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호빵 얌전히


  사름벼리는 하루가 다르게 의젓하게 자란다. 이 아이가 더 어릴 적에 ‘말괄돼지’ 같은 이름을 장난 삼아 붙인 일이 머쓱하도록 의젓하다. 뛰어놀 적에는 개구지지만, 이제 ‘얌전이’라 할 만큼 많이 차분하기도 하다. 동글동글 하얀 빵을 앞에 놓고 덥석덥석 깨물어서 먹지 않는다. 조금씩 뜯어서 천천히 먹는다. 오랫동안 맛을 느끼면서 먹고 싶구나 하고 느낀다. 나도 어릴 적에 아주 조금씩 뜯어서 오래오래 먹었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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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9. 2014.11.26. 첫 호빵



  큰아이한테 호빵을 익혀서 준 적이 있는지 떠올리는데 잘 안 떠오른다. 작은아이한테는 첫 호빵이다. “아버지, 얘 뭐예요?” 하고 묻기에 ‘하얀 동글빵’이라고도 하고 ‘빵호’라고도 한다. ‘빵호’라고 말하니 큰아이가 2초쯤 생각하다가 ‘호빵?’ 하고 되묻는다. 두 아이한테는 세 덩이를 주고 나는 두 덩이를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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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1-30 08:59   좋아요 0 | URL
벼리와 보라가 호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저도 호빵 먹고 싶네요~
호빵은 저렇게 우선 바닥의 종이를 떼어내고 빵 겉살을 살살 떼어낸 다음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단팥이랑 보드라운 빵의 맛이 쏘옥~ㅎㅎ
저도 오늘은 아이들에게 호빵을~~

파란놀 2014-11-30 11:01   좋아요 0 | URL
호빵을 참 맛나게 먹어 주어
읍내에 또 가서 사야겠다 싶은데
호빵 사 먹일 살림돈부터
얼른 마련해야지요~

appletreeje 님도 아이들과 함께 호호 불며
따끈따끈 맛난 동글동글 하얀 빵 누리셔요~~
 


 겨울 문턱에 (사진책도서관 2014.11.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따스한 고장 고흥이지만 이제 겨울 문턱이다. 물과 전기를 도서관에서 쓸 수 있기를 꿈꾸지만 올해에도 겨울 문턱까지 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듬해에는 할 수 있을까? 이듬해에는 해야지. 이듬해에는 큰아이가 여덟 살이 되는 만큼, 겨울에도 네 식구가 도서관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물과 전기뿐 아니라 뒷간과 쉼터와 난로도 모두 마련할 수 있어야지.


  이듬해에는 우리가 도서관으로 쓰는 폐교 건물 임대관리가 바뀐다. 그동안 이곳을 먼저 빌린 사람들 계약기간이 끝난다. 이듬해에는 우리 이름으로 빌리거나 이곳을 사들여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하며, 비로소 간판을 박을 수 있으리라.


  우체국에 가는 길에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으로 드나들던 길목이 다 파헤쳐졌다. 이곳을 먼저 빌린 이들이 삽차로 파헤쳤다.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풀뽑기와 땅고르기를 이들이 해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이웃마을 할매가 이곳에 콩이나 보리를 심어서 거두는 일도 막아 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높다라니 자라서 곱게 물든 나무는 면소재지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보인다. 이 커다란 나무를 보고 우리 도서관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겠지. 요즈음은 도서관에 올 적마다 늘 나무를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 둘레에 심어서 가꾸려는 나무를 생각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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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새 -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22



내 삶은 내가 짓는다

― 운명의 새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9.25.



  마당으로 멧새가 찾아와서 노래를 부를 적에, 마음을 기울여야 이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에 멧새가 살포시 내려앉아서 짝을 부를 적에, 눈길을 두어야 이 몸짓을 알아봅니다. 마당에 있어도 새를 못 느낄 수 있고, 새가 코앞을 스치고 지나가도 못 알아챌 수 있습니다.


  잎이 모두 진 나무에 조그마한 겨울눈이 단단히 맺습니다. 나무 곁에 서서 찬찬히 바라보는 사람은 겨울눈을 알아봅니다. 추운 바람이 불면 풀이 죄 시들지만, 볕이 포근히 내리쬐는 날이 이어지면 어느새 조그마한 풀싹이 봉긋봉긋 고개를 내밉니다. 흙이 있는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작은 가을풀이나 겨울풀을 알아봅니다.


  바라보려 할 적에 바라봅니다. 바라보려 하기에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립니다. 바라보려 하지 않을 적에는 바라보지 못합니다. 바라보려 하지 않기에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 “어멈은 굳이 안 배워도 음식 잘하잖니?” “정말요? 아버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을 간병하던 동안, 음식에 통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솜씨가 많이 떨어진 것 같거든요.” (5∼6쪽)

-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엔 사랑이 없었다.’ (42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그린 만화책 《운명의 새》(학산문화사,201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빚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운명의 새》에 나오고, 이웃이나 동무를 《운명의 새》에 나오며,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 같은 사람이 《운명의 새》에 나옵니다.


  곰곰이 읽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 가슴을 건드리거나 움직이거나 울리는 만화는 ‘어디 먼 데 있는 딴 나라 사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거나 어루만지거나 쓰다듬는 만화는 ‘뚱딴지 같거나 뜬금이 없다 싶은 별나라 사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곱게 피어나는 이야기는 우리 둘레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 둘레 어디에 있든 나 스스로 이웃과 동무를 바라보고 마주하며 사랑할 수 있으면, 곱게 피어나는 이야기를 늘 누립니다. 살가이 흐르는 이야기는 나한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내 삶을 스스로 아끼고 돌보면서 가꿀 수 있으면, 살가이 흐르는 이야기를 누리면서 기쁘게 웃습니다.





-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을 구하지 못했을 때. 자기의 무력함과 마주해야 한다는 쓰디쓴 기분을. 그래서 요즘은 아예 포기하고 산다. 그래.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78쪽)

- ‘행복하게 살고 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분명 너는 자기 힘으로 운명의 새를 쫓아 보냈겠지. 어쩐지 구원을 받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망설이지 않고 내 힘을 남들을 위해 써야지. 후회하지 않도록.’ (98쪽)



  내 삶은 내가 짓습니다. 내 이야기는 내가 씁니다. 내 사랑은 내가 가꿉니다. 내 보금자리는 내가 돌보고, 내 아이는 내가 가르치며, 내 어버이는 내가 섬깁니다. 내 밥은 내가 챙겨서 먹고, 내 몸은 내가 스스로 보듬으면서 다스립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삶길은 스스로 열어서 스스로 걷습니다. 하늘이 시킨 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휩쓸리는 사람은 더러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적에 웃음이 나올까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살 적에 웃음이 나올 테지요.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할 적에 노래를 부를까 헤아려 봅니다. 스스로 즐겁게 일하거나 놀이를 하면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 “처음에 우리 집의 불은 진짜 우연이었어요, 밤에 폐휴지를 내놓으려고 나가는데, 마을 회보의 우리 집 기사가 눈에 들어왔죠.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하지만 사실 남편은 출장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매주 금요일이면 다른 여자한테 가서 자고 와요. 전, 그걸 알고 있었죠.” (128∼129쪽)

- “그 사람은 이제 날 떠날지도 몰라.” “저, 그렇게 걱정이 되면 집에 가 보셔야죠. 전 알 수가 없네요. 사랑하는 아내를 내버려두고 밤마다 술이나 마시다니.” (140쪽)



  만화책 《운명의 새》에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제껏 삶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뒤늦게 삶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고, 날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물결에 휩쓸리는 사람이 있으면, 물결을 헤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있고, 둘레에서 이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걷습니다. 더 나은 길이나 덜 좋은 길은 없습니다. 그저 스스로 골라서 스스로 가는 길입니다.





- “부엌살림은 어멈에게 맡기기로 했으니까, 난 상관없다. 그래도 버섯된장국을 할 때는, 두부나 무 정도는 더 넣으면 좋겠다 싶지만.” (175쪽)



  지난해에 심은 복숭아나무 가운데 한 그루가 우리 집 뒤꼍에서 제법 크게 자랐습니다. 보름쯤 앞서 가을잎을 모두 떨구었고, 이제 겨울눈이 앙증맞게 납니다. 복숭아나무 앙상한 가지에 맺힌 겨울눈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이듬해 봄을 살그마니 그립니다. 어떤 잎이 새로 날는지 설레고, 어떤 꽃이 새로 필는지 두근거립니다. 우리 집 복숭아꽃을 마주할 수 있으면, 우리 집 아이들은 날마다 복숭아꽃을 보러 뒤꼍으로 올 테며, 복숭아꽃이 나누어 주는 냄새를 맡으려고 뒤꼍에서 놀 테지요.


  무화과나무 둘레에는 어린 무화과나무가 조그맣게 싹을 틔워서 올라옵니다. 후박나무 둘레에는 어린 후박나무가 자그맣게 싹을 틔워서 올라옵니다. 커다란 나무 둘레에는 으레 어린나무가 자랍니다. 어린나무는 큰나무 둘레에서 포근하게 사랑을 받습니다. 다만, 이 어린나무가 모두 우람하게 크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백 해가 흐르고 삼백 해가 흐르면, 우리 집 나무는 모두 우람하게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집보다 훨씬 큰 나무가 될 테고, 어쩌면 삼백 해쯤 뒤에 이 집에서 살 아이들은 우람하게 자란 나무를 베어 새롭게 집 한 채 지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뒷날 아이들은 다시금 나무를 심어 삼백 해를 돌보면서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어요.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나무나 숲이나 땅이나 집을 물려받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나무와 숲과 땅과 집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손수 가꿀 수 있는 보금자리를 물려주고 싶고, 이 보금자리를 아이들이 다시 새 아이들한테 물려주면서 두고두고 아름답게 보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까만 밤을 초롱초롱 빛내며 채우는 별을 올려다보면서 비손합니다. 내가 손구 일굴 삶을 찬찬히 그립니다. 4347.11.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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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8] 파랑



  하늘은 파랗고

  하늘빛을 받은 바람과

  바다와 내와 샘이 모두 파랗고.



  우리를 둘러싼 지구별은 파랑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파랑입니다. 물은 하늘빛을 받아 파랗고, 우리가 마시는 바람은 하늘빛을 머금어 파랗습니다. 사람이 두 발을 디딘 땅은 파란 숨결을 맞아들여 푸릅니다. 지구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은 파랑과 푸름을 먹으면서 새로운 빛이 됩니다. 4347.11.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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