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42. 2014.12.5. 작은아이 책놀이



  네 살 작은아이가 책을 읽다가 하는 놀이는, ‘책으로 천막 만들기’이다. 얇은 책으로도, 겉종이가 단단한 책으로도, 크레파스집으로도 노래가 나오는 폴리책으로도, 모두 천막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양말은 벗어서 방바닥에 놓고, 인형도 책 사이에 놓으니, 왁자지껄한 놀이터인 듯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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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은 봄까지꽃



  우리 집 네 사람이 전남 고흥에 뿌리를 처음 내린 뒤 가장 먼저 마주한 ‘봄꽃동무’는 ‘봄까지꽃’이다. 해마다 1월 언저리부터 이 꽃을 만나고, 이 꽃을 만날 무렵이면 ‘고흥에서는 겨울이 저무는구나’ 하고 여겼다. 그런데, 올해 섣달에 봄까지꽃을 만난다. 십일월에 너무 일찍 싹이 터서 줄기가 올라왔고, 십일월 끝자락에 봄까지꽃나물을 먹기는 했지만 섣달이나 일월이 걱정스러웠는데, 이 작은 아이가 꽃망을을 파랗게 틔울 무렵 그만 고흥에 눈이 살포시 찾아온다. 다른 고장보다 넉넉히 포근한 고흥이니 눈이 내려도 1밀리미터쯤 오고 그칠 뿐 아니라, 겨울볕이 나면서 거의 다 녹고 사라지지만, 시린 겨울을 딛고 봄을 부르는 아이가 눈을 맞으면서 덜덜 떠는구나 싶어 안쓰럽다. 네 작은 꽃송이에 얹힌 눈송이가 무겁지는 않니? 네 작은 꽃송이가 눈송이를 얹다니 대견하구나. 더 기운을 내어 씨앗까지 맺으렴. 더 힘을 내어 한겨울 따사로운 해님을 부르렴.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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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브라시카는 나들이를 간다. 살가운 동무와 즐겁게 나들이를 간다. 그런데 동무가 없는 할머니 한 분도 나들이를 가고 싶다. 할머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셋은 나들이 가는 길에 어떤 일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엮으며, 어떤 노래와 웃음으로 삶을 지을 수 있을까. 러시아에서 태어난 ‘인형 영화’인 〈체브라시카〉를 바탕으로 엮어서 태어난 그림책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을 본다. 우리 집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인 나 스스로 나들잇길에서 어떤 이야기를 누리거나 만나거나 엮을 때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림책을 넘긴다. 집에 있든 다른 마을을 찾아다니든, 함께 어우러지는 하루가 즐겁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아니면 집에서 살붙이와 조용히 있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맞이해서 누리려 하느냐에 따라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노래잔치가 되기도 한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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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4년 12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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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체브라시카 시리즈 세트 - 전3권-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33,000원 → 29,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50원(5% 적립)
2014년 12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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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라고 할까 청소년시라고 할까, 아무튼 노래와 같은 시가 깃든 《마법에 걸린 전화기》는 독일에서 1935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사회나 정치나 문화가 모조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던 독일에서, 이렇게 웃음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구나 싶어 놀라운데, 어느 모로 본다면 ‘우스꽝스러운 사회나 정치나 문화’를 늘 부대끼면서 ‘웃음’으로 삶을 가꿀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다. 돌이키면, 한국도 여러모로 우스꽝스러운 짓을 겪었다. 가까이는 군사독재가 있고, 조금 멀리는 일제강점기가 있고, 조금 더 멀리는 계급·봉건·신분 차벨 사회가 있다. 더 멀리 가면 한겨레끼리 치고 받으면서 싸우던 사회가 있으니, 가만히 보면 온 발자취가 그저 우스꽝스러운 사회이고 정치이며 문화이다. 한겨레도 얼마나 웃긴가. 고구려와 백제와 가야와 신라와 부여는 왜 서로 싸워야 했을까? 왜 서로를 기꺼이 받아들여 저마다 다른 삶을 가꾸는 아름다운 길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을까? 저마다 다른 숨결인 줄 알아채고 느낀다면, 제 나라나 고장이나 마을을 살뜰히 아끼면서 살 노릇 아닌가? 왜 전쟁무기를 만들어서 이웃 나라나 고장이나 마을을 짓밟아서 “내 땅!”이라고 외치려 하는가? 웃는 아이들이 웃음을 지어서 온누리에 평화를 심는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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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전화기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발터 트리어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7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14년 12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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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16) 속의 5


걸상 셋과 방석 하나 그리고 책상 둘에 3면에 놓인 서가 속의 약간의 책이 전부다

《윤형두-책이 좋아 책하고 사네》(범우사,1997) 28쪽


 서가 속의 약간의 책

→ 책시렁에 둔 책 몇 권

→ 책시렁에 놓은 책 얼마

→ 책시렁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책

 …



  보기글을 보면 “서가 속의 + 약간의 책” 꼴입니다. ‘-의’를 두 차례 넣어서 책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책은 “서가 속에” 있을 수 없습니다. 책은 책시렁에 놓거나 책꽂이에 꽂습니다. 책시렁 ‘속’에 놓거나 책꽂이 ‘속’에 꽂지 않습니다. 먼저 ‘속’을 덜면서 ‘-의’까지 털어냅니다. 다음으로 “약간의 책”인데, 책을 이렇게 세지 못합니다. “약간 있는 책”이나 “조금 있는 책”이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책시렁에 조금 있는 책”이라 하거나 “책시렁에 몇 권 둔 책”으로 고쳐써야지요. 4340.6.13.물/4347.12.1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걸상 셋과 방석 하나와 책상 둘에 세 군데 책시렁에 조금 둔 책이 모두이다


“3면에 놓인 서가(書架)”는 “세 면에 놓인 책시렁”으로 손볼 수 있지만, “세 군데 벽에 놓은 책시렁”으로 손보면 한결 낫고, “세 군데 책시렁”처럼 한결 깔끔하게 손볼 만합니다. “약간(若干)의 책”은 “조금 둔 책”이나 “얼마 안 되는 책”으로 손질합니다. ‘전부(全部)’는 ‘모두’나 ‘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41) 속의 10


아내가 환상 속의 여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속의 아내를 부족함이 드러날수록 그런 아내를 더욱 사랑합니다

《최일도-이 밥 먹고 밥이 되어》(울림,2000) 91쪽


 환상 속의 여인이

→ 꿈누리 가시내가

→ 꿈나라 아가씨가

→ 꿈에서 보는 가시내가

→ 꿈만 같은 아가씨가

 …



  꿈에서 보거나 꿈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꿈에만 있는” 사람입니다. 눈앞에 없는 사람입니다. 함께 살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 곁에 없는 사람이요, 내 둘레에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반갑게 맞이할 만한 사람을 꿈으로 그릴 수 있고, 애틋하게 느끼고픈 사람을 꿈으로 찾을 수 있으며, 사랑을 나누고픈 사람을 꿈에서 헤매며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꿈누리’나 ‘꿈나라’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현실 속의 아내

→ 곁에 있는 사람

→ 옆에 있는 사람

→ 가까이 있는 사람

→ 함께 있는 사람


  꿈에서 보는 사람이 있고, 오늘 이곳에서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꿈나라 가시내가 있고, 곁에 있는 가시내가 있습니다. 꿈에서 보는 아가씨가 있으며, 함께 있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누구를 보든 똑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만나든 마음을 열어 사랑으로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곁에서 서로 아끼고, 함께 있는 이곳에서 기쁘게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2.1.5.달/4347.12.1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곁님이 꿈나라 가시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곁님이 모자라 보일수록 이런 곁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환상(幻想)’은 이곳에 없는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현실(現實)’이란 바로 오늘 이곳에 있는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이 보기글에서 가리키는 ‘환상’은 ‘꿈’이나 ‘꿈나라’이지 싶고, ‘현실’은 ‘내 곁’이나 ‘나와 함께 있는’을 나타내지 싶습니다. ‘여인(女人)’은 ‘가시내’로 손보고, “부족(不足)함이 드러날수록”은 “모자자 보일수록”이나 “아쉬워 보일수록”으로 손봅니다. ‘아내’라는 낱말은 그대로 써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내’는 집 안쪽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니, ‘곁님·옆님·곁지기·옆지기’처럼 서로 곁이나 옆에서 함께 있거나 지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고쳐서 쓰는 쪽이 앞으로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사내 쪽에서나 가시내 쪽에서나 서로 가리키거나 부를 적에는 어느 한 사람이 ‘집 안쪽에만 있는 사람’이거나 ‘집 바깥쪽에만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3) 속의 12


곡초보다 생명력이 훨씬 끈질긴 잡초와 같다고 할까? 신문 기사 속의 용례를 살펴보자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42쪽


 신문 기사 속의 용례

→ 신문 기사에 나오는 보기

→ 신문 기사 보기

→ 신문에 나오는 보기

→ 신문글 보기

 …



  신문을 펼치면 “신문에 있는 보기”를 살핍니다. 한국말사전을 펼치면 “사전에 나온 보기”를 살핍니다. 책을 펼치면 “책에 실린 보기”를 살핍니다. 신문 속이나 사전 속이나 책 속이 아닙니다. 신문에 있고 사전에 있으며 책에 있습니다. 또는 ‘나오다’나 ‘실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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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보다 목숨이 훨씬 끈질긴 풀과 같다고 할까? 신문글에 나오는 보기를 살펴보자


‘곡초(穀草)’는 “갖가지 곡식 풀의 이삭을 떨고 남은 줄기”라고 하는데, 시골에서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나 ‘짚’이라 할 뿐입니다. ‘생명력(生命力)’은 ‘목숨’으로 손보고, ‘잡초(雜草)’는 ‘들풀’이나 ‘풀’로 손보며, ‘신문 기사(記事)’는 ‘신문글’로 손봅니다. ‘용례(用例)’는 ‘보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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