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수수하게 담은 시집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한다. 참말 우리는 우리 삶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며시 글로 옮기면 모두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머리를 짜야 시가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볶아야 노래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삶은 언제나 시이고 노래이다. 내 손으로 내 삶을 짓고, 내 눈으로 내 삶을 볼 때에, 우리 삶은 환하게 빛나는 즐거운 이야기로 거듭난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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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양정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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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8
양정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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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83



아기와 함께 사랑을 속삭입니다

―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양정자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4.4.30.



  할머니 시인 양정자 님은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실천문학사,2014)을 선보이면서, 책이름 그대로 아기가 이 땅에 태어나 어버이한테서 들은 말을 새로운 노래로 들려줍니다.


  참말 아기는 온갖 말을 듣습니다. 따로 엿듣는다기보다, 언제나 귀를 기울이면서 온갖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읊는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할머니가 알려주는 말을 듣고, 할아버지가 속삭이는 말을 듣습니다. 아기는 저를 둘러싼 온갖 말을 들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기는 제 둘레에서 피어나는 갖가지 말을 귀여겨들으면서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살찌웁니다.



.. 해 긴긴 봄날 우리 엄마가 온몸이 노곤한 채 / 햇빛 바른 마루에 앉아 조속조속 졸고 앉아 있는데 / 꿈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꽃처럼 활짝 핀 엄마 몸속으로 ..  (태몽)



  글을 모르는 아이는 오직 말로 삶을 배웁니다. 글을 알지 못하는 아이는 오로지 말을 받아들여 사랑을 익힙니다. 어버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짧게 내뱉는 말조차, 아이한테는 아주 크게 울리면서 스며드는 말입니다. 어버이 아닌 다른 어른이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내뱉는 말마저, 아이한테는 매우 크게 부딪히면서 젖어드는 말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시끄러운 곳에 가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주고받는 말소리뿐 아니라, 자동차가 흐르는 소리라든지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 가운데 아이한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시끄러운 곳에서는 어른도 몹시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기찻길 옆 옥탑집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언제나 기찻소리 때문에 고단해야 했습니다. 기찻소리는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늘 고단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끊이지 않는 기찻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땅이 덜덜 떨리니 집도 흔들립니다. 기차를 타면 먼 곳까지 빠르게 갈 수 있으나, 기찻길을 집 옆에 두어야 하는 사람은 날마다 귀를 찢는 소리와 웅웅거리면서 집이 흔들리는 일까지 겪어야 합니다.



.. 유치원생 내 손자가 제 강아지 끌어안고 / 무심히 혼자 하는 말 / “복실아, 너는 좋겠다, 유치원에도 안 가구. / 영어도 피아노도 안 배우고, 넌 정말 정말 좋겠다.” ..  (부러운 강아지)



  작은아이를 낳을 무렵 시골로 옮겼습니다. 작은아이는 갓 태어난 뒤부터 골짝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작은아이는 오토바이 소리라든지 짐차 소리라든지 경운기 소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골짝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곧장 새근새근 깊이 잠드는 작은아이인데, 오토바이가 지나간다든지 짐차나 경운기가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어요. 그렇다고, ‘여기에 갓난쟁이가 있으니’ 오토바이도 짐차도 경운기도 이 둘레로 지나다니지 말라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오토바이를 모는 분은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때문에 아기가 깨는 줄 몰랐으리라 생각해요. 안다고 해서 오토바이를 안 몰 수 없기도 했을 테고요. 시골 할배는 으레 경운기를 몹니다. 이녁 집안에 이녁 손자가 있다면 경운기를 안 몰거나 덜 몰는지 모르지만, 이녁 집안에 이녁 손자가 없으면 그리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자동차 소리를 덜 듣거나 안 들을 만한 다른 시골로 옮기면서 생각에 잠겼어요. 자동차가 없던 지난날에는 이러한 소리 때문에 고단한 어버이는 없었어요. 지난날에는 아기가 있는 이웃집을 헤아려 함부로 시끄러운 소리를 안 냈어요. 아기가 있는 이웃집 앞이나 옆을 지날 적에는 말소리를 낮추었지요.


  자동차를 몰 적에도 그렇지요. 아기가 탔다고 커다랗게 써 붙인 자동차가 있으면, 이런 자동차 둘레에서 함부로 빵빵거리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아기가 화들짝 놀라니까요. 내 아기 아닌 다른 집 아기라도 놀래키지 않을 노릇이거든요.



.. 이웃집 두 살, 세 살짜리 연년생 언니 오빠 놀러오면 / 갑자기 무거웠던 눈꺼풀 싹 올라가고 / 두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 아직 같이 놀 처지 못 되지만 / 서로 밀고 당기며 싸우며 놀기도 하는 언니 오빠를 / 쓱쓱쓱 배밀이하며 열심히 쫓아다니며 구경하기 바쁩니다 ..  (아기는 아기끼리)



  양정자 님이 쓴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녁 곁님인 소설가 할배는 어느 날 술을 입에 안 대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술을 끊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김치를 담그느라 바쁠 날을 앞두고, 이날은 이녁 곁님이 아기를 오롯이 보아야 할 테니, 아기가 싫어하는 술냄새를 풍기지 말라고 넌지시 한 마디를 했더니, 참말 이녁 곁님이 꼭 하루 동안 입에 술을 안 대었대요.


  사내는 할배 나이가 되면 조금 귀를 열 수 있을까요. 손자가 생기니, 손자를 헤아리면서 삶을 새롭게 지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아버지 자리에 서는 이들은 어머니 자리에 서는 이들이 들려주는 말을 어느 만큼 귀여겨들을까 궁금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면, 집 바깥으로 나돌면서 돈을 더 버느라 바쁘기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버지 자리에 서기에 이제 집 바깥에서 나돌던 일은 그치거나 줄이면서, 집 안쪽에서 아이하고 누리는 삶을 더 돌아볼 만한지 궁금합니다.



.. 몸에 나쁜 간식거리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 온갖 말로 아기를 달래보는데 / 종달새처럼 말 잘하는 어린 내 손녀 / 서럽게 울면서 하는 말 / “할머니, 이 세상, 왜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어요?” ..  (아이스크림)



  아이 혀에 달콤하게 달라붙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어른 혀에도 달콤하게 달라붙습니다. 무엇보다,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어른이 만들어 아이들한테 팝니다. 과자 공장이나 아이스크림 공장은 모두 어른이 세웁니다. 공장지기도 어른이고, 공장 일꾼도 어른입니다.


  과자를 사 달라 떼 쓰는 사람만 아이가 아니에요. 과자라는 것을 만들어 아이한테 팔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모조리 어른이에요. 우리는 아이를 탓할 수 없습니다. 과자를 만드는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땅에 아토피를 불러들인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어떤 병원 처방과 화학약품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아토피를 만든 우리 어른을 탓할 노릇입니다.


  시인 할머니한테 아이가 외쳐요. “할머니, 이 세상, 왜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어요?” 할머니는 할 말이 없습니다. 시인 할머니는 학교에 나가 돈을 버는 교사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인 할머니는 흙을 일구어 ‘몸에 좋은 밥’을 손수 기르는 살림지기 노릇을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갓 핀 아침 나팔꽃처럼 환한 얼굴이 된다 / “아침이 좋아? 왜 그렇게 좋은데?” 물으면 / “왜냐하면요, 아침이 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요.” ..  (야, 아침이다!)



  아이들은 저녁에 좀처럼 안 자려 합니다. 왜 안 자려 할까요? 더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아주 빨리 일어나려 합니다. 왜 빨리 일어나려 할까요? 더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학교라는 데에 들어가면 싹 바뀌어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치고, 저녁에 늦게 자려는 아이가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는 아이가 드뭅니다. 왜 그러할까요? 학교가 괴롭고, 숙제와 시험이 모두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려고 이 땅에 태어났는데, 어른들은 공부와 숙제와 시험만 잔뜩 갖다 안겨요. 이러니, 아이들은 저녁에 꾸벅꾸벅 졸아요. 학교에서도 꾸벅꾸벅 졸지요. 게다가 아침에는 어기적거리면서 잠자리에서 안 벗어나려고 해요.



.. 내일은 며느리들 와서 김장할 테니 술 작작 마시고 / 아기들 좀 봐줘야 할 것 같으니 / 술 냄새 풍풍 풍기면 / 할아버지 옆에 가려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 술 좀 덜 마시라고 말했더니 / 언제 마누라 말 들어본 적 있었던가 / 그냥 건성으로 해본 내 충고에 / 웬걸, 무슨 기적처럼 내 남편이 그날 밤엔 / 술 한 잔도 안 마시고 들어왔네 ..  (무서운 아기들)



  우리 어른도 아침이 고단합니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신나게 웃고 노래하는 어른이 아주 드뭅니다. 아침에 일터로 가는 길에 환하게 웃음짓는 얼굴로 기쁘게 노래하는 어른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모두 똥을 씹은 듯한 얼굴입니다. 자가용을 몰면서도 입에서 거친 말이 쉬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즐거운 삶이 아닌 고단한 쳇바퀴인 어른인 탓에, 아이한테도 즐거운 삶이 아닌 고단한 쳇바퀴를 베풀고 맙니다. 기쁨이 가득한 삶이 아니라 지치고 힘든 굴레인 어른인 탓에, 아이한테도 기쁨이 가득한 놀이가 아니라 지치고 힘든 입시지옥을 갖다 안기고 말아요.



.. 직장에서 돌아오면 어린 내 아이들 데리고 / 거의 매일 무조건 올랐던 동네 뒷산 / 너무 많이 올라 다녀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던 /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 같았던 성산 ..  (마포 성산)



  시인 할머니는 이녁 일터인 중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거의 날마다 동네 뒷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참말 고단하고 힘든 몸이었을 텐데, 게다가 집으로 돌아왔어도 집일이 그득그득 넘쳤을 텐데, 모든 것을 잊고 동네 뒷산에 오르셨지 싶어요.


  아이를 생각하며 동네 뒷산에 올랐겠지요. 아이와 함께 시인 할머니 이녁 삶을 생각하며 동네 뒷산에 올랐겠지요. 이녁 마음에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지 않고서야 집일을 못했으리라 느낍니다. 이녁 마음에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을 적에, 아이들도 스스로 마음밭에 싱그러운 바람씨앗을 심었으리라 느껴요.


  따사로운 마음이 따사로운 마음을 낳습니다. 포근한 숨결이 포근한 숨결을 낳습니다. 사랑으로 지은 노래는 사랑이 가득한 새로운 노래를 낳습니다. 사랑을 받아 태어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사랑스러운 어른이 되고, 이윽고 사랑을 듬뿍 심은 씨앗으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시인 할머니는 이녁이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서 가만히 귀여겨들은 말을 손자한테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시인 할머니한테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살몃살몃 들은 아기는 씩씩하게 자라 아름다운 어른으로 우뚝 서리라 생각합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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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0) 통하다通 72


장정임 씨의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35쪽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이어진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하나라는 생각

 …



  만나고 싶어 찾아갑니다.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기쁘게 만난 뒤 헤어집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저마다 제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이제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하나이기에, 아무리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서로 그리면서 따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이 지구별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곱게 이어진 삶입니다. 온누리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시 한 줄을 쓰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만납니다. 노래 한 가락을 부르면서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만납니다. 꿈을 같이 꾸고, 사랑을 함께 속삭이면서, 두 나라는 아름다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장정임 씨가 쓴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정임 씨의 시”는 “장정임 씨가 쓴 시”로 손보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나 “생각했습니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1) 통하다通 73


율곡이 이 책을 통해서 선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영우-율곡 이이 평전》(민음사,2013) 181쪽


 이 책을 통해서

→ 이 책을 써서

→ 이 책을 내서

→ 이 책을 바쳐서

→ 이 책으로

 …



  책을 씁니다. 책 한 권을 써서 누군가한테 건넵니다. 책 한 권을 알뜰살뜰 써서 어느 한 사람한테 드립니다. 조선 사회에서 율곡이라는 분은 책을 한 권 써서 선조라는 임금한테 올렸다고 합니다. 임금한테 올리는 책은 ‘드리는’ 책이라 할 수 있고, ‘바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율곡이라는 분은 “책 한 권으로 선조라는 임금한테 무엇을 바란다”고, “책 한 권을 올려 선조라는 임금이 무엇인가 제대롤 바로잡거나 고치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율곡이 이 책을 써서 선조한테 무엇을 바라는가


“기대(期待)하는 것은 무엇인가”는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로 손보는데, 더 손질해서 “무엇을 바라는가”로 적을 수 있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3) 통하다通 74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175쪽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



  이 보기글은 한글로 적었으나 한국말이라기보다는 일본 말투를 옮겼다고 할 만합니다. ‘-와의 -은’과 ‘-의 -을 通하다’는 모두 일본 말투입니다. 이 같은 말투를 오늘날 두루 쓰기도 하고, 이 같은 말투로 글을 적어도 사람들이 어렵잖이 알아듣는다고 하지만, 글을 쓸 적에는 오롯이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7.11.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한 날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의 첫 만남은”은 “랑이와 처음 만난 때는”이나 “랑이와 처음 만난 자리는”으로 손볼 수 있는데, 글짜임을 손질해서 “랑이와는 …… 처음 만낫습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교감(交感) 신청”은 그대로 써야 할는지 모르나, 이러한 말마디는 글쓴이가 생각을 기울여서 알기 쉽고 또렷하게 고쳐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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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11-07 21:09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그것이 무슨 대수입니까.
고맙습니다 ^^
 

푸른숲 시골빛 삶노래

― 숲이 되려고 기다리는 씨앗



  밥 한 그릇은 벼라고 하는 풀이 맺은 열매이면서, 다시 벼라고 하는 풀이 돋도록 하는 씨앗입니다. 밥이란, 솥이나 냄비에 물을 붓고 쌀을 넣어 끓여서 얻는 먹을거리입니다. 쌀이 밥으로 바뀝니다. 쌀은 겨를 벗긴 벼입니다. 겨를 통째로 먹어도 되지만, 씹기에 한결 수월하도록 겨를 벗깁니다. 겨란 쌀알을 감싸는 껍질입니다. 쌀알에는 씨눈이 있고, 이 씨눈이 바로 새롭게 벼풀로 자라도록 이끄는 알맹이입니다.


  벼도 풀입니다. 벼에서 얻는 볍씨인 나락은 쌀알이면서 풀알입니다. 풀알이란 풀열매입니다. 풀열매를 먹는 우리들은 풀밥을 먹는 셈입니다. 풀밥을 먹으니 풀내음을 먹고, 풀숨을 받아들입니다.


  볍씨 한 톨은 새로운 볍씨를 백 알 즈음 내놓습니다. 이듬해에 새롭게 심어서 돌볼 씨앗을 남긴 뒤, 한 해 내내 즐겁게 쌀밥을 지어서 먹습니다.


  씨앗을 먹기에 목숨을 얻습니다. 새롭게 싹이 틀 수 있는 씨앗을 밥으로 지어서 먹기에 목숨을 잇습니다. 씨앗은 땅에 깃들면 새로운 풀이나 나무가 되고, 우리 몸에 들어오면 새로운 숨결이 됩니다.


  《나무의 아기들》(천개의바람 펴냄,2014)이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을 빚은 이세 히데코 님은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첼로, 노래하는 나무》 같은 그림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을 그리는 이세 히데코 님은 ‘숲·나무·씨앗·노래·사랑·삶’을 한데 엮어서 쉽고 보드라운 결로 이야기합니다. 《나무의 아기들》이라는 그림책은 ‘나무가 낳는 아기 = 씨앗’이라는 얼거리를 바탕으로 ‘씨앗은 다시 어머니 나무가 되는 넋’이라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벽오동 아기는 가을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배를 타고 바람의 여행을 떠나지요(4쪽).” 나무는 모두 다릅니다. 모두 다르기에 나무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우리 둘레에는 어떤 나무가 있을까요? 우리 둘레에서 자라는 나무한테 누가 어떤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붙였을까요? 표준말로 가리키는 이름뿐 아니라, 고장마다 다 다르게 가리켰을 이름을 헤아려 보셔요.


  둘레를 가만히 살펴보셔요. 은행나무가 있나요? 방울나무가 있나요? 느티나무가 있나요? 소나무가 있나요? 벚나무가 있나요? 자, 이밖에 도시에서는 어떤 나무를 더 구경할 수 있나요? 아파트에는 없을 테지만, 퍽 오래된 골목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있습니다. 살구를 좋아하면 마당에 살구나무를 심을 만하고, 복숭아를 좋아하면 복숭아나무 몇 그루를 돌볼 만합니다. 포도나무를 마당에 심을 수 있고, 동네 빈터에 오동나무를 심을 수 있어요.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마다 다른 이야기를 심습니다. 뽕나무를 심을 적에는 뽕나무가 자라는 결과 함께 누리는 이야기가 있고, 느릅나무를 심을 적에는 느릅나무가 자라는 결과 같이 누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어떤 뜻을 함께 품는가요.


  “북풍이 지나가면 도토리들이 투두둑 떨어져요(10쪽).” 시골마을 우리 집 마당과 뒤꼍에서 자라는 나무를 가만히 헤아립니다. 마당에 우람하게 선 후박나무에는 한 해 내내 마을 멧새가 쉼없이 찾아듭니다. 여름에 후박꽃이 핀 뒤 후박알이 까맣게 맺는데, 멧새는 후박알을 먹으려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애벌레를 잡아먹고 싶어서 찾아와요. 날씨가 포근한 남녘은 늦가을에도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어요. 늦가을부터 돋는 갓이랑 유채를 살펴보면, 갓잎과 유채잎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애벌레를 어김없이 볼 수 있습니다. 한 해 내내 푸른 잎사귀를 내놓는 후박나무에도 늦가을에 애벌레가 있어요. 열매와 애벌레를 찾는 멧새가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오면, 우리 집에는 구성진 노래잔치가 벌어집니다. 새마다 노랫소리가 다르니 언제나 다른 노랫소리를 누립니다. 마당에 우람한 나무 한 그루 있을 뿐이라 할 테지만, 이 나무 한 그루가 있기에 새들이 찾아와서 쉬면서 노래해요.


  한편, 새는 모든 애벌레를 샅샅이 잡아먹지 않습니다. 애벌레 몇 마리 귀엽게 놓아 줍니다. 왜 그러할까요? 애벌레를 샅샅이 잡아서 먹으면, 다음에는 더 잡아먹을 애벌레가 없기 때문입니다. 애벌레가 커서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난 뒤, 다시 알을 낳아 새로운 애벌레가 자라야 새도 두고두고 잡아먹으면서 목숨을 잇습니다. 나무는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으면서 새 잎을 틔울 수 있고, 애벌레는 나뭇잎뿐 아니라 풀잎을 골고루 갉아먹으면서 풀도 알맞게 보듬습니다. 그리고, 이 애벌레가 깨어나 나비나 나방이 되어야, 쉴새없이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받이를 하지요. 나무나 풀은 잎사귀를 애벌레한테 조금 내주고 꽃가루받이를 하니, 서로 돕고 보살피는 사이라고 할 만합니다.


  “느티나무 엄마는 아기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가 봐요. 언제까지나 안고 있으려고 가지째 떨어진대요(22쪽).” 나무가 있으면 그늘이 집니다. 한여름에는 그늘에서 시원하게 쉽니다. 겨울에도 나무는 가지를 벌리면서 춤을 춥니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나무가 찬바람을 가려요. 차디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나무가 고스란히 받아서 노래로 바꾸어 줍니다. 나무가 우거지면 바깥소리를 막지요. 나무는 우리 보금자리에 시끄러운 바깥소리가 덜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도록 가립니다. 집이나 건물을 둘러싸고 나무가 겹겹이 있으면, 자동차 구르는 소리를 거의 다 막을 만해요.


  소리를 막는 울타리를 높게 세운들 소리를 제대로 막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한 겹만 있어도 웬만한 소리를 거뜬히 막고, 나무가 두 겹이 있으면 거의 모든 소리를 막으며, 나무가 세 겹으로 둘러싸면 바깥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안쪽에서는 포근해요. 게다가 나무가 자라서 우람하게 서면, 나무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골고루 퍼지면서 아름다운 삶터를 이룹니다. 나무는 언제나 푸른 바람을 일으키니 우리 가슴에서 푸른 이야기가 싹틀 수 있습니다.


  숲이 되려고 기다리는 씨앗은 오랫동안 흙 품에 안겨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사랑이 되려고 기다리는 ‘사람씨앗’이지 싶어요. 오늘까지 고요히 잠잘 수 있고, 이튿날에도 아직 긴잠에서 안 깨어날 수 있지만, 머잖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온누리를 환하게 밝히는 고운 사랑이 됩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따사로운 마음으로 착하고 참다운 멋진 사랑이 돼요.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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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스티커순이 입막기



  스티커순이가 되는 사름벼리가 문득 ‘스티커 판’으로 입을 막는다. “아버지, 나 이러면 이 못 닦지?” 그래, 그렇게 하면 너는 이를 못 닦아. 그런데 말이야, “그렇구나. 그리고 그러면 밥도 못 먹겠네?” “응? 아, 그렇구나!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네가 스스로 생각해 보렴.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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