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요츠바랑!》이 자꾸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느껴 10권까지만 보고, 뒤는 더 보지 않았다. 11권을 건너뛰고 12권을 장만해서 본다. 그리 궁금하지 않으나, 우리 집 큰아이가 일곱 살이 무르익고 여덟 살을 앞두다 보니, 문득 새삼스레 마음이 끌린다. 만화책 《요츠바랑!》에 나오는 요츠바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은 나이를 거의 안 먹는다. 그도 그럴 까닭이, 낱권책 한 권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대여섯 꼭지인데, 한 꼭지는 으레 한나절 이야기이다. 열두 권이 나온 이제까지 여든두 꼭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직 ‘한 해치’ 이야기조차 안 된다고 할 만하다. 첫 권이 나오도 열둘째 권이 나오기까지 여러 해가 흘렀으나,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고 할 만하다. 오늘은 우리 집 일곱 살 아이도 이 만화책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아버지보다 훨씬 빨리 한 권을 후딱 읽어치운다. 만화책에 나오는 요츠바가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 집 큰아이보다 살짝 어리구나 싶다. 다시금 만화책과 우리 집 아이를 헤아린다. 아이와 누리는 하루는 길면서 짧고, 짧으면서 길다. 아이와 누리는 하루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린다면, 딱 하루치 이야기로도 책 한 권이 나올 만하다. 사진을 찍어도 이렇다. 앞으로 《요츠바랑!》이 몇 권까지 나올는지 모르지만, 백 권째까지 그리더라도 요츠바는 언제나처럼 이 자리에 그대로 있으리라 본다. 그렇겠지. 4347.10.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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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2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5,200원 → 4,680원(10%할인) / 마일리지 26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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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65. 그림자 길어지는 마당 (2014.10.28.)



  그림자가 길다. 그래, 겨울이 곧 다가오는구나. 마당에서 노는 자전거돌이 그림자가 몹시 길다. 낮 세 시에 생기는 그림자가 이토록 길다니. 가을 그림자는 길게 누우면서 섬돌까지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마을고양이 다섯 마리는 바깥벽에 기댄 자전거를 덮은 천막천 밑으로 파고들어 낮잠도 자고 밤잠도 잔다. 그림자가 길게 누울 만큼 해도 길게 누우니, 헛간도 그림자를 길게 만든다. 나무도 빨래도 대문도 모두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자전거돌이가 세발자전거 굴리는 소리를 고즈넉하게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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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0.9.

 : 들바람 천천히 마시며



- 들바람 마시는 자전거마실을 나온다. 들바람을 마시는 마실이니 천천히 달린다. 천천히 달리다가 한동안 들 한복판에 멈추어 들내음을 맡는다. 바람이 불 적마다 샛노란 물결이 일어난다. 한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빛물결이요 소리물결이다. 쏴아쏴아 흐르는 나락물결은 구수한 냄새와 함께 멋들어진 노랫소리인데, 샛노란 빛까지 어우러진다. 그리 넓지 않은 고흥 도화면 신호리 들녘이 이만 하다면, 훨씬 넓은 다른 고장 가을들에서는 얼마나 깊은 냄새와 소리와 빛이 어우러질까.


- 시골에는 높은 건물이 없다. 시골에 높은 건물을 짓는 사람은 없다. 멧자락이 우뚝 서지 않는다면, 시골에서는 어디에서나 확 트인 하늘을 만난다. 하늘이 더 높다고 하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시골 들에 서야 한다. 파랗게 부서지는 하늘빛을 받는 들판에 서면서 비로소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뛰는 소리를 듣는다.


- 억새밭을 지나면서 꽃순이는 억새를 한 포기 끊으려 하는데 쉽지 않다. 네가 용을 써야 끊겠지. 산들보라는 수레에서 잠든다. 면소재지에 닿아 초등학교 놀이터에 간다. 올해부터 한글날은 쉬는날이니까, 초등학교도 쉴 테고, 우리 아이들이 낮에 놀이터에 가도 되겠지.


- 사름벼리는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내면서 달린다. 폭 잠든 산들보라가 내처 잘 듯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든다. 놀이터까지 마실을 하는 줄 아는 산들보라는, 오늘도 또 수레에서 잠들며 놀이터에서 못 놀까 봐 걱정을 했구나 싶다. 졸음을 잔뜩 머금은 몸으로 어기적거리면서 수레에서 내린다. 누나한테 쪼르르 달려간다. 놀이란 이렇게 힘이 세구나.


-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바라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이다. 더 놀고 싶어 입술을 삐쭉 내미는 사름벼리를 겨우 달랜다. 얘야, 여름은 끝났어. 이제 가을이야. 해가 떨어지면 갑자기 춥지. 시골은 더 추워. 얼른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네 몸에서 땀이 다 식어서 몸살이 들어. 달래고 달래서 집으로 가는 길에 해는 벌써 떨어지고, 놀이순이는 춥다고 개미 기어가는 소리를 낸다. 춥지?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따순 물로 씻고 따순 국 끓여서 먹자. 마을 할매와 할배는 해 기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락을 비닐로 다시 덮느라 부산하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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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놀이 1 - 아이고 조그맣네



  요즈음 우리 집 두 아이는 손가락놀이에 폭 빠졌다. 집에서는 안 하지만, 대문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손가락 둘을 벌려서 “멀리 있네! 와, 가까이 온다!” 하면서 논다. 아버지를 뒤에 두고 앞으로 멀찌가치 달려가서는 “와, 아버지 조그맣네. 어, 아버지 조금씩 커진다!” 하면서 또 앞으로 달려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샛노란 나락밭을 구경하는데, 사름벼리는 샛자전거에 앉아 또 손가락놀이를 한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아이고 조그맣네!” 하고 외쳤을까. 4347.10.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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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춤추는 하늘



  억새는 가을들이 한껏 무르익을 무렵 하얗게 빛난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파란 물결을 하얗게 물들이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있으면 구름과 얼크러진다. 억새를 베어 엮은 뒤 지붕에 얹을 적에는 언제나 이러한 기운을 모두 받아들여서 집에 모두었으리라. 들내음과 하늘숨을 골고루 머금은 억새를 신나게 베어 갈무리하고 엮었겠지. 억새가 잘 자라는 모습은 들에 나락이 노랗게 익는 모습 못지않게 배부르면서 넉넉한 이야기를 불러들였으리라 느낀다. 4347.10.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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