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17. 맨발로 마당을 달려 (2014.11.25.)



  소꿉화장대에 있는 네 다리를 떼어낸 아이들이 이 다리를 마치 칼이라도 되는 듯이 휘휘 휘두르면서 논다. 장난꾸러기 산들보라는 네 다리를 혼자 가슴 가득 안고서 맨발로 마당을 가로지른다. 때때로 한 자리에 우뚝 서서 혼자 외친다. 이러고 나서 다시 달리고, 또 외치고, 씩씩한 시골돌이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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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30. 큰아이―흙 어머니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마을 어귀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큰아이가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어·머·니’ 세 글자를 또박또박 그린다. 네 마음에서 흐르는 고운 사랑을 글씨로 옮기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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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04. 빛과 그림자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올수록 해가 길어집니다.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해는 더욱 길어집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해가 짧아집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해는 더욱 짧아집니다.


  가만히 햇볕을 느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고, 마루로 들어오는 햇살을 살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며,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낍니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철 따라 그림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곧 알아차립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키가 부쩍 커졌다고 여깁니다. 그림자만 보아도 아주 길거든요.


  겨울이 되어 무척 비스듬하게 눕는 햇살은 더 깊은 데까지 포근하게 어루만집니다. 여름에는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꽂듯이 내리쬐는 햇볕이라면, 겨울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구석까지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햇볕입니다.


  빛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퍼질까요. 그림자는 언제 지며 어느 만큼 드리울까요.


  해는 삼백예순닷새에 걸쳐 날마다 다르게 지구별을 비추면서 새로운 빛과 그림자를 빚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빚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이기에 이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언제나 새로운 사진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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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03. 바지런한 손놀림


  삶은달걀을 까는 두 아이는 오직 삶은달걀만 바라봅니다. 밥상에 여러 가지를 올리면 우리 집 두 아이는 맨 먼저 삶은달걀을 집습니다. 아직 뜨거워도 아 뜨거 아 뜨거 하면서 삶은달걀을 안 놓습니다.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껍질을 벗깁니다. 삶은달걀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으로 신나게 손을 놀립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면 될까요? 바지런히 손을 놀려서 단추를 신나게 누를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찍고 또 찍어도 질리지 않거나 물리지 않을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쉬지 않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진을 찍으면 되고, 기쁘게 노래가 흘러나올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사진이 나한테 즐겁거나 기뻐서 손을 신나게 놀릴 만할까요?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 손을 바지런히 놀릴 만할까요?

  사진감은 남이 골라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살피면서 헤아려야 합니다. 언제 즐겁고 기쁜지 스스로 알아채야 합니다. 즐겁거나 기쁜 일이 없다면 사진을 찍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여느 때에 웃을 일도 드물고 노래가 흘러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내 모습을 살펴야 합니다. 언제 신나게 웃고 언제 기쁘게 노래하며 언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지 알아채야 합니다. 내 사진은 내가 웃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서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찍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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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가리키는 세 낱말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가

앞으로 차츰차츰 넉넉할 수 있기를 빕니다.


..


춥다·차다·차갑다

→ ‘춥다’와 ‘차다’와 ‘차갑다’는 모두 날씨를 가리키는 자리에서 씁니다. 온도가 낮은 날씨일 적에 이러한 낱말을 씁니다. ‘차갑다’는 ‘몹시 차다’를 가리킵니다. 한편, ‘춥다’는 몸으로 낮은 온도를 느낄 적에 쓰고, ‘차다·차갑다’는 살갗에 닿는 낮은 온도를 느낄 적에 씁니다. 그래서, “네 손이 차구나”라든지 “네 손이 차갑구나”처럼 쓰지만, “네 손이 춥구나”처럼 쓰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차다”와 “바람이 차갑다”처럼 쓸 수 있어도, “바람이 춥다”처럼 쓸 수 없습니다. ‘춥다’는 몸으로 느끼는 날씨를 가리키는 자리에서 쓰기에 “나는 안 추운데 너는 춥구나”처럼 씁니다. “우리 집은 춥다”고 하면, 우리 집에 있으면 몸으로 느끼는 기운이나 온도가 낮다는 뜻입니다. “우리 집은 차다”처럼 쓰지 못합니다. “방이 차다”고 하면 방바닥이 차다는 뜻으로는 쓸 수 있어요. 방바닥에 손을 대면 손(살갗)이 차거나 방바닥에 앉으면 엉덩이(살갗)가 차다는 뜻으로만 쓸 수 있습니다.


춥다 

1. 온도가 낮은 날씨이다

 - 추운 날씨에는 옷을 두껍게 입고 가렴

 - 이렇게 추운 날에는 새들이 먹이를 어떻게 찾을까요

 -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옵니다

2. 몸으로 느끼는 기운이나 온도가 낮다

 - 겨울이기는 하지만 방이 왜 이렇게 춥니

 - 추운데 배고프기까지 하니 너무 힘들다

 - 언니는 그리 춥지 않다면서 옷을 얇게 입어요

차다

1. 온도가 낮은 날씨이다

 - 오늘은 날이 차니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겠어요

 - 삼월은 봄이어도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차니까 도톰한 옷을 입습니다

2. 살갗에 닿은 것이나 바람이, 기운이나 온도가 낮다 (얼음 같은 것이 닿는 느낌)

 - 바람이 차니 귀가 얼얼하다

 - 몸이 아플 적에는 찬 것을 함부로 먹지 말아야지

 - 아직 불을 넣지 않아서 방바닥이 차니까 방석을 깔자

 - 네 손이 많이 차구나

3. 사랑스러운 마음이 없다 (쌀쌀하다)

 - 이웃 아저씨는 말투가 너무 차서 좀 꺼림칙하다

 - 네 동무인데 너무 차게 굴지 않나 모르겠어

 - 차디찬 말을 들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차갑다

1. 온도가 무척 낮은 날씨이다

 - 차갑고 매서운 날씨에도 설날 해돋이를 보려고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요

 - 할아버지는 차가운 날에도 이웃집에 마실을 다녀오십니다

2. 살갗에 닿은 것이나 바람이, 기운이나 온도가 몹시 낮다

 - 냉장고에 넣은 수박이 차가워서 이가 시리다

 - 차갑게 식은 밥을 따뜻하게 덥혀서 먹습니다

 - 바람이 차갑게 불어도 눈놀이를 하다 보면 땀이 송송 돋는다

 - 볼이 꽁꽁 얼고 차가우니 얼른 털모자와 귀도리를 쓰렴

3. 사랑스러운 마음이 아주 없다 (매몰차다)

 - 네 목소리가 차가워서 무섭기까지 해

 - 잘못했다고 뉘우치는데 차가운 눈빛은 거두어 주렴

 - 사람이 너무 차가우니까 선뜻 다가서기가 어려워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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