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인형놀이 7 - 동생한테 보여주고 나서



  놀이순이 사름벼리는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가위로 오리는 인형을 바지런히 만든다. 바지런히 만들어서 잘 갖고 놀다가 어디엔가 두고 잃어서 새롭게 꾸준히 만든다. 곧잘 종이인형을 데리고 바깥마실을 다닌다. 자전거에도 태우고 들마실에도 함께한다. 동생한테 종이인형을 보여주면서 “얘 이름은 라나야.” 하고 말하더니, 동생더러 같이 인형 손을 잡고 달리자고 한다. 잘 될까? 동생은 누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인형 손을 잡지만, 어느새 달리기에 더 마음을 쏟으면서 인형 손을 놓고 앞서 달리려 한다. 놀이순이는 동생 뒤를 좇으면서 “같이 가야지!” 하고 부른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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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풍경 - 이희재의 스케치여행
이희재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98



따스한 사람들이 어깨동무

― 낮은 풍경, 이희재의 스케치여행

 이희재 그림·글

 애니북스 펴냄, 2013.7.26.



  우리가 사는 이곳에는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 ‘낮은 삶’이나 ‘높은 삶’도 따로 없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은 높지 않습니다. 의사나 판사 같은 일을 한대서 높지 않습니다. 대학교 졸업장으로 사람이 높아지지 않으며, 외국에서 배웠거나 대학원을 마치기에 사람이 높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거머쥔대서 높지 않으며, 어버이가 부자라서 높지 않습니다. 땅을 많이 거느리는 사람이 높지 않고, 이름을 드날리는 사람이 높지 않습니다.


  사람을 높이로 따지는 사람치고 바보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을 높이뿐 아니라 크기나 부피 따위로 재는 사람치고 어리석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 7월 5일, 낮부터 비가 내리더니 저녁 집회시간이 다가오자 비가 멎었다. 날씨 따라 어둡던 마음도 개운해졌다. 많은 시민이 다시 모였다. 촛불은 밤을 밝혔고 물결처럼 거리로 휘돌며 빗나간 권력에 맞대응했다 ..  (촛불)



  그런데,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은 한 가지 있습니다. 오직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이녁한테 사랑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대목을 살필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사랑스러운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서로 사랑으로 삶을 가꾸는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높거나 낮다고 가를 수 없으나, 따스한가 차가운가를 놓고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돈이나 이름값 따위로 가를 수 없지만, 사랑스러운가 안 사랑스러운가를 살피며 나눌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뜨거운 피가 흐릅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 없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사랑입니다. 그저 아직 사랑에 눈을 뜨지 못했을 뿐입니다. 사랑이 없이 차갑구나 싶은 사람이라면, ‘아직 사랑에 눈뜨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랑을 밟거나 부수려는 사람이라면, ‘아직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 어떤 대상이고 처음 붓을 들면 낯설다. 사물에 익숙해지는 데는 대상이 도구와 교감하고 몸에 들어앉을 수 있는 시간의 뜸을 들여야 한다. 집과 집은 다닥다닥 옆구리를 맞대고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리어카 하나 비켜설 수 없는 조밀한 곳, 집마다 삶의 내력과 세월에 배어 있을 것이다 ..  (중계동 산동네 백사마을을 가다)



  만화를 그리는 이희재 님이 《낮은 풍경, 이희재의 스케치여행》(애니북스,2013)이라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우리가 마주할 풍경 가운데 ‘낮은 풍경’이나 ‘높은 풍경’이란 따로 없으나, 이희재 님은 스스로 ‘낮은 풍경’을 찾아서 그림에 이야기를 담습니다.


  낮은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가 낮은 곳일까요? 도시에 있는 달동네가 낮은 곳일까요? 한국 정부에서 버린 윤이상 같은 사람이 낮은 곳에 있었을까요? 미얀마라는 나라가 낮은 곳에 있을까요?


  이희재 님은 굳이 “낮은 풍경”이라고 책이름을 붙입니다. 아무래도, 이 나라 정부와 사회와 경제와 문화와 예술이 ‘어떤 사람과 마을’을 낮게 깎아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희재 님 스스로 ‘낮은 사람’이 되어 ‘낮은 이웃’을 만나려고 ‘낮은 나들이’를 즐깁니다.





.. 통영의 영산 미륵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둥둥 떠 있는 섬들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윤이상의 눈에 밟히던 고양이다. 윤이상은 이곳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바랐음에도 끝내 조국은 문을 닫아버렸다 ..  (윤이상을 찾아서)



  따스한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합니다. 따스하지 않은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따스한 사람들이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따스하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 잘났기에 굳이 어깨동무를 할 까닭을 못 느낍니다. 따스한 사람들이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어깨동무를 해요. 따스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랑을 모르니 어깨동무라는 낱말조차 모르리라 느낍니다.


  만화를 그리는 이희재 님이 바라보면서 그림으로 담은 ‘낮은 풍경’이란, 바로 따스한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지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낮은 풍경’이란, 바로 따스한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돌보는 모습이지 싶어요.





.. 나는 둑길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도 잊고 장터의 흥정에 홀려 사람들을 그렸다 ..  (황금의 땅 부처의 나라 미얀마)



  낮은 곳에는 입시지옥에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주식투자가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스포츠나 연예인이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법원도 국회의사당도 청와대도 대학교도 없습니다. 아니, 이런 것이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밭이 있고 마을이 있으며 골목이나 고샅이 있습니다. 낮은 곳에는 나무와 풀과 꽃이 함께 자랍니다. 낮은 곳에서는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가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낮은 곳이란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보금자리입니다.


  더 들여다본다면, 낮은 곳에는 돈도 이름도 힘도 없습니다. 낮은 곳에서는 돈도 이름도 힘도 쓸 일이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책도 문화도 예술도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작가도 예술가도 공무원도 교사도 없습니다.


  낮은 곳에는 오직 사랑이 있고, 오로지 꿈이 크며, 그예 삶이 피어납니다. 낮은 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아버지요 어머니입니다. 낮은 곳에서는 서로서로 아재와 아지매입니다. 낮은 곳에서는 다 같이 언니요 동생입니다. 낮은 곳에서는 모두 동무이면서 이웃입니다. 낮은 곳에서는 저마다 다르면서 몽땅 한동아리가 되는 사람입니다.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습니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습니다.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사랑은 너비나 깊이로 따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따스하거나 포근합니다. 사랑은 늘 즐겁거나 아름답습니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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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76] 꽃내음



  어느덧 서른 해 즈음 묵은 만화영화 〈꼬마 자동차 붕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만화영화가 거의 다 일본에서 들어왔기에 어른들이 아주 싫어했는데, 일본에서 빚은 만화영화라고는 하나 붓으로 물빛그림을 그려서 빚은 작품이기에 느낌이나 결이나 무늬가 아주 곱습니다. 노래도 꽤 재미있어요. 그러나 나는 이 만화영화에 흐르는 노래를 아이한테 고스란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꽃향기(-香氣)를 맡으면”은 “꽃내음을 맡으면”으로 고치고, “어렵고 험(險)한 길”은 “어렵고 거친 길”로 고칩니다. 글을 읽고 말을 들을 줄 아는 우리 집 일곱 살 아이는 만화영화에 흐르는 말이 ‘꽃향기’와 ‘험한’인 줄 알지만, 아버지가 고친 말대로 고맙게 노래를 부릅니다. 가만히 보면 그렇거든요. 꽃에서 나는 내음이라 ‘꽃내음’이고, 거친 길이라 ‘거칠다’고 합니다. 만화영화에 한자말로 나왔다고 해서 그대로 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한국말사전에는 한국말 ‘꽃내음·꽃냄새’를 안 싣기까지 해요. 한자말 ‘향기’는 ‘내음·냄새’를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인 줄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잘 생각해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바람내음·풀내음·밥내음·빵내음·물내음·살내음·사랑내음·딸기내음’입니다. 이런 말마디를 ‘향기’로 바꾸지 못하고, ‘풀향기’나 ‘밥향기’ 같은 말을 쓰는 사람도 없습니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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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잠자리 긴옷



  올 2014년 10월 14일 밤부터 아이들을 재울 적에 긴옷을 입히기로 한다. 이제부터 한낮에도 집안이 23∼24도에서 오락가락한다. 밤에도 이 온도가 거의 그대로 간다. 바야흐로 깊은 가을이요, 머잖아 겨울이로구나. 겨울로 접어들면 한두 차례 눈발이 날릴까. 눈발이 날릴 즈음 우리 집 마당 한쪽 동백나무에도 붉은 꽃송이가 환하게 터질까. 해가 뜨면 마당에서는 따스하고, 해가 지면 집에서도 썰렁하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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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비차 사계절 아동문고 18
니콜라이 노소프 지음, 엄순천 옮김 / 사계절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4


 

네가 내 동무 맞니?

― 내 친구 비차

 니콜라이 노소프 글

 엄순천 옮김

 사계절 펴냄, 1993.4.20.



  고흥 시골자락에 조그마한 우리 집을 마련한 지 세 해 만에 뒤꼍 유자나무에서 유자알을 구경합니다. 제법 많이 열렸기에 샛노랗게 익으면 즐겁게 따서 유자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저녁으로 한두 차례씩 뒤꼍에 와서 유자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유자나무 크기로 본다면 지난해와 그러께에도 유자알이 열렸을 텐데 왜 지난 두 해에는 못 보았을까 하고. 설마 지난 두 해에는 우리 집과 맞닿은 다른 이웃이 우리 몰래 유자알을 몽땅 따는 바람에 이 나무에 열매가 안 맺는 줄 여기지 않았을까 하고. 곰곰이 돌아보니, 올봄에 우리 집 뒤꼍 매화나무에 매화알이 아주 많이 맺혀서 이 열매를 노랗게 익은 뒤에 따려고 했는데, 푸르스름한 빛이 빠질 즈음 하루아침에 몽땅 사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일이었어요.


  시골마을에 대문에 자물쇠를 채운다든지, 울타리에 가시넝쿨을 박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 훔쳐 갈 일이 없거니와 훔칠 것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돌울타리는 어른이라면 가볍게 타고 넘을 수 있는 터라, 이웃집에서 ‘푸른 매실’이 아닌 ‘노란 매실’을 얻으려고 그대로 두는 열매를 ‘안 먹으려고 저러는구나’ 하고 함부로 생각하면서 모조리 가져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 내 생각에 아빠는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줄 모른다. 엄마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빠는 절대로 선생님을 하면 안 된다. 처음 30분은 차근차근 설명하다가도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마구 화를 낸다. 그러면 나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면서 바보 멍텅구리처럼 멍하니 앉아만 있게 된다 … 내가 왜 이러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국 나는 의지력이 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의지력은 있으나 약하다 ..  (43, 87쪽)



  낮에 사광이풀과 환삼덩굴 줄기와 돌콩 줄기를 걷어서 유자나무 둘레에 쌓습니다. 뒤꼍에서 다른 집으로 이어지는 자리도 뻥 뚫렸기에, 이곳에도 풀짚을 쌓고 장미나무 줄기를 몇 끊어서 풀짚에 얹습니다. 이쪽은 길도 샛길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쪽으로는 들어오지 말라는 뜻입니다. 뱀이나 개구리나 풀벌레나 새라면 이런 풀짚 울타리야 아랑곳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이 풀짚 울타리를 옆으로 치우거나 밟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렴, 그렇지요.


  예부터 제주섬에서는 나뭇가지를 돌울타리 앞자락에 걸쳐서 걸쇠로 삼았다고 합니다. 걸쇠라기보다 그냥 걸치는 나뭇가지일 뿐인데, 이웃은 이 나뭇가지를 보고는 함부로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요. 나뭇가지 걸친 모습을 보면 ‘집이 빈’ 줄 뻔히 알 수 있겠지요. 집이 빈 줄 뻔히 알면 누구라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요즈음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집이 빈 줄 뻔히 알기에 함부로 안 들어가나요? 집이 빈 줄 알아차리면 무언가 훔치거나 빼앗으려고 몰래 들어가지 않나요?


  도시를 보면 어느 집이든 문을 꽁꽁 걸어 잠급니다. 문을 꽁꽁 걸어 잠가도 도둑은 용케 자물쇠를 따고 들어갑니다. 다시 말하자면, 도둑은 자물쇠가 있든 없든 훔칩니다. 이웃은 자물쇠가 없든 있든 서로 아끼거나 보살핍니다.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일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로 여길까 궁금합니다.



.. “오빠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오빠는 나를 귀찮아 하는데.” “있었으면 좋겠어. 동생이 있으면 장난감도 만들어 주고, 귀여운 동물들도 갖다 주고 하면서 무척 귀여워해 줄 텐데.” … 만일 나라면? 내가 지고 친구가 이긴다면 오히려 기뻐할 거다. 하지만 알릭은 정반대였다. 자기가 이기면 너무 좋아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지면 화가 나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  (57, 95쪽)



  니콜라이 노소프 님이 쓴 《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를 읽습니다. 러시아에서 나온 퍽 오래된 어린이문학입니다. 한국말로 옮긴 지도 제법 되었습니다.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꾸준히 읽히면서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책이름이 말하듯이 “내 동무”를 이야기합니다. 서로 동무라 한다면 어떻게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내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무 사이에 지킬 이야기를 밝히고, 동무 사이에 이룰 수 있는 꿈과 사랑을 알려줍니다.


  어린이문학 《내 친구 비차》에 나오는 아이들은 서로 ‘동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무이면서 동무인 줄 제대로 못 깨닫기도 했기에, 동무가 어려울 적에 제대로 못 돕거나 마음을 못 기울이기도 합니다.



.. 나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돼 있었다. 이렇게 당당한 내 모습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언제나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 보기만 하던 내가 다른 사람한테 수학 문제를 가르쳐 줄 수 있게 되다니 … 엄마를 위해서 공부하는 건 아니야. 엄마도 늘 그렇게 말씀하셔. 하지만 역시 난 엄마를 위해서도 공부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셔. 나는 꼭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 될 거야 ..  (139, 288쪽)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물을 노릇입니다. 내가 네 동무 맞니, 하고. 네가 내 동무 맞니, 하고.


  생각하고 생각할 노릇입니다. 동무 사이라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이웃 사이라면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이웃인가요? 여러 정당은 서로 이웃인가요? 한국사람은 저마다 서로 이웃인가요? 남녘과 북녘은 서로 이웃인가요? 한국과 일본은, 또 한국과 중국은, 또 한국과 미국은, 또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이웃인가요? 지구별에 있는 여러 나라는 서로 이웃인가요?


  사람과 개구리는 이웃인가요? 사람과 나무는 이웃인가요? 사람과 제비는 이웃인가요?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우리가 서로 이웃이 아니라면 어떻게 지내면 될까요? 이웃이 어려울 적에 도와준다면, 이웃이 배고플 적에 밥 한 그릇을 준다면, 우리는 이웃한테 돈을 달라고 바랄 만한지요? 아니면, 이웃이니 즐겁게 도와주었다고 말을 할는지요?



.. “얘들아, 이제 코스차를 어떻게 도와줄 건지 얘기해 보자. 코스차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 그래서 결국 학교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게 된 거야. 우리한테도 책임은 있어. 우리는 코스차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눈곱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필요할 때에 도와주지도 않았으니까.” … 코스차는 아이들에게 아주 엄한 도서부원이었다. 누가 더러운 손으로 책을 빌리러 오면 마구 화를 냈다. “부끄럽지도 않아? 손이 왜 그렇게 더럽니?” “으응, 좀 더럽지? 그런데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라니? 책 빌리러 온 거 아냐?” “맞아.” “그렇게 더러운 손으로 책을 빌려 가려고?” “그러면 안 돼?” “손을 깨끗이 씻고 빌리러 와야지. 그렇게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책이 더러워지잖아!” ..  (231, 277쪽)



  도시사람은 시골사람을 얼마나 이웃이나 동무로 여길까 헤아려 봅니다. 한국전력 공무원과 경찰과 전투경찰은 밀양 할매와 할배를 얼마나 이웃으나 동무로 여길까 생각해 봅니다. 4대강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은 대통령과 공무원과 개발업자는 이 나라 사람들을 얼마나 이웃이나 동무로 여겼는지 곰곰이 짚어 봅니다.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면서 군대를 크게 거느리는 정치권력자는 북녘을 얼마나 이웃이나 동무로 여길까 따져 봅니다.


  이웃끼리는 전쟁무기를 겨누지 않습니다. 이웃한테는 총이나 칼을 겨누지 않습니다. 이웃끼리는 탱크나 미사일을 겨누지 않습니다. 이웃한테는 핵무기를 겨누지 않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어깨동무를 하면서 밥을 함께 먹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입시지옥이나 경쟁이나 상업주의 같은 것을 만들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웁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슬기를 밝혀 즐거운 지구별로 가꿉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이라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짓을 멈추고 모든 나라 모든 마을에서 밥·옷·집을 스스로 일구어 쓰레기 없는 맑고 싱그러운 터전을 짓습니다.


  ‘소비자’나 ‘상품 구매자’나 ‘고객’이나 ‘국민’이 아닌 ‘이웃’이라는 이름이 이 나라에 곱게 드리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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