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가의 열두 달
까렐 차뻭 지음, 홍유선 옮김, 요제프 차뻭 그림 / 맑은소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숲책 읽기 41



시골에서 지내는 열두 달

― 원예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글

 홍유선 옮김

 맑은소리 펴냄, 2002.7.15.



  나는 카렐 차페크라는 사람을 잘 모릅니다. ‘로봇’이라는 말을 지었다 하고, 숱한 문학을 낳았다 하는데, 이도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이녁이 쓴 《원예가의 열두 달》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장르 문학’을 하고, 1900년대 첫무렵에 체코에서 민주와 평화를 지키려고 온힘을 다해 싸웠다고 하는 카렐 차페크라는 분이 쓴 《원예가의 열두 달》은 그리 안 알려진 책이지 싶습니다. 새책방에서 아주 쉽게 사라졌거든요.  



.. 최상품의 잔디씨에서 어떻게 이런 가시투성이의 잡초가 자라는 것일까. 바로 이 점이 자연의 신비다 … 1월의 식물이라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창유리에 피는 얼음꽃이 있다 … 얼음꽃은 부잣집보다 가난한 집에서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난다. 부잣집의 창문에는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 사나운 소리를 내며 세차게 퍼붓던 비가 그물을 끌어당기듯 갑자기 멈추면, 대지는 은빛으로 화려하며 쾌활해지고, 덤불 속에서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신나게 노래한다 ..  (10, 23, 104쪽)



  《원예가의 열두 달》은 열두 달로 한 해를 나누어 ‘원예가’라는 사람이 겪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은 ‘원예가’라는 사람을 내세워 이야기를 엮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글쓴이’가 몸소 겪은 이야기에 살을 입혀 들려주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렐 차페크 님이 텃밭이나 앞뜰이나 꽃밭을 일구면서 겪은 일에 ‘웃음’을 살포시 얹어서 지은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처음에는 신나게 밭을 일구어 온갖 남새를 얻는다고 해요. 그런데, 밭에서 얻은 남새에 이내 다들 시들해진다고 합니다. 날마다 똑같은 풀만 먹어야 하니 식구들이 진저리를 친다고 합니다. 이웃들도 똑같은 밭에서 똑같은 남새만 거두니 둘레에 선물할 곳도 없다고 합니다.


  밭을 일구면서 풀과 싸우는 이야기를 살짝 우스꽝스럽게 그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풀과 싸우더라도 이동안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여름이 무르익는 동안 풀벌레와 개구리가 이루는 노래잔치를 누릴 수 있으니까요.



.. 당신이 이렇게 흙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구즈베리와 서양까치밥나무 가지에 처음으로 작은 싹이 돋아난다. 나무에 싹이 돋은 것을 당신이 처음 보았을 때 봄은 이미 그곳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이다 … 모든 거름들은 흙이 부드럽고 따뜻해지도록 영양을 공급해 주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흙에 이용할 수 있거나 이용할 수 없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 자연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새순과 꽃망울과 싹은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다 ..  (11, 40, 69쪽)



  흙을 지으려면 눈앞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도 심고 저것도 심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먹으면서 삶을 어떻게 지을 때에 즐거울까 하는 대목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나무도 심고 저 나무도 심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보금자리를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어서 언제나 즐겁게 철 따라 우리 몸을 살리는 열매를 얻을 만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무가 앞으로 어느 만큼 클는지 살피고, 이 나무를 나중에 아이들이 물려받아 기쁘게 누릴 수 있는 얼거리를 헤아려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심은 나무는 오늘 우리가 누릴 수 있지만, 오늘 우리보다도 우리 아이들한테 훨씬 사랑스럽고, 우리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나중에 더욱 사랑스럽게 누립니다.


  나무 한 그루는 즈믄 해를 내다보고 심습니다. 나무 두 그루는 뒷날 우리 아이들이 새롭게 지을 집을 톺아보면서 심습니다. 오백 해는 너끈히 버틸 튼튼한 집을 짓고 싶다면, 오백 살을 살아낼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삼백 해쯤 훌륭히 버틸 멋진 집을 짓고 싶다면, 삼백 살을 살아낼 나무를 심어야 해요.


  나무를 심고 풀을 돌보며 꽃을 마주하는 삶은 바로 오늘 이곳에서는 사랑으로 보살피는 기쁨을 누리는 일입니다. 이러면서 아이들한테 삶을 사랑하는 길을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일입니다.


  어른인 우리가 할 일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배울 대목은 사랑입니다. 책을 아이한테 읽혀 가르칠 삶이 아니라, 사랑을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물려줄 삶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 가깝게 다가가서 보면, 원예가는 꽃을 만드는 게 아니라 흙을 만들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정말 질 좋은 흙이라고 감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국화는 그저 피어 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기 때문이다. 꽃은 강인하다. 단지 인간만이 내리막길에서 나약한 소리를 낼 뿐이다. 차가워지는 가을바람에도 국화는 절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  (43, 167, 188쪽)



  《원예가의 열두 달》을 쓴 카렐 차페크 님은 두 손으로 흙을 만지고, 두 손으로 풀을 뜯으며, 두 손으로 나무를 보듬었기에 힘있고 따스하며 사랑스러운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느낍니다. 이녁 스스로 흙을 가꾸면서 숲을 지키고 삶을 일구려는 마음이었기에, 이녁이 나고 자란 체코에 민주와 평화가 싹터서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넋이 되었으리라 느낍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글을 쓰는 이들도 밭을 일구고 숲을 돌볼 수 있기를 빌어요. 시나 소설을 쓰든,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든, 오늘날 한국에서 글과 책을 만지는 이들은 누구나 흙을 늘 만지면서 보살피는 일을 함께 해야지 싶어요.


  흙을 안 마지고 지식과 글과 책으로만 ‘자연’과 ‘환경’을 읊으니, 4대강사업을 홍보하는 공무원 자리에 떡하니 앉는 짓을 일삼습니다. 지식과 글과 책으로만 ‘자연’과 ‘환경’을 다루는 이야기를 읽기만 하니, 막상 몸을 움직여 손수 삶을 짓는 길로 나아가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늘 풀을 먹습니다. 쌀이든 김치이든 모두 풀입니다. 돼지고기이든 소고기이든 닭고기이든, 모두 풀을 먹는 짐승한테서 얻은 살점입니다. 비록 오늘날 공장 축산업에서는 사료와 항생제와 촉진제만 먹인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뭍고기는 흙에서 자란 풀을 먹는 짐승이에요. 바다에서 낚는 물고기도 숲에서 흘러내려서 바다로 가는 흙이 있어야 영양분을 얻어 목숨을 이어요. 지구별에서 모든 목숨은 흙에서 비롯하고, 지구별에 있는 흙은 풀이 있어야 기름집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올바로 깨닫고 슬기롭게 살필 때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열 수 있습니다.



.. 노동을 한다면 좋아서 해야 할 것이다. 또는 기량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도 좋다. 결국은 살아가기 위해서 한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이념을 위해 장화를 만드는 것이라든가, 단지 이념을 위해 또는 도덕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노동은 거의 무가치한 노동에 불과하다 … 관청의 창가에는 아무것도 피어 있지 않거나 빨강과 흰색의 제라늄만이 피어 있을 뿐이다 … 철도청 관리 아래서 식물은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며, 우체국과 전화국에서는 도무지 아무것도 피지 않는다 … 그 중에서도 세무서는 황폐해진 사막으로 표현하면 딱 알맞다 ..  (84, 138쪽)



  카렐 차페크 님이 쓴 다른 글이 궁금합니다. 손수 흙을 가꾸는 삶을 돌보면서 바라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지구별 얼거리를 읽으면서 지구별을 아름답게 스스로 보듬는 길을 알아차린 이녁이 어떤 문학을 꽃피우면서 우리한테 기쁨을 베풀려 했는지 궁금합니다.


  《원예가의 열두 달》이라는 책에서 카렐 차페크 님이 밝히기도 하지만, “노동을 한다면 좋아서 해야” 합니다. 즐겁게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하면서 해야 합니다. 웃고 노래하면서 일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럴 때에 온누리에는 민주와 평화가 싹틉니다. 즐거움도 웃음도 기쁨도 노래도 없다면, 이때에는 노예나 종이 되면서 굴레나 쳇바퀴나 톱니바퀴가 되어요. 전쟁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세우는 이들은 즐거움도 기쁨도 모르는 바보입니다. 따돌림과 괴롭힘을 일삼는 이들은 웃음도 노래도 모르는 얼간이입니다. 이들은 흙을 만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흙을 사랑하는 손길을 모릅니다. 나무를 심은 적 없기에 이웃을 해코지합니다. 풀을 손수 뜯어서 풀밥을 지은 적 없기에 동무를 못살게 굽니다.



.. 어떤 혁명도 싹이 트는 시기를 미룰 수는 없으며, 5월 이전에 라일락을 피울 수 없다. 즉, 영리한 인간이라면 지금껏 계속되어 온 법칙과 습관에 따르고 순종하게 된다 … 우리는 흔히 봄을 일러 싹을 품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을이 그렇다. 과연 자연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한 해의 주기는 분명 가을로 끝난다. 그러나 가을에 한 해가 시작된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 가을에 꽃이 시드는 것 역시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꽃이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  (82, 206, 207쪽)



  정치나 경제를 뜯어고쳐야 나라가 살지 않습니다. 해마다 봄이 찾아와야 나라가 삽니다. 문화나 예술을 북돋아야 나라가 살지 않습니다. 여름에 들과 숲에 잎이 우거져야 나라가 삽니다. 교육과 복지를 키워야 나라가 살지 않습니다. 가을에 온갖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익어야 나라가 삽니다.


  발전소와 공장과 관광단지와 골프장과 고속도로 따위로는 나라를 살리지 못합니다. 들과 숲이 비로소 나라를 살립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나라를 살리지 않습니다. 시골지기나 시골내기나 흙지기나 흙일꾼이 나라를 살립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나요? 학교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나요? 사회에서 아이들은 무엇이 될 수 있나요? 사회에서 어른들은 무엇이 되는가요?


  시골에서 지내는 열두 달은 다달이 새로운 노래요 숨결입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열두 달은 다달이 똑같은 직업이고 월급입니다. 시골에서는 철마다 달마다 날마다 늘 다른 일을 합니다. 도시에서는 달력 숫자만 바뀔 뿐 하루 내내 똑같은 몸짓을 되풀이합니다.


  가을에 가을바람을 쐬면서 가을하늘을 누리는 사람이 싱그러이 웃습니다. 겨울에 두툼하게 옷을 입고 눈을 뭉치면서 노는 아이가 해맑게 노래합니다. 봄에 두꺼운 옷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들을 누비는 사람이 신나게 뛰어놉니다.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딸기와 멧딸기를 훑는 사람이 기쁘게 사랑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일로 삶을 지을 사람인가 되돌아봅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숲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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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럽다 (사진책도서관 2014.10.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둘레가 시끄럽다. 우리는 폐교 건물을 도서관으로 빌려서 쓰지만, 폐교 건물을 둘러싼 모든 터는 ‘나무 업자’가 빌렸다. 그런데 ‘나무 업자’는 지난 몇 해 동안 ‘못 쓰는 나무’를 모든 터에 촘촘히 박기만 하고 내버려 두더니, 요즈음 들어 삽차를 끌고 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못 쓰는 나무’를 파낸다. 게다가, 학교에 있던 나무도 이래저래 벤다.


  이곳에 두루 퍼진 들딸기넝쿨이 모두 사라진다. 제법 잘 자란 탱자나무가 사라진다. 학교 뒤편 논을 따라 선 울타리 나무가 사라진다. 높이 뻗은 가시나무 아래쪽을 자른다. 도무지 시끄러워서 도서관에 있을 수 없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나중에 우리가 목돈을 모아서 이곳 건물과 터를 산다고 하면, ‘나무 업자가 엉터리로 박은 못 쓰는 나무와 비닐’을 모두 걷어야 한다. 나무 업자가 못 쓰는 나무를 스스로 치워 주는 한편, 나무 업자가 곳곳에 깔아 놓은 썩은 비닐도 걷어 주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갑자기 휑뎅그렁하게 바뀌는 둘레 모습을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본다. 나중에 이곳을 우리 터로 지킬 수 있을 적에 이곳에 어떤 나무를 어느 자리에 얼마나 심어서 키우면 될까 하고 헤아린다. 말끔히 치운 모습을 보니, 제법 자리가 넓다. 온갖 나무를 알맞게 심을 만하고, 아이들과 함께 갖가지 나무를 신나게 심어서 보듬을 만하지 싶다.


  나무를 생각하자. 우리 나무를 생각하자. 우리 도서관 나무를 생각하자. 숲을 생각하고, 도서관 숲을 생각하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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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미국말 40 : 컷(cut)



잡념이 들 때마다 속으로 가만히 “컷(cut)”이라고 말하며 생각을 정지시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57쪽


 컷(cut)

→ 그만

→ 멈춰

→ 그쳐

→ 뚝

→ 떽

 …



  ‘컷(cut)’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사전에 ‘컷’이 나오기는 하지만, ‘장면·삭제·삽화’로 고쳐써야 한다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영화 촬영에서, 촬영을 멈추거나 멈추라는 뜻으로 하는 말”과 같은 풀이말이 있습니다. 이 풀이말을 살피면 ‘멈추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라고 나와요.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멈춰’로 고쳐서 써야 올바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멈춰!”나 “그만!”을 넣을 만합니다. “뚝!”이나 “떽!”을 넣어도 되며, 좀 세게 말하자면 “썩 꺼져!”나 “사라져!”나 “물러가!”나 “저리 가!”라 해도 돼요. 이밖에도 얼마든지 “멈춰!”를 뜻하거나 나타낼 낱말을 재미나게 골라서 넣을 수 있습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허튼 생각이 들 때마다 속으로 가만히 “멈춰!” 하고 말하며 생각을 멈춥니다


‘잡념(雜念)’은 ‘허튼 생각’으로 손봅니다. ‘-이라고’는 ‘하고’로 바로잡고, ‘정지(停止)시킵니다’는 ‘멈춥니다’나 ‘그칩니다’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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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01 : 영기(靈氣)



레이키(relki靈氣)란 에너지 힐링의 한 갈래이자 그 에너지 자체를 이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 이로 인해 만물이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기에 생명의 에너지 또는 사랑의 에너지라고 불려요 … ‘레이키’는 ‘영기靈氣’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36쪽


 ‘레이키’는 ‘영기靈氣’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 ‘레이키’는 ‘영기靈氣’를 가리키는 일본말입니다

→ ‘레이키’는 ‘영기靈氣’를 뜻하는 일본말입니다

→ ‘영기靈氣’를 일본에서는 ‘레이키’라 합니다

→ ‘영기靈氣’를 일본에서는 ‘레이키’라 가리킵니다

 …



  《애니멀 레이키》라는 책을 읽으니, ‘애니멀 레이키’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밝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이름은 일본사람이 지어서 일본에서 썼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사람이 일본에서 지은 일본말을 그대로 따른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합니다. 영어이든 일본말이든 중국말이든 프랑스말이든 그대로 쓰고 싶다면 그대로 쓸 만합니다. 그리고, 한국말로 쉽고 또렷하게 풀어서 새 이름을 짓고 싶다면 새로 짓거나 쉽고 또렷하게 풀어서 쓰면 됩니다.


  책을 쓴 분이 밝힌 이야기를 살피니, “생명의 에너지”나 “사랑의 에너지”를 가리키는 ‘레이키’요 ‘영기’입니다.


 사랑넋 . 사랑결 . 사랑힘 . 사랑빛 . 사랑숨 . 사랑손

 사랑숨결 . 사랑기운 . 사랑내음 . 사랑손길


  우리 목숨은 사랑이 어우러져 태어납니다. 사랑이 없이 태어날 수 있는 목숨은 없습니다. 사랑은 사랑이면서 목숨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레이키’이든 ‘영기’이든, 한국에서는 한국말로 ‘사랑넋’이나 ‘사랑숨’과 같은 낱말로 담아서 나타낼 만합니다. ‘사랑결’이나 ‘사랑힘’ 같은 낱말을 쓸 수도 있어요. ‘사랑숨결’이나 ‘사랑기운’이라 적어도 됩니다.


  그런데, ‘애니멀 레이키’는 집짐승을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달래거나 다스리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레이키’나 ‘영기’는 우리가 손을 써서 다른 넋이나 목숨이나 숨결을 곱게 보살피는 일입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살핀다면 ‘사랑숨’이라든지 ‘사랑손’이라든지 ‘사랑손길’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합니다.


  어떤 낱말을 쓰든 다 잘 어울립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을 기쁘게 담아 즐겁게 쓰면 넉넉합니다.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 뜻과 넋을 알뜰히 담아 살뜰히 쓰면 돼요.


  일본사람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는 결에 맞추어 일본말로 어느 일 한 가지를 가리키는 이름을 짓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결에 맞추어 한국말로 어느 일 한 가지를 가리키는 이름을 지어요. 이름짓기는 시나브로 삶짓기로 이어집니다. 생각과 마음을 아름답게 지어서, 우리 기운과 숨결도 아름답게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레이키(relki靈氣)란 기운을 씻는 일 가운데 하나이자 바로 이 기운을 이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있고 살아갈 수 있기에 ‘목숨을 이루는 기운’이나 ‘사랑 어린 기운’이라고 해요 … ‘영기靈氣’를 일본에서는 ‘레이키’라 합니다


“에너지(energy) 힐링(healing)의 한 갈래이자”는 “기운을 씻는 일 가운데 하나이자”나 “기운씻기 가운데 한 갈래이자”로 손보고, “그 에너지 자체(自體)를 이르는”은 “기운을 가리키는”이나 “바로 이 기운을 가리키는”으로 손봅니다. “이로 인(因)해”는 “이 때문에”로 손질하고, “만물(萬物)이 존재(存在)하고”는 “모든 것이 있고”로 손질하며, “생명(生命)의 에너지”는 “생명 기운”이나 “목숨을 이루는 기운”이나 “목숨을 낳는 기운”으로 손질합니다. “사랑의 에너지”는 “사랑 기운”이나 “사랑 어린 기운”으로 다듬고, “‘영기’의 일본식(-式) 발음(發音)입니다”는 “‘영기’를 가리키는 일본말입니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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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틀 만에 읍내마실



  곁님이 열이틀 만에 읍내마실을 함께한다. 셋째 아이가 두 달 동안 곁님 몸에서 살다가 떠난 지 열이틀이 흘렀다. 이제 조금 걸어서 다닐 만하다 싶어 읍내에 살짝 다녀온다. 지난 열이틀 동안 눈코 뜰 사이 없이 몹시 바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니, 바삐 이것저것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분하게 생각을 다스릴 겨를을 내지 못했다. 마침 읍내마실을 하던 날이 장날이라, 군내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곁님과 두 아이는 자리에 앉고 나는 가방과 짐을 지키면서 선다. 모처럼 아이들이 내 곁에 없으니 홀가분한 몸이 되고, 홀가분한 몸을 오랜만에 느끼면서 셋째 아이가 스치고 지나간 나날을 되새긴다.


  셋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우리한테 찾아왔을까. 셋째는 어떤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또 어떤 노래를 듣고 싶어서 우리한테 찾아왔을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우리 집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 더듬는다. 두 아이는 모두 사랑이고 기쁨이다. 사랑과 기쁨이 어우러져 언제나 웃음이고 노래이다. 셋째 아이도 틀림없이 사랑이고 기쁨일 테지. 사랑과 기쁨이 어우러져 웃음이요 노래일 테지.


  셋째 아이를 뒤꼍 무화과나무 둘레에 묻고 난 뒤, 어쩐지 자꾸 그쪽에 발걸음을 한다. 무화과나무 둘레에서 돋는 가을풀을 날마다 뜯는다. 셋째 아이를 묻은 자리 옆에 탱자씨를 심기도 했는데, 이 아이가 탱자나무에 숨결을 담아서 피어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 집 뒤꼍 울타리를 따라 무화과나무와 탱자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덮으면 얼마나 이쁠까 하고 헤아려 본다.


  아침 낮 저녁으로 뒤꼍에 올라 이웃걷기를 한다. 찬찬히 뒤꼍을 거닐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셋째를 묻고 첫째랑 둘째랑 곁님이랑 지내는 이 보금자리를 푸르게 가꾸는 길을 생각한다. 한 해가 저무는 십일월에 내 삶을 새로운 생각으로 짓는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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