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9. 수세미 뿔그릇 이기 (2014.7.18.)



  여름 내내 우리 아이들은 물과 살았다. 뒷메 골짝물이랑 마을 어귀 샘터에서 살았다. 뒷메 골짝물로 자전거를 타고 가든지, 마을 어귀 샘터로 수세미를 들고 갔다. 마을 어귀 샘터로 물이끼 치우러 갈 적에, 시골순이는 수세미를 담은 뿔그릇을 머리에 이고 걷는다. 마을에서 할매들이 으레 머리에 짐을 이고 걷듯이, 시골순이도 머리에 무엇을 척척 얹고 걷는 놀이를 즐긴다. 치마가 바람 따라 나풀거리고, 걸음걸이 따라 머리카락이 살랑거린다. 샘터와 빨래터를 치우는 여름은 참으로 시원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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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힌 사진을 늦가을에 슬그머니 꺼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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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85] 처마물



  전라남도에서는 ‘집시랑’이라는 낱말로 ‘기스락’을 가리킵니다. ‘기스락’은 “처마 끝”을 가리킵니다. 도시에 흔한 아파트나 빌라에는 지붕이나 처마가 따로 없기 일쑤이지만, 시골집에는 어디에나 처마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처마를 따라 빗물이 흐르다가 졸졸졸 떨어지거나 똑똑똑 떨어집니다. 그래서, 전라남도에서는 이 물을 가리켜 ‘집시랑물’이라 합니다. 경상도에서는 그냥 ‘처마물’이라고 흔히 쓴다고 합니다. 경기도와 서울 언저리에서는 한자를 빌어 ‘낙숫물(落水-)’이라 씁니다. 그런데, ‘낙숫물’은 말이 안 됩니다. ‘낙수(落水)’가 바로 ‘떨물(떨어지는 물)’이기 때문입니다. 전라도에서는 ‘집시랑’이라 하지만, ‘처마’라는 낱말도 함께 씁니다. 요즈음은 교통과 통신이 널리 퍼졌기에 여러 고장 낱말을 섞어서 쓴다고 할 만해요.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거의 다 도시로 빠져나간 탓에, 이 아이들이 도시로 가서 지내며 ‘도시사람 말씨’에 젖어서 시골로 돌아오기도 해요. 여러모로 살핀다면, 우리가 쓸 낱말은 ‘처마물’을 바탕으로 ‘기스락물·집시랑물·추녀물·비낸물’ 들이지 싶어요. 가을비 그친 한밤에 처마에서 똑똑똑 떨어지는 빗물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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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춥다



  큰이불 두 채를 자는방에 둔다. 그런데 두 아이들이 끝에 누워서 자다가 이불을 돌돌 만다. 이불을 걷어차기도 하지만 돌돌 말기도 하면서, 두 아이 사이에서 자는 아버지는 춥다. 얘들아, 이제 겨울인데 이불을 걷어차지도 말고, 너희만 돌돌 말아서 가져가지 말자. 이 이불로 우리는 셋이 함께 덮을 수도 있는데 어째 너희 사이에서 아버지는 하나도 못 덮는구나.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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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순이와 함께 살면서



  일곱 살 편지순이가 큼지막한 그림종이에 편지를 석석 잘 쓰고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참으로 야무지다. 이 야무진 빛과 숨결은 어디에서 태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자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즐겁게 이을 수 있을까 하고 헤아린다.


  나는 이 아이 편지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바로잡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머잖아 곧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짚으며 알려줄 수도 있으나, 아이는 스스로 다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다른 글놀이를 함께 하면서 찬찬히 알려줄 수도 있다.


  편지쓰기에서 가장 깊이 살필 대목은 언제나 ‘마음’이다. 마음을 쓰는가 안 쓰는가를 살핀다. 마음을 쓸 때에 비로소 편지가 빛난다. 마음을 안 쓸 때에 편지는 안 빛난다. 밥 한 그릇에도 마음을 담을 적과 안 담을 적이 사뭇 다르다. 반찬 가짓수가 스무 가지가 되더라도 마음이 하나도 안 담겼다면 맛도 없지만 속이 더부룩하다. 반찬은 한두 가지라 하더라도 마음을 살뜰히 담았으면 맛도 있고 즐겁다.


  나는 편지순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운다. 편지순이는 어버이를 일깨우고 가르치고 따사로이 이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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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0.29. 큰아이―편지순이 3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쓰기로 한다. 일산과 음성에 따로 한 통씩 부치기로 한다. 아버지가 편지를 쓰려 했더니 글순이가 “아버지 내가 쓸래요!” 하면서 먼저 종이를 가져와서 마룻바닥에 펼친다. 큼직한 그림종이에 시원스럽게 글을 쓴다. 받침은 꽤 틀렸지만 이야기는 다 알아볼 수 있다. 더군다나 곳곳에 이쁘장하게 그림을 집어넣는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그림이 무지개처럼 흐른다. 연필로만 쓰는 글월이지만, 그야말로 알록달록 무지개가 뜬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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