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35. 2014.9.25.ㄷ 앨리스 책 좋아



  이웃님한테서 선물로 받은 앨리스 책은 책순이가 몹시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틈 나는 대로 책을 펼쳐서 종이꽃을 활짝 열어젖히면서 깨알같은 글씨를 종알종알 읽는다. 앨리스 그림책을 보고 나면 으레 앨리스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면서 노래를 한다. 그래, 노래를 해. 노래를 해야지. 곱게 노래하고 즐겁게 노래해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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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34. 2014.9.25.ㄴ 시골집 책아이



  시골집 책아이는 맨발로 마당에 서서 폴리책을 펼친다. 폴리책을 펼쳐서 폴리노래가 나오게 할 적에는 폴리 장난감을 손에 들어야 한다. 두 아이는 마당에 서서 한참 폴리놀이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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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12. 큰아이―흥흥순이



  글순이가 아버지한테 편지를 쓴다. 파랑펜으로 그림종이 가득 글을 채운다. 그런데, 아버지가 저한테 도라에몽 만화영화를 안 보여주었다면서 부아를 낸다. 응? 오늘 네가 보여 달라 하는 말을 안 했는데? 저녁이 되면 으레 한두 꼭지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하니? 기다렸니? 아니면, 네가 말했는데 아버지가 못 들었을까? 글순이는 편지 곳곳에 ‘흥! 흥!’ 하고 콧소리를 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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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03
박세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85



바람을 먹으면서 산다

― 정선아리랑

 박세현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1.4.30.



  첫가을에는 들빛이 샛노랗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시골지기가 논마다 벼를 베면, 이제부터 늦가을 들빛은 싯누렇습니다. 벼알이 무르익을 적에는 샛노란 물결을 이루고, 벼를 모두 베고 꽁댕이만 남은 논은 시든 볏포기만 누렇습니다. 그런데, 시든 볏포기 사이로 새로운 줄기가 올라옵니다. 사람들은 벼알을 모두 거두었으나, 벼풀은 밑뿌리에서 새 힘을 끌어올려서 줄기를 올립니다. 이리하여, 늦가을과 첫겨울에는 들빛이 얼룩덜룩합니다. 싯누런 들녘에 푸릇푸릇 새로운 기운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잘 자란 파를 칼로 삭 베면 파는 뿌리와 꽁댕이만 남습니다. 그런데 파는 다시금 기운을 차려 줄기를 올려요. 잘 자란 부추를 손으로 톡톡 끊으면 부추는 뿌리와 꽁댕이만 남는데, 부추는 새롭게 기운을 내어 줄기를 올립니다. 



.. 청량리역은 사람의 바다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선 사람 앉은 사람. 기차 시간이 임박하자 운명의 종이 울린 듯 겨드랑에 날개를 단 사람들은 분망하게 솟구친다. 시계탑의 시계가 현재의 시각과 현재 서울의 인구를 기록하고 있다 ..  (정선 가는 길)



  들풀을 모조리 뽑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들풀을 모조리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들풀을 지심으로 여겨 없애려고 하면, 흙이 함께 죽기 때문입니다. 들풀은 빗물에 흙이 쓸리지 않도록 붙잡을 뿐 아니라, 흙에 너른 숨결이 골고루 깃들도록 돕습니다. 사람들은 으레 한두 가지 씨앗만 심기 때문에 여느 논흙이나 밭흙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데, 온갖 들풀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서 흙이 골고루 튼튼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그리고, 이 들풀은 무엇보다 우리한테 푸른 바람을 나누어 주지요. 나무만 사람한테 푸른 바람을 나누어 주지 않습니다. 풀과 나무가 함께 푸른 바람을 싱그러이 베풉니다. 우리는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언제 어디에서나 풀바람과 나무바람을 마시면서 기운을 얻습니다.



.. 정선읍에서 남면으로 가자면 / 쇄재라는 높고 아름다운 고개를 넘어간다 ..  (쇄재)



  밥을 안 먹어도 백 날이 넘도록 몸을 버틸 수 있습니다. 숨을 안 마시면 하루는커녕 한 시간은커녕 한 분을 버티기도 벅찹니다.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참을’ 뿐입니다. 참고 나서는 반드시 숨을 크게 들이마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은 다른 무엇보다 바람을 먹으면서 흐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소담스러운 대목은 바람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챙겨야 할 밥은 바로 바람입니다. 우리가 늘 먹고 마시는 바람이 어떠한지 잘 살펴야 합니다. 나와 네가 함께 먹는 바람이 푸르고 싱그러우면서 고운 숨결이 되도록 언제나 알뜰살뜰 가꾸면서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아낙 서넛이 딸딸이에 실려 /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 산그늘이 머리 위에 얹혀 / 고운 물살을 만들어줍니다 ..  (초승달)



  박세현 님이 빚은 시를 알차게 엮은 《정선아리랑》(문학과지성사,1991)을 읽습니다. 작은 시집이 태어난 지 어느덧 스무 해 남짓 흘렀고, 이 시집은 스무 해라는 나날을 견디지 못하고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도 이 시집이 대출실적이 적으면 자취를 감추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다시 펴내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헌책방에서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시집입니다.



.. 콩 심으라면 콩 심었소 / 고추 심으라면 고추 심잖았소 / 마늘이 괜찮다면 마늘도 심고 / 당근이 더 좋다면 당근을 심은 죄밖에 없소 / 콩 심으면 콩값 떨어지고 / 고추 심으면 고추값 떨어졌소 / 이제 콩 심으시라면 팥 심고 / 고추 심으시라면 마늘 심어야 옳겠소 / 말없이 밭고랑에 들러붙어 있는 우리를 / 아예 혹싸리 껍데기로 보시는지요 ..  (혹싸리 껍데기)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바람을 먹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면 나는 아이와 함께 시골바람을 먹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전라남도이면 나는 아이와 함께 전라도바람을 먹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숲이면 나는 아이와 함께 숲바람을 먹습니다.


  오늘 우리는 서로 어떤 바람을 먹으면서 사는가요. 이녁은 어떤 바람을 날마다 맛나게 먹으면서 사는가요. 이녁은 앞으로 이녁 아이하고 어떤 바람을 먹으면서 살고 싶은가요. 이녁 몸을 살찌우고 이녁 마음을 가꾸는 바람은 어떤 맛이고 내음이며 무늬인가요.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골고루 먹고 자라는 풀이 튼튼하고 싱그럽습니다.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비닐집에서 기름 태우는 난로가 내뿜는 뜨거운 기운과 함께 먹고 자라는 풀은 겉보기로는 멀쩡할 테지만 속은 곪습니다. 풀을 뜯는 소나 돼지가 아니라, 사료와 항생제와 촉진체만 먹고 자라는 소나 돼지를 잡아서 얻는 고기는 겉보기로는 번듯할 테지만 속은 곯지요.



.. 색종이처럼 파란 하늘입니다 / 어제 보았던 그 하늘입니다 / 하늘 위로 구름이 지나가면 그건 / 정말 멋진 그림엽서가 되고 맙니다 / 오래도록 쳐다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  (갈래국민학교)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늘 바라보는 사람은 늘 파랗게 눈부신 시를 씁니다. 하얗게 고운 구름을 늘 마주하는 사람은 늘 하얗게 고운 노래를 부릅니다. 샛노란 나락물결을 늘 돌보는 사람은 늘 샛노랗고 고소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어떤 시를 쓰거나 읽고 싶은가요? 어떤 삶을 가꾸거나 누리고 싶은가요? 어떤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오늘 하루를 기쁘게 웃고 싶은가요?


  시집 《정선아리랑》에서 들려주는 숲노래가 부른 바람으로 고이 흐릅니다.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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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0] 아이와 함께 사는 곳

― 시골인가 도시인가



  내가 오늘 사는 이곳은 전남 고흥이고, 고흥군에서도 도화면이요, 도화면에서도 신호리이며, 신호리에서도 동백마을입니다. 우리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야 읍내에 닿고,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갑니다. 아침 일곱 시 십 분이 첫 버스가 지나가고, 저녁 여덟 시 반에 마지막 버스가 마을 앞을 지나갑니다. 그러나, 마을을 가만히 살피면, 어느 집이든 새벽 네 시 안팎에 하루를 열고, 저녁 예닐곱 시 언저리에 하루를 닫습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어가면 거의 모든 집에서 불이 꺼지고, 저녁 여덟 시쯤이면 아주 고요합니다.


  우리 집은 시골집입니다. 시골에 있으니 시골집입니다. 시골에서 사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이웃은 ‘자연에 둘러싸여 산다’고 말하는데, 곰곰이 살피면 ‘자연에 둘러싸여 산다’기보다 ‘자연을 이웃으로 삼아서 산다’고 말해야 옳지 싶어요. 그리고, ‘자연’이란 어디 머나먼 곳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숲’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시골집은 숲을 이웃으로 삼는 집입니다.


  숲은 무엇일까요? 나무가 우거진 곳이 숲입니다. 다만, 나무가 우거진 곳은 나무숲이고, 풀이 우거진 곳은 풀숲입니다. ‘숲’이라고만 한다면 나무와 풀이 함께 우거진 곳입니다. 숲바람이 불고, 숲내음이 흐르며, 숲노래가 퍼지는 곳이 숲입니다.


  시골집에서 숲과 이웃을 하며 지내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숲을 누리면서 지낼 만한 곳에서 아이를 키운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꿈을 꾸고 사랑을 속삭일 만한 곳에서 산다고 느낍니다. ‘사랑’이 있는 곳을 찾아서 시골집에 깃들었고, ‘사랑’을 씨앗으로 심고 싶어서 숲을 이웃으로 삼습니다.


  도시에서는 사랑씨앗을 심지 못할까요? 아니에요. 도시에서도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어요. 씨앗은 늘 마음으로 심으니까요.


  밭자락에 상추씨를 심든 무씨를 심든 늘 같아요. 먹을거리를 얻으려고 씨앗을 심을 테지만, 먹을거리를 왜 얻으려고 하느냐 하면, 삶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요, 삶을 왜 누리고 싶은가 하면, 하루하루 사랑을 지어서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볍씨 한 톨을 심을 적에도 사랑을 심는 셈입니다.


  어디에서 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디로 나들이를 다니든 대단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가꿀 수 있으면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보금자리입니다. 마음을 돌볼 수 있으면 언제나 사랑스러운 삶터입니다. 다만, 우리 집 사람들은 풀과 나무를 가까이하는 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요, 풀노래와 나무노래가 어우러진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일 뿐입니다. 숲이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숲한테 우리 노래를 들려줍니다. 숲에서 퍼지는 냄새를 맡으면서, 우리가 짓는 밥내음을 나누어 줍니다. 함께 지내는 이웃인 숲이요, 서로 아끼면서 사랑이 자라는 시골이며,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노래할 수 있는 보금자리입니다.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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