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여러 아이



  아이 하나를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이 아이가 언제나 어버이 꽁무니에 찰싹 달라붙으며 지내느라 다른 일을 보기 어려웠다. 아이 둘을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두 아이가 서로 달라붙어서 신나게 놀면서 지내니 틈틈이 다른 일을 볼 만하다. 아이가 여럿이라면, 이 여러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그야말로 재미나게 소꿉놀이로 하루를 보내리라. 다만, 여러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자면, 여러 아이들을 먹이자면,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재우자면, 여러 아이들한테 찬찬히 말을 하자면, 꽤나 힘이 들리라.


  아침부터 오줌이불을 빨고 나서,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새로 입히고 하니 훌쩍 낮이 된다. 아이가 서넛이라면, 또는 너덧이라면, 또는 대여섯이라면, …… 가만히 헤아린다. 예전에는 어버이가 이 아이들을 홀로 돌보며 참 고단했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큰아이가 동생을 돌보며 여러모로 일손을 덜었을 테고, 큰아이는 동생을 돌보면서 삶이나 사랑을 새로 돌아보았을 테지.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니 고맙다. 이불도 옷가지도 잘 마르겠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허리를 펴야겠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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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1. 2014.11.10. 가을풀 살짝



  우리 집 ‘가을벌레’가 추위를 앞두고 가을풀을 아주 신나게 갉아먹는다. 가을벌레랑 우리 식구랑 ‘누가 먼저 가을풀을 먹느냐’를 놓고 다툰다. 누가 이길까? 이기고 지는 다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을벌레가 먹을 가을풀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풀을 먹어도 되지만, 가을벌레는 가을풀 말고 무엇을 먹겠나. 아쉬움을 접고 가을풀 하나 톡 뜯어서 큰아이 밥그릇에 올리는데, 어라 깨알보다 작은 푸른 진딧물 하나가 볼볼 긴다. 큰아이더러 진딧물까지 먹으라 할 수 있지만, 진딧물은 마당에 후 불어서 날린 다음 다시 꽂는다. 큰아이는 “아버지, 이거 봐, 풀나무야, 풀나무.” 하면서 웃고는 냠냠 짭짭 맛나게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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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불 석 채



  네 살 작은아이가 지난밤에 밤오줌을 이불에 싼다. 이달 들어 세 차례째이다. 앞서 두 차례는 마당에 이불을 널어 햇볕에 말렸으나 오늘은 빨아야겠다. 오줌내음이 물씬 퍼진다.


  아침밥을 끓인 뒤 이불에 비누를 묻힌다. 이불 석 채에 비누질을 하자니 팔이 제법 저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빨래기계한테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이불 석 채를 넣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두꺼운 이불 한 채를 꺼낸다. 살살 움직인다. 남은 이불은 밥을 차려서 아이들을 먹인 뒤 따로 빨까. 아니면 빨래기계한테 한 번 더 맡길까.


  예전에 아이가 이불이 쉬를 하면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다니라고 내보낸 까닭을 알 만하다. 그러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몸져누운 뒤, 늙은 어버이가 이불에 쉬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어른이 된 아이’는 늙은 어버이 머리에 키를 씌우지 않겠지.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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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놀이 2 - 올라타기만 하면 재미있어



  손수레에 짐을 실어 나를라 치면 어느새 손수레에 올라탄다. 두 손으로 손수레를 꼭 잡고는 흔들흔들 덜컹덜컹 구르는 손수레에 몸을 맡긴다. 짐을 싣고 가는 길에는 서서 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쪼그려앉는다. 어느 탈거리보다 재미나며 신나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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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91) -화化 191 : 권력화


관료 사회도 문제이지만 그동안 자본이 권력화된 것도 ‘나쁜 토목’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박창근,이원영-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철수와영희,2014) 64쪽


 자본이 권력화된 것도

→ 자본이 권력이 되었기에

→ 돈이 권력으로 되었기에도

→ 권력이 된 돈 때문에

→ 돈이 힘이 세진 탓에

→ 돈힘이 커진 탓에

 …



  ‘권력화’란 “권력이 되다”나 “권력이 되는”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한자말에 ‘-되다’를 덧붙여 ‘권력화되다’처럼 적을 수 없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자본이 권력이 되었기에”나 “자본이 권력으로 된 탓에”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조금 더 헤아린다면, 굳이 ‘자본(資本)’ 같은 한자말은 안 써도 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돈’을 권력으로 여기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대목이니, ‘돈’이라 적으면 돼요. “돈이 힘이 세진 탓에”처럼 손볼 수 있고, ‘돈힘’이라는 낱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보기글 끝에 “많아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처럼 적는데, 글 끝자락에 이렇게 쓸 수 없습니다. 글짜임이 엉성합니다. “늘어납니다”로 고쳐써야 합니다. 글월 앞쪽은 ‘- 때문에’나 ‘- 탓에’로 적고, 글월 뒤쪽은 ‘-입니다’나 ‘-합니다’로 적어야지요. 그리고, ‘나쁜 토목’은 ‘많아지’지 않습니다. ‘늘’거나 ‘늘어납’니다. 4347.11.1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관료 사회도 말썽이지만, 그동안 돈이 권력으로 되었기에 ‘나쁜 토목’이 자꾸 늘어나는 듯합니다

관료 사회도 말썽이지만, 그동안 권력이 된 돈 때문에 ‘나쁜 토목’이 자꾸 늘어나는 듯합니다


‘문제(問題)’는 ‘말썽’이나 ‘말썽거리’나 ‘골칫거리’로 다듬습니다. ‘자본(資本)’은 ‘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점점(漸漸)’은 ‘차츰’이나 ‘자꾸’로 손질하고, “이유(理由)인 것 같습니다”는 “까닭인 듯합니다”나 “때문인 듯합니다”로 손질합니다. 그리고, 이 보기글에서는 ‘많아지는’이 아닌 ‘느는’이나 ‘늘어나는’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권력화 : x

권력(權力) :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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