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놀이 1 - 찰싹 달라붙는 동생과



  동생이 누나 뒤를 졸졸 따르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이는 마치 ‘짝꿍놀이’가 아닌가 싶다. 동생은 누나나 오빠나 언니 뒤를 졸졸 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살붙이요 동무요 길잡이라 할 만하다.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누나가 이곳에 있으면 저도 이곳에 있어야 하고, 누나가 저것을 보면 저도 저곳을 보아야 한다. 차림새도 누나를 따라야 한다. 말씨도 누나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 셋째와 넷째와 다섯째가 있으면, 아마 첫째 아이 뒤로 모두 올망졸망 뒤따르는 아주 재미난 모습이 되리라.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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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나들이 가방차림



  네 살 산들보라가 나들이를 갈 적에 빨간가방 챙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산들보라네 누나도 이 나이 무렵에 이렇게 가방을 챙겨서 스스로 메겠노라 했다. 참말 씩씩하게 가방을 멨다. 아버지처럼 가방을 메고는 제 가방에도 짐을 나누어 달라 했다. 아버지가 너희한테 짐을 나누어 줄 생각은 없고, 다만 너희가 너희 가방에는 기쁨과 노래와 웃음을 담고 나긋나긋 홀가분하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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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6) 시작 59


가구는 숲에서 시작되므로 그 안에 반드시 숲의 흔적을 담고 있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318쪽


 가구는 숲에서 시작되므로

→ 가구는 숲에서 비롯하므로

→ 가구는 숲에서 태어나므로

→ 가구는 숲에서 얻으므로

→ 가구는 숲에서 오므로

 …



  가구는 나무로 짭니다. 나무로 짜는 가구이니, 가구는 숲에서 ‘옵’니다. 숲에서 오는 나무라 할 적에는, 나무를 숲에서 ‘얻는’다는 뜻입니다. 나무를 숲에서 얻는다고 한다면, 나무가 먼저 숲에서 ‘태어나’서 ‘자라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가구는 숲에서 ‘비롯’합니다.


  숲에서 태어나 자란 나무에는 숲에서 태어나 자란 자국이 깃들어요. 우리가 걸어온 자국은 ‘발자국’이라 하듯이, 숲에서 나무가 자란 자국이라면 ‘숲자국’이라 하면 됩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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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숲에서 비롯하므로, 반드시 숲자국을 담는다


‘-되므로’는 ‘-하므로’로 손보고, “그 안에”는 덜어내거나 “가구에는”으로 손봅니다. “숲의 흔적(痕跡)”은 “숲자국”으로 손질하고, “담고 있는다”는 “담는다”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7) 시작 60


마사에는 꼭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는데”라며 말을 시작했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91쪽


 -라며 말을 시작했다

→ -라고 하며 말을 열었다

→ 하면서 말을 했다

 …



  말을 하니까 “말을 한다”고 합니다. 말은 ‘시작’하지 않습니다. 첫말을 꺼낸다든지 첫말을 연다고 한다면 “첫말을 한다”나 “말문을 연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리에 ‘시작’을 쓰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이라면 ‘始作’이라는 한자를 빌어 말을 할 테지만, 한국사람이라면 수수하게 ‘하다’나 ‘열다’라는 한국말을 기쁘게 씁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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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에는 꼭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는데”라고 하며 말을 했다


‘-라며’는 ‘-라고 하며’나 ‘하면서’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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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9) 시작 61


셀프 힐링을 시작한 학생들의 수련 일지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시작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안 하려고 했을까?” 하고 감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61쪽


 시작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 처음 하기까지가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 첫걸음이 어렵지 한번 첫발을 떼고 나니

 …



  이 보기글에서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세 차례 씁니다만, 세 차례 모두 군더더기입니다. 세 군데에서 모두 ‘시작’을 덜 노릇입니다. ‘셀프 힐링’이라는 영어를 그대로 쓰고 싶다면, “셀프 힐링을 한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이나 “셀프 힐링에 나선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처럼 첫머리를 열어야 알맞습니다. 뒤쪽에 나오는 ‘시작’은 ‘처음’이나 ‘첫걸음’이나 ‘첫발’로 손질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아주 좋은 일이요, 말과 글을 바르면서 알맞고 곱게 쓰는 일도 아주 좋은 일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듯이 말과 글도 정갈하게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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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을 다스린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한목소리로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하려고 했을까” 하고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셀프(self) 힐링(healing)을 시작(始作)한”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이나 “손수 마음씻기를 한”으로 손보고, “학생들의 수련(修鍊) 일지(日誌)를 보면”은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으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힐링’과 ‘시작’과 ‘수련’을 잇달아 적지만, ‘시작’과 ‘수련’은 군더더기로 넣었습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는 ‘한목소리로’로 손질하고, ‘일단(一旦)’은 ‘한번’으로 손질하며, “이렇게 좋은 것을”은 “이렇게 좋은데”로 손질합니다. “감탄(感歎)하는 것을”은 “놀라는 모습을”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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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0] 섞어밥



  우리 집 밥순이와 밥돌이한테 먹이려고 날마다 밥을 짓습니다. 밥순이와 밥돌이는 밥을 참 잘 먹습니다. 풀밥을 차리든 풀볶음밥을 내주든 아주 잘 먹습니다. 낮잠까지 거르면서 신나게 뛰놀며 하루 내내 배고프다고 노래하는 아이들한테 한두 시간마다 무어 먹을거리를 차리자니 저녁에는 그만 기운이 빠집니다만, 한 그릇 더 먹이면 틀림없이 곯아떨어지리라 생각하며 ‘섞어밥’을 짓기로 합니다. 밥 끓이는 냄비에 미리 씻어 불린 누런쌀과 보리를 잔잔히 깔고, 고구마 한 뿌리, 감자 한 알, 당근 반 토막, 양송이버섯 아홉, 마늘 여섯 알을 넣은 뒤 끓입니다. 물이 끓기 앞서 소금을 알맞게 넣어 짭조름하게 간을 맞춥니다. 밥돌이는 ‘섞어밥’을 곧 말끔히 비우더니 “나 졸래, 잘래.” 합니다. 이를 닦이고 자리에 눕히니 곧바로 곯아떨어집니다. 밥순이는 혼자 이를 닦은 뒤 한참 자리에 누워 뒤척이다가 조용히 곯아떨어집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나도 비로소 섞어밥을 한 숟가락 먹는데, 내가 끓인 밥이면서도 참 맛납니다. 이레에 한 차례쯤 섞어밥을 지을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맛나도 날마다 지으면 물릴 수 있으니까요.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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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79] 입가심 까망알

― 밥도 주전부리도 흙에서



  까망알은 입가심입니다. 아침에 밥을 먹기 앞서 살살 훑어 입에 털어넣으면 입가심입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햇볕을 쬐다가 살그마니 슬슬 훑어 입에 집어넣으면 주전부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흙에서 얻습니다. 쌀밥도 보리밥도 수수밥도 콩밥도 모두 흙에서 얻습니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옥수수도 흙에서 얻고, 수박이랑 딸기도 흙에서 얻습니다. 포도랑 능금이랑 배랑 복숭아랑 모두 흙에서 얻어요. 이리 보거나 저리 살피거나 모두 흙에서 자라 우리 몸으로 들어옵니다.


  누군가 물을 테지요. 뭍고기나 물고기는 흙에서 안 오지 않느냐 하고. 네, 얼핏 보면 이렇게 여길 만해요. 그러나, 뭍고기는 풀을 먹고 자랍니다. 사람이 먹는 뭍고기는 모두 풀을 밥으로 삼는 짐승입니다. 바다나 냇물에서 낚는 물고기도 흙에서 비롯해요. 물고기가 어디에 알을 낳을까요? 시멘트바닥에 알을 낳을까요? 아니에요. 물고기는 흙바닥에 알을 낳아요. 돌 틈에 알을 낳는다 하더라도, 냇물이 흐르는 곳에 모래나 흙이 있어야 돌 틈도 있습니다. 바다는 어떠할까요? 바닷가 갯흙은 숲에서 흘러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이룹니다. 숲흙이 있어야 갯벌이 생기고, 갯벌이 생기면서 영양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요. 바다도 바닥은 흙입니다.


  흙을 밟기에 삶을 꾸립니다. 흙을 가꾸기에 삶을 누립니다. 흙을 아끼기에 삶을 사랑합니다. 흙을 돌보기에 삶을 노래합니다.


  입가심 까망알을 먹으려고 흙을 밟습니다. 아이와 함께 흙을 밟고, 풀을 스칩니다. 주전부리 까망알을 찾으려고 흙을 밟습니다. 아이랑 나란히 흙을 만지고, 풀내음을 맡습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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