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12.18. 큰아이―연필이 요 모양



  일곱 살 글순이가 칼로 연필을 무던히 깎고 싶은 듯하다. 몰래 마당에서 연필을 깎더니 요 모양으로 해 놓고 마당 한쪽에 놓았다. 글순아, 칼로 연필을 깎자면 먼저 칼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칼을 잘 다루려면 손아귀에 힘이 제법 붙어야 해. 이러지 않고 시늉으로 ‘칼로 연필을 깎기’를 따라하려고 하면 연필이 망가진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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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뒤에서 부르는 소리



  복복북북 비비면서 한창 빨래를 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네 살 작은아이가 바지를 살살 흔들면서 “여기, 바지.” 하고 한 마디 한다. “무슨 바지?” 하니까 “젖었어.” 한다. 젖은 바지를 작은아이 스스로 벗은 다음 새 바지로 갈아입은 듯하다. 바지 갈아입자면 안 갈아입더니, 바지를 벗자 하면 혼자 못 벗는다느니 혼자 못 입는다느니 하고 징징거리던 작은아이인데, 혼자 벗고 혼자 입었다.


  빨랫감이 한 점 늘지만 재미있다. 아직 오롯이 혼자 벗고 입지는 못할 테지만, 작은아이는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씩 새롭게 익히면서 자란다. 씩씩하게 자라고 멋지게 큰다. 바지를 혼자 벗고 입으니 이듬해에 다섯 살이 되면 혼자 웃옷도 벗고 입을 수 있을까? 잘 해 보렴, 모두 다 할 수 있어.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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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엽서, 초상권, 사진 (사진책도서관 2014.12.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읍내 우체국에 가서 ‘새로 나온 우편엽서’가 있느냐고 물으니, 읍내 우체국에서는 ‘우편엽서’를 아예 안 다룬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에서 펴내는 《우표》 12월호가 있어서 살피니, 이쁘장한 새를 그려 넣은 우편엽서가 새로 나왔지만, 시골 읍내 우체국에서조차 엽서는 장만할 수 없는 셈이다. 시골에서는 우편엽서도 인터넷으로 사야 할까? 아니면 다른 도시로 가서 사야 할까? 도서관 지킴이한테 우편엽서로 새해인사를 띄우자고 생각했지만 안 되겠구나 싶다.


  누군가 우리 집 큰아이와 곁님 동생(나한테는 처남)을 몰래 찍어서 어느 공모전에 내어 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동안 이 대목을 모르고 지냈는데, 어느 이웃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미성년자 초상권 침해’ 작품 사진을 보여준 이웃은 이 사진에 깃든 두 사람이 우리 집 큰아이와 곁님 동생인 줄 몰랐단다. 그저 사진이 좋다면서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내가 2009년 9월 26일에 찍은 사진하고도 거의 똑같다.


  곰곰이 생각한다. 자그마치 다섯 해가 지난 뒤 몰래 공모전에 내면 초상권이 사라질까? 다른 사진 공모전에 내가 ‘우리 아이와 처남’을 찍은 사진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ㄱ이라는 도서관에서 꾀한 사진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사진은 ‘내가 우리 아이와 처남을 사진으로 담은 다음 다른 볼일을 보느라 바쁘게 자리를 비운’ 틈에 몰래 찍은 사진이다. 나 몰래 사진을 찍은 그분은 왜 우리 처남한테, 그리고 처남 곁에 있던 장모님과 곁님한테 허락을 받을 생각을 안 했을까? ‘멋있어 보이는 모습’이라면 허락을 안 받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도 될까? ‘책 문화를 널리 퍼뜨리려는 좋은 뜻’이라면 초상권을 함부로 짓밟으면서 공모전에 넣어도 되고, 이런 사진에 상을 주어도 될까?


  책을 찍는 사진, 책을 읽는 사람을 찍는 사진, 책방을 찍는 사진, 책이 있는 사진, 그러니까 ‘책 사진’이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아니, 어쩐지 슬프다. 아니, 슬프다기보다 쓸쓸하다. 아니, 쓸쓸하다기보다 기운이 빠진다.


  사진 한 장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사진 한 장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사진 한 장은 어떻게 나누면서 읽어야 하는가. 사진 한 장에는 어떤 삶이 깃드는가.


  스치듯이 지나가는 사이에 아주 놀랍거나 멋진 모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스치듯이 지나가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어 가만히 이야기를 귀여겨들을 수 있다면, ‘놀랍거나 멋진 모습’을 넘어서는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삶’을 사진으로도 글로도 넉넉히 담을 수 있다.


  사진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사진가’라 할 수 있을까? 사진 공모전을 여는 ㄱ도서관은 사진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다루어야 ‘책과 사진’을 함께 아름다이 엮어서 ‘책 문화 북돋우기’를 할 수 있을까? 눈이 살짝 덮인 도서관에서 매우 무거운 마음이 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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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SF - 조남준의 소셜 판타지
조남준 지음 / 청년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36



다 함께 별을 볼 수 있기를

― 시사SF

 조남준 글·그림

 청년사 펴냄, 2007.2.16.



  밤하늘에는 늘 별이 있습니다. 별이 늘 있기 때문에 별을 보려고 하는 사람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지구별 가운데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는 밤별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하늘에 별은 늘 있으나, 지구에서 다른 별 사이에 매캐한 먼지띠가 짙게 끼었기 때문입니다. 온누리라는 테두리에서 살피면 지구별은 아주 조그맣고 지구별에 있는 먼지띠는 대단히 작지만, 이 조그맣디조그마한 먼지띠 때문에 수많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먼지띠가 적거나 없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둘째, 먼지띠를 걷어야 합니다.


  먼지띠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는다면 별을 못 보고, 먼지띠를 걷지 않고 그대로 있으려 한다면 이때에도 별을 못 봅니다.



- 원시시대 폭군이 있었다. 자기보다 키가 큰 자는 가만두질 않았고, 마찬가지로 자기 집보다 높은 집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도 자기 지붕이 마음에 안 들면 백성들을 지붕개량공사에 강제 동원하여 노동시켰다. (12쪽)

- “자네는 왜 넥타이를 맸지? 모두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는 걸 모르나? 자네같이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 내 회사에 있다는 게 걱정되네. 내 권위를 무시하는 건가? 그럼, 당장 풀란 말야. 권위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 있지 말고, 어서.” (67쪽)



  나는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커다란 도시이든 작은 도시이든, 어느 만큼 밤이 무르익으면 불이 모두 꺼져서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을 누리면서 길을 거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기로 밝히는 등불을 끄면 캄캄하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사람은 누구나 1분만 있어도 등불 없는 밤길에 눈이 익습니다. 등불 없는 밤길에 눈이 익으면 별빛으로도 걸을 수 있고, 달빛이 얼마나 밝으면서 고운지 알 수 있습니다. 등불이 있는 곳에서만 지내느라 어느새 별빛과 달빛을 잊는다고 할 텐데, 별빛과 달빛을 잊는 사람은 이녁 눈빛까지 잃습니다.


  나는 시골에서도 늘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으레 별을 누린다지만, 시골에는 별이 있어도 별을 볼 사람이 아주 빠르게 줄어듭니다. 별을 함께 누릴 이웃이 부쩍 줄고, 별을 함께 노래할 동무가 거의 없는 시골이라고 할까요.



- “조련사는 야수들의 신임을 얻고 나서야 조련을 시작할 수 있죠.” “하물며 동물한테도 그런데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은, 쯧쯧.” “다 그렇지는 않아요. 소나 양처럼 겁 많고 약한 동물에는 신임에 의지할 필요가 없죠. 주먹도 무방해요. 지배자의 위상을 당당히 세우는 거죠. 이런 동물은 조련만으로도 부족하고 털 하나 피 한 방울까지 짜낼 수 있죠.” (113쪽)

- 가까이 가고 싶어도, 모두 깃발 아래 뭉친 단결력. 내가 소속된 곳은 없다. 나는 구경꾼. 깃발의 이중성이다. (143쪽)



  사람이 많은 곳에는 별이 없고 별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없는 얼거리로 흔들리는 한국이고, 지구별이며, 현대문명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사랑이나 꿈이 없고 오직 돈만 흐르려 하는 한국이고, 지구별이며, 현대문명입니다.


  돈을 가진 사람은 돈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랑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요? 꿈을 가진 사람과 웃음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요?


  사랑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사랑을 나누면서 사는데, 사랑을 가진 사람이 나누어 주는 사랑을 기쁘게 나누어 받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나누어 주지만, 꿈을 받기보다는 돈을 받기를 바라느라 꿈을 나누어 주는 사람한테는 등을 돌리는 오늘날은 아닐까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나 꿈이나 웃음이나 노래나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은 오늘날 한국에도 참으로 많지만, 막상 이들 곁에서 사랑이나 꿈이나 웃음이나 노래나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돈과 이름과 힘이 있는 데로만 몰리면서 돈바라기와 이름바라기와 힘바라기로 흐르는 모양새가 아닌가 궁금합니다.


  대학입시뿐 아니라 취업과 생계와 아파트값 모두 한동아리입니다. 정치와 문화와 경제와 노동과 문학도 다 한동아리입니다.



- 녀석의 그림은 아직 형편없어요. 하하, 왜냐고요? 마음을 그릴 줄 모르거든요. (179쪽)

- 송이는 생각했다. ‘매일 어젯밤 같은 별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213쪽)



  조남준 님이 그린 시사만화를 그러모은 《시사SF》(청년사,2007)를 읽습니다. 조남준 님은 ‘시사SF’를 끝내고 ‘발그림’을 그립니다. 만화책 《시사SF》는 판이 끊어졌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해묵은 이야기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현대문명에서는 참으로 철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도 안 바뀌면서 해묵기만 하는 이야기입니다. 조금도 달라지려 하지 않으면서 철지난 이야기입니다.


  누가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누가 무엇을 왜 바꾸어야 할까요? 저쪽에 있는 아무개가 안 바뀐다고 나무라기만 하는 몸짓으로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쪽에 있는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바꾸려고 할까요?


  다 함께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별이 있는 곳에서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면서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별이 없는 곳에서는 별이 다시 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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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어떤 마음이고 삶인가 하고 지켜보면서 동시를 쓰던 윤동재 님은 오늘도 동시를 쓸까 궁금하다. 오늘도 아직 동시를 쓴다면 요즈막 서울 아이들 모습을 어떻게 그릴까. 동시로 어떤 꿈을 그리고, 동시로 어떤 사랑을 노래할까. 틀림없이 서울 아이들은 꽃이름이나 새이름을 잘 모른다. 그런데, 서울 아이들에 앞서 서울 어른들부터 뭘 모른다. 정치꾼 이름은 잘 알아도 꽃이름을 모르는 서울 어른들 아닌가. 맛집이나 여행지 정보는 알아도 이웃집 살림에는 눈먼 어른들 아닌가. 사랑을 키우는 길보다 돈을 버는 길에 얽매이는 어른들 아닌가. 동시집 《서울 아이들》은 ‘아이들’을 ‘어른들’로 바꾸어서 읽어야지 싶다.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꿈을 찾아야 하며, 사랑을 찾아야 한다.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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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이들
윤동재 지음 / 창비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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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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