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22. 어느 곳에서



  날마다 길이 막히고 밀리는 데에서 버스를 몰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길이 막히거나 밀릴 일이 없는 데에서 버스를 모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떤 마음이 될까. 언제나 자동차물결만 바라보면서 버스를 몰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철마다 다른 빛을 마주할 뿐 아니라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등이 지고 버스를 모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저마다 어떤 마음이 될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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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요술공주 세리〉를 보다가



  일본 만화영화 〈요술공주 세리〉가 문득 생각나서 유투브에서 찾아보니 아주 깨끗한 영상이 있다. 자그마치 쉰 해 가까운 만화영화인데 이렇게 깨끗한 영상을 볼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러고 보면 〈우주소년 아톰〉도 아주 깨끗한 영상으로 요즈음에 다시 볼 수 있다. 〈세리〉나 〈아톰〉을 보면 여러모로 눈에 뜨이는 대목이 많은데, 무엇보다 그림이 무척 곱고 밝다. 빛깔을 아주 잘 쓸 뿐 아니라, 무지개빛이 대단히 아리땁게 어우러진다. ‘총천연색’이라 하는 빛깔을 그냥 쓰지 않는다. 맑은 물빛그림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소년 아톰〉은 ‘미래 세계’를 그리지만, 〈요술공주 세리〉는 이 만화영화가 흐르던 1960년대 일본 여느 골목동네를 보여준다. 그래서 〈요술공주 세리〉를 보면서 지난날 일본 여느 도시 여느 동네 모습을 읽을 수 있는데, 동네 골목이 모두 흙바닥이다. 흙길이다. 그렇구나. 일본 도쿄도 1960년대에는 골목동네가 흙길이었구나.


  한국은 언제까지 골목동네가 흙길이었을까? 한국은 언제까지 도시에서 흙바닥을 누릴 수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을 기울이면, 골목동네 길바닥이 흙에서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바뀌면서 골목놀이가 아주 빠르게 사라졌다. 흙길이 아닌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로 바뀌면서 아이들은 골목놀이가 아니라 학원에 목이 매이는 삶으로 나뒹굴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고샅길은 흙길이 아니라 시멘트길이거나 아스팔트길이다. 한국은 어디를 가도 흙길을 밟기 대단히 어려운데, 멧길조차 시멘트나 아스콘으로 덮기 일쑤이다.


  우리는 흙길을 잃거나 잊으면서 놀이와 일과 삶 모두 잃거나 잊지 않을까? 우리는 흙내음을 맡지 않으면서 꿈과 사랑과 이야기 모두 내버리거나 내팽개치지 않는가?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



'요술공주 세리(샐리)'가 궁금하신 분은 이 주소로~

http://www.youtube.com/watch?v=SiTRdpGkp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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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11-24 23:25   좋아요 0 | URL
요술공주 세리라니요.. 아..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저는 세일러문도 좋아했고,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좋아했고, 은하철도 999...는.. 음.. 어렵다고 느꼈네요. ㅎㅎ

흙길이 사라지면서 골목놀이도 사라졌다는 말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습니다. 알라딘에 와서 보니 공감이 좋아요로 바뀌었네요. 좋아요~^^

파란놀 2014-11-24 23:58   좋아요 0 | URL
세리를 다시 보니, 색감이나 이야기가 무척 예뻐서
디브이디 있으면 장만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좀처럼 찾기가 어렵네요.

참말 옛날 만화영화는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빚었나 하고
요즈음 새삼스레 놀랍니다~ ^^
 

한글노래 33. 벼꽃


늦여름 팔월
비 내리는 날
마을 논자락마다 작고 흰
벼꽃이 촘촘하게 피었다.
날마다 논을 들여다보는
시골사람이라면
아침에 빙그레 웃으며 만나는
벼꽃은 이윽고 벼알이 되고
찬찬히 무르익으면서
가을에 기쁘게 베는
나락이 된다.


2014.8.1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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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발자취 2 - 시간여행 카스가연구소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18



사랑을 새로 받고 태어나다

― 너와 나의 발자취 2

 요시즈키 쿠미치 글 ·그림

 정은서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3.10.30.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으로 자라고, 어른은 사랑스러운 짝을 만나 아이를 낳습니다. 사랑스러운 짝을 만나 아이를 낳은 어른은 새롭게 아이를 바라보고, 새로 태어난 아이는 새로운 사랑을 물려받아 새로운 어른으로 자랍니다.


  아이가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면서 지구별에 새로운 숨결이 퍼집니다. 아이가 새로 자라고 거듭 자라면서 이 땅 곳곳에 새로운 이야기가 넘실거립니다.


  우리는 어머니가 되거나 아버지가 되려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어머니가 되거나 아버지가 되는 까닭은, 어머니나 아버지로 살면서 사람으로 누리는 하루를 새롭게 돌아보면서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 “주변 사람들에게 구박만 받았는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정도로 다정할 수 있다니. 어떤 ‘능력 있는 사람’보다 존경스러워.” (19쪽)

- “만약 그때 교차로에서 반대로 내가 치일 뻔했다면 시다 씨는 어떻게 했을까?” “틀림없이 구하려고 뛰어들었을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아마 어떤 세계에 있든, 난 시다 씨를 좋아하게 될 거야! 둘 다 그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25∼26쪽)



  요시즈키 쿠미치 님이 빚은 만화책 《너와 나의 발자취》(서울문화사,2013) 둘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고 싶은 생각을 품기도 할 테지만, 이에 앞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을 생각합니다. 스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 없으리라 여깁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요? 어머니가 되거나 아버지가 되려고 자라는 아이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나중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는 줄 알까요? 아이들은 새로운 사랑을 받아 새로운 어른으로 자라는가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사랑을 새롭게 물려주면서 꿈을 새롭게 키우도록 북돋우는가요?





- “와, 미즈키! 뒤를 돌아봐. 굉장하다. 똑바로 쭉 이어져 있어!” “응?” “미즈키와 나의 발자국!” (37∼38쪽)

- “왜 연구소 옥상에서 캔맥주와 안주를 늘어놓아야 하는 겁니까.” “불평하지 말아요! 손님이 다소 늘었다고 해도 사치는 금물이에요. 게다가, 이렇게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이 최고의 술안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42∼43쪽)

- “인간의 뇌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영질’이란, 다시 말해서 뇌의 지령탑인 ‘의식’의 실체. 우리 장치는 이 영질을 해석해 수치화함으로써 시간여행 세계에서 의식까지 시뮬레이트된 인간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요.” (50쪽)



  어버이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사람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는 사람을 넘어, 살림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을 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입니다.


  학교에 다니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배우고 삶을 즐기려고 태어나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나요. 사회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나요. 책과 신문과 방송은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려 하나요. 우리는 학교와 사회와 책 둘레에서 어떤 생각을 얻어서 어떤 삶을 짓는가요.



- “괜찮아요. 손을 잡지 않아도 나는 여기에 실재하고 있어요!” (60쪽)

- “내 정신력을 얕보지 마세요. 그 따위 협박에 여동생을 포기할 것 같아요! 현실의 육체 따윈 마음대로 하세요! 그 대신 난 당신을 평생 ‘귀축 송충이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혐오해 줄 테니까!” (90쪽)

- “무엇보다 소장님과 만난 후의 이 1년 동안 내 마음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발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것을 잊고 이런 세계로 달아나지 말아요!” (101쪽)





  만화책 《너와 나의 발자취》에 나오는 사람들은 시간여행을 바랍니다. 흐르고 흘러 오늘이 된 이 자리에서 옛날로 돌아가서 바꿀 수는 없으나, 옛날 그 자리에서 ‘내 눈길과 마음’이 아니라 ‘내 곁에 있던 그 사람 눈길과 마음’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씩씩하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럽게 살가운 기운을 찾고 싶어서 지난날로 돌아가 내 모습을 또렷하게 다시 보고 싶습니다.


  만화책에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난날로 돌아간다고 해서 지난날 어떤 모습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굳이 바꿀 까닭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삶을 새로 지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곳에 선 우리가 스스로 이 삶을 새로 가꾸어서 아름다운 사랑을 새롭게 일구면 되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언제라도 돌아볼 수 있는 과거가 내게도 있다면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어!” (134쪽)

- ‘그래, 그것은 여기를 방문한 사람 모두가 품고 있는, 먼 과거에 풀지 못한 마음의 퍼즐.’ (149쪽)

- “당신은 아마 지금도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랑’에 둘러싸여 살고 있어요. 이 진실이야말로 줄곧 당신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요?” (176∼177쪽)



  아이가 자라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어머니나 아버지 마음을 헤아립니다. 아이가 자라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면서, 예전에 내 어머니나 아버지가 하지 못한 사랑을 새롭게 짓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면서, 이제부터 나는 어머니 숨결과 아버지 노래를 기쁘게 나눕니다.


  나는 사랑으로 태어났고, 나는 사랑으로 아이를 낳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사랑으로 태어났고, 우리 아이들은 사랑으로 자라서, 앞으로 새로운 사랑을 이 땅에 곱게 심습니다.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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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판 톱질 (사진책도서관 2014.11.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에 이어 톱질을 한다. 나무판에 사진을 두 장씩 붙였기에 반으로 가르는 톱질을 한다. 나무를 켜면 톱밥이 나오고, 톱밥을 후후 불면서 다 자른 사진판을 턴다. 두 아이는 아버지 옆에 서서 톱질을 지켜본다. 석석 소리를 내며 둘로 갈리는 사진판을 바라본다.


  사진판을 둘로 가른 뒤 봉투에 소식지와 함께 넣는다. 이동안 큰아이는 책순이가 되고, 작은아이는 사진돌이가 된다. 책순이는 이 그림책 저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문득 말한다. “이 그림책 예전에 집에서 본 적 있어.” 그래, 집에서 보다가 도서관으로 옮겼지. 사진돌이는 헌 사진기를 손에 쥐고 찰칵찰칵 찍는 시늉을 한다. 사진돌이가 사진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중에 이 아이한테 따로 작은 디지털사진기 하나를 선물해야겠구나 싶다.


  오늘 부칠 사진판과 소식지를 다 꾸린 뒤 우체국으로 간다. 뉘엿뉘엿 기우는 가을햇살을 바라보면서 자전거에 오른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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