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66. 2014.10.15. 나물돌이



  뒤꼍 올라가는 길목은 볕이 잘 든다. 봄마다 쑥이 아주 잘 돋는다. 이 둘레에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다른 풀씨도 사뿐사뿐 내려앉는다. 나물돌이가 되어 주는 산들보라하고 가을풀을 뜯는다. 가을볕을 먹고 갓 돋는 풀은 보들보들 싱그러운 내음과 맛을 베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45주년 기념 컬렉션
줄리 앤드류스 (Julie Andrew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노랫소리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1965



  노랫소리가 흐르는 집은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 노랫소리가 끊긴 집은 오직 규율과 질서만 내뱉는 군대 같은 바람이 흐른다. 노랫소리가 감도는 집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노랫소리가 없는 집은 웃사람이 시키는 말을 아랫사람이 곧이곧대로 따르기만 해야 한다.


  노래란 무엇인가. 삶을 밝히는 빛이다. 소리란 무엇인가. 사랑을 들려주는 꿈이다. 노랫소리란 무엇인가.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노래를 부를 수 있기에 활짝 웃는다. 노래를 부르지 않기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노래를 부르기에 부드러우면서 따사로운 넋으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한다. 노래를 안 부르기에 이웃이나 동무는 아무도 없이 그저 짓밟거나 깔아뭉개면서 권력을 떨치려고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학교에 사랑이나 평화나 꿈이 있는가? 그렇다면 학교에 노래가 흐르겠지. 학교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입시지옥으로 갑갑한가? 그렇다면 학교에 노래가 없겠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읊는 상업가요가 아닌, 사람들 가슴속에서 스스로 터져나와서 웃고 울면서 부르는 노래가 이 나라에 어느 만큼 있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도시와 시골 어느 곳에 참다운 노래가 있는지 살필 노릇이다.


  노래하듯이 쓰는 글인가? 노래하면서 읽는 글인가? 노래하듯이 쓰는 책인가? 노래하면서 읽는 책인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없고, 노래를 하기에 사랑이 있다. 노래를 생각하지 않기에 꿈과 이야기가 없을 뿐 아니라, 평화와 평등과 민주도 없다. 노래를 생각할 때에 꿈과 이야기를 빚으며, 평화와 평등과 민주로 나아갈 수 있다. 조그마한 시골마을 아이들한테서 누가 어떻게 노랫소리를 이끌어 냈을까?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아이 103. 모과를 받고 (2014.10.13.)



  아버지가 뒤꼍에 가서 모과를 주우니 두 아이가 졸졸 따라온다. 잘 따라왔어, 너희가 모과를 집으로 나르렴. 굵고 큰 모과알을 작은아이한테 건넨다. 작은아이는 넙죽 받아서 두 손으로 안듯이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6) -의 : 각 마을의 독특한 취향


우리의 책은 각 마을의 독특한 취향을 담아내야 합니다

《비노바 바베/김성오 옮김-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착한책가게,2014) 154쪽


 각 마을의 독특한 취향

→ 마을마다 다른 흐름

→ 마을마다 다른 모습

→ 마을마다 다른 숨결

 …



  이 글월에서는 ‘-마다’를 붙일 자리에 ‘-의’를 붙입니다. ‘-마다’를 붙이지 않고 ‘-의’를 붙이다 보니, ‘各’이라는 한자까지 앞에 끼우고 맙니다. 한자말로 “독특한 취향”을 그대로 쓰고 싶다 하더라도, “마을마다 독특한 취향”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보기글 첫머리에는 “우리의 책”이라 나옵니다. 한국말 ‘우리’ 뒤에는 ‘-의’를 붙이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셔요. ‘내’나 ‘제’ 뒤에 ‘-의’를 붙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의’나 ‘제의’처럼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나 ‘저희’ 뒤에 ‘-의’를 붙이는 일은 겹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347.10.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우리 책은 마을마다 다른 숨결을 담아내야 합니다


“우리의 책”은 “우리 책”이나 “우리가 쓸 책”이나 “우리가 읽을 책”으로 손봅니다. ‘各’은 ‘-마다’로 손질하고, ‘독특(獨特)한’은 ‘다른’이나 ‘남다른’으로 손질하며, ‘취향(趣向)’은 ‘흐름’이나 ‘모습’이나 ‘숨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605) 아래(下) 6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동의 하에 헤어졌다

《고우다 마모라/서현아 옮김-교도관 나오키 4》(학산문화사,2006) 59쪽


 서로의 동의 하에 헤어졌다

→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

→ 서로 헤어지자고 말했다

→ 서로 이야기해서 헤어졌다

→ 헤어지기로 서로 이야기했다

 …



  한자말 ‘동의(同意)’는 “(1) 같은 의미 (2) 의사나 의견을 같이함 (3)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서로 동의해서 헤어졌다”고 한다면, “헤어지기로 서로 뜻을 같이했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헤어지는 사람들은 “우리는 헤어지기로 서로 뜻을 같이했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헤어지자는 뜻을 서로 같이할 적에는 “우리는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처럼 말합니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동의’하거나 ‘같이’하거나 이모저모 따지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 헤어지자고 말했다”처럼 이야기해요. 4339.8.18.쇠/4347.10.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질합니다. ‘헤어지다’라는 말을 쓰니 반갑습니다. 흔히 ‘이별(離別)’이라고 쓰니까요. ‘서로’란 말도 잘 쓰기는 했으나 토씨 ‘-의’를 얄궂게 붙여서 아쉽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47) 아래(下) 7


미국의 중재 아래 진행되던 골란 고원 반환을 둘러싼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상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여행 중 뉴욕에서 들었다

《임지현-이념의 속살》(삼인,2001) 203쪽


 미국의 중재 아래

→ 미국이 중재하며

→ 미국이 이끌면서

→ 미국이 이끌어

 …



  중재를 한다면 ‘중재했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중재 아래’라 할 까닭은 없어요. 그나마 일본 말투처럼 ‘중재 하에’라 쓰지 않았으니 낫다고 여길 분이 있을까 궁금한데, 한자 ‘下’를 한국말 ‘아래’로 풀었어도, 일본 말투를 털지 않는다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글투입니다. 껍데기뿐 아니라 알맹이를 보아야 합니다. 4339.11.21.불/4347.10.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미국이 이끌어 이루어지던, 골란 고원 되찾기를 둘러싼 시리아와 이스라엘 평화 협상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여행길에 뉴욕에서 들었다


‘진행(進行)되던’은 ‘이루어지던’으로 다듬습니다. ‘돌려주다’나 ‘되돌려주다’를 뜻하는 한자말 ‘반환(返還)’을 손질하자면, “골란 고원을 돌려주느냐 마느냐 하던 평화 협상”쯤으로 고쳐써야지 싶습니다. 또는 “골란 고원 되찾기를 둘러싼”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무산(霧散)되었다’는 ‘깨졌다’나 ‘어영부영 끝나다’로 손보고, ‘소식(消息)’은 ‘이야기’로 손보며, ‘여행 중(中)’은 ‘여행을 하다가’나 ‘여행길에’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59) 아래(下) 8


나무들 역시 이처럼 개별화되고 구체화하는 시간과 장소의 영향 아래 있다

《웬델 베리/박경미 옮김-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2006) 70쪽


 시간과 장소의 영향 아래 있다

→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 때와 곳에 따라 달라진다

 …



  “영향 아래 있다”는 “영향을 받는다”로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토씨 ‘-의’까지 붙였네요. 이런 말투는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기관지”라든지 “태풍의 영향권 아래 있는 남부 지방” 같은 데까지 가지를 칩니다. 이 모두 “정부 영향을 받는 기관지”와 “태풍 영향권에 든 남부 지역”으로 고쳐야 알맞아요. 4339.12.15.쇠/4347.10.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무도 이처럼 쪼개지고 나눠지는 때와 곳에 따라 달라진다


‘역시(亦是)’는 ‘-도’나 ‘또한’으로 손봅니다. 그나저나 “개별화(個別化)되고 구체화(具體化)하는”은 무슨 소리일까 알쏭달쏭합니다. ‘개별화’는 한국말사전에조차 안 나오는 낱말이고, ‘구체화’는 “구체적인 것으로 됨”을 뜻한다는데, 이런 말풀이로는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글을 쓰거나 옮길 때에는 글뜻이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아듣도록 써야 올바릅니다. 아무리 좋거나 옳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생각이라 하더라도, 이웃과 동무한테 제대로 밝혀서 들려주지 못한다면 덧없는 말이 되고 말아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