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2.8. 큰아이―엄마 인형을



  놀이순이가 ‘엄마 인형’을 만든다. 그림종이를 접고 접은 뒤, 여러 종이를 잇대어서 어머니 키만큼 종이인형으로 만든 뒤, 이 인형한테 ‘엄마 인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놀이순이는 어머니를 어머니라 하면서 왜 인형한테는 ‘엄마’라는 말을 쓸까. 아무튼, ‘엄마 인형’ 얼굴만 그리면서 놀다가 몸통에도 빛깔을 입히겠다고 한다. ‘엄마 인형’은 퍽 길기에 빛깔 입히기를 거들기로 한다. 나는 아래쪽 몸통에 별과 꽃을 그려 넣는다. 놀이순이는 차근차근 빛깔을 입힌 뒤 몸통 아래쪽에는 다리를 그려 준다. 뒤쪽까지 그리자고 하지만 뒤쪽은 그리지 말자고 말린다. 왜냐하면, 크레파스를 뒤쪽까지 그리면 이 종이인형을 갖고 놀면서 손에 크레파스가 너무 많이 묻어나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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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07. 스스로 갈고닦기



  종이비행기를 어떻게 하면 잘 날릴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스스로 바지런히 접고 또 접으라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연을 어떻게 하면 잘 날릴 수 있느냐 하고 물을 적에도, 스스로 바지런히 날리고 또 날리라는 말만 들려줄 뿐입니다. 바느질을 잘 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도, 밥을 잘 짓는 사람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힘을 잘 쓰는 사람도, 낫질을 잘 하는 사람도 모두 이와 같습니다. 스스로 바지런히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하고 거듭 하며 한결같이 할 때에 시나브로 솜씨가 몸에 붙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꾸준히 찍으면 됩니다. 사진을 잘 읽으려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에도 똑같지요. 사진을 꾸준하게 보고 또 보면 돼요.


  나무를 잘 알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는지 생각해 보셔요. 나무도감을 들춘다고 해서 나무를 잘 알지 않습니다. 대학교를 다녀야 나무를 잘 배우지 않습니다. 손수 나무를 심어서 날마다 들여다보면서 돌볼 때에 비로소 나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해야 잘 돌볼까요? 아이를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찬찬히 마주하고 들여다보면서 아끼고 사랑하면 잘 돌볼 수 있습니다. 이리 하라고 다그치거나 저리 하라고 몰아세우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합니다. 아이가 신나게 뛰놀면서 튼튼하게 자라도록 지켜보면서 사랑하면 누구나 아이를 잘 돌봅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이요, 스스로 갈고닦는 사진입니다. 내 사진이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힘껏 갈고닦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 사진이 영 미덥지 않다면 앞으로 씩씩하게 더 갈고닦으면서 키워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4347.12.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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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 애지시선 34
김나영 지음 / 애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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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87



삶을 지으면서 시를 짓는다

― 수작

 김나영 글

 애지 펴냄, 2010.10.30.



  마당에서 마을고양이가 웁니다. 마을고양이는 저마다 우리 집을 저희 터로 삼으려고 용을 씁니다. 우리 마을에서뿐 아니라 둘레 여러 마을을 아울러 ‘겨울에도 먹이를 얻을 만한 곳’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마을고양이가 조금만 운다든지 서로 먹이를 나누어 먹는다면 시끄러울 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을고양이는 서로 툭탁거립니다.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녀석이 꼭 덩치가 작거나 힘이 여린 녀석을 윽박지르거나 때립니다.


  덩치 큰 녀석은 어째서 그 덩치로 아름다운 짓을 하지 못할까요. 힘이 센 녀석은 어찌하여 그 힘으로 어여쁜 일을 하지 않을까요.



.. 아들 녀석의 방바닥 / 여기저기 박혀 있는 얼룩들 / 닦아도 닦아도 잘 지워지질 않는다 / 몇 번 힘주어 닦아내자 그제서야 ..  (유월)



  밤에 마당에 서면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바깥이 깜깜하고 등불이 거의 없는 시골이기에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별을 보고 싶으니 별을 봅니다. 고개를 들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맴을 돕니다. 얼마나 많은 별빛이 쏟아지는지 바라봅니다. 어떤 별빛이 우리 집으로 스며드는지 헤아립니다.


  별은 별을 보려는 사람한테 찾아갑니다. 별을 보려는 사람은 별을 볼 수 있을 만한 터전을 찾아갑니다. 나무는 나무를 사귀려는 사람 곁에서 자랍니다. 나무를 사귀려는 사람은 나무를 곁에 둘 수 있는 터전에서 기쁘게 삶을 꾸립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삶이 흐릅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삶길을 걷습니다. 마음이 자라는 대로 삶이 자라고, 마음이 웃고 우는 자리가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입니다.



..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가내수공업을 / 어느 날 아버지가 방안 가득 부려놓았다 / 삼십 촉 전등 아래 고무판화처럼 박혀서 / 온 식구들이 너덜너덜한 삶을 풀칠하기 시작했다 ..  (사춘기)



  김나영 님이 쓴 시를 그러모은 《수작》(애지,2010)을 읽습니다. ‘나영’은 이녁이 어버이한테서 받은 이름이 아니라고 합니다. 시를 쓴 분한테는 어버이가 붙인 이름이 따로 있고, 이녁이 새롭게 누리는 이름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나한테도 이름이 여럿 있습니다. 내 어버이가 나한테 지어서 준 이름이 있고, 내가 나한테 선물한 이름이 있습니다. 나는 어느 한쪽 이름만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습니다. 내 어버이는 이녁 사랑을 담아서 나한테 이름을 주었고, 나는 내 사랑을 실어서 나한테 새로운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두 가지 이름에는 저마다 다른 사랑과 숨결이 흐릅니다.



..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  (브래지어를 풀고)



  아이한테 ‘개구쟁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이는 개구쟁이로 자랍니다. 아이한테 ‘말썽쟁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이는 말썽쟁이로 자랍니다. 아이한테 ‘놀이순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이는 놀이순이로 자랍니다. 아이한테 ‘책돌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이는 책돌이로 자랍니다. 아이한테 ‘사랑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이는 사랑둥이로 자랍니다.


  그리고, 아이한테 붙이는 이름은 고스란히 내 이름입니다.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내가 받아먹는 이야기입니다.


  조금만 생각할 수 있으면 모두 알아챕니다. 아이한테 차려서 주는 밥은 바로 어버이 스스로 먹는 밥입니다. 아이가 지내는 보금자리는 바로 어버이인 내가 지내는 보금자리입니다. 아이한테 베푸는 사랑은 바로 어버이인 내가 나 스스로한테 베푸는 사랑입니다.



.. 그때 만일 교과서가 더 재미있었더라면 때론 별책부록 안에 더 재미있는 페이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  (그때 만일 교과서가 더 재미있었더라면)



  시집 《수작》은 곱다라니 빛나다가도 어두컴컴한 굴로 들어갑니다. 가만히 웃으며 노래를 하다가도 노래를 뚝 그치고 길게 한숨을 내쉽니다.


  김나영 님이 ‘밥을 안 해도 되는 사내’라면 어떤 시를 썼을까요? 김나영 님이 ‘집안 청소를 도맡지 않아도 되는 사내’라면 어떤 시를 쓸까요?


  삶을 지으면서 시를 짓습니다. 삶을 노래하면서 시를 노래합니다. 삶을 꿈꾸면서 시를 꿈꿉니다.



.. 시 쓰는 내가 책상 하나 없다 / 나는 바닥에, 거리에, 꽃잎 위에 엎드려 시를 쓴다 ..  (극빈)



  더 낫거나 덜떨어지는 삶은 없습니다. 더 나은 시라든지 덜떨어지는 시는 없습니다. 더 나은 노래나 덜떨어지는 노래도 없습니다. 사랑을 놓고도 더 나은 사랑이나 덜떨어지는 사랑을 가르지 않습니다. 오직 삶이고, 시이며, 노래요, 사랑입니다.


  스스로 찾는 즐거움입니다. 스스로 부르는 고단함입니다. 스스로 쓰는 글입니다. 스스로 짓는 하루입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따분하면서 지겹게 하루를 보내면서 따분함과 지겨움으로 얼룩진 시를 씁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슬프면서 아프게 하루를 보내면서 슬픔과 아픔으로 어우러진 시를 씁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꽃이 되고 들풀이 되면서 꽃내음과 풀빛으로 환한 시를 씁니다. 4347.12.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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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빚 갚기



  이달과 지난달 두 달치 건강보험표를 엊저녁에 아슬아슬하게 낸다. 하루만 늦어도 덤터기가 잔뜩 붙는다. 우리 집은 병원에 안 가고 예방주사는 안 맞히지만, 건강보험료는 우리 집 사람들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고지서가 날아오리라. 권리인 건강보험이 아닌 의무인 건강보험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과 같은 건강보험이라면 우리 집에서 병원을 거부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달이 즐겁게 낼 터이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아름답거나 슬기롭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달이 건강보험삯을 내는 일이 버겁다.


  곁님이 배움길을 다녀오도록 끊은 비행기삯 카드값이 두 달치 남는다. 지난달과 이달 두 달치를 더하면 삼십만 원인데, 이만 한 돈을 한몫에 갚지 못하니 카드회사에서는 날마다 대여섯 차례씩 전화를 하며 재촉한다. 귀가 따갑고 고단해서 전화기를 끄고 산다. 이달, 그러니까 올해 마지막인 섣달 그믐까지 이 빚을 아슬아슬하게 갚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그러면 이듬해부터는 카드를 모두 가위로 잘라서 없앨 생각이니, 카드값 갚으라는 재촉 전화는 더 안 받아도 될 테지.


  무엇이든 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한테 오는 만큼, 오늘부터 생각을 새롭게 다스리려고 한다. 즐겁게 버는 돈, 넉넉하게 짓는 숲집, 푸르게 가꾸는 도서관, 사랑스럽게 뛰노는 아이들, 기쁘게 배우는 하루, 말을 짓는 글쓰기, 삶을 가꾸는 해와 바람과 흙, 이러한 이야기를 날마다 마음에 가득가득 품으려 한다. 4347.12.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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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왕짜 2014-12-11 01:42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몸에 지닌 암처럼 버리지 못하는 빚.더미.
남일 같지 않은..공감하는 밤..

파란놀 2014-12-11 02:39   좋아요 0 | URL
빚은 자꾸 빚을 생각하기 때문에 안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빚`이 아닌 `빛`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살림을 일구자고 마음속을 가득 채우기로 했어요.
옆구리왕짜 님도 힘을 내소서..

옆구리왕짜 2014-12-11 02:4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입니다! 함께 하기~^^

파란놀 2014-12-11 07:51   좋아요 0 | URL
아무쪼록 오늘 하루도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새로 짓는 웃음으로 여시기를 빌어요~
 

책아이 241. 2014.11.28.ㄴ 물 먹는 책읽기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물 한 모금을 입에 가득 물고 만화책을 펼친다.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천천히 책을 누린다. 물맛을 즐기면서 책을 손에 쥔다. 책순이는 언제나 온몸으로 책을 맞아들이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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