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장만하지 못한 책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을 고른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앞으로 읽으려는 책을 고른다. 그런데, 책방마실을 할 적마다 미처 장만하지 못하는 책이 꼭 있다. 오늘 내 주머니에 따라 책을 고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더 많은 책에 눈길이 가지만, 내 주머니는 홀쭉하기 때문이다.


  책을 어느 만큼 장만할 수 있으면 흐뭇할까. 새책방에서건 헌책방에서건 하루에 백만 원쯤 책값으로 쓸 수 있으면 흐뭇할까. 이백만 원이나 오백만 원쯤 날마다 책값으로 쓸 수 있으면 흐뭇할까.


  한 사람이 책방 한 곳에서 날마다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장만한다면, 이 책방에 책이 남아나겠느냐 하고 물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날마다 책방 한 곳에서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장만한다면, 이곳 책방지기는 날마다 더 많은 책을 갖추려고 더 바지런히 힘을 쓰리라 본다. 그래서 날마다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책방 한 곳에서 장만한다면, 이 책방은 나날이 살림을 더욱 북돋우면서 훨씬 많은 책을 갖추어 더 많은 사람한테 훨씬 많은 책을 선보이는 책살림이 되리라 느낀다.


  미처 장만하지 못한 책을 마음속으로 그린다. 다음에는 이 책들을 장만하자고 다짐한다. 다음에 찾아올 적에 이 책들이 이곳에서 사라질 수 있지만, 다른 예쁜 책손이 이 어여쁜 책을 기쁘게 장만할 수 있지만, 나중에라도 이 책들이 그대로 있다면, 아니면 다른 책방에서 이 책들을 만날 수 있다면, 내 주머니가 ‘책값이 끝없이 철철 흘러넘치는 멋스러운 샘물’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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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80] 꽃마다



  꽃마다 서린 맑은 내음은

  내 손을 거치고 아이 손을 돌아

  향긋한 노래



  꽃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서립니다. 온갖 꽃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꽃을 만지고 바라보면서 삶을 새롭게 느낍니다. 꽃내음을 맡으면 힘이 솟는 ‘만화영화 자동차’도 있고, 꽃내음을 먹으며 하루를 씩씩하게 여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사람은 꽃에 서린 맑은 내음을 먹으면서 스스로 빛납니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스스럼없이 이웃과 사랑을 나눕니다. 크고작은 모든 꽃마다 이야기를 곱게 품습니다. 크고작은 꽃을 두루 바라보면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늘 즐겁습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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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 그리는 꿈 (사진책도서관 2014.12.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새해에는 우리 도서관을 ‘도서관 + 학교’로 꾸민다. 책을 누리는 터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터로 가꾼다. 곁님과 이모저모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과 어버이로서 물려주고 싶은 것을 골고루 엮어서 이곳에서 우리 아이를 가르치면서 어버이로서 함께 배우려 한다.


  큰아이는 바느질과 뜨개질을 배우고 싶단다. 어머니가 하는 영어를 저도 배우고 싶다 하고, 나는 한국말사전을 엮는 일꾼인 만큼 아이가 한국말을 옳게 배우도록 할 생각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온갖 만화영화를 보자면 일본말을 배울 수도 있어야 할 테지.


  풀과 나무와 흙과 벌레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집짓기와 흙짓기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밥짓기와 물 얻기와 풀 피우기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화덕과 난로를 마련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수학과 과학을 배우되, 교과서 지식이 아닌, 지구 역사와 물리와 양자학을 배워야 한다.


  잠이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낮잠과 밤잠은 우리 몸을 포근하게 돌보면서 달콤하게 쉬는 일이요, 꿈을 지으면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야지. 하루를 누린 이야기는 글로 쓸 수 있다.


  새해에 그리는 꿈은 ‘사랑’이다. 사랑을 밑바탕으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는 새로운 이름 하나를 쓸 생각이다. 아직 어떤 이름을 쓸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 학교’를 가리키는 이름을 기쁘게 지을 생각이다. 우리 도서관과 학교를 도울 고운 이웃이 널리 나올 수 있는 꿈도 꾸어야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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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발이니



  우리 집 아이들은 안기기를 아주 좋아한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든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든 큰아버지와 이모한테든, 저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누구한테든 안기기를 아주 좋아한다. 산들보라가 아버지 앞쪽으로 서며 등으로 안긴다. “여기 누구 발이야?” 하고 물으면서 아이 발을 척척 밟는다. 산들보라가 “오잉?” 하면서 발을 빼면 다시 따라가서 발을 밟는다. 여느 때에는 참 똘망똘망 크게 자랐구나 싶다가도, 이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할 적이나 씻길 적에 보면 얼마나 자그마한 아이인가 하고 새롭게 느낀다. 오늘 나는 네 발을 척척 밟을 수 있지만, 머잖아 네가 내 발을 척척 밟을 수 있을 테지. 오늘은 내가 너를 업거나 안으며 다니지만, 머잖아 네가 나를 업거나 안으면서 나들이를 다녀 주렴.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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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마당에서 춤을 추지



  하루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뛰노는 산들보라는 어머니 피와 아버지 피, 할머니 피와 할아버지 피, 여기에 누나 피까지 골고루 이어받은 춤돌이로구나 싶다. 산들보라 아버지인 나도 춤을 좋아하나? 아마 어린 나는 무척 춤을 좋아했으리라. 아이라면 누구나 춤을 안 추고 못 배기지 않겠는가. 산들보라는 마당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온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춤춘다. 멋진 시골마을 놀이돌이로다. 4347.12.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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