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21. 관광버스란



  나락을 다 벤 늦가을 들판을 가로지르는 군내버스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관광버스’란 무엇일까. 관광버스란 무엇을 하려는 버스인가. 다른 고장을 둘러보려고 하는 관광버스라 한다면, 바로 겨울 문턱에 선 이 늦가을에 고즈넉한 빛을 찬찬히 살피면서 누리는 버스가 되어야지 싶다. 싱싱 내달리기만 하는 버스가 아니라,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는 버스가 아니라, 시골길을 천천히 달리는 버스가 될 때에, 비로소 관광버스이지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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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떼 책읽기



  올들어 네 해째 까마귀떼를 만난다. 늦가을이 깊을 무렵 마을논에 까마귀떼가 내려앉는다. 봄이나 여름이나 첫가을에는 따로 지내던 까마귀가 늦가을이 되고 겨울을 맞이하면 크게 무리를 짓는다. 까마귀가 커다란 덩이로 무리를 지으면, 까치도 차츰 모여 커다란 무리를 이룬다. 논 한쪽에 까마귀떼가 내려앉으면, 논 다른 쪽에 까치떼가 내려앉는다. 논 옆 전깃줄에 까마귀떼가 새까맣게 내려앉으면, 논 다른 쪽 전깃줄에 까치떼가 새까맣게 내려앉는다. 까마귀떼나 까치떼만큼 대단하지는 않다지만, 참새도 가을부터 떼를 지어서 다닌다. 까마귀떼나 까치떼를 보다가 참새떼를 보면 참으로 앙증맞구나 싶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까악까악 노래를 한다. 까마귀이니까 까마귀 노래를 부른다. 몸집이 큰 새인 만큼 까마귀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하늘을 새까맣게 덮으면서 날아다니고, 아름드리 나무가 있으면 수많은 새가 다시금 새까맣게 내려앉는다. 나무가 휘청거린다. 나무에서 다리를 쉬던 까마귀떼는 곧 날아올라 하늘을 덮는다. 우리 집 위로도 까마귀떼가 지나간다.


  그런데 이 커다란 무리가 고작 사람 하나를 보고는 저 멀리 날아간다. 너희 무리쯤 되면 사람 하나쯤 대수로이 여기지 않아도 될 텐데. 너희 무리쯤 되면 사람 하나쯤 가볍게 덮쳐도 될 텐데. 아무쪼록 너희도 이 겨울에 굶는 아이 없이 씩씩하고 튼튼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빈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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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1.12.

 : 골이 띵한 늦가을



- 해질 무렵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우체국에 다녀올까 하다가, 혼자 가기로 한다. 저녁바람이 꽤 드세다. 아이들한테 늦가을 추위를 맛보게 해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자칫 찬바람 잔뜩 먹고 앓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어른인 나는? 나는 이런 추위쯤 익숙하니 괜찮다. 아직 장갑을 끼지 않고 다니는 자전거 아닌가.


- 이웃 원산마을 앞을 지날 무렵 어마어마한 까마귀떼를 만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얼추 보아도 삼백 마리는 훨씬 넘을 듯하다. 빈들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지만, 전깃줄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다. 전깃줄이 새까맣도록 내려앉았다. 어디에서 이 많은 까마귀가 한데 모였을까. 겨울을 앞두고 까마귀가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데, 이듬해 봄이 되면 어느새 뿔뿔이 흩어진다. 네 철 내내 지내던 까치는 갑작스레 나타난 까마귀떼에 질리는지 꽁지를 빼며 날아간다. 아마 까치도 떼를 지으려고 하겠지. 까마귀떼와 까치떼는 서로 먹이를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일 테지.


- 면소재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군내버스를 본다. 저녁 다섯 시가 넘는구나. 내 옆을 스친 군내버스가 한참 앞서 달리다가 봉서마을 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본다.


- 맞바람을 잔뜩 받으며 달린다. 손은 그리 안 시리지만 골이 띵하다. 겨울바람이 멀지 않다. 올겨울에는 꼭 모자를 챙겨서 써야겠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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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호들갑



  2014년 11월 21일에 새로운 도서정가제대로 책을 다루어야 한단다. 앞으로 이레 남는다. 그러면, 도서정가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무엇이 달라질까. 여느 동네책방이나 헌책방은 이러한 제도가 있거나 없거나 대수롭지 않다. 그저 ‘책’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곳에서는 이 제도 때문에 흔들릴 만하다. 왜냐하면, 몇몇 출판사는 ‘인터넷 입고율’을 따져서 책값을 뻥튀기로 붙인 다음 ‘큰 에누리’와 ‘적립금’과 ‘덤으로 끼우는 선물’로 사람들을 홀리면서 장사를 했기 때문이고, 여러 누리책방도 몇몇 출판사와 손을 잡고서 ‘큰 에누리’와 ‘적립금’과 ‘덤으로 선물 끼우기’를 마치 ‘거저로 주는 듯’ 빙그레 웃으면서 책을 팔았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 읽는 사람’이 고단하거나 힘들 일이란 없다. 왜냐하면, ‘책 읽는 사람’은 ‘싸구려 떨이 물건’을 ‘책’으로 잘못 알고 사들이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 책을 읽는 사람은 그저 ‘책’을 찬찬히 살펴서 읽을 뿐이다. 만 원 값을 붙인 책을 천 원에 후려쳐서 파니까 살 만한가? 이만 원 값을 붙인 책을 만 원에 깎아서 파니까 살 만한가?


  우리가 읽을 만한 책이라면, 이만 원 값이 붙은 책은 이만 원을 치르고 살 만해야 옳다. 우리가 읽어서 마음을 살찌울 책이라면, 만 원 값이 붙은 책은 만 원을 치르고 살 만해야 알맞다. 이렇게 될 때에, 책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든 사람과 책을 파는 사람 모두 즐겁게 ‘돈을 벌어’서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고 새로운 책을 엮을 수 있으며 새로운 책을 다루어 팔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책을 아주 헐값에 후려쳐서 팔면 누구한테 좋을까? 아무한테도 안 좋다. 만 원짜리 새책을 오천 원에 후려쳐서 팔면, 이 책을 쓴 사람은 글삯(인세)을 어떻게 받나?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다음 책을 내놓을 돈을 어떻게 모으나? 책을 다루는 책방은 흙 파먹고 사나?


  만 원짜리 책은 만 원에 사고팔 수 있어야 옳다. 이만 원짜리 책은 이만 원에 사고팔 수 있어야 알맞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러한 얼거리를 ‘큰 출판사’와 ‘돈에 눈먼 출판사’ 두 곳이 앞장서서 깨뜨렸고, 여러 누리책방과 큰 새책방이 서로 손을 맞잡고 허물었다. 그리고, ‘책 즐김이’가 아닌 ‘책 사재기꾼’이 되고 만 우리 스스로 이러한 얼거리를 망가뜨렸다.


  도서정가제가 들어선다고 해서 ‘거품 책’이 사라지거나 ‘거품 출판사’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에 붙인 제값대로 책을 사고파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이러한 때에 생각을 슬기롭게 밝혀야 한다. 깎는 값이 아니라 옹근 값으로 살 만한 책인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깎아 주어야 살 만한 책이라면, 이러한 책은 처음부터 안 살 만한 책인 줄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책은 안 사야 한다. 출판사와 누리책방이 짝짜꿍이 되어 ‘거품 값을 붙인 뒤 후려치기 해서 우리 눈을 홀리려는 책’은 처음부터 안 사야 한다. 이런 책이 안 팔리고 안 읽히도록 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제도가 태어난 까닭은, 우리 스스로 ‘책 즐김이’가 아니라 ‘책 사재기꾼’으로 나뒹굴기 때문이다. 반값으로 후려치는 책이라든지 자그마치 90%를 깎아내리는 책은 쳐다보지 말 노릇이다. 숲에서 벤 나무로 지은 책다운 숨결이 깃들지 않은 ‘싸구려 떨이’는 손에 쥐지 말 노릇이다. 책다운 책을 살피도록 눈길을 키울 노릇이다. 스스로 ‘책 즐김이’가 되지 못한다면, 정치 우두머리가 엉뚱한 짓을 일삼아도 무엇이 엉뚱한지 알아채는 눈썰미가 없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책 즐김이’가 될 때에, 스스로 삶을 지을 수 있고 생각을 가꿀 수 있다.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맛난 국을 먹어야지, 어떻게 거품을 먹겠는가. 부질없는 거품은 땅에 뿌리고, 맑고 구수하며 맛난 국을 먹자. 참된 국을 먹자. 참된 책을 읽자. 참된 삶을 일구자. 참된 사람이 되자. 4347.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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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1-14 10:11   좋아요 0 | URL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당연한 것이 이상적인 것이 되어버린 현실이 이상하죠.
참된 책을 읽자...책 즐김이가 되자...마음에 콕 와 닿네요. 도서정가제가 조금이라도 순기능을 했으면 하는데 사실은 읽는 사람이 문제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파란놀 2014-11-14 11:18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가 있건 없건
아름다운 책을 내는 출판사가 있어요.

도서정가제가 있건 없건
거품값으로 뻥튀기를 하는 출판사가 있고,
이들과 함께 장사만 하는 인터넷책방과 대형서점이 있어요.

이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거품책`과 `뻥튀기책`에 눈길을 보내지 않는 움직임으로도
바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수 있으리라 믿어요.

즐겁게 아름다운 책을 누리시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4-11-14 11:38   좋아요 0 | URL
물론 님의 말씀에 동의는 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된 데는 인터넷 서점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싸게 판다는 것을 내세워 가격을 교란시켰습니다.
이젠 독자가 싸게 사지 않으면 웬지 밑지고 사는 것만 같아 이젠 제값 주고
못 사겠다는 거죠. 그게 마약처럼 중독된 느낌이죠.
물론 도서정가제가 잘 정착이 된다면 이런 혼란은 잠시 있다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잘 정착될 거란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인터넷 서점이 최대 15% 싸게 살 수 있는 걸 유지할 거거든요.
이것조차 없어야 정착이 될 것 같은데 이걸 누가 반기겠냐는 겁니다.

당연 동네서점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관심없을 겁니다.
특별히 이득 볼게 없거든요
물론 산책 삼아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하는 의식있는 독자 몇몇은 인터넷에서 살 거
동네서점 가긴 갈 겁니다. 하지만 그 인원수가 몇이나 될까요?
그나마 각 인터넷 서점은 중고샵까지 점령한 상태입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싸게 내놓는 책 뭐 볼 거 있느냐 할지 모르지만
50% 이상 싸게 내놓는 책 아직 쓸만하고 좋은 책 많습니다. 재고정리하느라고.
값만 비싸고 내용없는 책. 뭐 좋은 책이긴 한데 내겐 그다지 안 맞는 책도 더러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도서정가제 하나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도서정가제 지금으로는 회의적이고,
이게 확실히 된다면 전 지금이라고 좋은 책 있으면 사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사는 것이 망설여지는 건 저도 읽지 않은 책이 많고,
이거 언젠가 안 지키게될 텐데 지금 쌓아두면 짐되지 않을까 해서 망설여지더라구요.ㅠ

파란놀 2014-11-14 11:50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라는 제도는
`막나가는 인터넷서점` 때문에 생겼습니다.
인터넷서점을 단속하려는 제도가
오늘날 도서정가제입니다.

그나마 15퍼센트라는 숫자에
정치권력이 타협을 했을 뿐입니다.

동네책방을 `산책하듯이` 간다면
동네책방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동네책방에 `책을 사러` 가야지요.

동네책방이 오늘날에도 있는 까닭은
동네책방에 `책을 사러 가는 사람`이 꾸준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책방에 가는 이웃을
stella.k. 님도 즐겁게 사귀실 수 있기를 빌어요.

한 사람씩 힘을 모을 때에
비로소 삶이 바뀝니다.
 



  우리가 어떤 곳에서 태어나 살아갈까. 우리가 태어난 이곳은 아름다운 곳일까, 끔찍한 곳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사랑스러운 곳일까, 슬픈 곳일까. 지구별 곳곳에서 아기가 새로 태어나는데, 이 목숨은 저마다 어떤 꿈을 품을 만할까. 청소년문학 《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는 소리를 못 듣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부대껴야 하는 삶자락을 보여준다. 소리를 듣는 사람 눈길이 아니라, 소리를 못 듣는 사람 눈길에 서서, 이곳이 어떠한 터전이요 사회이고 마을인지 보여준다. 이 아이는 두 발을 디디고 선 이곳을 아름다운 곳이나 멋진 곳이나 즐거운 곳으로 느낄 만할까. 말을 할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두 다리나 두 손을 못 쓰는 몸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몸이 아픈 채 태어난 아이라면, 난민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전쟁 수렁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남북이 갈려 서로 총부리를 겨눈 그악스러운 곳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무시무시한 입시지옥을 맞닥뜨려야 하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곳을 어떻게 느껴야 할까. 입시지옥을 겨우 벗어났어도 다른 지옥이 잇달아 찾아온다면, 이러한 곳에서 아이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겨울을 앞둔 바람이 스산하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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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 일본 문학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이경옥 옮김, 이토 치즈루 그림 / 다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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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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