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편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1
안소니 프랑크 지음,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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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0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아요

― 행복을 전하는 편지

 안소니 프랑크 글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6.6.30.



  누군가 나를 해코지하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열면서 마음이 쓸쓸하거나 무겁습니다. 누군가 나를 북돋우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가볍거나 즐겁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괴롭히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다가 마음이 아프거나 괴롭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사랑하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거나 사랑스럽습니다.



.. 아침으로 우유 한 숟갈과 어제 마시다 남은 식은 차를 마셨어요. 그러고는 생각했지요. ‘할 일이 없는 건 아냐. 같이 할 사람이 없을 뿐이지. 요즘엔 친구들도 통 찾아오질 않아. 누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심심해.’ ..  (4쪽)




  웃음은 늘 웃음을 낳습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부릅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심습니다. 그리고, 미움은 늘 미움을 낳습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부릅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심습니다.


  나이가 퍽 어린 사람들이 입에 거친 말을 달고 노는 모습을 곧잘 봅니다. 열서너 살이나 열예닐곱 살일 뿐인데, 입에 몹시 거친 아이들이 있습니다. 거친 말은 어디에서 듣거나 배웠을까요? 바로 어른들이 거친 말을 쓰니까 듣거나 배웠을 테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거친 말을 왜 쓸까요? 마음이 거칠어졌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왜 마음이 거칠어졌을까요? 둘레에서 어른들이 집과 마을과 학교와 사회 모두 거칠게 내팽개치거나 망가뜨렸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거친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나 사회에서도 맑거나 착한 마음을 건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다만, 어린 아이들더러 ‘모든 일을 너희가 스스로 해야지!’ 하고 윽박지를 수 없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보살핌을 받을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거친 말을 쓴다면, 이는 모조리 어른 탓으로 돌려서 어른이 뉘우쳐야 하고, 어른이 먼저 스스로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 들쥐는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어요.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열 번을 더 읽어 보았어요. “정말 고마운 편지네! 하지만 누가 보낸 건지 정말 모르겠는걸.” ..  (6쪽)





  안소니 프랑크 님이 글을 쓰고, 티파니 비키 님이 그림을 그린 《행복을 전하는 편지》(시공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들쥐가 나오고, 들쥐를 둘러싼 여러 동무와 이웃이 나옵니다. 들쥐는 어느 날부터 까닭 없이 슬프고 고단하며 힘겹습니다. 왜 그러한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어느 날부터 들쥐는 스스로 밥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스스로 몸을 가꾸지 않으며, 집도 이냥저냥 어수선합니다.


  이날이나 저날이나 늘 똑같이 쳇바퀴를 돌듯이 쓸쓸하며 무거운 날인데, 어느 날 노란빛깔 종이에 적힌 예쁜 편지를 받아요. 난데없이 찾아온 편지를 읽은 들쥐는 갑자기 기운이 솟아 낯을 씻고 몸을 추스르면서 바깥마실을 가기로 합니다.



.. 점심을 먹고 들쥐는 또다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었지요. 자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누구일까 하도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니, 정말로 자기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쥐는 이제 박쥐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  (17쪽)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썼을까요?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부쳤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띄웠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건넸을까요?


  어느 한 가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만 알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받은 들쥐한테 즐거운 마음이 솟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쓴 누군가도 마음속에 즐거움이 그득 솟았을 테지요.



.. “이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아내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누가 보냈든, 나는 이 편지를 받을 자격이 없어. 난 누구에게도 참다운 친구가 되지 못했으니까. 좋아, 내일부턴 달라질 테야!” ..  (21쪽)



  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꽃이 피고 집니다. 먹는 사람이 있건 없건 온갖 나물과 열매가 숲에서 돋고 맺다가 집니다. 보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고운 꽃이 될 테지만, 보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언제나 곱습니다. 먹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싱그러운 나물이나 열매가 될 테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도 나물이나 열매는 숲을 곱다라니 빛냅니다.


  내 아름다운 삶을 누가 들여다보니까 내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살고 싶기에 내 하루를 가꿉니다. 내 기쁜 웃음과 노래를 누가 쳐다보니까 웃거나 노래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웃음을 길어올리고 스스로 노래를 자아냅니다.


  내 노래는 네 노래입니다. 네 웃음은 내 웃음입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어요. 같이 춤추고 같이 꿈꾸어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편지 한 장 짤막하게 쓰더라도, 사랑과 꿈을 담아서 주고받습니다. 편지로 마음을 나눕니다. 편지 한 장 단출하게 쓰더라도, 이야기와 삶을 담아서 나눕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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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편지 (안소니 프랑크·티파니 비키) 시공주니어 펴냄, 2006.6.30.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다. 내 마음을 오롯이 기쁨으로 채워서 편지를 쓴다. 마음을 실어 편지를 쓴다. 내 마음을 그득그득 사랑으로 채워서 편지를 쓴다. 기쁨이 넘실거리는 편지를 받는 이웃도 기쁠까? 사랑이 찰랑거리는 편지를 받는 동무도 사랑스러울까? 그림책 《행복을 전하는 편지》에 노란 물결이 인다. 어떤 물결일까. 나락물결일까, 밀물결일까, 아니면 보리물결일까. 어느 물결이든 다 아름답다. 들판이 무르익는 고운 빛깔이 싱그러운 물결로 찰랑찰랑 흔들리면서 노래를 베푼다. 편지 한 통은 노래이자 웃음이다. 편지 한 통은 사랑이자 꿈이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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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편지
안소니 프랑크 지음,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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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 (권오순·안희도) 지성사 펴냄, 2012.1.4.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가운데 스무째 책으로 나온 《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를 읽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토목공학으로 바라본 이야기만 흐른다. 바다가 어떠한 곳인지 제대로 밝히거나 살피거나 들려주는 말은 한 줄도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동쪽과 서쪽과 남쪽이 바다이니까, ‘바다 개발’을 잘 해야 할까? 그런데, 아무리 토목공학으로 바라보면서 ‘바다 개발’을 말하려 한다 하더라도, 바다를 그대로 두면서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낙지를 잡는 일이나 바다에서 김과 톳과 매생이와 굴을 길러서 얻는 일로 거두는 ‘경제 효과’쯤은 알아볼 노릇이 아닐까? 고기잡이를 할 적에 먼바다에서 얼마나 거두고 대륙붕 언저리에서 얼마나 거두는가를 살펴볼 노릇이 아닐까? 갯벌과 바다와 숲과 멧자락과 마을이 서로 어떻게 얽히는가를 찾아볼 노릇이 아닐까? 바닷가를 잔뜩 시멘트로 발라서 숲과 바다 사이를 끊으면 숲과 바다가 모두 망가지는데, 토목공학 전문가인 두 사람은 이를 얼마나 알까? 뭍은 거의 다 ‘개발’했으니 바다로 눈을 돌리자고 외치는 책은 여러모로 쓸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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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 사람이 만드는 미래의 해양 도시
권오순.안희도 지음 / 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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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775) 경제적 7


그녀에게 아들 한 명이 있고, 그녀의 꿈은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이효인-영화여 침을 뱉어라》(영화언어,1995) 24쪽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

→ 먹고살 만한 터전

→ 먹고살 만한 일자리

→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

→ 먹고살 만한 벌이

 …



  ‘경제적’이란 무엇을 가리킬까 생각해 봅니다. 숱하게 듣는 이 낱말을 새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경제가 될 만한”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러면, ‘경제’란 또 무엇이며, “먹고살 만한 경제 환경”이란 다시금 무엇을 이야기하는 셈일까요.


  어디에서나 듣고 어느 사람이나 쓰는 ‘경제’입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들마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라든지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야지” 같은 말씀을 꺼내거나, “경제적으로 아쉬운 것이 없어요”라든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살아요” 같은 말씀을 들려주곤 합니다.


 그한테는 아들 하나가 있고, 꿈이라면 먹고살 만한 보금자리요 일터이다

 그 여자한테는 아들 하나가 있고, 둘이서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를 꿈꾼다

 그 사람한테 아들이 하나 있고, 그이 꿈은 먹고살 만한 터전이라고 한다


  온누리가 모두 숨가쁘게 바뀌는 흐름이기에, 우리가 쓰는 말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누구도 ‘경제’나 ‘경제적’ 같은 말을 모르기도 했고 안 쓰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어느 누구나 ‘경제’와 ‘경제적’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는 ‘벌이·밥벌이·돈벌이·돈·살림·살림살이’ 같은 낱말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는 이와 같은 한국말은 외려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 그 사람은, 그저 먹고살 만한 벌이 하나만 있으면 했다

 아들 하나 있는 그이는, 무엇보다 먹고살 만할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했다


  “진지 자셨어요?”라 하던 말이 “식사하셨어요?”로 바뀌었고, “고맙습니다”라 하던 말이 “감사합니다”나 “땡큐”로 바뀌었으며 “생각 좀 해 봐”라 하던 말이 “아이디어 좀 내 봐”나 “창의적으로 사고해 봐”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먹고살 만한 살림살이”라 주고받던 이야기를 “먹고살 만한 경제적 환경”처럼 바꾸어서 이야기해야 할 만한 오늘날일 수 있습니다. 다 바뀌니까요. 4340.1.3.물/4342.7.5.해/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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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한테 아들이 하나 있고, 그이 꿈은 먹고살 만한 터전이다

그 사람은 아들이 하나 있고, 먹고살 만한 터전을 갖추고 싶은 꿈이 있다


여자를 가리킬 때 ‘그녀’를 곧잘 쓰는데, ‘그’라고만 해도 되고, 사람이름을 밝혀서 적어도 됩니다. ‘그 사람’이라 적어 보아도 괜찮아요. “아들 한 명(名)이 있고”는 “아들이 하나 있고”로 다듬고, “갖추는 것이다”는 “갖추는 데에 있다”로 다듬어 봅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915) 경제적 8


실제로는 유행을 조작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자본가들과 ‘유행’이라는 마술로 무제한의 소비주의적 낭비를 조장하는 상품선전 산업의 요술

《리영희-스핑크스의 코》(까치,1998) 88쪽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 돈을 챙기는

→ 돈벌이를 일삼는

→ 돈벌이를 꾀하는

→ 돈을 쓸어모으는

→ 돈을 쓸어담는

→ 돈방석에 앉는

→ 앉아서 돈을 버는

 …



  학자나 교수나 기자는 으레 “경제적 이득을 취하다”처럼 말을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에서는 하나같이 이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 말로는 “돈을 벌다”일 뿐입니다.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이고, 1950년대에나 1970년대에나 1990년대에나 2010년대에나 늘 매한가지입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 말마디와 적게 배운 사람들 말마디는 서로 어긋나고 자꾸 나란한 금으로 엇나가는데, 이제는 살가우며 쉽고 고운 말씨를 되찾아야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경제적 이득’도 ‘머니’도 ‘재테크’도 ‘펀드’도 ‘사업 수익­’도 아닌 ‘돈’과 ‘돈벌이/돈벌기’를 말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4340.6.24.해/4342.3.24.불/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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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유행을 부추기면서 돈을 챙기는 자본가들과 ‘유행’이라는 마술로 끝없이 쓰고 버리게 하며 상품을 알리고 팔아먹는 요술


‘실제(實際)로는’은 ‘알고 보면’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손보고, ‘조작(造作)함으로써’는 ‘꾸미면서’나 ‘부추기면서’나 ‘만들어 내면서’로 손봅니다. “무제한(無制限)의 소비주의적(消費主義) 낭비(浪費)를 조장(助長)하는”에서는 ‘무제한적인’으로 안 쓰니 반갑지만 뒷말이 얄궂어요. “끝없는 소비와 낭비를 부추기는(북돋우는)”이나 “끝없이 쓰고 버리게 하는”으로 더 손질합니다. “상품선전(-宣傳) 산업의 요술”은 “상품을 알리고 팔아먹는 요술”로 다듬을 만합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964) 경제적 9


종류나 양, 수확물의 값으로 따져 보아도 뭍의 어떤 생태계보다 생산력이 높아 경제적이다

《박병상-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알마,2007) 118쪽


 생산력이 높아 경제적이다

→ 생산력이 높아 돈이 된다

→ 많이 거둘 수 있어 돈이 된다

→ 많이 거두니 쏠쏠하다

 …



  “돈이 된다”는 뜻으로 쓰인 ‘경제적’입니다. 돈이 된다면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돈벌이에 좋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많이 만지니 ‘쏠쏠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갯벌 값어치를 돈으로 재는 일은 달갑지 않습니다만, 돈으로 따지지 않으면 얕잡거나 깔보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런 말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갯벌을 갯벌 그대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가꾸면 좋을 테지만, 오로지 돈벌이로 생각하면서 마구잡이 삽날을 밀어붙이는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살피고야 맙니다.


 어떤 곡식보다 많이 거두어 더욱 좋다

 어떤 곡식보다 나아 쏠쏠하다

 어떤 곡식보다 나으니 훨씬 훌륭하다


  스스로 삶을 아름다이 가꾸지 못하니, 갯벌 또한 갯벌대로 아름다이 가꾸지 못합니다. 그리고, 말과 글과 넋과 얼도 아름다이 가꾸지 못하고 맙니다. 4340.9.14.쇠/4342.3.24.불/4348.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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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어들이는 가짓수나 부피로 따져 보아도 뭍에서 얻는 어떤 곡식보다 나으니 쏠쏠하다


‘종류(種類)’는 ‘갈래’나 ‘가짓수’로 다듬습니다. “양(量)과 수확물(收穫物)의 값으로”는 “부피와 거둠새”로 손볼 수 있지만, 썩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앞말과 함께 묶어 “거두어들이는 가짓수나 부피로 따져 보아도”쯤으로 고쳐쓰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뭍의 어떤 생태계”는 “뭍에서 자라는 어떤 곡식”이나 “뭍에서 얻는 어떤 곡식”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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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8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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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카스기> 8권은 엉터리 편집 때문에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 참으로 어이없다 ......


..


만화책 즐겨읽기 445



살림꾼과 살림꾼 아닌 사람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8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4.12.25.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4) 여덟째 권을 읽는데, 곳곳에 일본말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첫 쪽부터 끝 쪽까지 이러한 엮음새이다 보니, 이는 참 얄궂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금이나 줄이나 톤 자리에 온통 ‘일본말로 느낌말이나 소리말’로 적은 만화책이라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구나 싶어서 그대로 둔 듯한데, 이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번역을 안 해야 마땅한 노릇입니다. 아니면 ‘한일대역’으로 읽으라는 뜻일까요?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은 글(대사)이 많아서 말풍선에 글이 깨알처럼 들어가는데, ‘한국말로 느낌말이나 소리말’을 적은 옆에 일본말이 고스란히 나오니, 책이 몹시 어수선합니다. 다른 만화책은 어쩌다가 한두 칸에 이런 잘못이 드러난다지만, 통째로 이렇게 한다면, 책을 읽는 사람(독자)을 바보로 아는 꼴이 됩니다.



- “맛있죠? 치킨 갈릭 소테예요.” “연락 받고 나서 만드신 건가요?” “금방 만들어요. 재워 두는 것이 포인트예요. 그런 의미에서는 시간이 걸리지만요.” (15∼16쪽)

- “시간이란 건 위대하죠. 음식도 맛있게 해 주고요. 멈춰버려 막히는 건 곤란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많은 걸 씻겨 주니까요. 일그러짐이나 비뚤어진 마음을 흘려보내고, 진실한 마음만 남는 거죠.” (19∼20쪽)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에 나오는 쿠루리는 수학여행을 가는 날, ‘수학여행 가방 챙기기’보다 ‘수학여행을 가서 쿠루리가 집을 비우는 동안, 집에 남은 사람이 할 일 적기’에 마음을 쏟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쿠루리는 어엿한 살림꾼입니다. 아니, 쿠루리와 함께 사는 하루미가 서툴거나 어설픈 아저씨라고 할 만합니다.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쪽글을 남길 테니까요. 그러나, 미덥지 못한 한편 믿음직하기에 쪽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살림꾼이 못 되는 하루미이지만, 쪽글에 적은 대로 알뜰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으니 쪽글을 남기지요.



- “쿠루리(久留里)라는 이름은, 오랫동안(久) 마을(里)에 머무른다(留)고, 계속 있고 싶은 곳, 고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엄마가 지어 준 거야.” (41쪽)

- “먹는 것에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 반대로 다른 사람보다 건강한 편이에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랑 딱 맞는달까요? 편의점 신상품도 계절한정 과자와도 인연이 없는 생활을 하면 타인의 언동에 좌우되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되죠.” (75쪽)





  살림을 잘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을 잘 못하기에 살림꾼이 아닙니다. 그러면, 누가 살림꾼일까요? 살림꾼은 누가 될까요? 처음부터 살림꾼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살림꾼이 안 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살림에 마음을 기울여서 요모조모 살피고 다스리는 사람이 살림꾼입니다. 살림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살피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안 살림꾼’입니다.


  누구나 저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일을 잘 합니다. 누구나 저마다 마음을 안 기울이는 일을 제대로 못합니다. 글쓰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글을 잘 쓰고, 사진찍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사진을 잘 찍습니다. 회사일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회사일을 잘 할 테고, 장사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장사를 잘 합니다. 텃밭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텃밭을 잘 가꾸고, 바느질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바느질을 잘 해요.





- “그럼 이건 다른 분들이랑 나눠 먹어도 되죠?” “응.” “웬일로 귀여운 봉투에 담았네.” (122쪽)

- ‘쿠루리 손은 아직 이렇게 작잖니. 그러니까 아직 못하는 게 당연해. 괜찮아. 엄마만큼 커지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130쪽)



  날마다 밥을 먹습니다. 날마다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내가 밥을 차리든 누군가 밥을 차려야 날마다 밥을 먹습니다. 날마다 밥을 차리는 사람은 밥 한 그릇에 사랑과 즐거움을 담을 수 있지만, 날마다 지겹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을 밥 한 그릇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일터에 가는 사람은 날마다 즐거움과 사랑을 담아서 바깥일을 할 수 있지만, 날마다 지겹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으로 바깥일을 겨우겨우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똑같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마음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마음을 즐거운 숨결로 다스리는 사람은 즐거운 숨결이 피어나는 하루가 됩니다. 마음을 지겨운 투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지겨운 투정이 퍼지는 하루가 됩니다.


  처음부터 살림꾼인 사람은 없고, 처음부터 살림을 못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평화로운 지구별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전쟁무기가 가득하던 지구별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기울이는 데에 따라,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와 지구별이 모두 달라집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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