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 겨울눈 빗방울



  복숭아나무 가지에 빗방울이 맺힌다. 겨울눈 아닌 겨울비가 내리면서 복숭아나무 가지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달린다. 이 빗방울이 봄비라면 복숭아나무 겨울눈은 천천히 깨어나려 할 테지만, 이 빗방울이 차가운 겨울비이기에 복숭아나무 겨울눈은 몸을 더욱 웅크린다.


  찬비는 겨울눈을 더욱 튼튼하게 북돋울까. 찬비는 겨울눈이 더욱 씩씩하게 한겨울을 나도록 이끌까. 이만 한 찬비는 아무것 아니라고, 이제부터 겨울바람이 몰아닥칠 테니 한결 단단히 웅크리라는 이야기를 건넬까.


  아직 가느다란 복숭아나무 가지이다. 해마다 네 철을 고루 누리면서 줄기와 가지는 차츰 굵으리라. 해마다 꽃과 열매를 더 많이 베풀리라. 우리 함께 이 겨울을 포근하게 나자.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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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괭이밥



  괭이밥이 겨울 추위에 오들오들 떤다. 찬바람이 싱싱 불면서 잎을 포갠다. 늦가을 볕이 따스해서 싹이 튼 앙증맞은 아이들인데, 따순 볕이 끝나고 찬바람이 여러 날 잇달아 찾아오니 얼마나 추울까. 따순 볕과 바람을 먹고 자라는 귀여운 아이들이 이 겨울에 얼마나 고될까.


  괭이밥은 곧 찬바람이 수그러들리라 믿는다. 괭이밥은 머잖아 바람이 따숩게 불리라 믿는다. 괭이밥은 이윽고 푸근한 볕살이 되어 다시 잎을 활짝 벌리고 꽃대를 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괭이밥은 한겨울이 되기 앞서 노란 꽃을 한 번 더 틔우고 싶다.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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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알랭 2
카사이 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27



삶을 찾으려면

― 지젤 알랭 2

 카사이 수이 글·그림

 우혜연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1.11.15.



  겨울 들길을 걷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차갑지만 한낮에는 포근한 바람과 볕을 쐬면서 걷습니다. 나는 이 겨울에도 들풀과 들꽃을 보고 싶습니다. 들길을 걷는 동안에도 논둑에 올망졸망 돋는 봄풀과 봄꽃을 봅니다. 겨울이 끝날 즈음 신나게 돋는 봄풀이요 봄꽃이지만, 남녘 바다와 가까운 시골에서는 이 겨울에도 봄풀과 봄꽃이 마치 겨울풀이나 겨울꽃이라도 되는 양 돋습니다.


  노란 유채꽃과 갓꽃을 봅니다. 유채잎은 푸른 빛깔이지만 갓잎은 검붉습니다. 코딱지나물꽃을 봅니다. 볕이 잘 드는 논둑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돋습니다. 고들빼기와 소리쟁이가 잎을 벌리고, 쑥도 천천히 오릅니다.


  겨울들은 마냥 허전하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겨울에도 들은 푸른 빛이 곱습니다. 겨울에도 들에는 푸른 바람이 붑니다. 겨울 시골빛은 푸릇푸릇 상큼합니다. 이 차가운 바람에 지지 않으면서 씩씩합니다.



- “방에 없다면 외출한 게 아닐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니까요. 새처럼.” (12쪽)

- “어머, 예뻐라. 이런 할머니한테는 아깝구나.” “그렇지 않아요. 크레펠 아주머니가 파멜라 씨를 위해 고른걸요.” (52쪽)

- “악기점이 없어서 좀 헤맸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왜 ‘아미릴리스’를 연주했지?” “피아노 위에 악보가 있었어요.” “저도 그 곡을 좋아하고, 정원에도 잔뜩 피어 있기에.” (65쪽)





  겨울 들길을 걷다가 고단한 작은아이는 자전거수레에 앉힙니다. 야무진 큰아이는 기운차게 걷습니다. 면소재지에 들러 볼일을 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자전거를 몹니다. 작은아이는 자전거수레에서 새근새근 자고, 큰아이는 찬바람을 먹으면서 당차게 샛자전거를 구릅니다. 나는 앞에서 자전거를 이끌면서 영차영차 기운을 냅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숨이 가쁘더라도 노래를 부르려 하면 노래가 나옵니다. 숨이 가쁘다면서 노래를 안 부르려 하면 노래가 안 나옵니다.


  노래는 늘 마음으로 불러요. 노래는 언제나 마음에서 우러나와요. 마음에 사랑이 흐를 적에 노래가 나옵니다. 마음에 심은 사랑이 자랄 적에 노래가 꽃을 피웁니다.


  커다란 집에서 살더라도 마음이 넉넉하지 않으면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돈이 많더라도 사랑이 따스하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합니다. 학교를 오래 다니거나 책을 많이 읽더라도 마음이 곱지 않으면 노래를 알지 못합니다. 동무를 많이 사귀지만 마음이 착하지 않으면 노래를 나누지 못합니다.



- “지젤 양은 확실히 터무니없지만, 그래도 지젤 양 나름대로 많은 걸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어요.” (69쪽)

- “할 수 없지. 난 언니처럼 착한 애가 아니니까.” “지젤은 착한 아이야.” (88쪽)






  카사이 수이 님이 빚은 만화책 《지젤 알랭》(대원씨아이,2011) 둘째 권을 읽습니다. 《지젤 알랭》 둘째 권에서는 ‘지젤 알랭’이 왜 아버지 곁을 떠나서 혼자 ‘작은 아파트’ 관리인 노릇을 하면서 ‘사무소’까지 열어 새로운 일을 벌이는지 알려줍니다. 지젤 알랭이라는 아이는 꿈을 키우고 싶으나, 이 아이 아버지는 꿈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지젤 알랭이라는 아이는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을 키우고 싶지만, 이 아이 아버지는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은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젤 알랭은 나이가 어리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보다는 아직 생각을 키울 힘이 없습니다. 생각을 키울 힘이 아직 모자라기도 하지만, 둘레 사람하고 어떻게 마주하거나 맞서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어야 할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이 아이가 아버지와 한집에서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몰래 마련한 다락방에 숨기’입니다. 아무 눈에도 뜨이고 싶지 않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겉치레를 하고 싶지 않으며,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지젤 알랭한테 마음을 툭 털어놓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 “‘아니에스, 넌 그렇게나 아름답고 현명한데 어째서 그런 삶을 사는 거지.’ 자유를 위해서야!” (97쪽)

- “어머 멋진 비밀기지네. 나한테 있지. 어머니께 받은 아파트가 있어. 시가지에 있는 작은 아파트야. 지금 집주인을 모집 중인데, 해 볼래? 지젤.” “어, 어?” “후후. 여기도 멋지지만, 좀 좁고 어둡잖니. 좀더 밝고 넓은 장소에 가려무나.” (110∼111쪽)





  커다란 도시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을이 띄엄띄엄 있고, 마을에서도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에는 사람이 적습니다. 커다란 도시에는 사람이 많지만,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아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고, ‘아는 사람’ 가운데 마음을 열고 사귈 수 있는 사람을 손에 꼽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많지만, 서로 즐겁게 웃거나 노래할 만한 동무는 참으로 적은 도시입니다.


  시골은 도시처럼 사람이 북적대지 않지만, 이웃이나 동무로 사귈 만한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사람이 적습니다. 그러나 시골은 사람이 적어도 다른 님이 있습니다.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며 꽃이 있습니다. 꽃집이 없어도 꽃이 가득합니다. 공원이나 수목원이 없어도 나무가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우리 집 마당’을 누릴 수 있고, 우리 집 마당에 나무를 심을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들꽃과 들풀을 벗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온갖 멧새와 풀벌레와 개구리와 뱀이 찾아와서 함께 어우러집니다.



- “돌려줘. 네겐 어려운 일이니까.” “싫어. 착각했다고 해도 내가 수락했으니, 내 일이야!” (132쪽)

- “물론 기이의 일도 존경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일은 안 할래.” (214∼215쪽)





  어린 지젤 알랭은 삶을 찾고 싶습니다. 이제껏 날마다 살았지만, 아직 삶이 무엇인지 모르기도 하고, 삶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는지 모르기도 합니다. 삶이 언제 어떻게 빛나는지 모르기도 하며, 삶을 어떻게 가꾸는지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젤 알랭은 온몸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려고 합니다. 지젤 알랭은 스스로 삶을 찾고 싶어서 온갖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젤 알랭한테는 무엇이든 새로운 하루를 찾고 누리면서 언제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삶을 짓고 싶습니다.


  그런데, 만화책 《지젤 알랭》이 아닌 한국 사회라면, 열두 살이든 열다섯 살이든 열여덟 살이든 학교에 얽매입니다. 학교에 얽매이는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학교에 얽매이고 마는 어린이와 푸름이는 대학입시에 짓눌린 채 삶을 생각하지 못하고 찾지 못하며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길을 걷도록 이끌어야 할까요. 이녁은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누리는가요.


  삶을 짓는 사람은 웃습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웃음을 퍼뜨립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웃음을 심어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늘 새롭게 이야기를 엮어서 이야기꽃잔치를 엽니다.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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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8. 양말 신고 마당 달려 (2014.12.7.)



  마당에서 맨발로 자전거를 타다가 아버지가 양말 신으라고 말하니 비로소 양말을 신은 뒤 자전거를 타던 놀이돌이가 이제 자전거는 놓고 콩콩콩 달리면서 논다. 빨래대에서 빠진 쇠막대를 들고 마당을 휘휘 달린다. 노래를 부르면서 달린다. 가을바람을 가르면서 달린다. 즐겁게 놀고 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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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빌면서 그리는 그림을 다루는 그림책을 읽는다. 아무렴, 그림이란 여느 그림이 아니다. 그림 가운데 여느 그림이란 없다. 왜 그럴까? 이 실타래를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이 실타래를 모르는 사람은 다 모른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는 누구나 “꿈을 그린다”고 한다. 꿈을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꿈을 이루는 길을 걷는다.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길을 꿈으로 그릴 때에 비로소 붓을 들어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꿈이 없는 사람은 그림을 못 그린다. 꿈이 있는 사람은 늘 그림을 그린다. 《소원을 말해 봐》라는 그림책이 ‘소원’이 아닌 ‘꿈’이라는 낱말을 쓰고, “말해 봐” 같은 말마디가 아니라 “그려 봐”라는 말마디를 썼다면, 그러니까, “꿈을 그려 봐” 하고 이야기 실타래를 열려고 했다면, 이 그림책에 담은 글이나 그림은 훨씬 깊고 너를 만했으리라 느낀다. 아무튼, 그림이 이쁘장한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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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 봐- 꿈이 담긴 그림, 민화
김소연 글, 이승원 그림 / 비룡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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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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