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40. 2014.11.28. 가끔은 책돌이



  누나는 놀다가도 책을 손에 쥐기도 하지만, 산들보라는 놀고 다시 놀고 또 놀 뿐, 책을 손에 쥐는 일이 드물다. 산들보라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 준 일이 드물기 때문일까. 누나가 그림책을 읽어 주면 옆에 달라붙어서 잘 들여다보는 산들보라이다. 산들보라는 아무래도 몸을 많이 쓰면서 놀고 싶은 마음이로구나 싶고, 누나가 끝끝내 같이 놀아 주지 않을 적이 되면 비로소 ‘가끔 책돌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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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 길동무
3. 누구와 읽을 글을 쓰나


  내가 쓴 글은 누구한테 읽힐까요? 내가 쓴 글을 읽을 사람은 누구일까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마음을 글로 쓰면서, 내가 쓴 이 글을 누구와 읽으려 하는지 생각합니다. 나 혼자 읽을 글인가요? 내 짝꿍한테만 읽힐 글인가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읽힐 글인가요? 여러 동무한테 골고루 읽힐 글인가요? 낯선 사람한테까지 읽힐 글인가요?

  대통령한테 편지를 띄울 수 있고, 국회의원이나 군수나 시장한테 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나를 가르치는 분이나 이웃 어른한테 편지를 쓸 수 있고, 멀리 떨어진 벗한테 편지를 적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한테 편지를 쓰려 하면, 받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씁니다. 어버이한테 쓰는 편지와 이웃 아주머니나 아저씨한테 쓰는 편지는 다릅니다. 동무한테 쓰는 편지와 동생이나 언니한테 쓰는 편지는 다릅니다. 궁금해서 여쭐 이야기를 적는 편지와 어떤 일을 바라면서 적는 편지는 다릅니다. 따지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편지와 도움을 바라는 뜻을 담는 편지는 다릅니다.

  편지를 쓸 적에는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편지쓰기가 사뭇 다릅니다.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 잘 알 만한 사람이라면 한결 단출하게 쓸 테지만,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 거의 모르거나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아주 꼼꼼하게 쓸 테지요. 도움을 바라는 편지를 쓰려 한다면, 왜 도움을 받아야 하고 어떤 도움을 바라며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밝혀야 합니다.

  서울사람이 같은 서울사람한테 서울을 이야기할 적과, 서울사람이 전남 고흥에 있는 사람한테 서울을 이야기할 적은 다릅니다. 같은 서울사람이라면, 서울을 이야기하기에 한결 수월합니다. 그러나 서울을 모르는 다른 고장 사람한테 서울을 이야기하자면 이것저것 먼저 알려주거나 밝힐 대목이 많습니다. 이와 거꾸로 보면, 전남 고흥에 있는 사람이 다른 고흥사람한테 고흥을 이야기할 적에는 퍽 수월합니다. 그리고, 고흥사람이 서울사람한테 고흥을 이야기하자면 여러모로 먼저 알려주거나 밝힐 대목이 많아요.

  동생이 없어 아기를 돌본 일이 없는 사람과 동생이 있어 아기를 돌본 일이 잦은 사람이라면, 갓난아기 이야기를 나눌 적에 사뭇 다릅니다. 동생이 없어 아기를 돌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저귀’나 ‘배냇저고리’라는 말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알아도 막상 기저귀나 배냇저고리가 어떻게 생겼고, 기저귀를 어떻게 채우거나 배냇저고리를 어떻게 입히는지 하나도 모를 수 있어요. 아기를 돌본 일이 없는 사람한테 ‘기저귀 채우기’나 ‘기저귀 갈기’를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이를 알려줄 만할까요? 아주 낱낱이 밝혀야 하고, 자잘한 데까지 꼼꼼하게 짚어야 하겠지요. 이와 달리, 아기를 으레 돌보거나 잘 돌본 사람이라면 무척 가볍고 쉽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짜장면을 아직 먹은 적 없는 사람한테 짜장면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짜장면 맛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장어나 석류를 먹어 본 적 없는 사람한테, 후박꽃이나 동백꽃을 본 적 없는 사람한테, 제비나 박쥐를 본 적 없는 사람한테, 벼베기나 풀베기를 한 적 없는 사람한테, 그물 손질이나 대패질을 한 적 없는 사람한테, 이 모든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서 들려줄 수 있을까요.

  나 혼자 읽을 글이라 한다면, 내가 아는 대로 쓰면 끝납니다. 다른 사람한테 읽힐 글이라 한다면, 다른 사람이 잘 알아듣도록 써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는 이야기를 어느 만큼 알 수 있으나 하나도 모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눈길을 둘 수 있으나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읽기를 바라면서 쓰는 글인가에 따라, 글에 담으려는 마음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달라집니다. 글을 쓸 적에는 이 글을 읽을 사람을 또렷이 생각하면서 그 사람 눈높이에 맞춥니다.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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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40) ‘해’와 ‘햇살’ (떠오르는 햇살 위)


곧 떠오르는 햇살 위로 펄떡펄떡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한 마리가 그려졌지

《김소연·이승원-소원을 말해 봐》(비룡소,2014) 23쪽


 떠오르는 햇살 위로

→ 떠오르는 해를 보며

→ 떠오르는 해와 함께

→ 떠오르는 해님처럼

 …



  아침에 해가 뜹니다. 저녁에 해가 집니다. 뜨고 지는 별은 ‘해’입니다. 해를 두고 ‘해님’이라 하기도 합니다. ‘해님’이라 할 적에는 해를 섬기는 뜻과 해를 가까이 여기려는 마음이 함께 깃듭니다.


  해가 뜨면 ‘햇살’이 퍼집니다. 해가 뜨면서 ‘햇빛’이 온누리를 비춥니다. 해가 뜰 적에 ‘햇볕’이 지구별을 골골샅샅 따스하게 내리쬡니다.


  “햇살이 뜬다”라든지 “햇빛이 뜬다”라든지 “햇볕이 뜬다”고 할 수 없습니다. 햇살은 ‘퍼진다’거나 ‘드리운다’거나 ‘뻗는다’고 합니다. 햇빛은 ‘비춘다’거나 ‘밝힌다’고 합니다. 햇볕은 ‘쬔다’거나 ‘내리쬔다’거나 ‘따뜻하게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살·빛·볕’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떠오르는 햇살”처럼 적습니다. 잘못 적었습니다. 햇살은 떠오를 수 없습니다. 해가 뜨면서 퍼지는 빛줄기를 가리켜 ‘햇살’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에 이처럼 한국말을 잘못 적으면, 이 그림책을 읽는 어른과 아이는 한국말을 엉뚱하게 받아들입니다. 잘못된 말마디를 깨닫고는 이 대목을 지운 다음 바로잡는 슬기로운 어버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말마디인지 모르는 채 그냥 읽는 어버이가 퍽 많습니다. 책에 적힌 말투이기 때문에 ‘책에 적힌 말투가 틀리겠느냐?’ 하고 잘못 생각하는 어버이도 꽤 많습니다.


  이 보기글을 더 살피면, “햇살 위로”라 하는데, “떠오르는 햇살”을 “떠오르는 해”로 바로잡더라도 이래저래 얄궂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에 나오는 잉어 한 마리는 해보다 높은 위쪽으로 뛰어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잉어가 해보다 위로 뛰어오른다고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잉어는 “해를 보며” 뛰어오른다고 해야 맞습니다. 잉어는 “해와 함께” 뛰어오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잉어는 “해처럼” 뛰어오른다고 할 만합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곧 떠오르는 해를 보며 펄떡펄떡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한 마리를 그렸지


“한 마리가 그려졌지”는 “한 마리를 그렸지”나 “한 마리가 나타났지”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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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7) -의 : 우리 존재의 신비


우리 존재의 신비를 탐색하고 연구하여 이해할 방법들이 아예 없는 것일까? 그래서 얻은 이해로 우리의 이성理性과 현대 과학에서 얻은 우주에 관한 지식을 아울러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일까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20쪽


 우리 존재의 신비를 탐색하고

→ 신비로운 우리 넋을 살피고

→ 놀라운 우리 숨결을 살펴보고

 …



  우리는 모두 놀라운 목숨이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은 모두 놀라운 숨결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놀라운지 찾아보고 살피면서 헤아릴 수 있으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구나 슬기롭게 깨달으리라 봅니다. 내가 나를 살피면서 슬기로운 넋이 되고, 나를 둘러싼 온누리를 헤아리면서 똑똑하고 올곧은 얼이 됩니다. 두 가지를 아울러 보듬으면서 튼튼하고 사랑스러운 삶으로 거듭납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존재’나 ‘신비’ 같은 한자말하고 ‘-의’를 섞습니다. 이밖에 ‘탐색·연구·이해·방법·이성·만족’ 같은 한자말을 잇달아 적습니다. 마음이나 넋이나 얼을 깊이 헤아리자면 이러한 한자말만 써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많지 싶습니다. 그러면, 이런 한자말이 일본을 거쳐 들어온 요 백 해 안팎이 아닌, 이백 해 앞서 오백 해 앞서 이 땅에서 살던 사람은 생각을 깊이 못 했을까 궁금합니다. 천 해나 이천 해 앞서 이 땅에서 생각을 주고받던 사람은 넓거나 깊게 헤아리는 숨결이 아니었을까 궁금합니다.


  길은 길을 찾으려는 사람이 찾습니다. 말은 말을 살피려는 사람이 살핍니다. 이웃과 생각을 슬기롭게 나누려 하면 슬기로운 빛이 밝습니다. 동무와 마음을 사랑스레 나누려 하면 사랑스러운 꿈이 자랍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놀라운 우리 숨결을 찾아보고 살펴서 깨달을 길이 아예 없을까? 이렇게 깨달은 슬기와 현대 과학에서 얻은 우주 지식을 아울러 채울 수 없을까


‘신비(神秘)’는 ‘놀라움’으로 손보고, ‘탐색(探索)하고’는 ‘찾고’나 ‘찾아나서고’나 ‘찾아보고’로 손보며, “연구(硏究)하여 이해(理解)할 방법(方法)들이”는 “살펴보고 깨달을 길이”로 손봅니다. “아예 없는 것일까”는 “아예 없을까”로 손질하고, “그래서 얻은 이해로”는 “이렇게 깨달은 슬기로”로 손질합니다. “우리의 이성理性과”는 이 대목에서 “우리 슬기와”로 손질해야 제대로 어울리지 싶습니다. “우주에 관(關)한 지식”은 “우주 지식”이나 “우주를 다루는 지식”이나 “우주에 얽힌 지식”으로 다듬고, “만족(滿足)시킬 수 없는 것일까”는 “채울 수 없는가”나 “누릴 수 없을까”로 다듬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8) -의 : 계절의 영향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겨울이면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도 밝은 햇볕을 쬐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 몸뿐 아니라 나무, 꽃, 나비, 박테리아 등 지구의 모든 생물체에 생화학적 영향을 미친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52쪽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 계절이 크게 영향을 끼쳐서

→ 철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

 계절의 변화는

→ 철이 바뀌면

→ 철이 바뀔 적에

 …



  한국말은 ‘철’이고, 한자말은 ‘季節’입니다. 한글로 적더라도 ‘계절’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season’을 한글로 ‘시즌’으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시즌’은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르게 쓰는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학교와 사회와 문학에서 한자말 ‘계절’을 익숙하게 쓸 수 있지만, 한국말은 예나 이제나 ‘철’입니다. 그러나, 한국말이라 하더라도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안 쓰면 오히려 한국말이 낯섭니다. 한국말이 아닌 외국말이라 하더라도 한국사람이 외국말을 자꾸 쓰고 거듭 쓰면 도리어 외국말이 익숙합니다. “계절의 영향”이나 “계절의 변화”처럼 글을 쓰는 까닭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계절’이나 ‘영향’을 그대로 두더라도 “계절이 크게 영향을 끼쳐서”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계절이 변화하면”처럼 적을 수 있을 테지요. 토씨 ‘-의’를 알맞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어떤 낱말을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철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 겨울이면 축 처지는 사람도 포근한 햇볕을 쬐면 마음이 훨씬 좋아진다. 철이 바뀌면 사람 몸뿐 아니라 나무, 꽃, 나비, 박테리아 같은 지구별 모든 목숨이 골고루 달라진다


‘의기소침(意氣銷沈)해지는’은 ‘풀이 죽는’이나 ‘축 처지는’으로 손질합니다. 햇볕은 따뜻한 기운이기에 ‘밝은 햇볕’처럼 쓰지 못합니다. “따순 햇볕”이나 “따뜻한 햇볕”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밝은’을 넣으려면 “밝은 햇빛”처럼 적어야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겨울철에 따뜻하게 내리쬐는 볕을 가리키니 “포근한 햇볕”으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기분(氣分)’은 ‘마음’으로 손보고, ‘등(等)’은 ‘같은’으로 손보며, “지구의 모든 생물체(生物體)”는 “지구별 모든 목숨”으로 손봅니다. ‘생화학적(生化學的)’은 ‘골고루’나 ‘두루’로 다듬고, “영향(影響)을 미친다”는 “바꾼다”나 “달라지게 한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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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9] 보금자리



  햇볕 한 줌 밥 한 그릇에

  햇살 한 조각 이부자리에

  햇빛 한 줄기 마당 한켠 나무에

  


  따사로운 보금자리가 되는 삶자락이라면 나부터 즐겁습니다.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는 삶터라면 한집에서 지내는 모두 즐겁습니다. 이 집에 찾아올 손님도 따사로운 숨결과 포근한 노래를 받을 테니 서로 즐겁습니다. 해님은 우리를 살찌우는 아름다운 볕이고, 이러한 볕을 가득 담는 보금자리이니, 우리가 나누는 사랑은 언제나 해님과 볕처럼 따사롭고 포근한 기운이리라 느낍니다. 4347.12.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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