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말을 건다. 시를 쓰는 이웃이 말을 건다. 시를 쓰는 이웃이 살며시 말을 건다. 시를 쓰는 이녁은 나한테 어떤 말을 걸고 싶을까. 시를 쓰는 이녁은 나한테 말을 걸며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을까. 시집 《수작》을 펼친다. 찬찬히 스며드는 노래가 있고, 이냥저냥 스치듯이 흐르는 노래가 있다. 어느 노래이든, 시를 쓰는 사람이 나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이다. 싯말 하나는 살포시 숲노래가 되고, 싯말 둘은 가만히 꽃노래가 되며, 싯말 셋은 천천히 부엌노래가 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흐르는 듯한 노래가 있고, 자동차 방귀라든지 손전화 꽥꽥질 같은 노래가 있다. 어떠한 숨결이든 모두 노래이다.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기에 시를 쓰고 시를 읽는다.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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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지음 / 애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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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가 나를 깨운 잠꼬대



  새벽 두 시 무렵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깨운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밤에 내는 조그마한 소리나 몸짓에도 퍼뜩 잠을 깬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였을 적에는 기저귀를 갈려고 작은 소리에도 깼고, 아이들이 좀 자란 뒤에는 밤오줌을 누이려고 깬다. 네 살 작은아이는 쉬가 마려운가? 아니다. 그저 잠꼬대이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문득 뱉은 잠꼬대가 “아버지, 그거 어떻게 만들었어요?”이다. 꿈나라에서 아버지하고 노는구나. 고맙네. 아버지가 너랑 꿈에서 신나게 노는가 보구나. 그런데 아버지가 네 꿈에서 무엇을 만들었니? 밤에서는 꿈나라에서 놀고, 낮에는 우리 집 마당과 뒤꼍과 도서관에서 놀자.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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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32. 2014.11.28. 얼른 주셔요



  돼지고기튀김을 익혀서 꽃접시에 올린다. 튀김고기밥을 먹기 앞서 몸을 따순 국물로 덥히라고 말한다. 밥순이와 밥돌이는 얼른 밥을 달라고 노래한다. 뜨거운 국도 밥도 후후 불면서 바지런히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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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6. 빨래 널기 도와줘 (2014.11.25.)



  네 사람 빨래가 한가득 나온다. 히유. 빨래를 마치고 마당으로 가지고 나온다. 우리 살림순이야 아버지를 거들어 주렴. 평상에서 맨발로 우산놀이를 하던 살림순이는 슬쩍 쳐다보며 제 놀이를 하다가, 옷을 거의 다 널 즈음 비로소 제 옷가지를 몇 점 널어 준다.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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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15) -에로의 1


여기서 아동 문학은 정상적인 교육에로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운동을 일으켜야 하겠거니와, 한편 아동의 애독할 좋은 작품을 내어 그들로 하여금 몰이해한 교사나 부모의 눈을 피해서라도 탐독할 경지에까지 이끌어 가야 할 것이 아닐까

《어머니책 3》(웅진,1985) 36쪽


 정상적인 교육에로의 개선을 위한

→ 올바른 교육으로 바로잡으려는

→ 올바른 교육으로 바로서도록

→ 올바른 교육으로 고칠 수 있게끔

 …



  요즈음 한국말사전을 보면 ‘-에로’를 올림말로 다루면서, “(조사) 격을 나타내는 대상과 관련된 말에 붙는 조사. 격 조사 ‘에’가 위치를 나타낼 때 거기에 방향성을 주기 위하여 부사격 조사 ‘로’와 결합한 것이다”처럼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에는 이러한 토씨가 없습니다. 지식인이 엉터리로 쓰는 일본 말투를 한국말사전까지 잘못 다루는 모습입니다.


  일본말 ‘-に 於(おい)て’를 잘못 옮기면서 ‘-에로의’를 쓴다고 하는데, 일본말사전을 보면 ‘-に 於(おい)て’를 ‘-에서’나 ‘-에 있어서’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에 있어서’도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한국말로는 ‘-에 있어서’를 안 씁니다. 그러니까, 일본말을 엉터리로 옮기면서 자꾸 퍼지는 ‘-에로의’일 뿐 아니라 ‘-에 있어서’인 셈입니다.


 인물에 있어서 그만 못하다

→ 인물이 그만 못하다

→ 사람이 그만 못하다


  일본말사전을 보니 “인물에 있어서”처럼 적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이 보기글은 “인물이”처럼 ‘-이’라는 토씨를 넣어서 써야 올바릅니다. 


  “정상적인 교육에로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운동”이라는 글월을 살피면 네 군데가 일본 말투입니다. 첫째, ‘정상적’, 둘째 ‘교육에로의 개선’, 셋째 ‘개선을 위한’, 넷째 ‘사회적 운동’인데, 이런 일본 말투 네 가지가 글월 하나에 어우러집니다.


 정상적인 → 정상 . 제대로 서는 . 올바른

 교육에로의 개선 → 교육으로 개선 . 교육이 되도록 고침

 개선을 위한 → 고치려는 . 바로잡으려는

 사회적 운동 → 사회 운동


  한국말이 한국말다울 수 있도록 지식인부터 마음을 기울이거나 애쓰기를 바랍니다. 말이 올바로 설 때에 생각이 올바로 섭니다. 4337.8.4.물/4347.12.9.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기서 어린이문학은 올바른 교육으로 바로잡으려는 사회 운동을 일으켜야 하겠거니와, 한편 어린이가 읽을 좋은 작품을 내어 어린이로 하여금 어리석은 교사나 어버이 눈에서 벗어나서라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아동(兒童) 문학’은 ‘어린이문학’으로 다듬고, “정상적(正常的)인 교육”은 “올바른 교육”으로 다듬습니다. “개선(改善)을 위(爲)한 사회적(-的) 운동”은 “고치려는 사회 운동”이나 “바로잡으려는 사회 운동”으로 손보고, “아동(兒童)의 애독(愛讀)할 좋은 작품”은 “아이들이 읽을 좋은 작품”이나 “어린이가 읽을 좋은 작품”으로 손봅니다. ‘몰이해(沒理解)한’은 ‘어리석은’이나 ‘생각없는’으로 손질하고, “눈을 피(避)해서라도”는 “눈에서 벗어나서라도”로 손질하며, “탐독(耽讀)할 경지(境地)에까지”는 “읽을 수 있도록”이나 “읽을 수 있게끔”으로 손질합니다. “가야 할 것이 아닐까”는 “가야 하지 않을까”로 고쳐씁니다.


..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50) -에로의 2


60년대 후반부터 파키스탄에서는 현저하게 사회불안이 높아지고 학생, 노동자의 시위, 삵괭이파업, 유통의 폭동 등이 빈발하여 1969년 3월 야히아 칸에로의 정권교대와 군정부활을 초래했다

《편집부-제3세계의 발자취》(거름,1983) 30쪽


 야히아 칸에로의 정권교대와

→ 야히아 칸으로 정권이 바뀌고

→ 야히아 칸 정권으로 바뀌고

→ 야히아 칸 정권으로 넘어가고

 …



  한국말에서는 ‘-에로’ 같은 토씨를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사람은 예부터 이런 토씨를 안 씁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알 수 있는데, ‘-로/-으로’라는 토씨를 쓰면 됩니다. 그런데, ‘-에로’가 아닌 ‘-으로’를 넣더라도 “야히아 칸으로의 정권교대”처럼 적으면 똑같이 얄궂습니다. 아무래도 어떤 토씨를 어느 곳에 어떻게 적어야 올바른지 모르기 때문에 ‘-에로’를 쓸 뿐 아니라, ‘-의’까지 얄궂게 붙이는구나 싶습니다. 4337.10.25.달/4347.12.9.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1960년대 끝무렵부터 파키스탄에서는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학생·노동자 시위, 삵괭이파업, 유통 폭동이 잇달아 터져 1969년 3월 야히아 칸 정권으로 바뀌면서 군사정부가 다시 섰다


‘후반(後半)’은 ‘끝무렵’이나 ‘뒤’로 손보고, “현저(顯著)하게 사회불안(-不安)이 높아지고”는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로 손봅니다. “등(等)이 빈발(頻發)하여”는 “자주 일어나서”나 “잇달아 터져서”로 손질하고, “정권교대(-交代)와 군정부활(-復活)을 초래(招來)했다”는 “정권이 바뀌고 군사정권이 다시 섰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6) -에로의


어떤 것도 실제로 죽지 않는다. 다만 그 모양이 바뀔 따름이다. 죽음 이후의 변형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로의 이동이 아니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82쪽


 다른 시간에로의 이동이 아니다

→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 다른 때로 가는 움직임이 아니다

→ 다른 때로 가지 않는다

 …



  이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 “죽음 이후의 변형”처럼 ‘-의’를 넣기 때문에 뒤쪽도 ‘-의’를 넣어서 “다른 시간에로의 이동”처럼 적는구나 싶습니다. 토씨 ‘-의’ 하나는 다른 ‘-의’를 불러들입니다. 4347.12.9.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떤 것도 참으로 죽지 않는다. 다만 모양이 바뀔 뿐이다. 죽은 뒤에는 다른 곳이나 때로 가지 않는다


‘실제(實際)로’는 ‘참으로’나 ‘참말로’로 손보고, “바뀔 따름이다”는 “바뀔 뿐이다”로 손봅니다. “죽음 이후(以後)의 변형(變形)은”은 “죽은 뒤 바뀌는 모양은”이나 “죽은 뒤”로 손질하고, “다른 공간(空間) 다른 시간(時間)”은 “다른 곳 다른 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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