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사계 -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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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65



시골에서 일하고 노는 예쁜 삶

― 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글·사진

 모요사 펴냄, 2014.9.22.



  도시에 사는 이웃이 나더러 묻습니다. 왜 시골에 가서 사느냐고, 도시에 있으면 일거리도 많을 뿐 아니라, 이름을 날릴 자리도 많을 텐데, 하면서.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별을 보고 싶어서요.’


  시골에서 만나는 이웃이 나한테 묻습니다. 왜 시골에 왔느냐고, 다들 도시로 가는 판에 거꾸로 시골에 오는 까닭이 무어냐, 하면서.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 뒤 이야기합니다. ‘맑은 바람을 쐬고 싱그러운 물을 마시고 싶어서요.’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이웃들이 더 묻지 않으나, 나는 굳이 덧붙여서 한 마디를 합니다. ‘시골에서 살면 멧새와 풀벌레와 나무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즐거워서 날마다 웃을 수 있어요.’



..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컸던 것은 만드는 일 자체가 가져다준 기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구든 필요한 물건이든 손수 땀 흘려 만들면서 목수는 만족했다 … 빈집에 들어가 쐐기 모양을 배웠다는 대목에서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시골마을이라면 어디나 외딴 곳의 빈집 한두 채는 있게 마련인데, 그런 곳에 들어가 요행히 부패를 면한 나무 등걸을 주워 오거나 부서진 옛날 살림살이를 쳐다보는 것이 목수의 낙이었다 ..  (28, 34쪽)



  우리 보금자리는 퍽 조그맣습니다. 우리 집은 마을에서 꽤 작습니다. 우리는 아직 땅을 넉넉히 누리지 못합니다. 앞으로 돈을 푼푼이 모아서 집을 손질하고 땅도 장만할 생각입니다.


  요즈음 시골로 삶터를 옮기는 분들은 으레 땅이며 집을 넉넉히 장만하지만, 우리는 집만 가까스로 장만해서 들어왔습니다. 돈이 없이 어떻게 시골로 가서 사느냐 하고 걱정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은데, 돈이 있건 없건 사람들은 스스로 살고 싶은 데에서 살기 마련입니다. 도시에 그대로 눌러앉아서 지내는 사람들이 ‘돈이 있어’서 도시에서 살지 않습니다. 그저 도시에서 살 길을 찾으려고 하니까 도시에서 살 뿐입니다.


  살 길은 어디에서건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맨손과 빈주먹으로도 얼마든지 살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부탄이나 네팔에 가더라도 살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어느 나라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시골에서 안 사는 까닭은, 시골에 살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시골에서 안 살지 않아요. 돈이 있어도 시골에서 안 사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오로지 ‘도시에서 일자리 얻어 돈을 벌어 살림 꾸리는 이야기’에 얽매이고, 대학교는 죄다 도시에 있을 뿐 아니라, 대학 교육도 그저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기’만 보여줍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든 시골에서 나고 자라든,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모든 아이들이 ‘도시바라기’가 되고 맙니다.



.. 재봉틀을 쓰면 바늘담이 탄탄하고 속도가 붙어서 좋고, 손바느질은 바늘땀의 모양이 정감 있고 직접 손을 놀리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만들 수 있는 물건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잖아.” … 우리 딸도 저렇게 자라날까? 쪼개진 나무껍질만 봐도 참나무, 밤나무 구분할 줄 아는 사람 … 바느질의 즐거움은 바늘에서 오는 게 아니라 바늘을 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게 분명했다 ..  (83, 91, 93쪽)



  시골살이는 시골살이입니다. 시골살이는 ‘전원생활’이 아닙니다. 시골살이는 시골살이일 뿐, ‘귀촌’도 ‘귀농’도 아닙니다.


  《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이라는 책을 쓴 김소연 님은 충청남도 서천에서 보금자리를 가꾼다고 합니다. 《수작사계》 끝자락을 보면, 김소연 님이 시골에서 사는 뜻을 “서해 우리의 집.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일구고 싶은 것은 부나 성공 같은 것이 아니다. 고향이다(327쪽).” 하고 밝힙니다.


  옳고 맞는 말씀입니다. 시골에 뿌리를 내리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내 집을 고향으로 삼’습니다. ‘스스로 고향이 되’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사내 쪽 집안이 시골이라서 시골에서 살지 않고, 가시내 쪽 집안이 시골이라서 시골에서 살지 않습니다. 굳이 사내 쪽 집안과 가까운 시골에 살아야 하지 않고, 애써 가시내 쪽 집안과 가까운 시골에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한집을 이루는 한솥밥지기가 즐겁게 살림을 꾸려서 보금자리를 이룰 만한 시골에서 살면 됩니다. 즐겁게 노래하고, 기쁘게 춤추면서, 아름답게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곳이 ‘집’이며 ‘보금자리’이자 ‘고향’입니다.



.. 자그마한 맨발, 동그란 배가 톡 튀어나온 내복 바람.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저없이 토마토 밭으로 향한 아이는 커다란 찰토마토 하나를 뚝 따 쪽쪽 빨고 우적우적 씹는다 … 읍의 살림은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읍은 내가 생각했던 시골과 달랐다. 무엇보다 새소리, 그 소리가 없었다 … 내가 원하는 것은 그냥 쓸 만한 가구가 아니었다. 가슴을 울리는 가구였다 ..  (144, 174, 202쪽)



  우리 집에서 돋는 풀은 바로 나한테 피와 살이 되는 밥입니다. 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는 바로 나한테 숨결과 목숨이 되는 밥입니다.


  예부터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나라가 아기한테 맞추어 나무를 심고 별자리를 살핍니다. 아기는 나무와 함께 자라고, 아기를 낳은 어버이한테 맞추어 심은 나무는 벌써 우람하게 자랐을 테니, 아기는 ‘어머니 나무’나 ‘아버지 나무’를 타고 놀다가, 제법 나이를 먹으면 ‘내 나무’를 어루만지면서 놀아요.


  아이는 자라고 자라 어른이 되는데, 어른이 된 아이는 ‘먼먼 할아버지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짓습니다. ‘삼백 살 먹은 할아버지 나무’나 ‘오백 살 먹은 할머니 나무’가 바로 ‘새롭게 어른이 된 아이’가 베어서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는 나무입니다.


  고향이라는 곳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보금자리라는 데는 바로 이런 데입니다. 내 숨결을 느끼고, 내 어버이 사랑을 헤아리며, 내 삶을 가꿀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집이에요.



.. 아무것도 없는 맹물(감물)만 핥아 먹고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햇빛은 조금씩 더 진한 색으로 천을 물들였다. 가만히 손을 대 보면 햇빛에 구워진 천이 따뜻했다 … 완성된 옷에 목수가 원한 것이 하나 있었다. “잘 보이는 곳에 꽃수를 놔 줘.” … 밭에서 솜이 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자연이라는 사실이 나는 여전히 놀랍다 … 가구는 숲에서 시작되므로 그 안에 반드시 숲의 흔적을 담고 있다 ..  (239, 250, 305, 318쪽)



  《수작사계》를 쓴 김소연 님은 “자급자족의 즐거움”을 조그마한 책에서 네 갈래로 나누어 들려줍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맞추어 누리는 삶을 조곤조곤 보여줍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시골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요. 시골살이는 봄살이 여름살이 가을살이 겨울살이, 이렇게 네 갈래로 나눕니다. 시골사람이라면 봄맞이 여름맞이 가을맞이 겨울맞이, 이렇게 네 철을 듬뿍 누립니다.


  철을 익히고자 시골에서 삽니다. 철이 들면서 시골에서 자랍니다. 철을 알면서 시골사람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먹고 입고 자는 삶을 손으로 스스로 돌봅니다. 먹으면서 사랑하고, 입으면서 꿈꾸며, 집에서 잠이 들면서 즐거운 노래가 흐릅니다. 꿈나라를 누리는 우리 집 둘레에서 봄에도 가을에도 멧새와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바람이 휙 불어 나뭇가지를 흔들면, 나뭇잎이 파르르 떨면서 재미난 노래잔치가 됩니다.


  전기가 있어야 살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되어야 살지 않습니다. 자가용을 몰아야 살지 않습니다. 은행이나 극장이나 학교가 있어야 살지 않아요. 관공서나 쇼핑센터가 있어야 살지 않지요.


  숲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들이 있고 냇물이 흘러야 살 수 있어요. 골짜기가 깊고 앞뒤로 멧자락이 이어져야 삶을 꾸립니다. 냇물은 바다로 닿고, 바다는 드넓게 펼쳐집니다.


  사람들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야 슬기롭습니다. 사람들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며 살림을 스스로 지어서 누려야 슬기롭습니다.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은 호미와 낫을 쓸 뿐, 전쟁무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노래하고 춤추면서 두레와 품앗이를 나누니, 인문책을 안 읽어도 평화와 민주와 자유와 평등을 삶으로 즐깁니다. 진보정치가 있어야 평화나 민주나 자유나 평등이 퍼지지 않아요. 숲을 품고 들을 안으며 멧골과 바다를 어루만질 때에 아름다운 마을이 태어납니다.


  물질문명만 가득하면서 매캐한 도시에 숲이 퍼질 수 있기를 빕니다. 고속도로를 걷어치우고 숲을 되살릴 수 있기를 빕니다. 학교마다 강당이나 체육관은 없애도 되니, 숲을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사당도 법원도 병원도 모두 숲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작사계》에도 나오지만, 아이들은 들과 숲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가장 맛있고 즐거우면서 재미나게 먹습니다. 숲을 먹는 아이들은 숲을 지키면서 숲마음이 되어요.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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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9) -화化 19 : 생활화되다


사실 농농은 정말 절약이 생활화된 겁니다

《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7》(서울문화사,2005) 247쪽


 절약이 생활화된 아이

→ 아껴쓰기가 몸에 밴 아이

→ 아껴쓰며 사는 아이

→ 아껴쓰기가 버릇이 된 아이

→ 늘 아껴쓰는 아이

 …



  어릴 적부터 ‘절약’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헤프게 살아가는 일이란 썩 아름다울 수 없을 터입니다만, 어른들은 언제나 ‘절약(節約)·낭비(浪費)’ 같은 한자말만 들먹였습니다. 서너 살 어린이나 예닐곱 살 어린이한테 이런 한자말은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른들은 이런 한자말을 쓰면서 다시 쉬운 한국말로 풀어서 알려줍니다. “아껴서 쓰고, 헤프게 쓰지 말자” 하고 덧붙입니다.


  어린이도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쉽고 바르게 쓰면 아름답습니다. 한자말을 써야 하느냐 안 써야 하느냐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어떤 말을 쓸 때에 아름답거나 알맞거나 즐거운가를 살피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가 못 알아듣는 말이 있다면 왜 못 알아들을까요? 처음 듣는 말이기 때문에 어려울까요, 한국말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울까요?


 질서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다

→ 질서를 지키며 살고자 애쓰다

→ 질서를 지키려고 힘쓰다

 질서를 생활화하다

→ 늘 질서를 지키며 살다

→ 질서가 몸에 배다

 정직의 생활화가

→ 올바르게 살기가

→ 착하게 살기가

 생활화된 습관

→ 몸에 밴 매무새

→ 몸에 익은 버릇

 자연보호를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 자연을 돌보고 가꾸도록 힘씁시다

→ 숲을 늘 돌봅시다

→ 숲을 늘 가꿉시다


  옳거나 바르게 쓰는 말이 몸에 배도록 애쓸 노릇입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이 손에 익고 눈에도 익도록 힘쓸 노릇입니다. 서로 즐겁게 한국말을 가꾸거나 밝히도록 다 같이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말은 삶에서 우러나올 때에 아름답습니다. 말은 삶에서 자랄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답게 주고받는 말이요, 사랑스레 꿈을 키우면서 사랑스레 가꾸는 말입니다. 기쁘게 몸에 배고, 즐겁게 버릇이 들며, 살갑게 삶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한국말을 슬기롭게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8.12.14.물/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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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농농은 참말 늘 아껴씁니다


‘사실(事實)’은 ‘그러고 보면’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다듬어 줍니다. “생활화된 겁니다”는 “생활화되었습니다”로 손보고, ‘정(正)말’은 ‘참으로’나 ‘참말’로 손봅니다. 더 헤아린다면, “생활화되었습니다”는 “몸에 배었습니다”나 “몸에 익었습니다”로 손볼 만하고, “늘 (무엇)을 합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절약(節約)’은 ‘아끼기’나 ‘아껴쓰기’로 손질합니다.



생활화(生活化) : 생활 습관이 되거나 실생활에 옮겨짐

   - 질서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다 / 정직의 생활화가 우리 반의 급훈이다 /

     생활화된 습관 / 경로사상이 생활화되다 / 질서를 생활화하다 /

     자연보호를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33) -화化 33 : 생활화 2


이러한 철저한 환경교육 덕택에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어릴 적부터 환경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김해창-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이후,2003) 111쪽


 환경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 환경지키기를 늘 실천한다

→ 환경지키기를 몸에 익힌다

→ 환경지키기를 저절로 익힌다

→ 환경지키기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 환경지키기가 몸에 밴다

 …



  보기글에서 말하는 ‘환경실천’이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환경을 실천한다”는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가 하고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딱히 느낌이 잡히지 않습니다. 무슨 뜻으로 말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또렷하게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문화실천’이라 말할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실천’이라 말할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실천’이나 ‘자유실천’이라는 말도 두루뭉술합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는 ‘환경지키기’나 ‘환경돌보기’나 ‘환경가꾸기’쯤으로 고쳐야지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환경을 잘 지키며 산다

 어릴 적부터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며 산다

 어릴 적부터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다

 어릴 적부터 환경사랑이 몸에 밴다


  아름다운 버릇이라면 어릴 적부터 들이도록 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얄궂은 버릇이라면 나이든 뒤에도 얄궂습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숲을 가꾸고 돌본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말과 글을 슬기롭게 가꾸면서 올바로 돌본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얄궂게 쓴 말투는 가만히 살펴서 찬찬히 손질해요. 차분히 들여다보면 됩니다. 알맞게 추스르면 됩니다. 즐겁게 가다듬어서, 곱게 쓰면 돼요. 4339.4.11.불/4341.7.31.나무/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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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빈틈없이 환경을 배우기에 프라이부르크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환경을 잘 지킨다


‘철저(徹底)한’은 ‘빈틈없이’로 다듬습니다. ‘덕택(德澤)’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때문’으로 다듬을 수 있고, 앞말과 이어서 “이처럼 꼼꼼히 환경교육을 받아서”나 “이렇게 빈틈없이 환경을 배우기에”로 다듬어도 됩니다. ‘시민(市民)들’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사람들’로 손볼 만합니다. ‘환경실천(-實踐)’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아무래도 ‘환경지키기’일 테지요. “어린 시절(時節)부터”라 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7) -화化 187 : 생활화 3


최현배 씨가 쓴 《우리 말본》에 보조 동사가 자동사와 어울리는 예로, ‘날씨가 따뜻해서 산의 눈이 녹아진다’, ‘신라가 고려에 망하여졌다’를 들어 놓았으나 너무 치졸해서 도저히 생활화할 수 없다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79쪽


 도저히 생활화할 수 없다

→ 도무지 쓸 수 없다

→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 도무지 쓸 만하지 않다

→ 도무지 맞지 않다

 …



  “삶이 되도록 하다”를 가리키는 ‘生活化’입니다만, 이 말마디는 오롯이 일본 말투입니다. ‘生活化되다’를 ‘生活化하다’로 고치더라도 알맞지 않습니다. ‘生活化’라는 말마디부터 한국말이 아니기 때문에, ‘化되다’를 ‘化하다’로 바꾼들,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말을 서양 말법에 따라 재거나 따질 수 없습니다. 지난날 최현배 님은 한국 말법을 세우려고 무척 애썼습니다. 아주 뜻있으면서 값있는 일입니다. 다만, 한국 말법을 한국말답게 가꾸는 길로 가지 못했어요. 서양사람이 쓰는 말법에 맞추어 한국말을 끼워서 맞추려고 했어요. 이리하여, 이 보기글에서 다루듯이 어설프거나 엉성하거나 엉뚱하다 싶은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얄궂다 싶은 대목을 짚는 말마디도 얄궂습니다. 도무지 맞지 않거나 도무지 쓸 수 없거나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밝혀서 적을 노릇입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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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배 씨가 쓴 《우리 말본》에 도움움직씨가 제움직씨와 어울리는 보기로, ‘날씨가 따뜻해서 산의 눈이 녹아진다’, ‘신라가 고려에 망하여졌다’를 들었으나 너무 어설퍼서 도무지 쓸 수 없다


“보조 동사(補助動詞)가 자동사(自動詞)와”는 “도움움직씨가 제움직씨와”로 손보고, ‘예(例)’는 ‘보기’로 손봅니다. ‘치졸(稚拙)하여’는 ‘어설퍼서’나 ‘엉성해서’로 손질하고, ‘도저(到底)히’는 ‘도무지’나 ‘아무래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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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25) 통하다通 68


아주 먼 옛날, 대륙의 문화는 중국에서 조선 반도를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고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어

《이경자/박숙경 옮김-꽃신》(창비,2004) 67쪽


 조선 반도를 통해

→ 조선 반도를 거쳐

→ 조선 반도를 지나

→ 조선 반도를 흘러

 …



  중국에서 조선을 지나 일본으로 들어갑니다. 어느 곳을 지나서 간다고 하면, ‘지나다’를 넣어도 되고, ‘거치다’를 넣어도 됩니다. 문화는 흐릅니다. 문화는 어디에서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간다고 할 수 있으나, 냇물처럼 고이 흐르듯이 “중국에서 조선 반도를 흘러 일본에 흘러들었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4347.10.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주 먼 옛날, 대륙 문화는 중국에서 조선 반도를 거쳐 일본에 들어왔다고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어


“대륙의 문화”는 “대륙 문화”로 손질하고, “일본에 전(傳)해졌다고”는 “일본에 들어왔다고”나 “일본에 퍼졌다고”나 “일본에 흘러들었다고”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4) 통하다通 69


의미가 서로 통하는 ‘창(窓)’과 ‘구(口)’가 겹쳐서 구상명사와 추상명사의 뜻을 함께 지닌 창구는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25쪽


 의미가 서로 통하는

→ 뜻이 서로 닿는

→ 뜻이 서로 이어지는

→ 뜻이 서로 닮은

→ 뜻이 서로 만나는

 …



  보기글을 보니, 앞쪽에서는 “의미가 서로 통하는”이라 적고, 뒤쪽에서는 “뜻을 함께 지닌”이라 적습니다. 앞쪽에서는 ‘通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적으면서 얄궂고, 뒤쪽에서는 “뜻을 지닌”처럼 번역 말투로 적으면서 얄궂습니다.


  한국말은 ‘뜻’이고 한자말은 ‘의미’입니다. 영어는 ‘meaning’입니다. 나라마다 다 다르게 말을 씁니다.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 산다면 한국말을 쓸 노릇입니다. 한국사람이라면, 굳이 ‘意味’나 ‘meaning’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지다’를 잘못 씁니다. “뜻이다”나 “뜻하다”나 “뜻으로 쓰다”로 적어야 할 자리에 “뜻을 가지다”처럼 잘못 쓰는 이들이 자꾸 늘어납니다. 이 보기글을 쓰신 분은 ‘가지다’를 잘못 넣지 않으려는 뜻으로 “뜻을 지니다” 꼴로 글을 쓰는데, ‘가지다’가 아닌 ‘지니다’를 넣는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습니다. 둘 모두 잘못된 말투입니다. 4346.10.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뜻이 서로 이어지는 ‘창(窓)’과 ‘구(口)’가 겹쳐서 꼴있는이름씨와 꼴없는이름씨로 함께 쓰는 창구는


‘의미(意味)’는 ‘뜻’으로 다듬습니다. ‘구상명사(具象名辭)’는 ‘꼴있는이름씨’로 손보고, ‘추상명사(抽象名詞)’는 ‘꼴없는이름씨’로 손봅니다. “-의 뜻을 함께 지닌”은 “-로 함께 쓰는”으로 손질합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는 한자말 ‘의미’를 쓰다가 뒤에서는 한국말 ‘뜻’을 쓰는데, 앞뒤 모두 한국말 ‘뜻’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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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6) 시작 55


하지만 바주빌 마을 여자들이 모두 일본식 정원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었던 거야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55쪽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야

→ 모자를 쓰고 다니고 나서야



  ‘시작’이라고 하는 한자말은 ‘처음’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 씁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바주빌이라는 마을에 있는 여자들이 ‘모두’ 어떤 모자를 쓴 뒤, 누군가가 어떤 모자를 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이 보기글에서는 ‘처음’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을 수 없습니다.


  넣을 수 없는 자리에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은 까닭이라면, 이 한자말을 워낙 입과 손에 붙인 탓일 테지요. 4347.10.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지만 바주빌 마을 여자들이 모두 일본 꽃밭 모자를 쓰고 다니고 나서야 그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었어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봅니다. “일본식(-式) 정원(庭園 모자”는 “일본 앞뜰 모자”나 “일본 꽃밭 모자”로 손질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거야”는 “다닐 수 있었어”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8) 시작 56


모두 오토바이로 달려와 밀기 시작했단다. 난 안장에 그대로 앉아 있었지 …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단다 …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요.” … “너부터 시작해 보렴.”

《파울마르/프란츠 비트캄프/유혜자 옮김-기차 할머니》(중앙출판사,2000) 65, 71, 72쪽


 모두 달려와 밀기 시작했단다

→ 모두 달려와 밀었단다

→ 모두 달려와 밀어 보았단다

 달리기 시작했단다

→ 달렸단다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 어떤 글자로 여는

→ 어떤 글자로 하는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

→ ㄱ으로 여는 낱말

→ ㄱ으로 하는 낱말

 너부터 시작해 보렴

→ 너부터 해 보렴

→ 너부터 말해 보렴



  입버릇이나 글버릇으로 굳으면 자주 씁니다. 맞는 말투이든 틀린 말투이든 사람들은 버릇처럼 어떤 말투를 쓰기 마련입니다. 제자리에 멈춘 오토바이를 굴리려고 밀고, 오토바이가 부릉부릉 달립니다. 말짓기놀이를 합니다. 한 사람이 먼저 말머리를 엽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처럼 적습니다. 이 글월에는 “시작해 볼까”처럼 적지 않아요.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말짓기놀이를 시작해 볼까”처럼 적으면 아주 얄궂을 테니까요.


  말짓기놀이를 할 적에는 어떤 글자를 먼저 밝힙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고 싶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때에는 ‘열다’라는 낱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첫머리를 열기에 ‘열다’를 넣습니다.


  보기글에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처럼 적듯이, “너부터 시작해 보렴”이 아닌 “너부터 해 보렴”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놀이를 합”니다. 놀이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일을 하”며 “꿈을 꿉”니다. 밥을 먹기 ‘시작’하지 않고, 일을 하기 ‘시작’하지 않으며, 꿈을 꾸기 ‘시작’하지 않습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모두 오토바이로 달려와 밀었단다. 난 안장에 그대로 앉았지 … 소리를 내며 달렸단다 … “어떤 글자로 여는 말짓기놀이를 해 볼까?” “ㄱ으로 여는 낱말이요.” … “너부터 해 보렴.”


“앉아 있었지”는 “앉았지”로 다듬고, ‘단어(單語)’는 ‘낱말’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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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0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국화 책읽기



  작은국화가 시골마을 빈집 돌울타리 앞에 무리지어 핀다. 이 아이들이 국화였구나. 조그마한 국화였구나. 누가 심었을까. 언제 심었을까. 또는 언제 씨가 날려 이곳에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피어날까.


  먼저 벌어진 꽃송이가 맑다. 곧 터질 꽃송이가 곱다. 아직 여물지 않은 꽃송이가 앙증맞다. 이 아이들은 언제부터 빈집 돌울타리 앞에 피었을까. 이 아이들이 피어나는 곳은 빈집 돌울타리 앞이지만, 이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조그마한 꽃무리를 바라보면서 살며시 웃음을 지을 수 있겠지.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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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0-23 00:15   좋아요 0 | URL
저 빈집 돌울타리도 이곳에서 사셨던 분들이 차곡차곡 쌓으셨겠지요~?^^
그리고 그 앞에서 맑고 곱고 앙증맞게 피어나, 지나가는 사람들께 절로 피어나오는
웃음을 선물하는 어여쁘디 어여쁜 작은국화들은...또 마음으로 함께살기님의 고운 눈길을
즐겁게 선물받아 더욱 향기로울 듯 합니다~
이 밤, 고맙습니다~*^^*

파란놀 2014-10-23 02:45   좋아요 0 | URL
깨어난 꽃보다
앞으로 깨어날 꽃이 훨씬 많더라구요.
그러니, 앞으로 다른 꽃이 방긋방긋 깨어나면
이 빈집은 훨씬 고운 모습으로 바뀌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