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동에 내리는 비 문학과지성 시인선 74
윤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11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74



시와 술잔

― 본동에 내리는 비

 윤중호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1988.11.15.



  꽃밭을 키우는 사람은 꽃밭에 물을 줍니다. 텃밭을 일구는 사람은 텃밭에 물을 줍니다. 꽃밭이나 텃밭에는 물을 주지 않으면 꽃이나 남새가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사람이 따로 심었기 때문에 사람이 돌보아야 할 수 있지만, 꽃씨나 풀씨를 심으면서 이 아이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가 하는 이야기를 씨앗한테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나무에 물을 주는 일이란 없습니다. 포도나무에 비료를 줄 일이란 없습니다. 냉이나 민들레한테 물을 주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나팔꽃이나 해바라기도 사람이 따로 물을 안 주어도 씩씩하게 자랍니다. 왜냐하면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차가운 기운이 감돌다가 새벽이 찾아와서 날이 밝을 무렵 이슬이 맺혀 풀잎과 줄기와 꽃망울과 뿌리는 촉촉하게 젖기 때문입니다. 꽃과 풀과 나무가 마시는 바람에는 언제나 촉촉한 기운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 헐리운 집 담장 근처에, 샛노란 / 돼지감자꽃이 피었읍니다 ..  (본동일기·하나)



  아기는 어머니젖을 먹고, 아이는 어버이가 차린 밥을 먹는데, 차츰 자라서 어느 나이가 되면 씩씩하게 홀로 서서 밥을 손수 짓습니다. 열다섯 나이나 스물 나이라면 손수 밥을 지을 줄 알아야 옳습니다. 서른 나이나 마흔 나이가 되어서도 남이 차리는 밥만 받는다면 철이 안 든 어리광쟁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많은 사내는 철이 안 드는데다가 어리광쟁이입니다. 부엌일이 아닌 밥짓기와 삶짓기를 못하는 사내가 아주 많습니다. 손에 물을 어떻게 묻혀야 하는지 모르는 사내가 매우 많습니다. 갓난쟁이 똥오줌을 치울 줄 모르는데다가, 아이를 씻길 줄 모르는 사내가 무척 많습니다.


  밥을 손수 짓지 못한다면, 몸을 스스로 어떻게 건사할까요. 삶을 손수 짓지 않는다면, 마음을 스스로 어떻게 다스릴까요. 사내는 자꾸 바보스럽고 철부지인 길을 가면서, 집 바깥이나 마을 바깥에서 맴돕니다. 사회에서 이름을 얻거나 돈을 벌거나 힘을 거머쥘는지 모르나, 이름과 돈과 힘하고 사뉘는 사내는 삶이나 사랑하고는 등지고 맙니다.



.. 나는 비탈에 산다 / 사철 응달인 비탈이라, 봄은 더디 오지만 / 겨울 소식은 언제나 일등으로 오고, / 몰랐지? 먹어봐야 입만 아리지만 / 여기서는 돼지감자꽃도 핀다 ..  (본동일기·열)



  오늘날 거의 모든 사내는 손수 술을 빚지 않습니다. 집 바깥에서 돈을 벌어 술을 사다 마십니다. 밥을 손수 짓지 못하는 사내인 터라, 술을 손수 빚을 줄 모를밖에 없습니다.


  손수 밥을 짓는 사람은 밥알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습니다. 손수 술을 빚는 사람은 술잔을 함부로 돌리거나 들이붓지 않습니다. 손수 삶을 짓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노래합니다.


  그러니까, 사내는 밥도 술도 삶도 손수 일구지 않으면서 언제나 철이 없습니다. 언제나 철이 없는 채 어리광을 부리고, 이런 어리광쟁이를 너무 많은 가시내가 뒷바라지를 합니다. 바보스럽고 철이 없는 사내를 차마 내치지 못합니다. 사내는 가시내가 얼마나 따사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는지를 하나도 못 깨닫습니다.



.. 아무도, 비껴서는 바다의 울음 소리를 / 미움이라 할 수 없으리라 / 말장 뗏목을 띄우며, 또 바람이 불고 / 온몸으로 찬 바람을 안은 채, 산비탈마다 / 겨울보리가 새파랗다 ..  (안면도·하나)



  윤중호 님이 쓴 시를 그러모은 《본동에 내리는 비》(문학과지성사,1988)를 새삼스레 꺼내어 다시 읽습니다. 이제 이 땅을 떠나고 없는 윤중호 님인데, 이녁이 아직 팔팔하게 살아서 기운차게 술잔을 들이붓던 즈음 두세 차례 마주친 예전 모습을 아련하게 그립니다. 밤새워 술잔을 들이붓던 윤중호 님은 무슨 까닭으로 그토록 술잔을 들이부어야 했을까요. 술잔을 빌어서 어떤 아픔을 달래고, 술잔을 빌어서 어떤 그리움을 씻어야 했을까요.



.. 참 알 수가 없다 / 서울이란 동네를. / 다들 참 용하게 살아가지만 / 어디를 둘러보아도 / 마른 등허리만 내다보인다 ..  (길을 익히며)



  몸이 아픈 사람은 아무것도 못 먹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몸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죽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웃이 있으나, 아픈 사람은 아무것도 안 먹고 몸을 가만히 지켜볼 때에 비로소 몸에 기운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밥이나 죽이 아닌, 바람을 제대로 마시고 햇볕을 제대로 먹어야 합니다. 몸이 아픈데에도 서울이나 도시에 남아서 이름이나 돈이나 힘을 붙잡으려 한다면, 몸을 그예 망가뜨리려는 꼴이 됩니다.


  들꽃이나 들풀처럼 바람과 햇볕으로 하루를 지낼 때에 아픈 기운이 사그라듭니다. 숲에 우거진 나무처럼 오직 바람과 햇볕을 벗삼아 하루를 누릴 때에 아픈 곳이 사라집니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꽃가루를 마셔요. 바람결에 깃든 푸른 숨결을 마셔요. 바람결에 서리는 햇살 한 조각을 마셔요. 바람결에 감기는 흙내와 풀내를 마셔요.



.. 아직도 금강은 낮게만 흘러 / 흐르고 또 흘러, 하얀 물싸리나무꽃, 아직 / 한 묶음씩 터뜨리는지, / 그걸 보러왔어, 정말이다 ..  (어떤 이별을 위하여·둘)



  서울사람은 모두 아픈 사람입니다. 나는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아 보았는데, 서울에서 지낸 아홉 해는 날마다 아픈 삶이었다고 떠오릅니다. 아프고 아파서 술잔에 기대든 책에 기대든 동무한테 기대든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었구나 싶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서울에는 지하철은 있되 꽃이 없습니다. 서울에는 버스가 많되 들이 없습니다. 서울에는 건물과 가게가 많되 숲이 없습니다. 서울에는 문화와 문명이 넘치되 사랑과 꿈이 없습니다. 서울에는 찻길과 자동차가 물결치되 하늘과 별과 해가 없습니다.



.. 원래 시원스레 웃고 난 다음에는 / 꼭 감기를 앓기로 했다. / 이 땅에 살면 웃는 것도 죄, / 이 땅에 살면 앓는 것도 죄, / 이 딸에 살면 사는 것도 죄, / 죄, 죄, 죄, 그 많은 죄들이 / 내 대신 웃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날 저녁엔 / 히히히 ..  (저녁 편지)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 머리맡에 앉아서 이불깃을 여밉니다. 아이들은 저희 아버지가 이불깃을 여미는 손길을 잠결에도 또렷하게 느낍니다. 이를 갈다가도 잠꼬대를 하다가도 가위에 눌리다가도 이불을 걷어차다가도 뒹굴뒹굴 구르다가도, 이불깃을 여미는 손길이 이마에 닿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 어느새 길게 하품을 하면서 아주 느긋하며 아늑한 낯빛이 됩니다.


  술 한 잔과 함께 시를 노래하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싶던 윤중호 님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시골바람 한 줄기를 보냅니다.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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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30 09:08   좋아요 0 | URL
옮겨주신 구절을 소리내 읽어보니 듣기 좋습니다.
벌써 올 한해도 다가네요.
올한해도 따뜻한 소식 전해주셔서 즐거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파란놀 2014-12-30 09:50   좋아요 0 | URL
그저좋은휘모리 님한테도
아름다운 새해 기운과 빛살이
두루 퍼지기를 빌어요.
새해에도 아름다운 책에 깃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솔솔 나누어 주셔요~ 고맙습니다 ^^
 
마디타 - 2단계 문지아이들 6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6


 

너랑 같이 놀면 즐겁구나

― 마디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5.3.28.



  바람이 부는 날 창문을 열면 바람소리가 훅훅 들어옵니다. 눈을 감아도 바람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도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소리는 온몸을 감돌면서 흐릅니다.


  바람이 자는 날 마당에 서면 바람결에 묻어나는 햇볕을 느낍니다. 햇볕이 이리 포근하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햇볕 한 줌이 있어서 풀과 나무가 살고, 풀벌레와 새가 살며, 사람이 뭇짐승과 이웃이 되어 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별이 돋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십니다. 환한 별빛을 마주하면서 눈이 부십니다. 저 먼 별은 지구로 고운 빛을 나누어 줍니다. 지구에 있는 우리도 저 먼 별한테 고운 빛을 나누어 줄 테지요. 우리는 서로 고운 빛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무이자 이웃이 될 테지요.



.. 마디타는 이러면서 리사벳의 팔을 깨문다. 아프지 않게 살짝. 그러면 리사벳은 마디타가 간지럼을 태우기라도 한 양 까르르 웃는다 … “오늘 뭘 했냐니까?” 엄마가 다시 물었다. “우리 옷을 빨았어요.” 마디타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엄마 아침 가운도요…… 잘했죠?” “마르가레타!” 엄마 입에서 마디타의 진짜 이름이 튀어나왔다 ..  (16, 37쪽)



  끙끙 앓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몸이 다 나아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몸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어납니다. 마음속으로 찬찬히 헤아려요. 나는 튼튼하다고 헤아리고, 내 몸은 눈부시게 튼튼하다고 헤아리며, 내 마음과 몸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튼튼하다고 헤아립니다.


  끙끙 앓으면서 내 몸이 튼튼하다고 헤아리면 온몸이 비틀립니다. 더 아픕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아픈 기운이 천천히 빠져나가요. 아프고 나면 늘 새로운 몸이 된다고 느껴요. 아픈 뒤에는 언제나 다른 몸과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려고 앓는지 모릅니다. 새롭게 거듭나려고 끙끙 앓는구나 싶어요. 예부터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란다고 했는데, 나는 마흔 줄이 넘는 나이에도 ‘아프면서 새로 자란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내 나이가 열 살이건 스무 살이건 마흔 살이건 여든 살이건, 이렇게 몸을 쓰면서 하루를 맞이한다면, 나는 내 삶을 잇는 동안 한결같이 자라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목숨인 밥을 먹으면서 내 목숨을 건사하기도 하지만, 내 목숨을 늘 새롭게 바라보기에 하루하루 누립니다.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면서 내 몸을 돌보기도 하지만, 내 마음자리를 언제나 새삼스레 살피기에 하루하루 맞이합니다.



.. 리사벳은 마디타한테서 옷과 신발을 물려받는다 … “나도 소풍 가고 싶어. 산에 올라가서 버터빵 먹고 싶단 말이야!” 서럽게 우는 리사벳을 보자, 마디타는 동생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풍은 우리끼리도 갈 수 있어.” 마디타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서만 소풍 가자.” … 리사벳도 이따금 사다리를 오르지만 제일 아래 칸까지만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지붕 위에 앉아야 한다. 리사벳은 신이 나면서 한편으로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소풍이란 원래 그런 거려니 생각했다 ..  (56, 58, 63쪽)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글을 쓰고, 일론 비클란드 님이 그림을 그린 《마디타》(문학과지성사,2005)를 읽습니다. 읽고 나서 다시 읽습니다. 읽은 뒤에 또 읽습니다. 마디타라는 아이가 지구별 가운데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 날마다 무엇을 하며 노는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지구별 한쪽에서 마디타라는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논다면, 지구별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아이가 날마다 어떤 놀이를 즐기면서 하하 웃고 히히 노래하며 호호 춤출까 하고 헤아립니다.



.. 마디타와 리사벳은 사내아이들과 달랐다. 두 아이는 경치를 실컷 즐겼다. 닐손 씨네 부엌만 들여다보지 않고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가며 경치를 구경했다. 지붕 위에서 보니 강물이 저 멀리 굽이를 도는 데까지 보이고, 물 위로 가지를 축 늘어뜨린 수양버들도 보였다 … 마디타는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조용히 앉아서 와플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넣었다. 속눈썹에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오늘이 슬픈 날이기는 하지만 와플과 코코아는 맛있었다 ..  (71, 93쪽)



  우리는 모두 놀면서 자랍니다. 놀지 않고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야 자라지 않습니다. 교과서나 문제집을 펴야 배우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릴 적부터 마음껏 뛰놀 때에 자랍니다. 우리는 어버이 곁에서 어깨너머로 이모저모 살피기에 배웁니다.


  땅을 박차면서 구릅니다. 무릎이 깨지고 얼굴이 긁힙니다. 이마가 찢어지고 팔다리를 접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치는 몸은 어느새 낫습니다. 다치면 다치는 대로 새롭게 놀고, 나으면 낫는 대로 기운차게 놉니다.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어버이 곁에서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아이가 자랍니다. 바다를 껴안으며 아우르는 어버이 곁에서 바다를 껴안으며 아우르는 아이가 자랍니다. 얼음을 가르고 냇물을 가로지르는 어버이 곁에서 얼음을 가르고 냇물을 가로지르는 아이가 자랍니다.


  오늘 우리 어른은 무엇을 할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어디에서 지낼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날마다 어떤 삶을 지을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할까요?



.. 마디타도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착한 마음일 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또 더 이상 소풍 생각을 하며 슬퍼하지 않는 것도 느낌이 참 좋았다 … 마디타는 한숨을 쉬면서 신문을 내려놓았다. 아빠는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데, 그런 아빠가 이렇게 재미없는 신문을 만든다는 게 이상했다 … 엄마랑 아빠가 같이 아이들 방에 와 있으니 참 좋았다. 마디타는 엄마랑 아빠를 오래오래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 엄마는 이제 큰딸에게 갔다. 아무리 큰딸이라고 해도 마디타는 잠을 잘 때는 작아 보였다. 작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  (99, 105, 110, 111쪽)



  아이들은 무엇이든 모두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둘레 어버이와 다른 어른이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또래 동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몸짓을 보여주는지 찬찬히 살펴봅니다.


  아이가 컴퓨터게임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든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한대서 나쁜 짓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사랑을 물려주지 못할 때에 바보스러운 짓이 됩니다. 아이를 자가용에 태워서 놀러 다녀도 즐겁지요. 꼭 아이와 손을 잡고 걷거나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야 하지 않아요. 아이와 도란도란 말을 섞으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올바른 말’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올바른 넋’으로 들려줄 때에 즐겁습니다.


  우리 어른은 누구나 스스로 즐겁게 놀고 일하면서 삶을 누려야 하고, 우리 아이는 저마다 스스로 기쁘게 놀고 배우면서 삶을 지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 태어나 누리는 이 삶이란 오직 아름다움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두 아이가 얼마나 의젓하게 걷고 있는지 엄마가 보았더라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 “엄마, 엄마는 뭘 제일 갖고 싶어요?” “아주아주 착하고 사랑스런 두 딸.” 엄마가 대답했다. 그 순간 마디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럼 리사벳이랑 저는 어디로 가라고요?” 엄마는 마디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다른 아이들이 아니라고. 엄마는 마디타와 리사벳이 지금처럼 착하고 사랑스럽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  (120, 190쪽)



  어린이문학 《마디타》에 나오는 마디타라는 아이는 말괄량이나 개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디타는 그저 마디타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아이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사람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지구별 푸른 숨결입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마디타를 사랑스레 바라보셔요. 그리고 우리 둘레에 있는 모든 아이를 사랑스레 바라보셔요.


  아이들 누구나 마음껏 뛰놀도록 해 주셔요. 골목에서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당에서도 아이들이 저마다 온몸을 신나게 움직이면서 뛰놀도록 해 주셔요.


  놀면서 자라는 아이일 때라야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놀이를 알며 자라는 아이일 때라야 이웃과 동무를 아끼는 넋을 키웁니다. 놀이동무를 사귀면서 까르르 웃고 스스로 노래하는 아이일 때라야 지구별에 푸른 바람이 싱그럽게 붑니다.



.. 강이 얼었다는데 꾸물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 오늘 날씨가 참 아름답다고, 꼭 노래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런 날씨에는 누구나 아주 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 마디타와 리사벳은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 방 창문 밑에서 있노라면 두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창문 밑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쩍 마른 사내아이였다. 사내아이의 뻣뻣한 금발머리가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빛났다 ..  (194, 196, 287쪽)



  나는 내 동무와 놀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과 놀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내 이웃과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기쁩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한테 밥 한 그릇 차려서 함께 먹으며 기쁩니다. 삶은 온통 즐거움이요, 사랑은 숱한 기쁨입니다. 삶은 늘 노래요, 사랑은 언제나 웃음입니다.


  환하게 웃는 어른이 되어요. 맑게 노래하는 아이를 보살펴요. 사랑스레 춤추는 어른이 되어요. 아름답게 꿈꾸는 아이를 돌봐요.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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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말을 씁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말을 따로 ‘한국말’이라고 여기는 때는 드뭅니다. 나는 그저 ‘말’을 한다고 느낍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땅’에서 산다고 할 만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산다고 느끼기보다는 ‘내 보금자리’에서 산다고 느낍니다.


  남녘에서는 ‘한국’이라는 이름을 쓰고 북녘에서는 ‘조선’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사는 한겨레는 ‘조선’이라는 이름을 쓰거나 ‘고려’라는 이름을 씁니다. 모두를 아우를 만한 이름이라면 ‘한겨레’일 텐데, 정작 ‘한겨레’라는 이름을 널리 쓰려는 몸짓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굳이 이런 나라나 저런 겨레라고 이름을 꼭 붙여야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틀이나 무리에 깃들어서 삶을 일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는 우리 삶을 가꾸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서로 사귀거나 가리키거나 부를 적에는 ‘이웃’이나 ‘동무(벗)’라는 이름을 쓰면 넉넉하리라 느낍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사는 지구이웃이요, 지구벗입니다.


  우리는 ‘한국 문화’나 ‘조선 미술’을 살필 일이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그저 ‘삶’을 헤아리고 ‘그림’을 즐긴다고 느낍니다. ‘한국 역사’도 아니라 ‘삶자취’요, ‘한국 문학’도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나는 ‘그냥 사람’입니다. 내 이웃도 ‘그냥 사람’입니다. 서로 오붓하게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두레를 합니다.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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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말사전 만드는 일을 이틀 멈춘다.

그러나 이 일을 이틀 쉬면서

몸을 돌보라는 뜻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마침 나한테는 테블릿이 하나 있다.

인천에 있는 형이 선물한 태블릿으로

볼일을 보러 다른 곳으로 다닐 적에

이 아이로

시외버스에서 글을 쓴다.


자판을 잇고 메모리카드를 붙이니

아쉬우나마 글을 쓸 수 있다.

참으로 고맙다.

새삼스레 우리 형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해야겠다고 느낀다.


..


우리 집 큰아이와 함께 배우는 하루를 돌아보려고

[우리 집 배움자리]라는 이름으로

되도록 날마다 한 가지씩

이야기를 짓기로 한다.


우리 집은 '홈스쿨링'을 하지 않는다.

'보금자리에서 함께 배우기'를 한다.

집에서 하나씩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즐겁게 삶을 짓는 길을 가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집 배움자리]이다.

"우리 집은 보금자리요 배움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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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마을에 정전이 오면서 컴퓨터가 꺼졌다. 오늘 하루 몸살을 잔뜩 앓고 저녁에 몸을 겨우 추스른 뒤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켜니 펑 소리와 함께 탄내가 방안 가득 찬다. 컴퓨터에서 어느 부속이 터진 듯하다. 이 태문에 저녁과 이튿날까지 일을 못하겠네. 더구나 수리비가 들 텐데 얼마나 나오려나. 허허. 손전화가 있으니 몇 글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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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12-29 22:09   좋아요 0 | URL
에공.

파란놀 2014-12-30 00:19   좋아요 1 | URL
이제 아침이 밝으면 고쳐야지요 ^^;;;
돈이 제법 들는지 모르지만
돈이 안 들는지도 모르고...
잘 지켜봐야지요 ^^;;

카스피 2014-12-30 22:5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컴이 터져 올 한해 거의 글을 못 올렸지요.함께 살기님도 잘 고쳐지길 바랍니다^^;;

파란놀 2014-12-30 23:02   좋아요 0 | URL
저런...
저는 국어사전 원고를 날마다 쓰기 때문에
서둘러 돈 들여서 고쳤습니다 ^^;;
에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