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1. 시골아이 손 잡고 (2014.10.12)



  가볍게 마실을 가는 길에 두 아이가 손을 잡고 달린다. 네 살 동생이 나날이 씩씩하게 크니, 일곱 살 누나는 동생 손을 잡고도 이럭저럭 신나게 달릴 만하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동생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짙어 동생을 이끌려고 손을 잡고 달린다. 두 아이는 저만치 앞서 달린다. 그러다가 다시 뒤돌아서 달린다. 아버지 쪽으로 다가오다가 또 뒤돌아서 저 앞으로 멀리 달린다. 아이들은 오락가락 신나게 달리면서 땀을 흘린다. 찬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거꾸로 보기 놀이 1



  물구나무를 설 수 있기 앞서, 아이들은 누구나 ‘거꾸로 보기 놀이’를 한다. 어른이 되어도 곧잘 ‘거꾸로 보기 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 재미있어서 거꾸로 보면서 논다. 산들보라야, 너는 거꾸로 보니까 무엇을 볼 수 있니?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는 무엇을 볼까



  도서관에 와서 함께 놀던 산들보라가 문득 어딘가를 바라본다. 무엇을 볼까. 무엇이 있을까. 아이 눈에는 어떤 모습이 깃들까. 아이 마음에는 어떤 생각이 자랄까. 내가 이 아이만 한 나이에는 내 어버이한테 내 모습이 어떤 이야기를 낳았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325) 청하다請 1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렴

《서갑숙-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m&b,1999) 278쪽


 도움을 청하렴

→ 도움을 바라렴

→ 도움을 받으렴

→ 도와 달라고 하렴

 …



  외마디 한자말 ‘請하다’는 “남에게 부탁을 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말사전에서 다른 한자말 ‘부탁(付託)’을 찾아보니,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김”을 뜻한다고 나와요. 한국말사전 말풀이대로 하자면, ‘청하다 = 부탁하다’요, ‘부탁하다 = 청하다’인 꼴입니다.


  한국사람은 한자를 쓴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임금과 신하와 지식인 같은 사람은 한자를 썼으나, 이 나라를 이룬 거의 모든 사람은 ‘한자말’ 아닌 ‘한국말’을 썼어요. ‘請’이든 ‘付託’이든 이 나라에 들어오지 않았을 적에 어떤 낱말로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을까 헤아려 봅니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다

→ 동무한테 도움을 바라다

→ 동무한테 도와 달라 하다

 주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다

→ 주인한테 물 한 그릇을 바라다

→ 주인한테 물 한 그릇 달라 하다


  외마디 한자말 ‘請하다’는 “사람을 따로 부르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부르다’라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집에 청해서”가 아닌 “집에 불러서”로 적어야 올발라요. 4337.8.12.나무/4347.10.14.불.ㅎㄲㅅㄱ



청(請)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남에게 부탁을 함

청하다(請-)

 (1)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남에게 부탁하다

   -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다 / 주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다

 (2) 사람을 따로 부르거나 잔치 따위에 초대하다

   - 동네 사람들을 집에 청해서 음식을 대접하셨다

 (3) 잠이 들기를 바라다. 또는 잠이 들도록 노력하다

   - 잠을 청하다 / 낮잠이라도 청하고 있는 모양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395) 청하다請 2 : 잠을 청할 수 없다


하지만 저는 ‘기이욘’ 하는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 쉽사리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구로야나기 데츠코/김경원 옮김-토토의 눈물》(작가정신,2002) 27쪽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 잠잘 수 없었습니다

→ 잘 수 없었습니다

→ 자지 못했습니다

→ 못 잤습니다

 …



  잠을 자기도 하지만 잠이 들기도 합니다. 잠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잠을 ‘청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자는지 돌아봅니다. 자는 모습을 헤아리고, 자는 몸짓을 살펴서, 알맞고 즐겁게 여러모로 우리 모습을 그립니다. 4339.2.1.물/4347.10.1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지만 저는 ‘기이욘’ 하는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해 쉽사리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다듬고, “맴도는 것 같아”는 “맴도는 듯해”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576) 청하다請 3


잠을 청했으나 벌레가 마구 달려들어 견딜 수가 없다

《체 게바라/안중식 옮김-체의 마지막 일기》(지식여행,2005) 50쪽


 잠을 청했으나

→ 잠을 자려고 했으나

→ 자려고 누웠으나

→ 자려고 했으나

 …



  밥은 먹고, 물은 마시고, 옷은 입고, 신발은 신으며, 모자는 쓰고, 힘들어서 쉬고, 연락은 하고, 잠은 잡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들어 이처럼 때와 곳에 맞게 잘 나누어 쓰던 말투가 사라지고, 온갖 외마디 한자말이 춤을 춥니다. 


  그러고 보면, “수면(睡眠)을 취(取)하다”처럼 말하는 분들까지 제법 됩니다. 그러니까 꾸밈없이 쓰던 말이나 누구나 알기 쉽게 쓰던 말인 “잠을 자다”는 하루하루 쓰임새가 줄어드는 노릇입니다.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셔요. 우리는 아이들을 재우려고 눕힙니다. 아이들은 자리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합니다. 꾸밈없이 쉽게 말하고 즐겁게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9.7.10.달/4347.10.14.불.ㅎㄲㅅㄱ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27) 청하다請 4


슬라이드 제작을 위한 자금이라면 나 개인적으로도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었기에, 꽤 알아주는 기록영화 감독인 쓰치모토 노리아키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응노·박인경·도미야마/이원혜 옮김-이응노―서울·파리·도쿄》(삼성미술문화재단,1994) 9쪽


 도움을 청했다

→ 도움을 빌었다

→ 도와 달라고 했다

→ 손을 벌렸다

→ 손을 뻗었다

 …



  보기글에서는 “노리아키 씨가 도와주기를 바랐다”고 쓸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저마다 다를 테니, 어떻게 도움을 바랐는가 적을 수도 있어요. “노리아키 씨한테 여러 차례 편지를 써서 도와 달라고 했다”라든지, “노리아키 씨를 끈질기게 찾아서 고개숙여 도와 달라고 빌었다”라든지 말입니다.


  알맞게 가다듬는 말투와 깨끗하게 추스르는 낱말과 올바로 살피는 말법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말투와 낱말과 말법을 잘 건사하면서 언제나 ‘내 삶을 내 말에 담기’까지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까닭은 내 마음을 말이나 글에 담아 이웃이나 동무하고 즐겁게 생각을 꽃피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잘 헤아려 보셔요. 이웃이나 동무하고 즐겁게 생각을 꽃피우려면 어떤 말이나 글을 써야 할까요? 딱딱하거나 어려운 말을 써야 하지 않겠지요. 차갑거나 메마른 말을 쓸 일이란 없겠지요. 4340.2.19.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슬라이드를 만들 돈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었기에, 꽤 알아주는 기록영화 감독인 쓰치모토 노리아키 씨한테 도와 달라고 했다


“슬라이드 제작(製作)을 위(爲)한 자금(資金)”은 “슬라이드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이나 “슬라이드를 만들 돈”으로 고치면 좋아요. “나 개인적으로도”는 “내가”로 고치면 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3) 청하다請 5


즐거운 일을 떠올리면서 잠을 청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안비루 야스코/송소영 옮김-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예림당,2012) 53쪽


 잠을 청하려고 해도

→ 잠을 부르려고 해도

→ 잠을 자려고 해도

→ 잠이 들려고 해도

→ 자려고 해도

 …



  잠을 자려고 애쓰지만 잠이 안 올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잠아! 나한테 와 다오!” 하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잠이 들고 싶어 눈을 감지만”처럼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89) -의 상태 1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걸렸다. 도로가 나쁘다기보다는 도로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포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이케자와 나쓰키/노재영 옮김-문명의 산책자》(산책자,2009) 227쪽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 길 상태가 좋지 않아

→ 길이 좋지 않아

 …



  놓인 모양이나 형편을 가리켜 한자말 ‘상태’로 적바림하곤 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은 그대로 둘 수 있고, 알맞게 털어낼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면 얼마든지 그대로 두면서 내 말투를 가다듬습니다. 털어낼 때가 한결 낫다고 여긴다면 앞뒤 흐름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손질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다” 같은 말마디는 그대로 둘 수 있는 한편, “몸이 좋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기차가 끊긴 상태여서” 또한 그대로 두거나, “기차가 끊겨서”나 “기차가 끊기고 말아서”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거의 탈진한 상태로”라 한다면 “거의 기운이 빠진 채로”나 “기운이 거의 빠진 채로”로 손질할 수 있어요.


  생각을 조금 더 기울이면 누구나 알뜰살뜰 가다듬을 길을 찾아냅니다. 마음을 하나하나 쏟거나 바치면 언제라도 싱그럽게 다독일 길을 뚫습니다.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니 찾지 못하는 길입니다. 마음을 바치거나 쏟지 않으니 다독이지 못하는 길입니다.


 도로가 나쁘다기보다는 (o)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x)


  이 보기글을 들여다보면, 두 군데에서 “도로의 상태”로 적바림하고, 한 군데에서는 “도로가 나쁘다”로 적바림합니다. 그러니까, 세 군데 모두 “도로가 좋다”나 “도로가 나쁘다”로 적바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마음을 들였다면 “길이 좋다”나 “길이 나쁘다”로 적바림할 수 있었겠지요.


 도로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 길을 손질하려고

→ 길을 판판하게 하려고

→ 길을 다니기 좋도록 하려고

 …


  사람이 다니는 길은 처음에는 다집니다. 다음으로는 닦습니다. 그러고 나서 손질합니다. 다니기 한결 낫도록 판판하게 다스립니다.


  이 흐름을 하나하나 살필 수 있다면, 우리 삶자락을 나타내는 말마디를 한결 알차게 여밀 수 있습니다. 이 고리를 곰곰이 뜯어볼 수 있으면, 우리 삶결을 드러내는 글줄을 더욱 튼튼하게 엮을 수 있습니다. 내 말 한 마디는 내 넋 한 구석입니다. 내 글 한 줄은 내 얼 한 조각입니다. 4343.1.7.나무/4347.10.1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길이 좋지 않아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걸렸다. 길이 나쁘다기보다는 길을 손질하려고 아스팔트를 깔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도로(道路)’는 ‘길’로 다듬고, “개선(改善)하기 위(爲)해”는 “고쳐 놓으려고”나 “손질하려고”로 다듬습니다. “포장(鋪裝) 공사(工事)를 하고 있기”는 “아스팔트를 깔기”나 “시멘트를 깔기”로 손질해 줍니다.



상태(狀態) : 사물ㆍ현상이 놓여 있는 모양이나 형편

   - 건강 상태가 좋다 / 기차가 끊긴 상태여서 / 거의 탈진한 상태로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3) -의 상태 2


그럼 다른 허브들의 상태는 어떨까

《안비루 야스코/송소영 옮김-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예림당,2012) 75쪽


 허브들의 상태는 어떨까

→ 허브들은 어떨까

→ 허브들은 어떻게 있을까

 …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기에 “상태는 어떨까” 하고 묻습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상태는 어떨까”처럼 적으면서 묻기보다는 “어떻게 있을까”처럼 적을 때에 한결 또렷합니다. 꾸밈없이 적으면 되고, 느낌대로 적으면 됩니다. 다른 허브들은 괜찮은지 궁금하다면 “다른 허브들은 괜찮을까”처럼 적으면 돼요. 다른 허브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면 “다른 허브들은 잘 있을까”처럼 적으면 되지요.


  이밖에 “다른 허브들은 잘 자랄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씩씩할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튼튼할까”라든지 “다른 허브들은 안 시들었을까”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4347.10.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