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림 박정희 할머니’ 하늘로 떠나는 길



  꽃을 물감으로 그리면서 하얀 종이에 새로운 빛을 이루던 박정희 할머님이 2014년 12월 3일에 아흔둘 나이로 눈을 감으셨다. 꽃을 마주하면서 마음으로 읽으니, 박정희 할머님이 빚은 그림은 꽃그림이라 할 만하다. 《나의 수채화 인생》이라는 책으로 할머님 삶길을 찬찬히 밝혔고,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낳아 삶을 짓던 나날을 돌아보았으며, 《깨끗한 손》이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치던 하루를 되새겼다. 하늘나라에서는 어디로든 훨훨 날면서 꽃마실을 누리시기를 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어디로든 날고, 봄꽃과 겨울꽃 모두 이쁘게 사랑하는 손길로 이웃과 따사로이 어깨동무를 하는 이야기꽃을 피우시기를 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http://www.nocutnews.co.kr/news/4335909


..


2008년에 큰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그림을 그려 주셨고,

우리 집 큰아이 사름벼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일곱 살 씩씩한 어린이 얼굴로

2014년 3월에 찾아뵙고 할머니를 그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고이 쉬셔요.

























http://blog.aladin.co.kr/hbooks/4715890

(박정희 할머니 이야기를 쓴 글 하나)


http://blog.aladin.co.kr/hbooks/4872279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6941380

(<깨끗한 손>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2001561

(<나의 수채화 인생> 느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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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왕 징검다리 동화 19
이정록 지음, 노인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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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73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

― 미술왕

 이정록 글

 노인경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2014.11.21.



  《플란다스의 개》라는 작품을 보면, 여기에 나오는 시골 머스마가 숯이나 나뭇가지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가 곧잘 흐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하고 살림을 꾸리는 시골 머스마는 몹시 가난합니다. 연필을 장만할 돈조차 모자라고, 물감이나 종이는 아예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골 머스마는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아주 멋지고 아름답게 그림을 그립니다. 비록 손바닥으로 슥슥 문지르면 지워지지만, 비가 오면 사라지지만, 언제나 마음에 깊이 남도록 사랑스러운 숨결을 그림에 담습니다.


  가난한 시골 머스마는 여러 빛깔을 써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끝끝내 ‘까망’ 한 가지 빛깔만 써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물감이든 크레파스이든 한 번도 손에 쥐지 못합니다. 비록 온갖 빛깔을 손에 쥔 적이 없이 ‘까망’ 한 가지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도, 손을 놀려서 그림을 빚을 적에는 가장 맑으면서 포근하고 고운 넋이 됩니다. 애틋한 동무를 그릴 적에도, 늘 길벗이 되는 개를 그릴 적에도, 할아버지를 그릴 적에도, 이 아이 마음에는 깊고 너른 사랑이 흐릅니다. 온갖 무지개빛이 춤추는 다른 아이들 그림에서는 엿볼 수 없는 꿈과 아름다움이지만, 그저 ‘까망’ 한 가지 빛깔로 빚은 그림일 뿐인데, 이 그림에서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이 우렁차게 터져나옵니다.



.. “형이 쓰던 거라서 미안하구나. 아람 밤톨을 많이 모아서 가을에는 새 걸 사 주마.” 하지만 아기 다람쥐 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말했지요. “괜찮아요. 엄마 닮아서 저는 그림을 잘 그리잖아요.” ..  (8쪽)



  여러 빛깔을 쓰기에 눈부신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빛깔을 쓰기 안 눈부신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붓이든 연필이든 크레파스이든 나뭇가지이든, 그러니까 무엇을 쥐든, 손에 따스하고 넉넉한 숨결로 사랑을 그릴 수 있을 적에 눈부신 그림이 됩니다.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배워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습니다. 이름난 스승한테서 배워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습니다. 즐겁게 노래하고 기쁘게 웃으면서 그림을 그릴 때에 잘 그립니다. 이웃을 아끼고 동무를 사랑하는 꿈을 그릴 때에 잘 그려요. 숲을 가꾸고 보금자리를 돌보는 고운 넋을 보여줄 때에 ‘그림 참 좋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 크레파스를 도시용과 시골용으로 나눠 주세요. 시골용에는 초록색을, 도시용에는 회색을 세 개씩 더 넣어 주세요 ..  (23쪽)



  이정록 님이 글을 쓰고 노인경 님이 그림을 담은 어린이책 《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을 읽습니다. 어느 숲마을에 ‘크레파스 장사를 하는 여우’가 있고, 이 숲마을에서는 ‘크레파스 장사에만 눈이 먼 여우가 그림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숲마을에서 사는 아이들은 ‘그림대회’에 나가기를 좋아하지만 그림대회는 그림을 즐기는 대회가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크레파스 공장 여우 사장’은 크레파스를 더 많이 팔려는 데에만 마음을 쏟습니다. 가녀린 숲아이를 괴롭히거나 윽박지릅니다.


  숲마을 다람쥐 토리는 ‘그림대회’가 아닌 ‘그림잔치’를 꿈꿉니다. 1등을 겨루는 대회가 아닌, 모두 노래하고 웃고 즐기면서 어우러지는 잔치를 꿈꿉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마을을 가꿀 수 있는 그림잔치가 되기를 바라요.



.. 토리가 떡갈나무 우듬지에 올라 소리쳤어요. “우리가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자!” 그 소리를 듣고 친구들이 모두 토리 곁으로 몰려들었어요. 토리를 따라 하면서요. “우리가 직접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자!” ..  (33쪽)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무지개빛이 아닙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사랑입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알록달록이 아닙니다. 그림에 담는 아름다운 빛깔은 꿈입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나 돌멩이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날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사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립니다. 함께 꿈을 꾸면서 이루고 싶은 아름다운 보금자리나 마을이나 나라를 그림으로 그립니다.



.. “우리들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한 번도 함박눈을 못 봤어요. 친구들에게 물어 보니까 함박눈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꽃송이로 물침대를 만들었습니다. 물 위 꽃잎 침대에 앉으면 아름답고 편안하거든요. 그러니까, 함박눈은 겨울에 피는 꽃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62쪽)



  어린이책 《미술왕》에 나오는 다람쥐 토리는 ‘시골빛’이나 ‘숲빛’을 곱다라니 담을 수 있는 크레파스를 꿈꿉니다. 잿빛이나 까망보다 풀빛이나 노랑이나 파랑으로 온누리를 환하게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예요, 잿빛과 까망을 덜 쓰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낮에는 무지개빛이지만 밤에는 잿빛이나 까망입니다. 낮을 그릴 적에는 무지개빛이 될 테지만, 밤을 그릴 적에는 잿빛이나 까망입니다. 이와 달리, 낮을 잿빛이나 까망으로 그리면서도 얼마든지 따사롭고 보드라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밤을 무지개빛으로 그리면서도 참으로 멋스럽고 기쁜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습니다.


  크레파스 상자나 물감 상자를 보면 ‘어느 한 가지 빛깔’을 더 많이 넣지 않습니다. 모든 빛깔을 골고루 담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별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아름답고, 온누리 모든 빛깔도 골고루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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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겨울빨래



  아침에 두 아이를 씻긴다. 어제 씻기려 했으나, 큰아이가 어제 안 씻겠다 하는 바람에 어제 낮 따스할 적에 못 씻겼다. 아침에는 아직 바람이 쌀쌀하니 춥지만, 어쩌는 수 없이 아침에 씻긴다. 노느라 땀에 전 옷을 빨래하려고 씻는방 바닥에 깐다. 두 아이를 씻기면서 튀는 물로 ‘빨래할 옷’을 적신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기면 아침에 빨래를 해서 차츰 따스하게 올라오는 겨울볕을 따라 옷을 한결 잘 말릴 수 있다.


  다 씻은 아이를 자는방으로 들여보낸다. 두 아이는 스스로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몸을 덥히는 아이들을 보다가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내가 어릴 적에도 겨울에 몸을 씻으면 추웠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를 씻기기 앞서 자는방에 ‘이불을 잘 깔아’ 놓은 뒤, 다 씻기고 나서 얼른 이불로 파고들라 했다. 어릴 적에는 옷을 입히고 이부자리에 눕혔고, 좀 큰 뒤에는 알몸으로 이부자리로 파고들어서 꼼지락거리면서 옷을 꿰었다.


  아이들은 자는방 이부자리에 누워서 놀고, 나는 슬슬 빨래를 해야지.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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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47) 그래서 1


속속 뉴스게릴라가 되어 뉴스를 쏘아 올렸다. 창간 후 6개월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33쪽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그래서 창간호부터

→ 창간준비호 때 세운 계획은 첫호부터

→ 그래서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첫호부터

 …



  말을 이으려고 이음씨를 씁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토씨는 낱말과 낱말을 잇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쓰는 한국말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치거나 안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없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려 하지 않습니다. 잘못 배우거나 길든 말투를 바로잡거나 고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잘못 쓰는 말투는 ‘잘못’인 만큼 ‘잘’ 쓰도록 가다듬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있으면 ‘잘’ 되도록 바로잡거나 고치도록 애써야 옳듯, 우리가 주고받는 말마디에서 잘못 쓴 곳이 있으면 ‘잘’ 쓰도록 다듬으면서 말을 새롭게 배워야 옳습니다.


  말이나 글은 왜 잘못 쓸까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도 할 테지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 스스로 제대로 살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란 무엇일까요? 처음 잘못 쓰던 때에 곁에서 바로잡아 주거나 올바로 이끈 어른이나 이웃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몸에 익습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이 됩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으로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이 굳으면, 그만 이 버릇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버릇으로 굳은 뒤에는, 둘레에서 아무리 이 ‘잘못 쓰는 말이나 글’을 밝히거나 짚거나 따지거나 알려주어도, 사람들 스스로 못 고치거나 못 바꿉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 안 바뀌는 까닭도 사람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을 마음이 있다면, 사회나 경제나 법이나 언론에서 잘못된 모습을 낱낱이 살피고 돌아보면서 바로잡을 테지요. 옳고 바른 길을 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문화와 예술과 교육이 옳고 바른 길로 가도록 힘을 쓸 테고, 이렇게 힘을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동안 잘못 쓴 말과 글’을 날마다 새롭게 살피고 배우면서 ‘내 말씨를 나 스스로 가꾸는 길’을 씩씩하게 가리라 봅니다.


  ‘잘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을 그대로 쓸 적에 참 아름답습니다. ‘잘못 쓰는 말’이라 할 적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익숙하게 굳은 말버릇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언제가 되든 꼭 바로잡거나 고쳐야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고칠 말은 고쳐야 합니다. 고칠 사회 얼거리는 고쳐야 합니다. 아름답게 세울 말은 아름답게 세워야 합니다. 아름답게 가꿀 삶은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4337.8.31.불/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잇달아 뉴스게릴라가 되어 새 글을 쏘아 올렸다. 처음 여섯 달 동안은 주간지로 하겠다는 창간준비호 때 계획은 바아흐로 첫호부터 일간지로 바뀌었다


‘속속(續續)’은 ‘잇달아’나 ‘꾸준히’로 손봅니다. ‘뉴스(news)’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새 글’로 손볼 수 있습니다. “창간(創刊) 후(後) 6개월(六個月)”은 “처음 여섯 달”이나 “첫호부터 여섯 달”로 손질하고, “창간준비호 때의 계획”은 “창간준비호 때 계획”이나 “창간준비호 때 세운 틀”로 손질하고 ‘창간호(創刊號)’는 ‘첫호’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86) 그래서 3


불량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그래서 나의 꿈과 이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149쪽


 여행은 그래서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 그래서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 여행은 꿈으로만 남았다

 …



  ‘그래서’는 이음씨입니다. 이음씨는 글월과 글월을 잇습니다. 글월 사이에 불쑥 끼어들 수 없어요. 입으로 누군가하고 말할 때 살짝 뜸을 들이면서, “전국 자전거 여행은 ……” 하고 쉬었다가 말할 때에는 ‘그래서’든 다른 이음씨든 넣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글을 쓸 적에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음씨를 아무 곳에나 불쑥 넣으면, 외려 글이 뚝 끊어지고 글짜임이 엉성합니다.


  이 보기글을 더 들여다보면, ‘그래서’라는 이름씨를 굳이 글월 사이에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를 넣지 않아도 글쓴이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또렷합니다. 꼭 넣어야 하면, 맨 앞에 넣어야 합니다. 4340.1.22.달/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쁜 연필 장사’를 하면서 하는 전국 자전거 여행은 내 꿈으로만 남았다


‘불량(不良)’은 ‘나쁜’으로 고쳐씁니다. ‘꿈’도 말하고 ‘이상(理想)’도 말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꿈’ 하나만 적으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꿈’과 ‘이상’은 똑같은 뜻으로 쓴 낱말인 셈입니다. ‘나의’는 ‘내’로 바로잡습니다. “남게 되었다”는 “남았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50) 그래서 4


그가 4·19의 의의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해 냉정하리만치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정창교-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한울림,2004) 44쪽


 그가 … (그렇게)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 그가 … (그렇게) 하는 까닭도 그렇기 때문이다

→ 그래서 그는 … (그렇게) 한다

 …



  이음씨로 쓰는 ‘그래서’는 글월 앞쪽에 놓습니다. 글월 사이에는 들어갈 수 없고, 이 보기글처럼 글월 맨 뒤에 넣어 글을 마무리할 수도 없습니다. 글월 맨 뒤를 “그 때문이다”나 “그렇기 때문이다”로 마무리하거나 ‘그래서’를 글월 맨 앞으로 돌려야 합니다. 4340.8.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넉넉히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분하리만치 따진다

그래서 그는 4·19 참뜻을 모두 헤아리면서도 한계를 차가우리만치 따진다


“4·19의 의의(意義)”는 “4·19 뜻”이나 “4·19 참뜻”으로 손봅니다. ‘십분(十分)’은 ‘넉넉히’나 ‘모두’로 손질하고, “한계에 대(對)해”는 “한계를”로 손질하며, ‘냉정(冷靜)하리만치’는 ‘차분하리만치’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냉정(冷情)’이라는 한자로 쓴 보기글이라면 ‘차가우리만치’로 손질합니다. “비판적(批判的)인 입장(立場)을 견지(堅持)하는 것도”는 “비판하는 까닭도”로 다듬을 만한데, 이 보기글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진다”나 “따진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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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1) 그러므로


이 책은 그러므로 ‘이방인의 스케치’ 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지승호-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아웃사이더,2002) 6쪽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 그러므로 이 책은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까닭에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음씨 ‘그러므로’를 함부로 글월 사이에 넣으면 안 됩니다. 앞뒤 말을 잇는 이음씨는 두 글월 사이에 놓여야 합니다. 입으로 말할 때 더러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하고 끊어서 말하는 분이 있는데, 입으로 말할 적에도 이음씨를 함부로 말마디 사이에 넣지 말아야 합니다. 글이든 말이든 모두 엉망진창이 됩니다.


  한편, 이 보기글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러므로’가 아닌 다른 말, 이를테면 ‘이런 까닭에’를 넣을 수도 있어요.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라든지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처럼 살을 입혀 차근차근 적어도 됩니다. 4339.5.15.달/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므로 이 책은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그러모르 이 책은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이방인(異邦人)’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외국사람’을 가리키는 셈인데, 이 보기글을 살피자면 ‘바깥사람’을 가리킨다 할 만하고, “밖에서 보는 눈”으로 손질하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스케치(sketch)’는 “어떤 사건이나 내용의 전모를 간략하게 적음”을 뜻한다고 해요. 이 보기글에 “이방인의 스케치” 꼴로 나오는데,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이나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쯤으로 손볼 만합니다. ‘형식(形式)’은 ‘틀’이나 ‘짜임새’로 다듬고, ‘기획(企劃)되었습니다’는 ‘엮었습니다’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65) 그런데


대구염색공단의 경우는 고용문제를 포함한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무엇으로 합리화 될 수 있는가

《녹색평론》(녹색평론사) 2호(1992.1∼2) 4쪽


 이런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 이런 얘기라도 할 수 있지만, 마구 짓는 골프장은

→ 이렇게라도 다룰 수 있다. 그런데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

 …



  경제를 내세워 환경을 무너뜨리는 일은 막상 경제에 도움이 될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를 살리려고 환경을 무너뜨리면, 나중에 ‘환경 되살리기’를 하느라 돈과 품과 겨를을 아주 많이 들여야 합니다. 한 번 무너진 환경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도록 우리 삶을 망가뜨리거나 흔듭니다. 이를테면,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핵발전소 둘레에서는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가 아닌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커다랗게 마을에 들어서면, 이 마을에서도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아닌 여느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앞으로 냇물을 못 마십니다. 도시에서는 냇물을 못 마십니다. 먼 시골에 댐을 지어서 물을 가둔 뒤, 이 물을 도시까지 이어서 마시도록 합니다. 도시는 일찌감치 삶자락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던 지난날에는 경제성장을 못했다고 하지만, 물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성장은 하지만, 댐을 짓느라 물관을 잇느라 수도사업을 하느라 아주 어마어마하다 싶은 돈과 품과 겨를을 쏟아붓습니다.


  공장을 안 지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첫무렵부터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를 만들 적에도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각을 더 이어, 우리가 나누는 말 한 마디도 ‘뜻 나누기’와 ‘생각 나누기’뿐 아니라,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튼튼히 서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답게 세울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도 부드럽고 맑게 흐릅니다. 말을 말답게 가꾸거나 돌볼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을 한껏 북돋우면서 일굽니다.


  이음씨 ‘그런데’는 이 글월과 저 글월을 잇는 자리에는 쓰지만, 글월 사이에 아무렇게나 끼어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둘로 나눈 뒤 ‘그런데’를 넣든, 글월 하나로 엮으면서 ‘그런데’를 덜든 해야 올바릅니다. 4338.11.19.흙/4347.12.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대구염색공단은 고용을 비롯해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테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마구 짓는 골프장은 무슨 핑계를 댈 수 있는가


“대구염색공단의 경우(境遇)는”은 “대구염색공단은”이나 “대구염색공단 이야기는”으로 손보고, “고용문제(問題)를 포함(包含)한”은 “고용을 비롯해”나 “고용뿐 아니라”로 손보며,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間)의 대립(對立)이라는 차원(次元)에서”는 “경제와 환경이 맞서는 테두리에서”나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자리에서”로 손봅니다. “논의(論議)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은 “이야기라도 될 수 있지만”이나 “다루기라도 할 수 있지만”으로 손질하고, “골프장의 난립(亂立)은”은 “마구 짓는 골프장은”이나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이나 “함부로 짓는 골프장은”으로 손질하며, “무엇으로 합리화(合理化)될 수 있는가”는 “무슨 핑계를 댈수 있는가”“무슨 말로 둘러댈 수 있는가”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88) 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전주에서도 곧바로 해당된다

《최인호-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현대문학,2006) 72쪽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 따라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따라서

 …



  보기글을 보면, ‘따라서’를 글 사이에 넣었습니다. 어쩌면 말하는 투를 따라서 이렇게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을 하다 보면, 말마디를 잇고 다시 잇고 또 잇느라 ‘따라서’를 사이에 넣을 수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따라서’는 앞말을 받아 뒷말로 잇는 어찌씨입니다. 이렇게 글 사이에 넣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를 이 보기글 맨 앞으로 옮겨야 합니다. 아니면,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에서 글월을 끝맺도록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로 고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따라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39.7.20.나무/4347.12.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전주에서도 곧바로 들어맞는다


‘지적(指摘)한’은 ‘밝힌’이나 ‘말한’이나 ‘다룬’이나 ‘꼬집은’으로 다듬고, ‘해당(該當)된다’는 ‘들어맞는다’나 ‘이어진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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