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94] 감풀



  감을 얇게 썹니다. 동글배추를 얇게 썹니다. 케챱과 마요네즈를 뿌려 둘을 섞습니다. 이른바 ‘샐러드(salad)’입니다.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네 살 작은아이가 ‘감과 동글배추 섞어서 놓은 접시’를 보더니 “‘감풀’이네.” 하고 말합니다. “그래, 감풀이로구나.” 아이들한테는 감과 풀이 함께 있는 먹을거리입니다. 아이들한테 ‘샐러드’라는 이름을 알려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처음 붙인 이름대로 ‘감풀’이라 하기로 합니다. 우리 감풀 맛나게 먹자. 밥도 맛나게 먹고, 국도 맛나게 먹자.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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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츄 Amanchu! 2
코즈에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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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15

 


바라볼 수 있는 눈

― 아만츄 2

 아마노 코즈에 글·그림

 김유리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8.25.



  철마다 바닷물빛이 다릅니다. 못물빛도 철마다 다릅니다. 새파랗게 눈부실 적이 있고, 들과 숲처럼 푸르게 빛나는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바다나 못 옆을 스쳐서 지나간다면 어쩌다가 본 빛깔로 바다와 못을 읽을 수 있습니다.


  늘 지켜보는 사람은 늘 달라지는 빛깔을 바라봅니다. 살짝 스치는 사람은 살짝 스치는 빛깔을 바라봅니다. 저마다 두 눈으로 빛깔을 마주하고, 저마다 몸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바라보는 만큼 알고, 바라보는 만큼 생각하며, 바라보는 만큼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늘 바라보더라도 생각으로 잇지 않으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늘 타고 다니는 버스라 하더라도 버스가 어떠한 얼거리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버스를 알 수 없습니다. 늘 바라보기 힘들고 살짝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곳에 있지만, 꾸준히 생각하면서 꿈을 키우면 알 수 있습니다. 온마음으로 생각을 빚기 때문입니다.



-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해변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날아갈 듯한 기분. 암스트롱 선장이 발을 내디딘 고요의 바다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까?’ (5쪽)

- “여태까지 난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내가 먼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늘 걱정만 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행동에 옮기지 못했지. 그래서 스스로도 신기해. 이번엔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12쪽)



  아마노 코즈에 님이 빚은 만화책 《아만츄》(학산문솨사,2010)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몸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으나 자꾸 몸이 끌린다면, 스스로 하려는 일입니다.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싶으면 바다로 가야 하고 헤엄을 쳐야 합니다.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해야 하는 종살이라면 이러한 종살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바다로 가지 않거나 바다에 가서도 헤엄을 치지 않는다면, 스스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날마다 쳇바퀴처럼 되풀이하는 종살이가 괴롭다면 스스로 이러한 종살이를 떨쳐야 합니다. 스스로 떨치지 않고서 푸념만 한다면, 새로운 푸념이 늘기만 할 뿐, 삶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 “하면 돼. 반드시 될 거야.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 (42∼43쪽)

- ‘푸른 빛에 살포시 감싸안긴 채, 내 몸이 공중을 떠다닌다.’ (48쪽)

- “왜 저렇게 즐거워 보일까? 바닷속 풍경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이 시기는 말이다, ‘생명’이 시작되는 계절이란다. 산란 같은 것들로 바다에 영양이 그득하지. 이 시기에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바다에 가득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들이 먹으러 오고, 그 작은 물고기들을 큰 물고기들이 먹지.” (74∼75쪽)



  시골 읍내에서도 밤에는 별을 못 봅니다. 시골 읍내조차 밤에는 전깃불이 밝기 때문입니다. 시골 읍내는 아주 조그맣지만 여느 도시와 똑같은 얼거리입니다. 시골 읍내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하루 내내 가게에 들어앉아야 하고, 가게 밖으로 나오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시골 학교도 도시 학교와 그리 다르지 않아요. 학생 숫자가 적고 학교 건물이 작더라도, 여느 도시와 똑같은 교과서를 쓰고, 여느 도시처럼 입시공부를 시킵니다. 시골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새로운 책을 쓸 수 없고, 시골살이를 누리는 기쁨을 학교 안팎에서 가르치거나 배우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시골에서 무엇을 바라볼까요. 우리는 도시에서 무엇을 바라보나요. 이웃과 동무를 바라볼까요. 찻길이나 들을 바라보나요. 아파트나 건물을 바라볼까요. 참새와 까치를 바라보나요.



- ‘이렇게 하면 핸드폰을 볼 때마다 언제라도 소중한 것들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 순간의 감각. 언제 어디서라도 떠올릴 수 있는,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들.’ (144쪽)



  가을에 비가 옵니다. 가을비입니다. 길이 막히게 하는 비가 아닙니다. 봄에 비가 옵니다. 봄비입니다. 가을비는 겨울을 부르고, 봄비는 새싹을 부릅니다. 겨울비는 추위를 부르고, 여름비는 풀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철마다 빗물이 다릅니다. 달마다 빗소리가 다릅니다. 언제나 새로운 비가 내리고, 늘 새롭게 풀이 돋고 눈이 트며 잎이 납니다.


  만화책 《아만츄》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직 제 길을 걷지 못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 길을 걷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누릴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오늘 하루를 즐겁게 누리는 길을 스스로 찾고 싶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는지 모르며, 사랑이나 삶이나 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하나씩 배울 수 있으며, 아직 모르기 때문에 차근차근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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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 고양이 눈길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묘한 고양이 쿠로》 다섯째 권을 읽는다. 우리 집 마당에는 새까만 고양이는 없으나, 등은 새까맣고 배는 하얀 고양이는 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고양이 다섯 마리를 날마다 바라보노라면, 이 아이들은 사람 손길을 안 타려고 재빨리 내빼면서도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서 뒹굴고 놀며 먹이를 찾는다. 들고양이가 우리 집에 있으니 우리 시골집 천장을 기어다니는 쥐는 한 마리도 없다. 아니, 한 마리조차 있을 수 없을 테지. 들고양이는 우리 집 다섯 마리뿐 아니라 마을에도 제법 많으니까. 이 고양이들은 들쥐를 가만히 둘 턱이 없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 또 고양이 마음과 눈길로 삶을 바라보려 한다면, 《묘한 고양이 쿠로》처럼 차분하면서 깊게 삶과 사람을 보여주는 만화를 그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다만, 차분하면서 깊게 바라보아야 하고, 사랑과 즐거움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래, 차분하면서 깊은 눈썰미, 따스한 사랑, 즐거운 노래,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이야기를 짓는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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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고양이 쿠로 5
스기사쿠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2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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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마한 책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철수와영희,2014)를 한숨에 읽는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읽는다. 민주가 아닌 독재라 할 만한 정치권력이 밀어붙인 4대강 이야기를 곧장 읽는다. 그런데, 4대강 토목사업을 대통령 한 사람이 일으켰다고 하지만, 이를 따르고 추켜세운 사람이 아주 많다. 대통령 한 사람이 뽑히도록 표를 준 사람이 바로 이를 따르면서 추켜세웠고, ㅈㅈㄷ신문은 이를 힘껏 뒷받침했다.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난 이즈음에는 ㅈㅈㄷ신문조차 이제서야 이를 나무라지만, 막상 대통령 한 사람이 뽑히고 이런 막짓을 일삼을 적에는 대통령 옆에 서서 떡고물을 받아먹기만 했다. 4대강 토목사업을 밀어붙인 대통령 한 사람한테 막표를 밀어 준 모든 사람을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느끼지만, 4대강 토목사업으로 돈도 벌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터무니없는 잿빛 꿈을 키우며 막표를 퍼부은 사람을 안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라는 책을 한숨에 읽으면서 생각한다. 대통령 한 사람은 물러났지만,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자락에서는 아직도 ‘4대강 지류사업’을 ‘하천정비’라느니 무어라느니 다른 이름으로 고쳐서 바닷가와 골짜기와 논도랑과 시냇물에 시멘트를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으면서 뒷돈을 챙기는 토목사업이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만 탓해서 바뀔 일이란 없다. 대통령을 둘러싼 ‘토건 마피아’와 시장과 군수와 국회의원과 시의원과 군의원과 토목회사 모든 사람들이 짬짜미를 벌이면서 눈먼 돈을 집어삼킨다. 삶자리를 망가뜨리면서 돈을 벌고, 망가뜨린 삶자리를 다시 삽차로 파헤치면서 돈을 벌고, 조금 되살아난 삶자리를 다시 허물면서 돈을 벌고, 허물어진 삶자리를 다시 되살린다면서 또 돈을 벌고, 거듭 삶자리를 무너뜨리면서 돈을 벌고, …… 이런 엉터리 쳇바퀴질이 끝없이 이어지는 한국 사회를 읽으라고 또렷한 목소리로 알려주는 책이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라고 느낀다. 자그마한 책 한 권이면 다 알 수 있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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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 민주주의가 강을 살린다
박창근.이원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1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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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90. 두 손에 꼭 쥐는



  서리가 내린 늦가을 이른 아침에 네 살 아이가 밥그릇을 두 손으로 꼭 쥐며 섭니다. 아버지가 훑는 까마중알을 밥그릇으로 받습니다. 네 살 아이는 손이 시리다고 하면서도 밥그릇을 건네지 않습니다. 끝까지 제 두 손으로 꼭 쥐어 까마중알을 받아서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아이는 두 손에 주전부리를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밥그릇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뒷밭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풀내음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햇살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기쁨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아침을 쥡니다. 아이는 두 손에 찬바람을 쥐고, 재미난 놀이와 즐거운 사랑을 쥡니다.


  밥 한 그릇에 무엇이 있을까요. 밥 한 그릇에 웃음이 있습니다. 밥 두 그릇에 무엇이 있을까. 밥 두 그릇에 노래가 있습니다. 밥 세 그릇에 무엇이 있을까요. 밥 세 그릇에 이야기가 있습니다. 밥 네 그릇에 무엇이 있을까요. 밥 네 그릇에 사랑이 있습니다. 밥 다섯 그릇에 무엇이 있을까요. 밥 다섯 그릇에 삶이 있습니다.


  네 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열네 살이 될 테고, 스물네 살이 됩니다. 서른네 살이 되고 마흔네 살이 됩니다. 앞으로 이 아이는 두 손에 사진기를 쥘 수 있습니다. 어린 날 밥그릇을 쥐고, 풀포기를 쥐며, 꽃송이를 쥐고, 자전거 손잡이를 쥐던 아이는, 사진기를 쥘 적에 그동안 온몸과 온마음으로 담은 웃음과 노래와 이야기와 사랑과 삶을 고스란히 녹여서 사진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습니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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