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책숲 느끼기

22. 책은 많이 읽어야 할까



  책을 한 해에 만 권쯤 읽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누군가는 한 해에 책 만 권쯤 거뜬히 읽습니다. 이와 달리, 누군가는 한 해에 책 한 권조차 손에 쥐지도 못합니다. 왜 두 사람은 이렇게 다를까요? 마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을 한 해에 만 권쯤 읽는다고 한다면, ‘그저 빠르게 읽는’ 셈일까요? 아니에요. 어느 한 사람이 스스로 읽고 싶은 대로 손에 책을 쥐니 어느새 이만큼 읽을 뿐이에요. 빠르게 읽지도 느리게 읽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녁 결대로 읽을 뿐이지요. 한 해에 한 권조차 못 읽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녁도 이녁 삶결대로 책을 손에 쥘 뿐이에요. 책 한 권을 읽으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손에 쥐기는 해도, 하루에 한 줄조차 못 읽고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내가 책을 읽은 지난날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책 한 권을 놓고 한 해 동안 읽을 적에 더 깊거나 넓게 읽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에서는 책 한 권을 놓고 한 해에 걸쳐서 야금야금 읽으면서 가르쳐요. 자, 그러면 생각해 보셔요. 한 해에 고작 교과서(책) 한 권 떼는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은 ‘교과서 한 권’을 샅샅이 꿰뚫거나 제대로 알아채는가요? 아닙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교과서 한 권에 깃든 줄거리를 제대로 모르기 일쑤입니다.


  500쪽짜리 소설책 한 권을 읽으려면 몇 분이 걸릴까요? 이야기에 빨려든 사람이라면, 500쪽짜리 소설책을 30분이면 넉넉히 읽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처럼 읽을 수 있을까요? 이야기에 빨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열일곱 살이던 고등학교 1학년 때에, 동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서 읽는데, 나는 두 시간쯤 걸려서 읽는데, 내 동무는 이만 한 두께를 30분 만에 읽은 뒤 다른 책을 잇달아 읽어내더군요. 나는 내 책을 읽다가 동무가 읽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습니다. 내 동무 눈알이 움직이는 흐름과 책종이를 넘기는 손길을 가만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아이는 ‘그냥 막 넘기는 몸짓’이 아니었어요. 그래, 마음을 가다듬어 한껏 모으면, 500쪽짜리뿐 아니라 1000쪽짜리라 하더라도 30분이면 넉넉히 읽을 수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더 빠르게 읽을 수도 있겠지요. 왜냐하면, 마음을 모으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보기를 더 든다면, 외국말을 열 몇 가지나 아주 훌륭히 잘 하는 외국사람을 압니다. 이녁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쓰는 말을 몇 달 만에 아주 빈틈없이 익힌다고 해요. 어떻게 그처럼 온갖 다른 세계 말을 잘 익히느냐 하고 누군가 물으면,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한답니다.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어떤 사람은 영어 하나를 배우느라 열 몇 해나 스무 해가 들지만, 제대로 영어를 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영어뿐 아니라 온갖 외국말을 아주 빨리 익히기도 해요. 왜 그럴까요? 서로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마음을 기울이거나 쏟는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읽고 싶은 만큼 읽어야 합니다. 책은 몇 권 읽어야 할까요? 읽고 싶은 만큼 읽어야 합니다.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읽고 싶은 만큼 읽어야 합니다.


  길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읽고 싶은 만큼’입니다. ‘읽고 싶은 만큼’이란 무엇인가 하면, 책 한 권에 깃든 이야기와 알맹이와 줄거리와 속살을, 이 책을 손에 쥔 사람 스스로 ‘받아먹어서 몸과 마음에 삭히고 싶은 만큼’입니다. 그리고, 읽고 싶은 만큼 읽는다는 말은 ‘즐겁게’ 읽는다는 뜻입니다.


  종이책을 한 해에 천 권 읽는 일은 어려울까요, 쉬울까요? 어렵다고 여기면 어렵고, 쉽다고 여기면 쉽습니다. 종이책을 한 해에 천 권 장만하는 일은 어려울까요, 쉬울까요? 어렵다고 여기면 어렵고, 쉽다고 여기면 쉽습니다. 즐겁게 읽으려 하면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즐겁게 장만하려면 즐겁게 장만할 수 있어요. 해 보면 다 돼요.


  내가 읽고 장만한 책을 돌아본다면, 나는 열여덟 살이던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책을 백 권 남짓 장만해서 읽었고, 학교도서관과 마을도서관에서 더 많은 책을 빌려서 읽었습니다. 열아홉 살이던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책을 이백 권 남짓 장만해서 읽었고, 여러 도서관에서 더 많은 책을 빌려서 읽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스무 살에는 한 해에 400권이 넘는 책을 장만해서 읽었고, 대학도서관에서 훨씬 많은 책을 빌려서 읽었으며, 스물한 살에는 700권이 넘는 책을 장만해서 읽었을 뿐 아니라, 대학도서관과 구내서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일손을 쉴 틈에 더 많은 책을 손에 쥐어 읽었어요. 책방마실을 하면서 ‘돈이 없기에 장만하지 못하는 책’은 눈에 불을 켜고 그야말로 책에 아주 빨려들어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한 해에 700권 장만할 적에 내가 ‘돈이 없어 장만하지 못한 채 서서 읽은 책’은 7000권쯤 되지 싶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서 다시 신문배달을 하며 책을 장만하던 1998년부터는 한 해에 장만하는 책이 1000권을 넘어섰습니다. 이때부터 ‘하루에 장만하는 책’과 ‘한 해에 장만하는 책’이 몇 권인지 숫자를 세는 일을 그만두었어요. 이때까지 공책에 ‘산 책’과 ‘읽은 책’을 적었는데, 이 공책을 조용히 내다 버렸습니다. 그냥 책만 읽기로 했어요.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책만 바라보기로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읽을 수 있을까요? 마음을 모으면 됩니다. 그리고,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하루에 한 쪽조차 못 읽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어서 고요하면서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숨결이 흐르도록 가누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전철길에서도 책 너덧 권을 가볍게 읽을 만합니다. 내가 《보리 국어사전》을 만들던 2001∼2003년에는 전철로 일터에 출퇴근을 하는 길에 ‘두툼한 인문책’을 으레 두 권 읽고 ‘도톰한 동화책’도 으레 두 권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요즈막에는 볼일이 있어 서울마실이나 부산마실을 하면, 시외버스에서 너덧 시간을 보내는 동안 책을 대여섯 권씩 읽습니다. 다른 것에는 마음을 안 빼앗기고 책만 바라보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으면 훌륭한가요?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많이 읽었다’뿐입니다. 훌륭하거나 안 훌륭한 대목하고는 아무것도 안 이어집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그저 읽고픈 책이 많기 때문에 많이 읽을 뿐이에요. 밥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이 붙지 않습니다.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안 붙는 사람이 있고 밥을 적게 먹어도 살이 잘 붙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래달리기뿐 아니라 마라톤도 잘하지만, 어떤 사람은 조금만 달려도 지쳐요. 그저 몸과 마음이 다를 뿐입니다.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앞서 말했듯이 책은 ‘읽고 싶은 만큼’ 읽으면 되고, 스스로 삶을 가꾸거나 짓는 길에 슬기롭게 삭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1000권 읽은 사람이 훌륭하고 999권 읽은 사람은 안 훌륭할 까닭이 없습니다. 999권 읽은 사람은 훌륭하고 998권 읽은 사람은 안 훌륭할 까닭이 없습니다. 998권 읽은 사람은 훌륭하고 997권 읽은 사람은 안 훌륭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 숫자를 눈여겨보셔요. 997, 996, 995, 994, 993, …… 3, 2, 1, 0까지 이릅니다. 1000권 읽은 사람이나 0권 읽은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숫자는 부질없는 놀음놀이일 뿐입니다.


  0권을 읽든 1000권을 읽든 온마음을 기울여서 읽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책은 종이책에만 있지 않아요. 책은 꽃 한 송이와 나무 한 그루에도 있어요. ‘들꽃 도감’을 펼쳐야 꽃을 알까요? ‘나무 도감’을 100권쯤 읽으면 나무를 잘 알까요? 아니지요. 들꽃을 손수 바라보고, 나무를 손수 가꾸며 돌보아야 꽃과 나무를 잘 알아요. 꽃을 늘 마주하는 사람은 종이책 아닌 ‘꽃책’을 읽습니다. 나무를 늘 돌보는 사람은 종이책 아닌 ‘나무책’을 읽습니다.


  ‘종이책 읽은 숫자’를 드러내는 일은 그냥 그런 숫자일 뿐이에요. 훌륭한 숫자도 바보스러운 숫자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내 나이를 밝히는 일하고 같아요. 내 나이가 스물이면 젊고 마흔이면 늙을까요? 내 나이가 마흔이면 젊고 예순이면 늙을까요? 아니에요. 나이는 숫자로 치지 않습니다. 나이는 늘 마음으로 칩니다. 마음이 젊을 때에 젊고, 마음이 늙을 때에 늙지요. 책은 마음으로 읽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면 한 해에 천 권이 아니라, 하루에 천 권도 읽습니다. 해 보면 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해 보려 하지 않으니 못 할 뿐이에요. 그리고, 굳이 하루에 천 권을 읽을 까닭이 없겠지요. 하루 내내 책만 읽으면 삶이 재미없을 테니까요.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청소년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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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757) 정상적 4


남편이 정상적으로 퇴근하면서 받는 임금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하종강-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후마니타스,2006) 77쪽


 정상적으로 퇴근하면서 받는

→ 제 시간에 퇴근하면서 받는

→ 제때 퇴근하면서 받는

 …



  회사에서 일을 마칠 적에 ‘정상’과 ‘비정상’이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아무래도 이 보기글에서는 ‘퇴근시간에 맞추어’ 일터에서 나오는 일은 ‘정상 + 적’이라 하고, ‘퇴근시간을 넘겨서까지 일을 하고’ 일터에서 나오는 일은 ‘비정상 + 적’이라고 가리키려 했구나 싶습니다.


 시간외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받는 일삯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받는 달삯


  글뜻을 헤아리면서 ‘시간외근무’나 ‘초과근무’라는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더 일을 해야 한다면 ‘시간외근무’나 ‘초과근무’라고 하니까요. 4339.12.25.달/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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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제때 퇴근하면서 받는 일삯으로는 도무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애 그렇게 말했구나 싶습니다


‘임금(賃金)’은 일한 대가로 받는 돈입니다.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이니, 말 그대로 ‘일삯’으로 다듬거나 ‘품삯’으로 다듬습니다. ‘도저히(到底-)’는 ‘도무지’나 ‘아무리 해도’나 ‘어찌 해도’로 손보고, “말했을 것입니다”는 “말했을 터입니다”나 “말했지 싶습니다”나 “말했구나 싶습니다”로 손봅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869) 정상적 5 : 정상적인 가격


그러나 전쟁 전 백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아직 정상적인 가격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98쪽


 정상적인 가격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 정상 가격을 찾지는 않았습니다

→ 제자리를 찾지는 않았습니다

→ 제값을 찾지는 않았습니다

 …



  파는 값을 한자말로 ‘판매가(販賣價)’라 합니다. 물건 값어치에 맞는 값은 한국말로 ‘제값’이라 하고, 한자말로 적자면 ‘정상가(正常價)’쯤 됩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자말로 쓰고 싶으면 ‘정상가’로, 한국말로 쓰고 싶으면 ‘제값’으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한편, 아직 제값을 찾지 않았다면, “아직 비싸다”는 뜻입니다. “아직 값이 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값이 만만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4340.4.3.불/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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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쟁에 앞서 백 달러였으나 아직 제값을 찾지는 않았습니다


‘전쟁 전(前)’은 ‘전쟁을 앞두고’나 ‘전쟁에 앞서’로 다듬습니다. ‘비(比)하면’은 ‘견주면’으로 손질하면 되는데, 여기에서는 ‘생각하면’이나 ‘따지면’이나 ‘보면’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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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983) 정상적 6


결혼식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행복하게 치렀어요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146쪽


 지극히 정상적으로

→ 남들 다 하는 대로

→ 아주 조용히

→ 아주 잘

→ 걱정없이 잘

 …



  혼례잔치를 ‘정상적’으로 치른다고 한다면, 어떻게 치렀다는 소리일까 아리송합니다. 남들이 치르는 대로 치렀다는 이야기일까요? 무언가 남달리 보이려는 움직임이 없이 조용히 치렀다는 이야기일까요.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었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아무 걱정이 없이 치러냈다는 이야기일까요.


 혼례잔치는 즐겁게 잘 치렀어요

 혼례잔치는 기쁘게 잘 치렀어요


  보기글을 보아서는 어려움이 없이 치른 혼례잔치인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즐겁게 치른 혼례잔치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참말, 우리는 ‘정상’이라는 낱말을, 또 여기에 ‘-적’을 붙인 ‘정상적’이라는 낱말을 언제 왜 어떤 뜻으로 쓰는지 그예 알쏭달쏭합니다. 4340.10.11.나무/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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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은 아주 즐겁게 잘 치렀어요


‘결혼식(結婚式)’은 ‘혼인식’이나 ‘혼례식’이나 ‘혼인잔치’나 ‘혼례잔치’로 고쳐씁니다. ‘결혼’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지극(至極)히’는 ‘더없이’나 ‘더할 나위 없이’나 ‘몹시’나 ‘아주’로 손보고, ‘행복(幸福)하게’를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즐겁게’로 손볼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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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4. 풀벌레 소리 들려 (2014.11.10.)



  들마실을 가는 길에 큰아이가 마을 어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아버지, 풀벌레 소리가 들려요. 무슨 풀벌레예요?” 응? 이 늦가을에 아직 풀벌레가 있니? “여기 와 보셔요. 여기에서 소리가 들려요.” 큰아이는 동생한테 손가락으로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 가리켜 보인다. 동생은 누가 곁에 서서 “그래?” 하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너희 눈과 귀와 마음은 가을빛과 가을내음과 가을노래가 고스란히 깃드는구나. 시골스럽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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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29) 정상적 1


여성이 아이나 남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방해가 된다면 그런 사회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래가 전개되겠는가

《다나까 미찌꼬/김희은 옮김-미혼의 당신에게》(백산서당,1983) 147쪽


 정상적이라고

→ 정상이라고

→ 올바르다고

→ 똑바르다고

→ 제대로 된 사회라고

 …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정상’을 그대로 두면서 “그런 사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的’만 덜어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에 나오는 “정상적 상황”은 “정상”이라고만 해도 됩니다.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다”는 “정상으로 돌아가다”라 하면 됩니다. 이렇게 적으면 한결 단출하고 뜻이나 느낌이 또렷합니다.


 정상 수업 (o)

 정상적 수업 (x)

 공장이 정상으로 가동되다 (o)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다 (x)


  한편, “공장이 정상으로 가동되다”는 반쯤 올바릅니다. 어딘가 엉성하지요. “공장이 제대로 돌아간다”라든지 “공장이 제대로 움직인다”처럼 다시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기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됩니다” 같은 말마디라면 “기차가 정상대로 운행됩니다”처럼 ‘-적’만 덜 수 있지만, “기차가 제대로 갑니다”나 “기차가 제때에 떠납니다”처럼 더 손질할 수 있어요.


  ‘정상적’이라는 한자말은 “제대로”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제대로’라는 낱말을 쓰면 되고, 때와 곳에 따라 ‘올바로’나 ‘똑바로’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4338.1.20.나무/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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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아이나 남편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거추장스럽다면 그런 사회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으며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앞날이 있겠는가


“아이나 남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는 “아이나 남편이 있기 때문에”로 다듬고, “노동자로서 방해(妨害)가 된다면”은 “노동자로서 거추장스럽다면”이나 “노동자로서 성가시다면”이나 “노동자로서 걸리적거린다면”으로 다듬습니다. “새로운 미래(未來)가 전개(展開)되겠는가”는 “새로운 앞날이 있겠는가”나 “새로운 앞날이 오겠는가”나 “새로운 앞날이 펼쳐지겠는가”나 “새로운 날을 맞이하겠는가”로 손질합니다.



정상적(正常的) :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 정상적 상황 / 정상적 운행 /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다

정상(正常)

1.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 정상 수업 / 공장이 정상으로 가동되다 / 혈압이 정상이다

2. 있어야 할 상태에 바로 있는 것


..



 '-적' 없애야 말 된다

 (272) 정상적 2


불법체류 상태에서는 혼인신고가 어렵고, 자녀가 태어나도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38쪽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제대로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남들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다른 사람들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 출생신고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 출생신고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



  외국인노동자는 이 나라에서 혼인신고를 하기도 힘들고, 출생신고도 거의 못한다고 합니다. 다만, ‘가난한 나라’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만 이러합니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영어강사 같은 사람들은 아무 걱정도 어려움도 없습니다. 살결 하얀 사람들은 푸대접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하지만, 살결이 흙빛인 사람들은 거의 모든 자리에서 푸대접에 시달린다고 할 만합니다.


  ‘남들’처럼, 그러니까 ‘우리들’처럼, ‘우리들 여느 사람’처럼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인 우리들도 ‘돈이 없거나 이름이 없거나 힘이 없다’고 할 적에는 된통 푸대접을 받지 싶어요. 여느 사람도, 여느 말도, 여느 삶도, 제자리를 못 찾고 비틀비틀 흔들립니다. 4338.8.21.해/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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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일 때에는 혼인신고가 어렵고, 아이가 태어나고 제대로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불법체류(不法滯留) 상태(狀態)에서는”은 “불법체류로 있을 때에는”이나 “불법체류인 몸으로는”이나 “불법체류일 때에는”으로 다듬고, ‘자녀(子女)’는 ‘아이’로 다듬습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305) 정상적 3


“그가 돌았다고 생각하니?” “천만에!” 미리카가 소리 질렀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야.”

《엘리 위젤/곽무섭 옮김-벽 너머 마을》(가톨릭출판사,1981) 33쪽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야

→ 가장 정상인 사람이야

→ 가장 똑바른 사람이야

→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이야

→ 가장 제대로 박힌 사람이야

→ 가장 올바른 사람이야

→ 가장 똑똑한 사람이야

→ 가장 또렷한 사람이야

 …



  돌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 넋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제 넋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면 ‘똑바른’ 사람이요, ‘똑똑한’ 사람이며, ‘또렷한’ 사람입니다. 제대로 박힌 사람이고, 제 넋이 박힌 사람입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지요. 4338.10.9.한글날/4347.11.2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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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았다고 생각하니?” “아니!” 미리카가 소리 질렀다. “그는 내가 알기로 가장 똑바른 사람이야.”


‘천만(千萬)에’는 그대로 두어도 될 테지만, ‘아니’나 ‘조금도’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限)”은 “내가 아는”이나 “내가 알기로는”이나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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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꽃꽃순이 (2014.11.14.)



  그림순이가 종이를 작게 자른 뒤 아버지한테 내민다. “사름벼리 그려 주셔요.” 꼭 이렇게 자그마한 종이에 그려야 할까? 커다란 종이에 그리면 안 될까? 쪽종이에 파란 빛연필로 그린다. 심만 있는 빛연필을 놀려 그림순이를 꽃순이로 그리다가, ‘꽃꽃순이’로 꾸민다. 옷에도 아이 둘레에도 활짝활짝 꽃이 피어나는 모습으로 그린 다음 건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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