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63. 마을고양이 사는 집 (2014.10.24.)



  우리 집에서 깨어난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산다. 이 아이들은 여러 곳에서 밤잠을 이룬다. 자전거가 볕에 바라지 않도록 씌운 천막천 밑에서 웅크리며 자기도 하고, 큰아이 자전거 앞바퀴에 볕이 닿지 않도록 놓은 종이상자로 파고들어 어린 고양이 세 마리가 서로 몸을 부비며 자기도 한다. 아직 어린 고양이는 일곱 시를 지나 여덟 시 즈음 되면 종이상자에서 슬슬 나온다. 아침에 마당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이웃걷기를 하면, 종이상자에서 나오는 고양이를 만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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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의 계단 1
무츠 도시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05



내 마음도 네 마음도 하늘

― 천국으로의 계단 1

 무츠 토시유키 글·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2003.7.25.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로 마실을 나옵니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면소재지 초등학교로 돌려서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두 아이는 아주 좋아합니다. 놀이터에 가는구나, 하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닿은 두 아이는 맨발이 됩니다. 이 가을에 맨발로 운동장을 휘젓습니다. 이 놀이기구를 타고, 저 놀이기구에 매달립니다. 누나가 앞장서서 달리며 동생을 이끌고, 동생은 누나와 함께 이 놀이를 하다가 저 놀이를 합니다.


  포근하게 햇볕이 내리쬡니다. 바람이 싱그럽게 붑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은 살랑살랑 흔들리고, 풀내음과 꽃내음이 상큼하게 퍼집니다.



- ‘이, 이건 말도 안 돼! 느닷없이 이런 일이 어딨어? 내 인생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잖아. 앞으로도 더욱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는데! 죽기 싫어. 장난하지 말란 말야!’ (10쪽)

- “너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자신이란? 타인이란? 인간이란? 삶이란? 죽음이란?” (17쪽)

- “너 자신을 믿어 봐.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거야. 너, 너는 그렇게 나쁜 인간이 아니야.” (29쪽)





  일곱 살 큰아이가 문득 작은 꽃송이를 알아봅니다. 조그마한 꽃이 노랗게 폈다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래서 아이한테 이 꽃한테는 괭이밥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이는 아버지한테서 들꽃 이름 한 가지를 듣습니다. 다만, 이 들꽃 이름을 이제까지 꽤 자주 들려주었지 싶어요. 아이는 꽃이름을 머릿속에 잘 담아 노래하듯이 읊을 때가 있지만, 그만 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집 둘레에서 뜯어서 먹는 풀을 놓고도, 이름을 잘 떠올리는 날이 있지만 이름을 영 모르는 날이 있어요. 한두 번, 또는 열 번이나 스무 번, 또는 백 번이나 이백 번 듣는다고 해서 잘 알 수 있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까닭이라면, 이 똑같은 일이 재미있거나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면서, 이 똑같은 일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마음으로 삭히지 못할 적에는 알지 못합니다. 아는 듯할 적에는 알지 못합니다. 알 때에 압니다.


  맨발로 노는 즐거움을 아니 맨발로 놉니다. 작은 풀꽃이 곱다고 느끼니 어느 곳에 가든 작은 풀꽃을 알아차립니다.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새 몸에 배거나 익었기 때문에 달갑잖은 몸짓이 톡 튀어나옵니다. 밤하늘 별을 올려다보지만 별빛이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지 않으니 별숨을 마시지 못합니다.



- ‘이 재수없는 아저씨가 그 코이치 씨란 말이지. 내 아름다운 추억의 만화를 만들어 준 에니메이터였을 줄이야.’ (47쪽)

- “지로가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이렇게 손가락을 치켜들고 딱 소리를 내면!” (59쪽)





  무츠 토시유키 님이 빚은 만화책 《천국으로의 계단》(학산문화사,2003)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는 아직 스물이 안 됩니다. 따로 학교를 다니지 않으며, 아버지한테서 절집을 물려받아 스님 노릇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절집 일에는 마음을 안 쏟습니다. 바깥에서 노닥거리는 데에 온마음을 쏟습니다. 이러던 어느 날 그만 저도 모르게 목숨을 잃고 하늘나라에 갑니다.


  하늘나라에 간 주인공 아이는 어리둥절합니다.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처음 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한 적 없고, 죽은 뒤 어찌 되는가를 헤아린 적 없습니다. 막상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니 비로소 두려움과 무서움이 겹칩니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줄 알아차립니다.



- “뭐가, 뭐가 운명이야! 그런 게 운명이라면, 여기서 내려다보는 당신들 눈엔 우리가 얼마나 하찮게 보이겠어! 인간을 만들어 놓구선! 책임도 안 지고!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쓰레기야! 사람 마음의 아픔도 모르는 인정머리 없는 쓰레기들이라고! 수명이라면 얼마든지 내 수명을 줄 수 있어!” (84쪽)

- “인간의 눈물에는, 그것 말고도 ‘무언가’가 더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소.“ (91쪽)





  죽고 나서야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 넋은 어떻게 될까요. 죽지 않고 아직 씩씩하게 살 적에 삶을 생각할 수 있으면 우리 넋은 어떻게 흐를까요.


  사는 동안 삶을 즐겁게 돌아보면서 아름답게 가꾸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삶을 아끼고 돌보면서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림을 보듬는 길은 누가 찾을 수 있을까요.


  하루가 흘러 밤이 되다가는 다시 아침이 됩니다. 아침에 동이 튼 뒤 밝고 따스한 낮이 됩니다. 차츰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되고 별이 돋는 밤이 됩니다. 하루는 언제나 흐릅니다. 삶은 언제나 흐릅니다. 내 삶은 한 자리에 고이지 않습니다. 늘 흐르면서 달라지고, 언제나 흐르면서 새 모습이 됩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은 바로 나요, 즐거움을 모르는 채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기쁘게 웃는 사람은 바로 나요, 기쁨을 모르는 채 눈물조차 없이 메마른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 “회사는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어! 하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아! 아버지도, 아마 그걸 바라고 계실 거야!” (157쪽)

- “저런 악마는 아니지만, 나도 가끔 인간이란 참 바보 같단 생각을 하곤 해. 하찮은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고, 돈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어.” (191쪽)





  내 마음이 하늘인 줄 안다면, 네 마음이 하늘인 줄 압니다. 내 마음이 사랑인 줄 안다면, 네 마음이 사랑인 줄 압니다. 내 마음이 하늘인 줄 모르기에, 네 마음이 하늘인 줄 모릅니다. 내 마음이 사랑인 줄 모르니, 네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 “초능력 따위 빌리지 않겠어! 엄마는, 내가 내 힘으로 구할 거야!” (200쪽)

- ‘마음속까지 벚꽃이 피었다.’ (109쪽)



  만화책 《천국으로의 계단》은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아름답게 삶을 가꾸는 길은 바로 이곳에 늘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나 스스로 찾는 삶이 나 스스로 가꾸는 삶입니다. 나 스스로 사랑할 하루가 나 스스로 누리는 하루입니다.


  새벽에 큰아이가 잠에서 깹니다. 쉬가 마렵답니다. 쉬를 누이고 들어가는 길에 미역을 끊어서 불립니다. 동이 트고 멧새가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와 노래를 부르면, 천천히 일어나 새롭게 미역국을 끓여야지요.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끓이는 미역국은 우리 집 네 사람이 모두 맛나게 먹으면서 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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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놀이 8 - 그리고 오려서



  빛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가위를 집어 빛종이를 오린다. 한참 종이인형으로 놀다가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놀이를 한다. 빙긋빙긋 웃는 종이인형이 마룻바닥에서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종이인형을 가만히 바라본다. 4347.10.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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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참깨꽃



  마을 어귀 빨래터 옆에 참깨꽃이 핀다. 이곳은 마을 할매와 할배가 자주 오가는 자리인데, 참깨풀이 용케 꽃까지 피운다. 모른 척하셨을까, 아니면 알 면서 꽃까지 보려고 그대로 두셨을까. 늦가을에도 시멘트 쪼개진 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줄기와 잎까지 퍼뜨린 뒤 꽃을 활짝 피운 참깨풀이 대단하다. 기운도 좋고, 냄새도 좋으며, 꽃송이 빛깔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늦가을꽃을 가만히 바라본다. 우리 마을 어귀 늦가을 참깨꽃은 나중에 씨앗까지 맺을 수 있을까? 부디 씨앗까지 맺기를 빈다. 4347.10.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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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2] 숨결



  손길이 닿는 곳에서

  싹이 트고 뿌리가 내려

  푸른 숨결 흐른다.



  내 목숨이 되는 숨결입니다. 내 목숨을 살리는 숨결입니다. 내 목숨을 밝히는 숨결이면서, 내 목숨을 가꾸는 숨결입니다. 내 손길이 닿으면서 새롭게 자랍니다. 네 손길이 닿으면서 기쁘게 큽니다. 우리 손길이 닿으면서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무엇이든 자라게 합니다. 언제나 무럭무럭 키웁니다. 그러니,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바로 이곳에서 푸른 숨결이 흐르도록 온힘을 쏟습니다. 4347.10.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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