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앞둔 움직임 (사진책도서관 2014.10.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천천히 늦가을로 접어든다. 늦가을로 접어들면 하늘에 해가 안 걸릴 적에는 퍽 쌀쌀하고 어둡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만큼, 한낮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야 비로소 도서관에 깃들 만하다.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은 긴긴 겨울에도 두껍게 옷을 껴입고 도서관에 놀러다녔다. 겨울이니 겨울맞이 차림새로 겨울놀이를 한다.


  우리 도서관이 고흥에 처음 들어선 2011년 가을부터 2014년 올해 가을까지 아무 움직임도 없던 사람들이 나타난다. 우리는 도서관으로 삼은 흥양초등학교 폐교 건물 가운데 넉 칸만 빌려서 쓰는데, 이 학교 건물과 터를 먼저 빌린 이들은 지난 세 해 동안 참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고 고개를 내민 적도 없다. 2015년에 이들이 이곳을 빌려서 쓰는 계약기간이 끝난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을 앞두고 뭔가 일을 벌이려는 셈일까.


  씩씩하게 풀밭을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앞장서서 달리기를 좋아하니, 나는 으레 뒤에서 따라간다. 시골순이와 시골순이가 달린다. 그러면 나는 이 아이들 뒤에서 시골아재가 되면 되는구나.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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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 쓰는가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부터 어른이 함께 읽는 문학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일 텐데,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대목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어른도 함께 읽는 글이지만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하는 줄 살피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린이문학은 거의 모두 어른이 쓰는 글이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문학을 쓰려는 어른은 ‘어른으로서 아는 말’로 글을 써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 눈높이로 글을 써야 합니다.


  어린이문학을 쓸 적에는 ‘낱말 숫자를 500에 맞추’거나 ‘낱말 숫자를 2000에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낱말 숫자를 100에 맞추’어서 쓰기도 해야 합니다. 두어 살 아이가 읽을 그림책이라면 낱말 숫자를 100에 맞춥니다. 서너 살 아이가 읽을 그림책이라면 낱말 숫자를 200∼300에 맞춥니다. 너덧 살 아이가 읽을 그림책이라면 낱말 숫자를 500에 맞춥니다. 여덟 살 아이가 읽을 그림책이라면 낱말 숫자를 800∼1000에 맞추고, 열 살 아이가 읽을 동시집이나 동화책이라면 낱말 숫자를 1500∼2000에 맞춥니다.


  ‘낱말 숫자’란 무엇인가 하면, 이 낱말 테두리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틀입니다. 아이한테 ‘새로운 말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아무 낱말이나 어린이문학에 써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받아들이거나 알아듣기 어려운 낱말을 넣어서 쓰는 글은 ‘배울 만한 글’이 되지 않습니다. 두 살 아이한테 부엌칼을 건네어 도마질을 시키는 꼴입니다. 네 살 아이도 낫질을 할 수 있지만, 아직 이릅니다. 낫질은 여덟아홉 살 즈음에 시켜도 됩니다.


  슬기롭게 글을 쓸 수 있다면, 낱말 숫자 500으로도 열여섯 살 푸름이가 읽을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낱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을 쓰는 어른이라면, ‘더 많은 낱말’이 아닌 ‘삶을 밝히는 바탕이 되는 낱말’을 제대로 살펴서 써야 합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말을 더 많이 더 빨리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낱말 하나마다 깊고 너른 사랑과 꿈을 헤아리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는 나이와 머리와 넋에 맞추어 ‘낱말 숫자’를 천천히 늘립니다. 여덟 살을 지나 열 살 언저리부터 ‘낱말 숫자’를 제법 크게 늘릴 수 있고, 아이가 열두 살에 이르러 열세 살로 넘어갈 무렵에는 2500∼5000 낱말까지 쓸 수 있기도 합니다.


  너덧 살 아이가 읽을 그림책에 낱말 숫자를 500으로 맞춘다면, 이 낱말틀에 어떤 낱말이 들어갈까요? 슬기롭게 살피고 아름답게 돌아보며 사랑스레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낱말틀 500에는 ‘필요·시작·통하다·감사·행복·미소·바이바이·상상’ 같은 낱말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낱말은 왜 못 들어갈까요? 이런 낱말이 못 들어간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떤 낱말로 이야기를 풀고 실마리를 엮어야 할까요?


  어떤 낱말을 추슬러서 어린이문학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나눌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야기가 달라지는 결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삶이 달라지는 흐름에 따라 꿈과 사랑이 달라집니다. 4347.10.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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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3. 2014.10.22. 구워서 한 상



  천천히 구워서 한 접시를 올린다. 드디어 구이가 끝났구나 하고 숨을 돌리면서, 국을 뜨고 밥을 푼다. 국냄비에 넣어 따끈하게 덥힌 두부를 접시로 옮겨서 썬다. 우리 예쁜 아이들아 밥 먹자. 어머니도 부르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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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젓가락순이



  동생이 옆에서 손을 써서 낼름 집어먹어도 사름벼리는 꿋꿋하게 젓가락을 쓴다. 사름벼리는 돌쟁이 즈음에도 스스로 젓가락을 손에 쥐고 용을 쓰던 아이라, 젓가락질을 몹시 잘 한다. 씩씩한 젓가락순이는 젓가락으로 척척 집는다. 동생은 누나가 젓가락순이답게 의젓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지만, 야무진 사름벼리는 동생한테 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4347.10.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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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손으로 집어서 먹겠어



  고구마와 감자와 호박과 버섯을 굽는다. 구이를 한 접시 내자면 한참 구워야 한다. 센불에 기름을 둘러 지지지 않고, 여린 불에 찬찬히 굽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굽는 냄새를 한참 맡는다. 굽는 냄새를 맡다가 부엌으로 와서 “아직 안 되었어요?” 하고 묻는다. 다 굽고 드디어 접시에 얹으면 두 아이는 밥상에서 안 떨어진다. 낼름낼름 집어먹는다. 산들보라는 아직 젓가락질이 서툴어, 젓가락으로 먹다가 젓가락은 내려놓고 손으로 낼름 집어서 간장을 콕콕 찍은 뒤 입에 아구 넣는다. 4347.10.2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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