때는 텔레비전이 없었거든. 그래서 심심하니까 형제들끼리 하는 놀이를 많이 했지. 가끔은 다른 사람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쳤고.” ..  (52, 75쪽)



  우리 곁에 슬기로운 이웃이 있습니다. 전화기를 끄고 옆을 둘러보아요. 우리 둘레에 아름다운 이웃이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끄고 둘레를 살펴보아요. 우리 가까이에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습니다. 책을 덮고 두리번두리번 헤아려요.


  할머니도 슬기로운 이웃입니다. 나무 한 그루도 슬기로운 이웃입니다. 풀 한 포기와 새 한 마리와 개구리 한 마리도 모두 슬기로운 이웃입니다. 이 지구별을 이루는 따사로운 이웃은 저마다 슬기로우면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스스로 슬기로운 이웃이 되어 내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따사로운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활짝 웃고 노래해요. 기쁘게 춤추면서 어깨동무를 해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사랑이 태어납니다.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싹이 돋는다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자라는 후박나무 곁에 조그맣게 새싹이 돋는다. 새싹은 다른 가랑잎과 대면 아주 작다. 줄기도 작고 잎도 작다. 그러나 앞으로 한 해가 흐르고 두 해가 흐르며 다섯 해와 열 해가 흐르면, 우람한 나무 곁에서 제법 커다란 나무로 설 수 있겠지.


  나무가 맺은 씨앗은 나무로 자란다. 나무가 씩씩하게 자라면 숲이 우거진다. 숲이 우거지면 푸르면서 싱그럽게 바람이 불고, 이 바람은 우리를 모두 아름답게 살찌운다.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9시 등교’ 책읽기



  요즈음 학교마다 ‘9시 등교’를 하느니 마느니 놓고 말이 떠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일이 없으니 아랑곳할 까닭이 없기는 한데, 참 대수롭지 않은 일로 정부와 교사와 어버이와 아이들 모두 헤매도록 하는 셈이로구나 싶다. 왜냐하면, 학교에는 9시에 가든 10시에 가든 8시에 가든 7시에 가든 아무렇지 않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느냐를 살펴야 한다.


  9시에 맞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고 할 적에, 8시가 아니라서 맞벌이 부부한테 힘들다면? 그러면 회사에서는 맞벌이 부부한테 맞추는 정책을 내놓아야지. 회사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맞벌이 부부를 헤아리는 정책을 나란히 꺼내거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8시가 아닌 9시에 하느니 마느니를 놓고 따질 까닭이 없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 8시보다 9시가 낫다면 이대로 가야 맞다. 왜 그러하겠는가?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면서 삶을 배우는 곳이지, ‘학부모’가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회사를 가기 빠듯하거나 때가 잘 안 맞는다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알맞으면서 회사에 가기에도 좋은 데로 옮겨야겠지. 아니면, 어버이 스스로 회사에 ‘복지 정책’을 따지거나 바라야 한다.


  도시에서는 ‘9시 등교’를 놓고 따지는데, 시골에서는 아무도 이런 시간을 안 따진다. 시골에서는 웬만한 읍내와 면내 중·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있다. 섬이나 두멧자락에서 아침에 맞추어 학교에 올 수 없으니, 아예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나저나, 9시 등교를 하든 8시 등교를 하든, 오늘날 초·중·고등학교 모두 ‘대학바라기 입시지옥’ 얼거리가 그대로라면,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틀은 하나도 안 바뀌는 셈이다. 등교를 따지기 앞서 입시지옥부터 없앨 노릇이다. 입시지옥이 없어지면, 아이들은 새벽 6시에도 신이 나서 혼자서 씩씩하게 학교에 갈 테니까.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