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생각 6. 노래하면서 타기



  자전거를 어떻게 타면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적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자전거를 ‘잘 타자’라든지 ‘멋있게 타자’라든지 ‘빠르게 타자’ 같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로지 ‘즐겁게 타자’고 생각하거나 ‘기쁘게 타자’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잘 타거나 멋있게 탈 때에 즐거울 수 있어요. 누군가는 남보다 빠르게 달려야 기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마음속에서 즐거움이 일어야 즐겁습니다.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와야 기쁩니다.


  두 아이를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달리자면 힘이 무척 많이 듭니다. 처음에 이렇게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너무 고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러나, 하루 달리고 이레 달리고 달포 달리면서 차츰 힘이 새롭게 붙어요. 어느새 나는 수레나 샛자전거에 앉은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달려요.


  꽤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듣’습니다. 귀에 소리통을 꽂으면서 자전거를 달리는 모습을 어렵잖이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 달리고 노래도 들으면 한결 즐거울 테지요. 그러나, 자전거를 달릴 적에 귀에 소리통을 꽂으면 대단히 아슬아슬합니다.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알아채기 어렵고, 옆에서 갑자기 달려나오는 사람이나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못 알아챌 수 있어요.


  서울에 한강공원이 있어요. 이곳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자전거를 달리는 분이 퍽 많아요. 이런 곳에서는 노래 들으며 달리는 자전거는 몹시 아슬아슬합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으면서 자전거가 많이 엉키는 곳이니, 둘레에서 나는 소리를 잘 헤아리거나 알아챌 수 있어야 해요. 걷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옆에서 어깨를 톡 칠 수 있지만, 자전거는 달리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자전거를 달리면서 노래를 즐기는 길이 있습니다. 귀에 소리통을 꽂고 듣는 노래가 아닌, 입을 열어 스스로 부르는 노래를 즐기면 됩니다. 자전거를 달리느라 힘이 부치는데 어떻게 노래까지 부르느냐 하고 여길 수 있을 텐데, 처음에는 좀 숨이 가쁠 수 있으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면, 노래를 조금씩 길게 부르다 보면, 나중에는 한두 시간쯤 가볍게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달릴 수 있어요.


  나는 자전거를 달릴 적마다 늘 노래를 부릅니다.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샛자전거와 수레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자전거는 세 사람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이곳저곳에 흩뿌리면서 신나게 달립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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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1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03



보름달빛은 구름을 비추고

― 경계의 린네 14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9.25.



  보름달이 뜹니다. 보름달은 보름날 뜨는 달입니다. 그믐에는 그믐달이 뜹니다. 그믐달은 우리 눈으로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뿐, 그믐에 뜨는 그믐달은 틀림없이 하늘에 있어요. 온누리를 그믐빛으로 밝힙니다. 보름달에는 보름빛으로 밝혀요.


  지구와 아주 가까운 자리에 있는 달은 무척 크게 보입니다. 그래서 달은 온누리에 있는 수많은 별 가운데 지구에 가장 밝다 싶은 별빛을 비춥니다. 온누리 숱한 별을 놓고는 그냥 별이라고만 하는데, 달한테만큼은 따로 ‘달’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지구가 있는 누리에는 해가 있습니다. 해는 빛과 볕과 살을 베풉니다. 달은 그저 달빛이지만, 해는 햇빛과 햇볕과 햇살이 있어요. 햇빛으로 그림을 그리고, 햇볕으로 숨결을 살찌우며, 햇살로 따사롭게 보듬습니다. 이리하여, 해는 해님이요, 하얗다는 빛깔을 낳았으며, 해사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 “쥬몬지 네가 어떻게 좀 해 봐.” “그보다 피자나 시켜 먹을까? 분명히 말하는데 넌 안 사 준다.” ‘아아, 그래도 꿈만 같다. 따뜻한 이불에서 뒹굴거리며 피자를.’ (23쪽)

- “하지만 왜일까? 상자에서 어쩐지 익숙한 냄새가.” “싸온 것은 캣푸드뿐인가.” ‘아, 린네 님의 가난내구나.’ (42쪽)

- “로쿠도,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거지? 잠시 콩을 주워 먹으러 왔나 했지만.” “터무니없는 오히야, 마미야 사쿠라.” (52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빚은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4) 열넷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을 이루는 주인공은 모두 고등학생 또래입니다. 린네는 하늘나라에서 땅나라로 와서 ‘사신’ 노릇을 하고, 린네와 짝꿍처럼 어울리는 사쿠라는 땅나라 여느 사람이지만 ‘귀신’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쿠라는 귀신을 알아볼 수 있어도 두렵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귀신을 알아볼 뿐입니다.


  린네도 귀신을 두렵게 여기지 않습니다. 악령을 쫓는 일을 하고, 땅나라를 떠들며 하늘나라로 못 가는 넋을 찾아서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을 할 뿐, 따로 마음이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더없이 차분하고, 그지없이 맑습니다.


  멋진 아이들이라 할 텐데, 어른이라면 어떠할까요? 어른들도 귀신을 두렵게 안 여길까요? 어른들도 제 할 일을 씩씩하거나 꿋꿋하게 할까요? 어른들도 삶을 옳게 바라보면서 곱게 여미는가요?





- “하지만 100년 전에 여우를 퇴치했다면, 할머닌 대체 몇 살이야?” “얘는, 그런 걸 어떻게 아니?” (75쪽)

- “쥬몬지, 너. 혹시 여우 핑계로 평소의 원한을 풀고 있는 것 아니냐?” “무슨 소리냐?” (91쪽)

- “훗. 남자들이 마치 꽃에 덤벼드는 벌레 같구나. 저것에 이 페로몬 향수를 잔뜩 뿌려 뒀거든.” “저 영은 가짜지?” (126쪽)



  보름달빛은 구름을 비춥니다. 구름은 낮에도 밤에도 하얗습니다. 낮에는 햇빛을 받으면서 하얗고, 밤에는 달빛을 받으면서 하얗습니다. 쌀쌀한 늦가을 바람을 쐬면서 마당에 서서 하늘바라기를 하다가, 뒤꼍 무화과나무를 바라봅니다. 한가을에 실컷 무화과알을 따먹었어요. 무화과나무는 우리가 따먹은 무화과알 말고도 더 알을 베풀려고 애씁니다. 늦가을로 접어들었는데 아직 잎을 다 떨구지 않았고, 가지 끝에 올망졸망 무화과 봉오리가 봉긋봉긋 굵습니다.


  뒤꼍 무화과나무 둘레에는 가을풀이 돋습니다. 무화과나무 둘레에 돋는 가을풀은 날마다 즐겁게 뜯어서 된장이나 양념으로 버무려 먹습니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기쁘게 먹습니다. 봄에는 봄풀을 먹고, 여름에는 여름풀을 먹으며, 가을에는 가을풀을 먹어요. 얼마나 고마우면서 반가운지 모릅니다. 한겨울에도 갓과 유채는 돋습니다. 전라남도 바닷가와 가까운 시골에서는 한겨울에도 유채가 꽃대를 올리고, 겨울이 저물고 새봄이 찾아올 무렵 빈 들마다 노란 꽃물결을 이뤄요. 이즈음에는 겨울을 난 배추도 꽃을 피우지요. 이곳저곳 노란 꽃밭입니다.





- ‘로쿠도의 아버지를 정점으로 에헤라 데헤라 하는 사기신들과는 전혀 달라! 근면해. 정말 부지런한 아이야!’ (145쪽)

- “렌게, 하나만 물어 보자. 죽을 때가 안 된 혼을 부당하게 저승으로 보내는 사기신의 업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톱을 노릴 뿐이야.” (162쪽)



  즐거울 적에 놀이입니다. 기쁠 적에 일입니다. 만화책 《경계의 린네》 열넷째 권에는 ‘렌게’라는 아이가 새롭게 나옵니다. 아마 이 아이는 앞으로도 곧잘 나오겠구나 싶습니다. ‘린네’ 아버지가 차린 ‘거짓말쟁이 회사(사기신 컴퍼니)’에서 일하는 렌게는 생각이 없이 일을 합니다. 그저 1등을 바라면서 일을 합니다. 어떤 일이든 살피지 않고, 그저 1등을 바랍니다.


  이런 마음이니 ‘거짓말쟁이 회사’에서 일할 만하겠구나 싶어요. 솜씨가 뛰어나고 재주가 좋으나, 생각이 없거나 마음이 없으면, 사랑도 없고 꿈도 없습니다. 사랑이 없으니 1등으로 치달립니다. 꿈이 없으니 1등을 좇습니다.


  그러면, 이 아이는 1등이 되면 무엇을 할까요? 1등을 지키려고 또 치달릴 테지요.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삶을 그리지 못합니다.


  린네라는 아이와 사쿠라라는 아이는 ‘1등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삶을 생각합’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생각하기에 꿈을 그릴 수 있습니다.



- “렌게, 너는 첫 단계에서 실수를 범했다.” “?” “너는 로쿠몬을 조종해서 우리에게 노비차를 먹이도록 꾸몄지. 하지만! 로쿠몬은 몸에 속속들이 밴 생활습관 때문에 찻잎을 정량의 10분의 1밖에 넣지 않았던 거야!” “훗, 어쩐지 차가 묽다 했더니.” “과연 로쿠몬이야.” ‘윽, 혼은 조종해도, 뼛속까지 밴 가난뱅이 근성은 고칠 수 없다는 건가!’ (187∼188쪽)



  늦가을에 보름달을 올려다보면서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듭니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 밑에 서서 빙글빙글 춤을 춥니다. 달빛이 좋아서 달춤을 추고, 달내음이 고우니 달노래를 부릅니다. 달빛은 우리 집 지붕을 비추고, 달내음은 우리 집 나무마다 곱게 스며듭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하늘바라기를 하고 먼산바라기를 합니다. 풀밥을 먹고 풀잎을 읽습니다.


  만화책 《경계의 린네》에 나오는 아이들은 저마다 하루하루 새롭게 지으면서 이야기를 쌓습니다. 나는 시골집에서 우리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하루하루 새삼스럽게 지으면서 이야기를 이룹니다. 조그마한 종잇조각에 그리는 그림도 이야기입니다. 소꿉놀이도 이야기입니다. 밥 한 그릇도 이야기입니다. 빨래 한 점도 이야기입니다. 잠든 아이들 이마를 쓰다듬고 이불깃을 여미는 손길도 이야기입니다. 작은 삶조각이 모여 웃음꽃으로 핍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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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31. 이야기하자


같이 놀자
함께 살자
서로 돕자
나란히 걷자
어깨동무 하자
손을 잡고 노래하자
웃으며 춤추자
구름하고 해하고 풀벌레하고
잠자리하고 제비하고
너하고 나하고
별이랑 달이랑 모두
즐겁게 이야기하자


2014.7.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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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22) 속의 1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에서 펴내는 《말과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2004년 겨울호를 보니,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분이 쓴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이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소설에 잘못 쓴 한국말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데, 무엇보다 이 글에 붙인 이름부터 아리송합니다. 다른 이가 잘못 쓴 한국말을 짚거나 다루려 한다면,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분부터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쓸 노릇입니다. 소설을 쓰는 이들이 한국말을 어떻게 잘못 썼는가 하고 밝히려는 글에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 같은 이름을 붙여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신문사 교열기자가 이러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아니면 국어문화운동본부 일꾼이 이러한 이름을 썼을까요.


 소설 속의 잘못 쓰인 우리말

→ 소설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

→ 소설에 잘못 쓴 우리말

 …


  글쓴이는 토씨 ‘-의’를 엉뚱하게 넣는 한편, ‘속’을 군더더기로 넣습니다. 생각해 보셔요. “네 편지에 잘못 쓴 이야기가 있더군”이나 “네 일기에 틀린 말이 있어”나 “네 말에 낯간지러운 소리가 있더라”처럼 적습니다. ‘속’을 넣을 자리란 없어요.


  “이 글에서 잘못 쓴 곳을 찾으시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글 속에서 잘못 쓴 곳을 찾으시오”처럼 적으면 틀립니다.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야”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책 속에서 읽은 이야기야”처럼 적으면 틀려요. 4338.1.11.불/4347.11.5.물.ㅎㄲㅅㄱ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475) 속의 2


변한은 12국 등 모두 78국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였다. 백제도 그들 속의 하나라고 하였다

《이이화-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길,2005) 45쪽


 그들 속의 하나라고

→ 그들 가운데 하나라고

→ 이 가운데 하나라고

→ 이 가운데 있다고

 …



  여러 나라를 하나로 묶어 더 커다란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백제는 커다란 나라를 이루는 작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그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들 속의 하나”나 “그 나라들 속의 하나”로 적으면 틀립니다. ‘속’은 “바닷속에 있는 것”이나 “물속에 있는 것”이나 “바람 속에 있는 것”이나 “흙 속에 있는 것”처럼 씁니다. 4339.1.24.불/4347.11.5.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변한은 열두 나라를 비롯해 모두 일흔여덟 나라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백제도 이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12국 등(等)”은 “열두 나라에다가”나 “열두 나라를 비롯해”로 손보고, “78국(國)으로 구성(構成)되었다고”는 “78국으로 이루어졌다고”나 “일흔여덟 나라로 이루어졌다고”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58) 속의 3


나도 똑같았어. 우린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하지만 동화 속의 세계를 믿고 싶어하잖아

《야누쉬 코르착/송준재,손성현 옮김-안톤 카이투스의 모험》(내일을여는책,2000) 162쪽


 동화 속의 세계를

→ 동화에 나오는 세계를

→ 동화 같은 세계를

→ 동화 세계를

→ 동화나라를

→ 동화누리를

 …



  동화에 나오는 세계는 “동화 세계”로 적을 수 있으나, “동화 나라”나 “동화 누리”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화나라’나 ‘동화누리’처럼 한 낱말로 새롭게 지어서 써도 됩니다. ‘만화나라·만화누리’라든지 ‘영화나라·영화누리’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고, ‘책나라·책누리’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이 보기글에서는 ‘현실’과 ‘동화’를 맞대면서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삶’과 ‘꿈’으로 손질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살을 붙여 “오늘 이곳 삶”과 “꿈나라·꿈누리”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39.10.8.해/4347.11.5.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도 똑같았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삶을 받아들이지만 동화에 나오는 꿈을 믿고 싶어하잖아


‘현실(現實)’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삶’이나 ‘오늘 이곳’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인정(認定)하지만’은 ‘받아들이지만’으로 다듬는데, “그건 인정하지”처럼 쓰는 자리는 “그건 좋아”라든지 “그건 그렇게 하지”처럼 다듬으면 됩니다. “동화 세계(世界)”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동화나라”나 “동화누리”로 손볼 만하고, 글흐름을 더 살핀다면 ‘현실’이라는 ‘오늘 이곳 삶’과 맞서는 자리를 나타내도록 “동화에 나오는 꿈”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01) 속의 4


한국에서 우리가 보았던 뉴스 속의 이라크는 두려워 떨고 있었지만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46쪽


 뉴스 속의 이라크는

→ 뉴스에 나오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 비치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 흐르는 이라크는

→ 이야기에서 이라크는

 …



  방송 뉴스에 이라크가 나옵니다. 방송 이야기에 이라크 모습이 비칩니다. 방송 이야기를 보니 이라크는 이러한 모습이라고 흐릅니다.


  이 보기글은 “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 나오는 이라크는”처럼 고쳐쓸 수 있고, “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서 이라크는”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속’과 ‘-의’를 잘못 붙여서 넣지 말고, 말끝을 잘 살피면서 알맞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0.1.26.쇠/4347.11.5.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국에서 우리가 보던 이야기에 나오는 이라크는 두려워 떨지만 이라크에 들어와 만나는 이라크는


“우리가 보았던”은 “우리가 보던”으로 손보고, “떨고 있었지만”은 “떨지만”으로 손봅니다.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은 “이라크에 들어와 만나는 이라크”라고만 하면 됩니다. ‘이라크’라는 말이 세 차례 나오기도 하지만, ‘안’이라는 말은 군더더기입니다. 나라 바깥으로 나간 사람보고 “언제쯤 한국 안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지 않아요. “언제쯤 한국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습니다. ‘뉴스(news)’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야기’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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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꼍 호박꽃 지다



  호박꽃이 진다. 한쪽에서는 꽃이 지고, 한쪽에서는 꽃이 핀다. 늦가을로 접어들지만, 호박꽃은 그대로 피고 진다. 호박꽃이 진 자리에는 호박알이 차츰 굵는다. 꽃잎이 아직 달린 채 알이 굵는다. 호박씨앗이 이 씨방에서 여물고, 호박씨를 품은 호박알은 천천히 굵을 테지.


  지는 꽃을 쓰다듬고, 굵는 알을 어루만진다. 지는 꽃은 새로운 숨결이 되고, 굵는 알은 새로운 밥이 된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는 호박알은 푸르디푸른 몸으로 자란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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