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하고 같이 잘래



  큰아이가 “아버지하고 같이 잘래!” 하고 노래를 부른다. 저녁나절에 면소재지 도화고등학교에 ‘글쓰기 강의’를 다녀온 뒤 집에서 다른 일을 좀 할까 싶었으나, 큰아이가 노래노래 부르는 터라,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면서 등허리를 살짝 펴기로 한다. 두 아이 머리를 쓸어넘기고, 두 아이 팔다리를 주무른다. 두 아이 이름을 넣어 자장노래를 고쳐서 부르기도 한다. 예쁜 아이 착한 아이 코코 잘 자렴 하고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면 살그마니 일어나서 옆방으로 가려 했는데, 그만 두 아이와 함께 나도 잠들고 만다. 몇 시간쯤 곯아떨어졌을까. 바깥일을 보고 들어오니 등허리가 꽤 결렸는데, 등허리가 거의 풀린다. 아이들은 아버지 몸을 알아보았을까. 고단할 적에는 좀 쉬어야 하니까 얼른 자라고 부른 셈일까. 큰아이는 이불을 걷어차며 잔다. 이불을 거두어 새로 여민다. 4347.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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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30. 큰아이―둘이 쓰기



  글순이는 동생더러 연필 위쪽을 잡으라 한다. 글순이는 연필 아래쪽을 단단히 쥐면서 글을 쓴다. 둘이 함께 쓰는 글이다. 글순이는 동생더러 글씨를 어떻게 쓰는지지켜보라 하는데, 동생은 손만 줄 뿐, 누나가 쓰는 글은 쳐다보지 않고 딴짓을 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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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아, 고마워 네버랜드 과학 그림책 5
이마이 유미코 그림, 고바야시 마사코 글,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1



사랑스러운 이웃을 느끼며

― 눈물아 고마워

 이마이 유미코 그림

 고바야시 마사코 글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2.6.10.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설 적에, 처마 밑에서 으레 푸드득 소리가 납니다. 밤새 우리 집 처마 밑에 깃들던 딱새나 참새입니다. 가을에 바다 건너 따스한 나라로 건너간 제비는 야무지게 손질한 둥지를 석 채 남겼고, 이 가운데 두 채에 딱새 두 마리와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나란히 겨울나기를 합니다. 이 아이들은 날마다 나를 보건만 날마다 아침이면 푸드덕 날아서 대문 위로 드리운 전깃줄에 앉습니다.


  옛날과 견주면 시골에 남은 새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짓수도 옛날과 대면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시골에서 뜸부기나 후투티 같은 새를 보기는 몹시 어렵고, 흔하디흔하다던 종달새나 꾀꼬리를 만나기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누렁조롱이를 어쩌다가 한 마리 스치듯이 만나지만, 매를 못 본 지 퍽 오래되었어요. 까치와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은 으레 보지만, 왜가리는 아직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따오기나 두루미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너무 아팠어. 그런데 눈물이 나와서 모래를 빼 줬어.” ..  (8쪽)



  겨울로 접어든 남녘 시골마을에도 찬바람이 붑니다. 아침저녁으로 퍽 쌀쌀하게 바람이 불어,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얼음이 업니다. 그러나 이 얼음도 해가 차츰 높이 솟으면서 살살 녹을 테지요.


  뒤꼍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복숭아나무를 들여다봅니다. 겨울눈이 날마다 새삼스레 부풉니다. 마당에서 자라는 동백나무도 꽃망울을 단단하게 맺었는데, 겨울에도 따순 볕이 이레쯤 이어지면 곧바로 터지려고 하는지 새빨간 잎이 살짝 보입니다.


  낮에는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보고, 밤에는 별이 초롱거리는 하늘을 봅니다. 낮에는 파란 물결을 보고, 밤에는 까만 물살을 봅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시골자락도 고즈넉합니다. 가을까지 드문드문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었지만, 이제 풀벌레 노랫소리는 모조리 잠듭니다.


  아침에 마당을 둘러보다가 봄까지꽃이 앙증맞게 맺은 조그마한 꽃망울을 살핍니다. 어느새 꽃대까지 내놓았으니 곧 꽃송이를 터뜨릴 듯한데, 겨울에 싱싱 부는 찬바람에 어떻게 꽃잎을 열까요. 그러나, 찬바람도 내내 불지 않을 테고, 시나브로 포근한 볕살과 바람이 흐를 테니, 이 겨울에 우리 집 아이들은 이쁘장한 꽃손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엄마는 울보라고 흉보는걸.” 소라가 투덜대자, 눈물이 말했어요. “그건 마음의 눈물이야.” ..  (14쪽)



  이마이 유미코 님이 그림을 그리고, 고바야시 마사코 님이 글을 쓴 《눈물아 고마워》(시공주니어,2002)를 읽습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눈물이 나고, 슬픈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나며, 가슴이 시린 책을 읽으며 눈물이 난다고 하는 이야기를 살몃살몃 들려줍니다. 날마다 눈물이 조금씩 흐르면서 눈을 뜰 수 있고, 눈을 눈물이 살포시 감싸기에 무엇이든 즐겁게 바라보면서 하루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볼을 타고 흘러야 눈물이 아닙니다. 볼을 타고 흐르지 않아도 우리 눈에는 눈물이 있습니다. 차갑거나 메마른 사람은 눈물조차 없다고 말합니다만, 볼을 타고 흘리는 눈물은 없더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면, 두 눈에는 눈물이 꼭 있어요.


  그리고, 볼을 타고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지만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있습니다. 가슴으로 아끼고, 마음으로 사랑하며, 꿈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눈물이 있어요.



.. “소라야, 우리는 하는 일이 아주 많아. 그러니까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마음껏 울어도 돼.” 눈물은 가슴을 쫙 폈어요 ..  (25쪽)



  그림책 《눈물아 고마워》는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숨결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몸은 수많은 숨결이 어우러집니다. 눈과 코와 입이 있습니다. 눈물이 있고 콧물이 있습니다. 손톱과 발톱이 있습니다. 눈썹과 머리카락과 나룻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 대수롭지 않은 숨결이란 없습니다. 모든 곳이 저마다 아름답고, 모든 숨결은 하나하나 새롭습니다.


  옆을 돌아보셔요. 우리 둘레에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습니다. 내가 알아보는 이웃이 있고, 내가 미처 못 알아본 이웃이 있습니다. 내가 알아보는 이웃이기에 더 살갑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못 알아본 이웃이기에 안 살갑지 않습니다.


  눈을 감싸면서 맑은 빛을 보여주는 눈물처럼, 눈을 감싸다가도 마음을 적시는 뜨거운 기운을 밝히는 눈물처럼, 우리 둘레에는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습니다. 새 한 마리가 살가운 이웃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풀 한 포기가 반가운 이웃입니다. 구름 한 점과 별 하나가 모두 애틋한 이웃입니다. 나는 너한테 이웃이 되고, 너는 나한테 이웃이 됩니다. 눈물은 눈물꽃으로 피어나서 온누리를 맑고 밝게 보듬습니다. 4347.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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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릴 적에 즐겁다. 그림은 잘 그려야 하지 않고, 그림은 멋지게 그려야 하지 않으며, 그림은 놀랍게 그려야 하지 않는다. 그림은 붓끝에 꿈과 사랑을 담아 그릴 수 있으면 된다. 꼭 물감이나 크레파스나 연필을 써야 그림이 되지 않는다. 꼭 종이에 그려야 그림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감이나 연필을 써서 종이에 담는 그림이 되기 앞서, 언제나 마음에 이야기로 짓는 노래가 있어야 한다. 이야기가 그림이 되고, 노래가 그림이 되며, 꿈과 사랑이 그림이 된다. 글이나 사진도 이와 같다. 이야기와 노래와 꿈과 사랑을 담아 글이나 사진을 짓는다. 마음을 가꾸는 삶을 갈무리해서 새롭게 짓는다. 마음을 아끼는 사랑을 그러모아서 새롭게 빚는다. 마음을 북돋우는 꿈을 펼치면서 새롭게 엮는다. 이야기책 《미술왕》은 ‘크레파스 장사’로는 이룰 수 없는 ‘그림’과 ‘삶’을 아이들한테 들려주려고 하는 조그마한 씨앗이라 할 만하다. 4347.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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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왕
이정록 지음, 노인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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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2] 시골에서 무엇을 할까

― 함께 노는 숲집



  하루 내내 일터에 매이는 삶이라면 누구나 무척 고단합니다. 하루 내내 일터에 얽매여야 한다면 아이와 마주할 겨를이 없고, 아이와 어울릴 틈이 없습니다. 하루 내내 일터에 붙들리는 삶이라면 곁님과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어려울 테고, 집에서 느긋하게 쉬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톱니바퀴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어느 자리를 맡아서 지켜야 하는 부속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저마다 다른 하루를 짓는 살림꾼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마을에서 하루를 일구면서 저마다 다른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어버이입니다.


  시골에서 무엇을 할까요. 시골지기로서 일하고 놀지요. 도시에서 무엇을 할까요. 도시지기로서 일하고 놀아요. 시골에서는 시골을 가꾸고, 도시에서는 도시를 가꿉니다. 마을에서는 마을을 가꾸며, 나라에서는 나라를 가꿉니다. 들에 서면 들지기가 됩니다. 숲에 가면 숲지기가 됩니다. 학교에서는 학교지기입니다. 집에서는 집지기입니다.


  시골에서 할 일이라면 땅을 밟고, 땅을 만지며, 땅을 노래하고,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을 아끼는 일이지 싶습니다. 내 보금자리부터 숲이 되도록 가꾸는 일을 시골에서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예부터 자란 우람한 나무를 앞으로도 잘 자라도록 아끼면서, 내가 오늘 이곳에서 살며 새롭게 사랑할 나무를 심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내 목소리를 틔워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온몸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햇볕이 따숩게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가 이루는 잔치노래를 듣다가 아이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시골에서는 우리 집부터 푸른 숲집이 되도록 노래를 짓고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짓습니다. 시골에서는 우리 보금자리가 일터요 놀이터가 되도록 나무를 심고 흙을 살찌웁니다. 함께 놉니다. 함께 일합니다. 함께 사랑합니다. 4347.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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