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놀이를 하는 아이들



  아버지와 책방마실을 하는 아이들은 책방에서 책방놀이를 한다. 왜 책방놀이인가? 책방에서 하는 놀이인 터라 책방놀이가 된다. 마당에서 놀면 마당놀이요, 숲에서 놀면 숲놀이가 된다. 마을에서 놀면 마을놀이가 되고, 집에서 놀면 집놀이가 된다.


  아이들은 무엇으로든 즐겁게 논다. 아이들은 무엇을 손에 쥐든 기쁘게 논다. 사랑스러운 기운이 아이들 손을 타고 흐른다. 따스한 숨결이 아이들 눈망울에서 흘러나온다. 삶이 샘솟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샘솟는다. 삶이 포근한 자리에서 노래가 포근하게 태어난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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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른입니까 38] 과학읽기

― 삶을 이루는 알갱이



  제대로 살피고 배워야, 이러한 바탕과 넋과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가르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곁님과 나는 여느 어버이입니다만, 시골에서 마을도서관을 꾸리면서, 우리 아이들부터 다닐 수 있는 시골마을 작은학교를 열 생각입니다. 여느 교과서는 쓰지 않고, 제대로 된 지식을 제대로 다루는 책을 즐거운 길동무로 삼아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이야기꾸러미로 삼으려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배울 과학은 교과서에 있는 시험지식이 아닌, 지구와 우주와 사람과 삶을 이루면서 어우르는 알갱이가 무엇인지 헤아리는 길에서 비롯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리나 생물이나 화학을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삶을 가르칩니다. 삶을 과학으로 바라보고 수학으로 바라보며 말(한국말)로 바라봅니다. 삶을 바느질로 바라보고 자전거로 바라보며 책으로 바라봅니다. 삶을 밥짓기로 바라보고 집짓기로 바라보며 옷짓기로 바라봅니다.


  수식이나 기호가 과학이 아닙니다. 연산이나 조합이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삶이 태어나는 바탕을 살핍니다. 과학은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살면서 두 발을 디딘 지구별이 온누리에 어떠한 터로 있는지를 살핍니다. 과학은 사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살피고, 과학은 나무와 풀과 꽃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살핍니다.


  풀잎과 풀뿌리가 몸 어느 곳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짚는 과학입니다. 물 한 방울이 몸에 어떻게 스미면서 돌고 돌아 다시 바깥으로 나오는지를 돌아보는 과학입니다. 두 눈으로 무엇을 보고, 두 손으로 무엇을 만지며, 두 발로 어느 곳을 밟으며 돌아다니는가를 헤아리는 과학입니다.


  삶을 이루는 알갱이를 찾을 때에 과학입니다. 삶을 이루는 알갱이가 너와 나 사이에 어떻게 흐르는지를 깨달을 때에 과학입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닌 슬기입니다. 지식이 아닌 슬기로 밝히는 과학입니다. 책을 덮고 눈을 뜰 때에 볼 수 있는 과학입니다. 비행기나 엔진이나 핵무기나 발전소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잠수함이나 미사일이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과학입니다. 풀 한 포기 과학입니다. 밥 한 그릇이 과학입니다. 실 한 오라기가 과학입니다.


  과학을 제대로 읽을 때에 삶을 제대로 읽습니다. 과학을 똑바로 바라볼 적에 사랑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과학을 옳게 배울 때에 꿈을 옳게 배웁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과학을 곱게 익혀서 기쁘게 북돋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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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9] 우리 집 학교



  나는 집에서 가르치고 배웁니다. 나 스스로 나를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배우고 가르칩니다. 우리 집 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게 배우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어버이한테 늘 기쁘게 가르칩니다. 우리 집은 보금자리이면서 배움터입니다. 우리 집은 고이 쉬고 노는 자리이면서 사랑스레 가르치고 배우는 터입니다. ‘집학교’입니다. ‘우리 집 학교’입니다. 딱히 다른 나라에서 ‘홈스쿨링’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집학교’요 ‘우리 집 학교’입니다. ‘배움자리집’이고 ‘배움마당집’입니다. ‘배움숲집’이 되기도 하며, ‘배움놀이집’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집 학교에서는 무엇이든 가르치고 배울 수 있습니다. 즐거운 노래를 배우고, 기쁜 웃음을 가르칩니다. 따스한 사랑을 배우고, 너그러운 꿈을 가르칩니다. 배우면서 함께 자랍니다. 가르치면서 같이 큽니다. 배우기에 너나없이 배움동무입니다. 가르치기에 서로서로 배움이웃입니다. 배움빛이고 배움넋이며 배움나무입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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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98] 귀염나무



  아이들이 귀여워서 ‘귀염둥이’라고 부릅니다. 가시내한테는 ‘귀염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내한테는 ‘귀염돌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집에 고양이나 개를 기르는 이웃이 있으면, 이들은 ‘귀염고양이’나 ‘귀염개’와 함께 사는 셈입니다. 우리는 서로 ‘귀염동무’나 ‘귀염이웃’이 됩니다. 나는 너한테 귀염동무요, 너는 나한테 귀염이웃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우리 집에 ‘귀염나무’를 둡니다. 아침저녁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는 귀염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와 초피나무와 동백나무는 귀염나무입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모과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복숭아나무와 감나무와 뽕나무와 유자나무는 모두 귀염나무입니다. 봄에 피는 봄꽃은 귀염꽃입니다. 늘 그 자리에서 조롱조롱 올라오는 제비꽃이든 민들레꽃이든 모두 귀염꽃입니다. 귀엽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 좋습니다. 온갖 기운을 함께 나누면서 귀여운 몸짓과 눈빛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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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책빛



  꽃송이를 감싸는 고운 기운을 느끼면서 꽃을 바라본다. 꽃 한 송이에는 이 꽃이 피기까지 드리운 햇볕과 빗물과 바람과 흙이 골고루 섞인다. 꽃송이는 그냥 꽃송이가 아니라, 햇볕을 머금은 꽃송이요 빗물을 마신 꽃송이요 바람을 먹은 꽃송이요 흙으로 자란 꽃송이라 할 수 있다.


  책을 감도는 고운 손길을 느끼면서 책을 마주한다. 책 한 권에는 이 책이 태어나기까지 받은 사랑과 꿈과 이야기와 노래가 골고루 어우러진다. 사랑을 받아 태어나는 책이다. 꿈이 모여 태어나는 책이다. 이야기가 샘솟아 태어나는 책이다. 노래가 흘러 태어나는 책이다.


  고운 꽃빛은 우리 눈과 코와 살갗을 기쁘게 북돋운다. 고운 책빛은 우리 넋과 마음과 생각을 즐겁게 살찌운다. 고운 꽃빛은 꽃송이가 뿌리를 내린 흙을 더욱 기름지게 가꾸는 숨결이 되고, 고운 책빛은 이 책을 엮은 사람들한테 더운 웃음을 베푸는 숨결이 된다.


  책을 짓는 사람이 삶을 짓는다. 삶을 짓는 사람이 책을 짓는다. 책을 읽는 사람이 이웃을 읽고, 이웃을 읽는 사람이 책을 읽는다.


  꽃마다 다 다른 빛이 흐른다. 책마다 다 다른 빛이 춤춘다. 꽃마다 아기자기하게 하늘거린다. 책마다 사랑스럽게 팔락거린다. 오늘 태어나 눈부시게 맑은 잎을 벌리는 꽃은 앞으로 새로운 꽃이 태어날 밑거름이 된다. 오늘 태어나 눈부시게 밝은 슬기를 퍼뜨리는 책은 앞으로 새로운 책이 태어날 밑거름이 된다. 고운 책빛을 두 손으로 담으면서 눈을 뜬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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