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75] 쓰레기



  지구에 쓰레기는 없지만

  사람은 자꾸 무엇이든

  쓰레기로 바꾸려 한다.



  예부터 지구별에는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얼마 앞서까지 지구별 어디에나 쓰레기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얄궂게 흐르면서 쓰레기가 태어납니다. 물질문명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물질문명으로 나아가지 않고 ‘쓰레기 만드는’ 물질문명으로 자꾸 나아갑니다. 참말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쓰고 버리는 삶’이란 없었습니다. ‘쓰고 되살리고 나누는’ 삶만 있었어요. 그렇지만, 오늘날 물질문명 사회는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돈을 주고 사서 쓰는 것은 모두 쓰레기가 됩니다. 돈을 들여서 만드는 것은 참말 죄다 쓰레기가 됩니다. 쓰레기란 있을 수 없는데, 왜 오늘날 사람들은 자꾸 쓰레기를 만들면서 돈을 움켜쥐려 할까요.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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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15. 큰아이―나는 그림순이



  그림순이가 쪽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차곡차곡 접는다. 그림을 그린 뒤 살짝 숨기는 셈이다. 어떤 그림을 그리셨나 하고 하나씩 돌아본다. 그림순이는 다른 놀이를 하다가 아버지가 쪽그림을 들여다보니 옆에 앉아서 빙그레 웃는다. 눈을 기다리는 그림을 그리고, 아버지를 지켜보고 그렸으며, 그림순이 모습을 스스로 그렸다. 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또는 연필로 종이에 글을 쓰는, 그림순이 모습을 야무지게 빚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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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15. 큰아이―작은책 만들다가



  그림종이를 잘라서 접은 뒤 꾸러미로 엮어서 ‘작은책’ 만드는 놀이를 하던 그림순이가 다른 놀이를 한다면서 마룻바닥에 작은책꾸러미를 그대로 둔다. 파란 그림펜이랑 리카인형은 바닥에 널브러진다. 우리 그림순이가 오늘은 어떤 그림꾸러미를 빚었는지 살그마니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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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오줌 영차



  이제부터 네 살 작은아이 밤오줌을 꼬박꼬박 누이기로 한다. 큰아이한테 했듯이 작은아이한테도 똑같이 하자고 생각한다. 큰아이가 밤오줌을 스스로 가릴 수 있을 때까지 밤마다 한 차례씩 큰아이를 안고 밤오줌을 누였다. 자다 보면, 아이들이 갑자기 길게 하품을 하면서 돌아누울 때가 있는데, 바로 이때에 넌지시 묻는다.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근소근 속삭인다. “쉬 할래?” 참으로 나즈막한 목소리로 살짝 묻지만, 아이들은 바로 알아듣는다. 그러고는 “응.” 하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인 터라 스스로 일어나지는 못하니, 이때에 아이를 살며시 안아서 마당에 놓은 오줌그릇에 오줌을 누인다.


  날마다 이렇게 밤오줌을 누이는 일은 어려울까, 쉬울까?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다만, 나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밤마다 오줌기저귀 갈며 여러 해를 지냈으니, 밤에 오줌 한 차례 누이는 일은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다. 참말 꼭 한 번만 오줌을 누여 주면 되니까 기저귀 갈던 일과 대면 얼마나 손쉬운지 모른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느낀달까. 큰아이가 밤오줌을 스스로 가릴 때까지 이렇게 했기에, 큰아이는 다섯 살 끝자락부터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쉬를 한 뒤 잠자리에 누울 수 있다. 작은아이도 한 해 즈음, 이르면 반 해 즈음, 밤마다 살포시 안아서 밤오줌을 누이면 머잖아 스스로 가릴 수 있겠지. 뭐, 사내라서 늦다면 이태 즈음 밤마다 안아서 오줌을 누여도 된다. 그래 보았자 이태뿐 아닌가.


  작은아이 밤오줌을 누이고 나서 이불깃을 새로 여민다. 이제 작은아이도 아침까지 깊이 잠들 수 있겠지. 오줌그릇을 비우고 뒤꼍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별을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 한 가락 부르고 나서 집으로 들어온다.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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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시집 한 권 읽는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달리는 20분 동안 시집을 내처 읽는다. 읍내에서 볼일을 마친 뒤 우리 마을로 돌아오려고 군내버스를 다시 기다리면서 시집을 마저 읽는다.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군내버스에 맞추어 시집 한 권 읽기에 넉넉하다. 시골자락 이야기가 흐르는 《정선아리랑》 노랫가락이 제법 구성지다. 읍내에서 20분을 달린 군내버스가 우리 마을 어귀에서 멈춘다. 마을 할매와 할배가 한 분씩 이 버스를 타고 함께 돌아왔다. 두 분은 나한테 “올라가시요잉.” 하고 인사하신다. 그렇구나 이곳 시골 어르신은 서로 이렇게 인사말을 하고, 젊은 나한테도 이런 인사말을 들려주는구나. 어디를 ‘올라가’느냐고 따질 까닭은 없다. 그저 나도 이웃 할매와 할배도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로 ‘올라갈’ 뿐이다. 4347.11.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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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
박세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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