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9 - 마룻바닥에 고양이 손님



  마룻바닥에 소꿉판을 벌인 두 아이가 제법 모양을 잡으면서 논다. 고양이 손님을 불러 한쪽에 앉히고, 인형 손님도 불러 한쪽에 앉힌다. 머릿수대로 찻잔과 앞접시를 골고루 놓는다. 4347.10.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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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0-21 15:20   좋아요 0 | URL
넘 귀여워요

파란놀 2014-10-21 15:29   좋아요 0 | URL
날마다 엄청난 놀이를 보여준답니다~
 
긴 손가락의 자립 신생시선 36
이은주 지음 / 신생(전망)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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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72



시와 컴퓨터

― 긴 손가락의 자립

 이은주 글

 신생 펴냄, 2013.12.20.



  혼자 먹을 밥을 한 그릇 끓일 때하고 곁님과 함께 먹을 밥 두 그릇 끓일 때하고 아이들과 함께 먹을 밥 네 그릇 끓일 때는 얼마나 다른가 하고 헤아립니다. 다를까요? 다르다면 다릅니다. 그렇지만, 같다면 같습니다.


  다르다면, 혼자 먹을 적하고 넷이 먹을 적에는 밥이나 국을 끓이는 부피가 다릅니다. 혼자 먹을 적하고 여럿이 먹을 적에는 밥상에 올리는 접시 갯수와 수저 숫자가 다릅니다. 여럿이 먹기에 한결 넉넉히 찬거리를 마련하고, 여럿이 먹는 만큼 건더기 푸짐하게 넣고 국을 끓이기도 합니다.



.. 흐린 날 / 흐린 우산을 쓰고 / 흐린 케이크 가게를 찾는다 ..  (우울한 케이크 가게)



  가게에서 푸성귀를 사다가 찬거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마당이나 뒤꼍이나 옆밭에서 풀을 뜯어서 찬거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마련하든 모두 내 몸으로 들어와서 즐거운 기운으로 거듭납니다.


  다만, 집에서 뜯는 풀은 풀내음이 한결 짙습니다. 가게에서 사다가 쓰는 푸성귀는 풀내음이 무척 옅습니다. 집에서 뜯는 풀은 아침에 뜯어도 낮이면 시들시들하기에 곧바로 손질해서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합니다. 가게에서 사다가 쓰는 푸성귀는 아침에 손질해 놓아도 저녁까지 시들지 않고, 이튿날에도 마르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게에 놓인 푸성귀는 어느 비닐집에서 가게까지 오는 동안 하루나 이틀은 걸리기 마련이고, 가게에서 더 손질해서 놓기까지 제법 긴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여러 날, 때로는 이레 즈음 시들지 않도록 여러모로 손을 쓰고 품을 들여야 합니다.


  집에서 뜯는 풀은 그때그때 먹으니,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으면서, 그 자리에서 다 안 먹으면 시들고 말아 다시 흙으로 돌려줍니다.



.. 그 깨알만한 알들의 버무림, 내 손을 잡으시던 따뜻한 부고가 섬뜩하다 외할머니는 내 가슴에 그리움의 지문 하나 남기고 떠나신다 ..  (게알)



  이은주 님이 쓴 시집 《긴 손가락의 자립》(신생,2013)을 읽습니다. 긴 손가락은 스스로 선다고 합니다. 긴 손가락은 씩씩하게 제 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섭니다. 우리는 누구나 제 길을 걷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서서 다 함께 어우러집니다. 스스로 제 길을 걷다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곳에서도 서로 만나고, 저곳에서도 어깨동무를 합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저마다 만나고, 함께 어우러집니다. 내 이야기를 네가 듣고, 네 이야기를 내가 듣습니다.



.. 마흔 즈음 혼자가 되고 나니 언제쯤 정말 혼자였던가, 혼미해진다 술 취한 애인이, 사람은 누구나 다 혼자야, 라고 잠꼬대를 한다 더 혼미해진다 따귀를 날리고 싶었지만 참기로 한다 손바닥이 애인의 얼굴에 닿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고 착각할까봐 두려워진다 ..  (마흔 즈음에)



  읍내 가게에 가서 장만한 큰파를 손질합니다. 뿌리 쪽을 조금 크게 자릅니다. 자른 뿌리는 그릇에 담아 물을 살짝 붓습니다. 파뿌리가 하루나 이틀쯤 물을 빨아들이도록 한 뒤 마당 둘레에 옮겨심을 생각입니다. 옮겨심은 파뿌리를 보면 이내 죽는 아이가 있지만, 기운차게 푸른 잎을 쑥쑥 올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기운차게 푸른 잎을 올리는 아이가 있으면 고맙게 푸른 숨결을 얻습니다. 파뿌리 아이들은 잎을 한 번 두 번 내주어도 다시금 쑥쑥 올라옵니다.


  비가 그친 아침에 뒤꼍으로 가서 감을 넉 알 줍습니다. 엊그제 비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갔으니 틀림없이 감이 떨어졌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제 바깥마실을 갔다가 엊저녁에 돌아왔어요. 오늘 아침에 기쁘게 뒤꼍으로 갔지요. 고맙게 넉 알을 주으면서 감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아직 두어 알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까치밥이 될 수 있고, 톡 떨어져 우리 아이들 밥이 될 수 있습니다.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묵직하고 커다란 감알을 일곱 살 네 살 아이들이 한 알씩 날름날름 먹습니다. 곁님도 한 알 먹고 나도 한 알 먹으려 합니다.



.. 남자는 씨를 품고 태어났다 씨는 낡은 어둠을 갉아먹으며 자란다 길을 거부한 뿌리만을 뻗어 얽히고설켜 한 덩어리로 숨쉰다 뿌리가 자랄수록 남자의 옹알이가 부서진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말이 되지 못한 소리의 조각들이 동글어져 봉분이 된다 ..  (붉은 혹―과지모도에게 2)



  오늘날은 컴퓨터로 글을 만지면서 책을 내놓습니다. 오늘날은 시나 소설이나 수필이나 사진 모두 컴퓨터로 만져서 책으로 엮습니다. 오늘날은 그림도 그냥 컴퓨터로 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은 손으로 읽습니다. 전자책을 읽더라도 손으로 움직여서 읽습니다.


  컴퓨터를 만질 적에도 손으로 만집니다. ‘컴퓨터로 만드는 책’이라 하더라도, 알고 보면, 언제나 우리 손으로 만드는 셈입니다.


  컴퓨터도 사람들이 손으로 만들어요. 기계가 만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를 만드는 기계는 사람이 만들지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에는 우리 손길이 깃듭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컴퓨터도, 자판도 모두 손으로 만져서 이루지만, 연필을 손에 쥐어 종이에 찬찬히 적는 시가 된다면, 우리가 손수 씨앗을 흙에 심어서 손으로 거두어들인 뒤 밥을 짓는다면, 전기밥솥에 맡기는 밥이 아니라, 솥이나 냄비에 불을 알맞게 맞추어 스스로 끓이는 밥을 먹는다면, 시도 이야기도 삶도 책도 달라지리라 봅니다.


  책을 읽으려면 컴퓨터를 꺼야 하듯이, 시를 쓰는 사람과 노래를 읽는 사람 모두 컴퓨터를 한쪽에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을 짓는 사람과 사랑을 가꾸는 사람 모두 컴퓨터며 텔레비전이며 신문이며 모두 한쪽에 치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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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58 : ‘학교’에 ‘등교’해서



화실을 나와 오후에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을 마치면, 늦은 밤이 되었다

《이두호-무식하면 용감하다》(행복한만화가게,2006) 42쪽


 학교에 등교해서

→ 학교에 가서



  학교에 가는 일을 가리켜 ‘등교’라는 한자말을 쓰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일을 가리켜 ‘하교’라는 한자말을 쓰기도 하고요.


 등교 시간

→ 학교 갈 때 . 학교 가는 때

 우리 학교는 등교 때마다

→ 우리 학교는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하다”와 같은 말마디는 겹말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학교를 하교하다”라고 안 하지요. “학교에 가다”요 “학교를 마치다”입니다. “학교로 가다”와 “집으로 오다”입니다.


  한자말이라고 해서 쓰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만, 한자말을 너무 좋아하거나 즐겨서 쓰면, 나도 모르게 겹치기가 되는 말을 쓰곤 합니다. 어느새 겹말이 손과 입에 익은 나머지, 옳고 바르게 쓰는 말투하고 멀어지고 맙니다. 4340.5.4.쇠/4347.10.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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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을 나와 낮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마치면, 늦은 밤이 되었다


‘오후(午後)’는 ‘낮’으로 손질합니다.



등교(登校) : 학생이 학교에 감

   - 등교 시간 / 우리 학교는 등교 때마다


..


겹말 손질 349 : 학교 가고 등교하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 버스에서 내리면 / 언제나 같은 직선 도로로 / 등교를 한다. / 등교하는 길에는 / 중간 중간 샛길이 나 있다

《경남여고 아이들-기절했다 깬 것 같다》(나라말,2011) 18쪽


 등교를 한다

→ 학교에 간다

 등교하는 길에는

→ 학교 가는 길에는



  이 글월을 보면 앞쪽에 “학교 갈”이라 적는데, 뒤쪽에 “등교를 한다”와 “등교하는”처럼 적습니다. 왜 앞과 뒤에 다른 말을 적었을까요. 왜 뒤쪽은 앞쪽처럼 “학교 가다”라 적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학교에 가다”와 “집으로 가다”처럼 쓸 테지만, 학교에서는 으레 ‘등교·하교’와 ‘등하교’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어른들이 학교에서 쓰는 한자말에 길듭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처럼 두 가지 말을 뒤죽박죽 섞어서 씁니다. 4347.10.2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 버스에서 내리면 / 언제나 같은 곧은 길로 / 학교를 간다. / 학교 가는 길에는 / 이곳저곳 샛길이 있다


“직선(直線) 도로(道路)로”는 “곧은 길로”로 손봅니다. “중간(中間) 중간(中間)”은 “사이 사이”로 손질해야 할 텐데, 바로 ‘샛길’이 나오니, “이곳저곳”이나 “여기저기”로 손질합니다. “나 있다”는 “있다”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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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8 : 맑고 쾌청



이미 말했듯이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하늘이 너무나 맑고 쾌청해서, 공중을 나는 것은 틀림없이 아주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36쪽


 하늘이 맑고 쾌청해서

→ 하늘이 맑고 밝아서

→ 하늘이 맑고 싱그러워서

→ 하늘이 맑고 좋아서

→ 하늘이 맑고 시원해서

 …



  한자말 ‘쾌청’은 “맑음”을 뜻합니다. 한국말 ‘맑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쾌청하다’가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하늘이 더없이 맑고 맑아서”라든지 “하늘이 그지없이 맑디맑아서”처럼 고쳐쓸 만합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보면, 한쪽에서는 “하늘이 맑고”라 적으면서, 바로 뒤에는 “공중을 나는”이라 적습니다. ‘하늘’과 ‘공중’은 다른 낱말일까요? 새가 하늘을 난다고 할 적에, 곧바로 ‘공중’이라는 한자말을 꼭 넣어야 했을까요?


  앞뒤로 똑같은 낱말을 안 쓰고 싶다면, 이 보기글은 “참말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오늘은 더없이 맑고 싱그러워서, 하늘을 날면”처럼 하나하나 살펴서 가다듬으면 됩니다. 4347.10.2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미 말했듯이 참말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오늘은 더없이 맑고 싱그러워서, 하늘을 날면 틀림없이 아주 즐거우리라


‘정(正)말’은 ‘참말’로 다듬습니다. ‘화창(和暢)하다’는 “온화하고 맑다”를 뜻한다는데, ‘온화(溫和)하다’는 “맑고 따뜻하며 부드럽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화창한 날이었다”는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로 손봅니다. ‘쾌청(快晴)해서’는 ‘맑아서’로 손질해야 하는데, 앞말과 겹치니 ‘밝아서’나 ‘싱그러워서’나 ‘좋아서’로 손질합니다. “공중(空中)을 나는 것은”은 “하늘을 날면”이나 “하늘을 난다면”으로 다듬고,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는 “즐거운 일이 된다”나 “즐거우리라”나 “즐겁겠지”로 다듬습니다. “너무나 맑고”에서 ‘너무나’는 알맞지 않게 넣었습니다. ‘더없이’나 ‘그지없이’로 고쳐씁니다.



쾌청(快晴)하다 : 구름 한 점 없이 상쾌하도록 날씨가 맑다

   - 날씨는 쾌청하고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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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78] 고속도로 쉼터 팥빵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ㅅ쉼터에서 한 차례 멈춥니다.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도 고단하고, 시외버스를 타는 손님도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15분 쉬는 동안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뒷간에 가서 쉬를 눕니다. 아침부터 아직 아무것도 안 먹습니다. 싱싱 달리며 흔들리는 버스에서 속이 쓰릴 듯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고속도로 쉼터에 들른 김에 무엇 하나 재미난 먹을거리 있으면 살까 싶어 둘러보다가 ‘호두과자’를 큰 꾸러미로 장만합니다. 고흥집에 닿아 밥상에 풀어놓으니, 곁님이 먹으면서 “호두과자에 호두가 없어.” 한 마디 합니다. 어라, 그런가, 하고 한 점 집어서 먹으니 참말 팥소만 있고 호두는 작은 알갱이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동글팥빵’이지, 호두과자일 수 없습니다. ‘호두맛 과자’조차 아닙니다. 고속도로 쉼터는 길손만 마주하기에 호두과자 아닌 팥빵을 팔았을까요. 고속도로 쉼터는 우리가 다리쉼을 하면서 느긋하게 들를 즐거운 곳이 되기는 어려울까요. 4347.10.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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