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1.18. 작은아이―눈사람과



  작은아이가 눈사람을 그린 뒤, 여러 빛깔로 알록달록 옷을 입힌다. 큰아이가 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동생 그림을 쳐다보더니, “와, 보라야, 너 그림 되게 잘 그렸다!” 하고 한 마디 한다. 슥슥슥 문지르면서 빛깔을 어우르는 손길이 무척 야무지다. 큰아이는 퍽 어릴 적부터 동글동글 모양 잡는 그림을 즐겼고, 작은아이는 모양 잡는 그림보다는 온갖 빛깔을 어우르는 그림을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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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78) 자체 11


“그저 글을 쓰기 위해서 글을 쓴 거지요.” “나도 그 자체로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박태희 옮김-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51쪽


 나도 그 자체로 좋아서

→ 나도 그저 좋아서

→ 나도 그냥 좋아서

→ 나도 그예 좋아서

 …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살피니, 한 분이 먼저 “그저 글을 쓰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음 분은 “그 자체로 좋아서”라 이야기하며 받아 줍니다.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한 분이나 뒤에서 이야기한 분이나 한결같이 ‘그저’를 밝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그 자체로 좋아서”가 아닌 “그저 좋아서”입니다. 같은 말투를 되풀이하지 않고 싶다면 “그냥 좋아서”나 “그예 좋아서”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저 그대로 좋아서”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그저 그렇게 좋아서”라 적어도 괜찮습니다. “나도 그저 참 좋아서”라 해도 되고요.


 나도 그대로 좋아서

 나도 그 모습 그대로 좋아서

 나도 그 삶이 그대로 좋아서

 나도 사진이 있는 그대로 좋아서


  한 분은 글을 말하고 한 분은 사진을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 ‘삶’을 나란히 적어 놓고 싶습니다. 글이 그저 좋아 글을 쓰고, 사진이 그예 좋아 사진을 찍으며, 삶이 마냥 좋아 삶을 꾸립니다. 더도 아니요 덜도 아닙니다. 조금도 아니며 많이도 아닙니다. 그냥그냥 알맞춤하게 좋습니다. 4342.12.10.나무/4347.11.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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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글을 쓰려고 글을 썼지요.” “나도 그저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쓰기 위(爲)해서”는 “쓰려고”나 “쓰고 싶어서”로 다듬고, “쓴 거지요”는 “썼지요”나 “쓰지요”로 다듬어 줍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95) 자체 12


영균 역시 아이들 얘기에 많이 공감했다. 대통령에 대해선 실망 그 자체였다

《박상률-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사계절,2006) 98쪽


 실망 그 자체였다

→ 실망뿐이었다

→ 실망만 가득했다

→ 실망이 컸다

→ 크게 실망했다

→ 몹시 실망했다

 …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실망’을 살려서 말투를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한자말 ‘실망’을 ‘짜증’으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말 ‘실망’을 손질하면서 “짜증 그 자체“처럼 적는다면, 손질하나 마나가 돼요. 왜냐하면, 낱말 하나는 손질하더라도 말투는 손질하지 못한 셈이니까요.


  한자말 ‘실망’을 살리면서 말투를 가다듬으려면 “몹시 실망스러웠다”나 “실망이 컸다”처럼 적고, 한자말을 손질하려면 “몹시 짜증스러웠다”나 “짜증덩어리였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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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균도 아이들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영균도 아이들 얘기에 같은 마음이었다. 대통령은 몹시 짜증스러웠다


“많이 공감(共感)했다”에서 ‘공감’은 “나도 그렇다고 느낌”을 가리킵니다. 이 말마디는 그대로 둘 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나 “같은 마음이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對)해서는”은 “대통령은”으로 손질하고, ‘실망(失望)’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짜증스럽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32) 자체 10


이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단 말이야

《후지사와 토루/소년매거진 찬스 편집부 옮김-반항하지 마 4》(학산문화사,1998) 125쪽


 이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 이기겠다는 생각부터가

→ 이기겠다는 생각은 그지없이

→ 이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



  “이기겠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단 말이야”라고만 적으면 밋밋하다고 느껴서, ‘자체’라는 꾸밈말을 넣었구나 싶습니다. 다만, 꾸밈말을 넣는다고 해도 알맞게 넣어야지요. 이를테면, “이기겠다는 생각은 ‘참말’ 터무니없단 말이야”처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참말’뿐 아니라 ‘참으로’를 넣을 수 있습니다. ‘더없이’나 ‘그지없이’나 ‘더할 나위 없이’도 넣을 수 있고, ‘몹시’나 ‘매우’도 넣어 봅니다. ‘아주아주’나 ‘대단히’도 넣어 봅니다.


  “이기겠다는 생각은 ‘바보짓이고’ 어처구니없단 말이야”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바보짓이고’라든지 ‘철없고’라든지 ‘철딱서니없고’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어리석고’나 ‘주제넘고’나 ‘멋모르고’를 넣어도 됩니다. 4341.5.22.나무/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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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겠다는 생각부터가 터무니없단 말이야


‘발상(發想)’은 ‘생각’으로 다듬고, ‘무리(無理)였단’은 ‘말도 안 되었단’이나 ‘터무니없단’으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96) 자체 9


재능이 필요한 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이지 재능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민병산-철학의 즐거움》(신구문화사,1990) 273쪽


 재능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 재능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 재능을 얻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그’ 재능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바로’라는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바로’를 덜고 ‘때문’을 넣어도 됩니다. 둘 모두 넣어도 잘 어울리고, 둘 모두 덜어서 “재능을 얻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4341.1.26.흙/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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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어야 하는 까닭은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지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필요(必要)한 것은”은 “있어야 하는 까닭은”으로 손보고, “찾기 위(爲)해서이지”는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나 “찾고 싶기 때문이지”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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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루 에디션 1
카와시타 미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25



만화를 그리는 사람

― G마루 에디션 1

 카와시타 미즈키 글·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4.11.30.



  일본에서 2010년에 처음 나온 《G마루 에디션》(대원씨아이,2014)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카와시타 미즈키(河下水希) 님이 선보인 작품 가운데 《고교 남자》와 《리림의 키스》와 《딸기 100%》와 《첫사랑 한정》과 《누나 두근》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카와시타 미즈키 님이 그리는 순정만화를 보면 뼈대가 엇비슷하고, 나오는 아이들도 엇비슷한데, 가시내 속옷을 퍽 자주 그립니다. 꼭 이렇게 그려야 할까 싶은데, 이녁 스스로 그리고 싶어서 그리리라 느낍니다.


  《G마루 에디션》은 이녁이 그동안 그린 만화하고 비슷한 얼거리인 한편, 이녁이 걸어온 만화쟁이 삶을 돌아보려는 이야기가 함께 섞이는구나 싶습니다. 꼭 마흔 살 문턱에서 선보인 작품입니다.


  줄거리 흐름을 가만히 살피면,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마흔 살 문턱에서도 스무 살 마음이거나 열여섯 살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지 싶어요. 그런데, 스무 살 마음이란 무엇이고 열여섯 살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스무 살 젊은이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열여섯 살 푸름이는 어떤 생각을 키울까요.



- “내가 카부라기 이루토 맞는데? 있잖아, 너, 미래에서 온 것처럼 말하던데, 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게다가 팬이라니. 호, 혹시 내가 미래에 유명한 만화가가 되는 거야?” (17쪽)

- “뭐? 거짓말! 내 꿈은 순정만화가라고! 그런 저속한 걸 그릴 리가 없잖아! 내 미래가 에로만화가, 다 거짓말이야! 악몽이라고!” (19쪽)



  《G마루 에디션》에 나오는 가시내는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먼 앞날에서 시간여행으로 찾아온 사람이 이 가시내가 먼 앞날에 ‘에로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 널리 이름을 떨친다고 이야기합니다. 둘째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는지 모르지만, 첫째 권에서는 순정만화와 에로만화와 동인지 사이에서 ‘만화란 무엇인가’를 돌아봅니다.


  벌레만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가시내 속옷을 자주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아이들 옷을 홀랑 벗기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치고 받는 싸움을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순정만화라는 만화에서 ‘순정’이란 무엇일까요. 에로만화라는 만화에서 ‘에로’란 무엇일까요.


  곰곰이 돌아보면 이 지구별에 온갖 모습이 골고루 있기에 온갖 모습이 골고루 만화로도 태어납니다. 이쪽 삶을 이쪽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있고, 저쪽 삶을 저쪽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쪽을 그리기에 더 낫지 않고, 저쪽을 그리기에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쪽을 그려야 옳지 않고, 저쪽을 그리기에 그르지 않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에 이녁 마음과 생각을 오롯이 담아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 하나에 이녁 꿈과 사랑을 살뜰히 담아서 이야기를 엮습니다.



- “우리는 만화를 위해 자는 시간도 아껴 가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너도 프로가 목표라면 좀더 확실히 자각을 가져야 해.” (97쪽)

- “난 내가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내가 행복하니까 그림을 그리는 거야.” (116쪽)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이녁 스스로 좋아서 그림을 그리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만화책을 읽는 사람은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읽습니다. 문학책을 읽는 사람은 문학이 좋아서 문학을 읽습니다. 저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길을 스스로 즐겁게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가면 모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하지 못해요.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앞으로도 꾸준히 만화를 그릴 텐데, 2020년에 쉰 살 문턱에 서면 어떤 작품을 선보이면서 이녁 삶을 돌아볼는지 궁금합니다. 나도 내가 앞으로 쉰 살 문턱에 서면 그즈음에는 어떤 만화책을 곁에 둘는지 궁금합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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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7] 기르는 어버이



  사랑으로 낳으니

  사랑으로 기르고

  사랑으로 심는다.



  낳는 사람도 어버이요, 기르는 사람도 어버이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 태어난 뒤 사랑을 받아 자라고 나서, 이러한 사랑을 새롭게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람도 어버이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아기였고 어린이였으며 푸름이에 젊은이인 한편, 늙은이요, 어른이자 어버이입니다. 모든 자리에 서면서 모든 사랑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즐겁게 받고 기쁘게 줍니다. 기쁘게 물려받아서 즐겁게 물려줍니다. 흐르기에 말이듯이 흐르기에 사랑입니다. 흐르기에 삶이면서 흐르는 동안 꿈입니다. 아이를 낳는 일이란 자그마한 점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점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흐릅니다. 아이들은 ‘낳는 사랑’에 머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라기에 ‘기르는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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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을 때 안 먹기



  저녁에 닭볶음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닭볶음이라 매운 것은 하나도 안 넣는다. 간장으로만 간을 하고, 감자와 고구마와 당근을 큼직하게 썰어서 함께 끓인다. 그래서 ‘묽은닭볶음’을 끓인다.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살점을 바른다. 일곱 살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안 먹어요?” 응? 아버지는 안 먹었나? 그렇구나. 아버지는 너와 동생한테 살점을 발라 주느라 한 입도 안 먹었네.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는 뭔가 맛있는 밥을 장만하신 뒤 우리한테만 먹이셨다. 나도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 여쭈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왜 안 드셔요?” 이때에 어머니는 으레 “난 이따 먹어. 그러니 맛있게 먹어.” 어머니가 나중에 드셨을까. 어머니가 나중에 챙겨서 드신 적이 있을까. 두 아이는 닭고기를 맛나게 먹는다. 참으로 잘 먹는다. 그러니 마지막 살점까지 두 아이한테 준다. 이러면서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4347.11.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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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1-27 23:48   좋아요 0 | URL
첫줄에선 어머니신줄 알았어요.

파란놀 2014-11-28 00:58   좋아요 0 | URL
아이를 기르는 어버이는 모두 어머니요 아버지와 같다고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