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말과



  아이들한테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얘들아, 너희한테 기운이 다 빠져서 이제 놀 기운이 참말 없으면 자야 해.’ 어버이인 나는 글을 쓸 기운이 다 빠지는 날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몸에 기운이 다 빠져서 ‘마음으로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느끼더라도 ‘손목과 손과 팔과 등허리에 힘이 없어’서 글을 못 쓰는 날이 곧잘 있다.


  이런 날 여러모로 슬프고 쓸쓸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더 놀고 싶어 할 적에 ‘졸립고 힘든 몸’을 헤아려 일찌감치 재우듯, 나도 내 몸이 힘들거나 고단할 적에는 ‘더 일을 시키지 말고 재워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게다가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쉬지 않으면, 이 어린 아이들한테 밥을 누가 먹이고 옷을 누가 입히겠는가.


  큰아이가 한숨을 크게 쉬면서 잔다. 잠꼬대이다. 큰아이는 잠자리에서 으레 “아버지 손 잡고 잘래.” 하고 말한다. 그래, 얼른 일을 마치고 네 곁에 눕기를 바라겠지. 곧 갈게. 아버지도 몸이 더 말을 듣지 않는구나.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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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1.3.

 : 해는 일찍 떨어지고



- 우체국에 다녀오려 한다. 작은아이는 틀림없이 수레에서 잠들 듯하다. 그래서 아이들 저녁을 좀 일찍 차려서 주기로 한다. 배가 부르면 더 느긋하게 잠들 수 있을 테지.


- 우체국에서 부칠 책꾸러미가 제법 많다. 두 아이가 즐겁게 타기도 하고, 짐도 곧잘 싣는 이 수레는 두 개째인데, 바닥천이 많이 해졌다. 질기고 야무진 천이라 이듬해에도 괜찮을 듯싶기는 한데, 새봄이 오면 수레 바닥천을 더 단단히 여미는 길을 생각해야겠다고 느낀다.


- 우체국으로 달리는 길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다. 그래서 늦가을과 겨울에는 바람이 마파람이 된다. 우체국으로 달리는 길에는 수레가 무거우니 등에 바람을 지고 달리면 느긋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이니 몹시 힘들다.


- 두 아이가 서로 조잘거리면서 논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고개만 뒤로 돌려서 동생을 부르고, 동생은 수레에 앉아 앞에 있는 누나를 쳐다보며 대꾸한다. 해는 일찍 떨어진다. 그늘진 길에 차가운 바람을 옴팡 뒤집어쓰면서 달린다. 해가 일찍 떨어지지만 아직 하늘은 파랗다. 파란 하늘 한쪽에 달이 있다. “보라야, 저기 봐. 달이야. 달이 곧 동그래질 거야.”


- 우체국에서 뛰놀던 아이들.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니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든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느라 얼굴이 빨갛다. 모자를 안 쓰겠다고 했으니 얼굴이 더 시리지? 그래도 나는 앞에서 모든 바람을 맞아들이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면서 생각한다. 오직 노래만 생각한다. 바람이라든지 해 떨어진 쌀쌀한 날씨라든지 아무것도 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노래만 생각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렇게 맞바람을 듬뿍 맞으면서 노래를 부르면 곧 숨이 차서 노래를 더 부르지 못했다. 지지난해에는 맞바람을 맞으면서 노래를 부를 엄두를 아예 못 냈다. 우체국에 있는 저울에 아이들이 올라가서 놀 때 슬쩍 살피니, 작은아이는 19.5킬로그램이 나가는 듯하고, 큰아이는 21.5킬로그림애 나가는 듯하다(옷 무게를 빼면). 나날이 몸무게가 느는 아이들이지만, 외려 나는 날이 갈수록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다닐 적에 힘이 덜 든다고 느낀다.


- 집에 닿아 작은아이를 품에 앉아 잠자리에 누인다. 겉옷 한 벌 벗기고 이불을 덮는다. 많이 추웠지? 따스한 곳에서 쉬렴. 자전거를 바깥벽에 붙인다. 천막천을 씌운다. 마을고양이 여러 마리는 우리 집 자전거를 밤잠 자는 곳으로 삼는다. 어미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집 자전거 밑에서 옹크리면서 잔다.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큰아이 자전거 앞에 둔 종이상자에 들어가서 서로 몸을 부대끼면서 잔다. 다른 어미 고양이 한 마리는 내 자전거 앞에 놓은 종이상자에 앉아서 잔다. 모두 여섯 마리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 자전거 둘레에서 함께 지낸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찬데, 마을고양이들 모두 새근새근 잘 쉬기를 빈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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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읽는 아버지 (사진책도서관 2014.1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내놓는 1인잡지를 오랜만에 한 권 엮는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낮에 택배꾸러미를 받는다. 이번 1인잡지부터 인쇄소를 바꾼다. 저번 인쇄소에서는 ‘미색모조’ 인쇄를 더 안 하기도 해서 못마땅했고, 표지나 내지 사진이 자꾸 먹질이 되어 너무 괴로웠다.


  1인잡지는 이제 10호째이고, 《그림책 읽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동안 꾸준히 쓴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느낌글 가운데 2013년 봄부터 2014년 봄 사이에 쓴 느낌글을 가려서 엮었다. 글을 더 많이 싣고 싶으나 종이값이나 인쇄비가 빠듯해서 228쪽으로 빽빽하게 묶었다. 앞으로 도서관 지킴이가 꾸준히 늘어 1인잡지를 두 달에 한 차례씩 낼 수 있으면 《그림책 읽는 아버지 2》이나 《그림책 읽는 아버지 3》을 더 일찍 선보일 수 있겠지. 이번 종이값과 인쇄비는 모두 487,190원이 들었고, 택배값 8000원을 치른다. 종이 무게가 제법 되니, 우표값은 1200원 남짓 되리라 본다. 우표값도 만만하지 않게 들 듯하다.


  《그림책 읽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1인잡지는 예전부터 엮고 싶었다. 이 글꾸러미가 1인잡지로 그치지 않고, 멋지고 아름다운 출판사를 만나서 더 알차게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책을 받을 ‘도서관 지킴이’님 주소를 봉투에 손으로 천천히 적는다.  무게가 많이 나가니, 사흘이나 나흘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우체국으로 들고 가서 부쳐야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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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귀후비기



  얼마 앞서까지 거의 못 느끼다가, 오늘 새삼스레 징허게 느낀다. 두 아이 귀를 후비는데 등허리가 몹시 결린다. 큰아이 귀를 두 쪽 모두 후비고 나서 작은아이를 무릎에 누여 귀를 후비는데 등허리가 자꾸 찌릿찌릿한다. 작은아이는 간지럽다면서 자꾸 웃고 몸을 흔든다.


  내가 몇 살 때였을까. 아마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때였을까. 아직 혼자서 귀를 후비지 못하던 퍽 어릴 적인데, 어머니가 내 귀를 후비시면서 “아이고, 허리야!” 하고 짧게 읊던 말이 내 마음에 오랫동안 울렸다. 그무렵 나는 어머니가 왜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지 몰랐다. 오늘 우리 작은아이가 하듯이 간지럽다고 클클거릴 뿐이었다. 다만, 어머니가 짧게 읊은 한 마디가 내 마음에 남아서 두고두고 울렸다.


  오늘 비로소 우리 어머니가 내 귀를 후비다가 짧게 읊은 말마디를 몸으로 느낀다. 나도 그만 우리 어머니처럼 “아이고, 허리야!” 하고 똑같이 읊는다. 작은아이 귀를 다 후비고 무릎에서 일으킨 뒤 등허리를 톡톡 털고 일어서는데, 그야말로 등허리가 찡찡 결린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쉬지 못하고 움직이던 어머니가 아이들 귀를 후빈다면서 가만히 꼼짝 않고 앉아서 온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은 등허리를 힘들게 하는구나.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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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11-03 14:11   좋아요 0 | URL
전 어릴적에 할머니가 귀 후벼 주셨어요~^^
가족모두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파란놀 2014-11-03 14:29   좋아요 0 | URL
오, 할머니가 손녀를 귀여워 하시면서
알뜰히 후벼 주셨겠지요?

저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손길은
거의 받은 적이 없어서... @.@

좀 누웠더니 등허리가 한결 나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부엌과 마루문에 가림천 드리우기



  부엌과 마루문에 가림천을 드리운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가림천이 없이 겨울을 났다. 따스한 고장인 전남 고흥이지만, 집살림에 너무 마음을 안 쏟은 탓에 가림천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가림천을 드리우기가 어려울까? 대나무를 알맞게 베어서 가져오고, 여러 날 마당에서 말린 뒤, 천을 알맞게 잘라서 대나무에 꿰고는, 다루문 위쪽에 못을 박아 척척 걸면 끝이다.


  가림천을 드리운 부엌에서 가만히 바깥을 바라본다. 가림천을 두 마 더 마련해서 마루문을 마저 가려야 한다. 대나무도 조금 더 베어야지. 가림천에 깃든 무늬를 오랫동안 조용히 바라본다. 아이들이 가림천을 보더니, 맨 처음으로 알아본 무늬는 ‘사랑(하트)’이고, 다음은 ‘사슴(순록)’이며, 다음은 ‘나무’이다. 이렇게 세 가지를 알아보더니, 네 살 작은아이가 “산타클로스가 선물 가지고 와?” 하고 묻는다.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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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11-03 14:12   좋아요 0 | URL
가림천이 참 곱습니다.^^

파란놀 2014-11-03 14:29   좋아요 0 | URL
진작 해서
아이도 곁님도 저도
모두 고운 빛을 누렸어야 했을 텐데요 ㅠ.ㅜ
이제부터 잘 누리려고요~

appletreeje 2014-11-04 07:00   좋아요 0 | URL
정말 가림천이 참 예쁘네요~~
이번 겨울은~ 사슴과 눈송이들과 사랑으로 한층
아름답고 포근한 집이 되실 것 같아요~*^^*

파란놀 2014-11-04 07:10   좋아요 0 | URL
올겨울 즐겁게 나고
새봄에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누리도록
즐겁게 누려야겠다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