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68. 가을이 저무는 빛깔 (2014.11.24.)



  가을에 새로 돋는 풀이 있지만, 가을에 시드는 풀이 있다.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면 곧바로 시드는 풀이 있고, 차가운 가을비에도 씩씩하게 푸른 잎사귀를 지키는 풀이 있다. 가을에는 찬바람에서 싱그러운 빛깔을 품는 풀과 누렇게 시드는 풀이 골고루 섞이는 빛깔로 곳곳에서 알록달록한 그림이 드러난다. 그러고 보면, 숲에서는 늘푸른나무하고 갈잎나무가 있다. 조그마한 풀밭에서도 늘푸른잎과 갈잎을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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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1) -의 : 탈핵의 바람


이른바 세계 일류국가들에서는 지금 탈핵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56쪽


 탈핵의 바람

→ 탈핵 바람

→ 탈핵이라는 바람

 …



  가을에 가을바람이 불듯이, 탈핵이 지구별 온 나라에 퍼진다면 ‘탈핵바람’처럼 쓸 수 있습니다. 한 낱말처럼 적어도 되고 ‘탈핵 바람’처럼 띄어서 적어도 됩니다. 또는 “탈핵이라는 바람”처럼 적을 수 있어요. ‘탈핵 물결’이나 ‘탈핵 흐름’처럼 적어 볼 수도 있습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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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세계 일류국가들에서는 요즈음 탈핵 바람이 분다

이른바 세계에서 첫손 꼽는 나라에서는 요새 탈핵 바람이 분다


‘일류국가(一流國家)’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손꼽히는 나라’나 ‘첫손 꼽는 나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지금(只今)’은 ‘요즈음’이나 ‘요새’나 ‘오늘날’로 손질하고, “바람이 불고 있다”는 “바람이 분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2) -의 : 기쁨의 눈물


눈물이 조금 나왔다.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실망의 눈물이었는지는 모른다

《미리암 프레슬리/유혜자 옮김-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사계절,1997) 63쪽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 기쁜 눈물이었는지

→ 기뻐서 나온 눈물인지

 실망의 눈물이었는지

→ 실망하는 눈물이었는지

→ 아쉬운 눈물이었는지

→ 서운한 눈물이었는지

→ 슬픈 눈물이었는지

 …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서는 ‘기쁨’이라 합니다. 그러니, 뒤쪽에서는 이와 맞서는 ‘슬픔’이라는 낱말을 넣어야 잘 어울립니다. 우리는 ‘기쁘다’와 ‘슬프다’를 함께 쓰니까요. 또는, 뒤쪽에 다른 낱말을 넣을 수 있어요. ‘아쉽다’라든지 ‘서운하다’라든지 ‘섭섭하다’라든지 ‘안타깝다’ 같은 낱말을 넣으면 돼요. 4347.11.26.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눈물이 조금 나왔다. 기뻐서 나왔는지, 아니면 슬퍼서 나왔는지는 모른다



‘실망(失望)의’는 ‘실망하는’이나 ‘슬픈’이나 ‘아쉬운’이나 ‘서운한’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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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3) 전가


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자기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얘기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72쪽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 위험을 떠넘기느냐는

→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 위험을 뒤집어씌우느냐는

 …



  한자말 ‘전가(轉嫁)’는 ‘넘겨씌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한국말로 쉽게 쓰면 될 노릇입니다. “책임 전가”는 “책임 넘김”이나 “책임 떠넘김”이나 “책임 넘겨씌움”으로 손질하고,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은 “책임을 으레 안 지거나 넘겨씌우는”으로 손질합니다.


  이밖에 다른 한자말 ‘전가’는 쓰일 일이 없습니다. 시골집이나 농사짓는 집을 가리킨다는 ‘田家’는 아무도 안 씁니다. “집안 모두”를 가리키는 ‘全家’를 쓸 일도 없습니다. “온 집안”이나 “집안 모두”라 하면 됩니다. “앞집”을 뜻한다는 한자말 ‘前家’는 그야말로 쓸 일이 없지요.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과 중국 청나라에서 쓰던 한자말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집안에서 예부터 물려주던 것을 가리키는 “傳家의 보물” 같은 말은 “집안 보물”이라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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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우리들한테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얘기다


‘자기(自己)들에게’는 ‘우리들한테’로 다듬습니다.



전가(田家) = 농가(農家)

전가(全家)   

1. 집안 전체

2. 가족 전체

전가(全跏) : [불교] = 결가부좌

전가(前家) = 앞집

전가(傳家)

1.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안 살림을 물려줌

2. 집안 대대로 전하여 내려옴

   - 전가의 보물

전가(錢價) : 돈을 은과 비교하여 정한 값. 중국 청나라 때에는 은 한 냥을 돈 일천 문(文)으로 정하였다

전가(轉嫁)

1. 잘못이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움

   - 책임 전가 / 그는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 사람이었다 /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다/그렇게 책임을 전가하시면 안 돼요

2. 시집을 두 번째로 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4) 채식


우리들처럼 / 채식하면 되잖아요

《함민복-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 70쪽


 채식하면

→ 풀 먹으면

→ 풀을 먹으면

→ 풀밥 먹으면

 …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풀밥’이라는 낱말은 안 나오고, ‘고기밥’이라는 낱말은 “물고기에게 먹이로 주는 밥”이라는 풀이만 나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한겨레는 예부터 “이밥에 고기 먹고”를 말하는 한편, “풀뿌리로 죽 쑤어 먹고”를 말했어요. 하얀 쌀밥에 고기를 먹는 밥은 ‘고기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로 죽을 쑤어서 먹는 밥이라든지 나물을 올린 밥상은 ‘풀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밥 ← 채식菜食

 고기밥 ← 육식肉食


  한자를 빌어 ‘채식’이나 ‘육식’이라는 낱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을 알맞게 살려서 ‘풀밥’과 ‘나물밥’과 ‘남새밥’을 쓸 수도 있고, ‘고기밥’을 쓸 수도 있어요.


  한편, 한국말사전에는 ‘彩飾’이라는 한자도 싣는데, 이런 낱말을 쓸 일은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彩飾’은 털어야 올바릅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채식(彩飾) : 아름다운 빛깔을 칠하여 꾸미는 일

채식(菜食) :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

   - 채식 습관 / 언니는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식을 시작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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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풀씨 떨어지다



  풀씨가 떨어진다. 꽃받침에 맺힌 풀씨가 하나둘 떨어진다. 씨앗으로 가득 차던 꽃받침은 어느새 빈몸이 된다. 풀씨는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거나 빗물을 타고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바람 타고 날아간 풀씨는 어디에 떨어졌을까. 빗물을 타고 이곳을 떠난 풀씨는 어디까지 갈까.


  씨앗을 떨구어 빈몸이 된 꽃받침이 하얗다. 찬바람이 불고 찬비가 내리는 늦가을 논둑에 빈몸이 된 풀꽃받침이 하얗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혀 해가 나면, 빈몸인 풀꽃받침은 천천히 시들다가 흙으로 조용히 돌아갈 테지.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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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토끼풀꽃은 빗물에



  봄에 돋는 토끼풀이 여름을 지나면서 한풀 꺾여 모조리 사라졌다 싶더니, 가을로 접어들어 찬바람이 씽 한 차례 불고 나서 다시 따스한 바람이 불 적에 천천히 돋는다. 가을에 제법 일찍 돋은 토끼풀은 꽃대를 올려 하얗게 소담스러운 꽃을 피우다가 시들어 씨앗을 남기고, 늦가을이 되어서야 꽃망울을 터뜨린 토끼풀은 늦가을 차가운 빗물을 맞으면서 오들오들 떤다. 그렇지만 찬비가 멎은 뒤 해님이 고개를 다시 내밀면 토끼풀도 추위를 떨치고 씩씩하게 꽃송이를 벌린다.


  늦가을 토끼풀은 늦가을에 깨어난 벌과 나비를 부른다. 늦가을 토끼풀은 나락 꽁당이만 남은 누런 들판에 푸른 옷을 입힌다. 풀을 먹는 짐승은 늦가을에 새로 돋는 토끼풀을 예부터 무척 반기면서 맛나게 먹었을 테지.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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