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23. 풀밭에 앉아서 (14.12.30.)



  뒤꼍으로 올라가는 한쪽은 볕이 아주 잘 들어 풀밭이 된다. 쑥이 오르기 앞서 봄까지꽃이 오르고, 봄까지꽃 사이에 갈퀴덩굴이랑 갓이 함께 오르는데, 폭신하니까 여기에 앉아서 놀기에 딱 좋다. 시골순이는 꽃삽을 들고 풀밭 둘레 흙을 파면서 자전거에 붓는다. 시골돌이는 누나 옆에 나란히 앉아서 두 손으로 흙을 뿌리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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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16. 어제와 오늘


  우리가 찍는 사진은 언제나 ‘오늘’이지만, 종이에 앉히거나 파일이나 필름으로 아로새기는 모습은 언제나 ‘어제’라 할 만합니다. 사진기를 놀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오늘’이어도, 이 오늘은 곧바로 ‘어제’가 되어, 바로 오늘 찍은 사진조차 “아, 아까 그랬었지!” 하는 생각을 자아냅니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를 사는 사람일까요?

  아침에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려 신나게 일하거나 논 뒤, 저녁에 밥을 다시 먹습니다. 저녁에 밥을 먹다가 “아, 아까 아침에 밥을 먹었지!” 하고 떠올립니다. 저녁밥 먹는 자리에서 아침은 그야말로 ‘흘러간 이야기’나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아침과 저녁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는 까닭은 바로 이곳에 있는 오늘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즐겁지 않은 오늘이라면 굳이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앞으로 즐거운 오늘이 되기를 바라면서 힘껏 갈고닦아서 바야흐로 즐거운 오늘이 되면 신나게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진을 읽는 까닭은 흘러간 어제나 지나간 어제를 돌아보고 싶기 때문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맞이한 오늘을 즐겁게 누리면서 삶을 지었기에, 이렇게 지은 삶을 찬찬히 되새기면서 ‘어제’와 ‘오늘’을 한 자리에 놓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싶으며, 어제와 오늘은 같다고 느끼고 싶고, 어제와 오늘은 늘 고이 이어진다고 느끼고 싶기에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꼬맹이도 나요, 거울로 비추는 늙수그레한 아저씨나 아주머니도 나입니다. 사진에 나오는 갓난쟁이도 나요, 거울로 들여다보는 젊은이나 푸름이도 나입니다. 얼굴빛이나 몸집이나 살결은 달라집니다. 옷차림이나 목소리도 바뀝니다. 그러나, 옷과 몸에 깃든 넋과 숨결은 한결같습니다. 어제를 살던 나와 오늘을 사는 나는 언제나 같습니다. 스무 해나 마흔 해가 지난 일이지만, 사진을 보면서 ‘쉰 해가 지난 일’조차 ‘바로 어제’나 ‘바로 오늘’인듯이 느낍니다.

  사진은 무슨 일을 할까요. 사진을 찍어서 무슨 일이 생길까요. 사진을 읽는 사람은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오늘을 찍어서 어제를 드러내는 사진은 우리 앞날에 어떤 빛과 이야기와 노래와 숨결이 될까요. 사랑스러운 손길로 오늘을 다스리기에 사진을 찍고 읽습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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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2.30. 큰아이―늘 그림놀이



  깍두기공책 한 바닥에 글쓰기를 마친 글순이는 어느새 그림순이로 바뀐다. 옆 바닥에 그림을 그득그득 그릴 뿐 아니라, 공책 빈자리에 그림을 아기자기하게 넣는다. 오늘은 별순이와 별돌이가 온갖 별과 함께 뛰놀고 하늘을 가르는 이야기를 그린다. 별빛도 별웃음도 별노래도 참으로 그윽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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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 - 사람이 만드는 미래의 해양 도시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20
권오순.안희도 지음 / 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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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78



숲과 바다는 언제나 한몸

― 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

 권오순·안희도 글

 지성사 펴냄, 2012.1.4.



  숲과 바다는 언제나 한몸입니다. 숲이 망가지면 바다가 망가집니다. 바다가 망가지면 숲도 되살아나지 못합니다. 왜 그러할까요? 숲에 우거진 풀과 나무는 흙을 새로 짓고, 이 흙은 냇물을 타고 흘러서 갯흙이 되며, 물결이 치면서 바다로 갯흙이 살살 퍼집니다. 이리하여 바닷속 수많은 목숨은 숲을 먹으면서 살아요. 그리고, 너른 바다에서 자라는 목숨은 숲을 살리는 숨결로 거듭납니다. 숲과 바다는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개발과 관광과 문화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숲을 망가뜨렸고, 바닷가를 따라 시멘트를 채웁니다. 숲흙이 깨끗하지 못하도록 망가뜨릴 뿐 아니라, 숲흙이 바다로 못 가도록 막습니다. 이러면서 물결은 늘 치는데, 물결은 바닷가 시멘트벽이나 찻길로 들이치니, 다시금 시멘트둑을 쌓고, 아스팔트 찻길을 늘리기만 합니다. 바닷가 모래는 차츰 사라질밖에 없고, 이러면서 바다도 뭍도 서로 일그러지지요.



.. 세계의 인구는 나날이 늘어 가는 데 비해 환경오염으로 사막의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등 황폐해지는 땅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육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이런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공섬들은, 주로 지배층이 인공섬이 있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목적이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까이에 두고자 했던 마음만은 과학 기술과 관광 산업의 발달과 연결되어 오늘날 새롭게 평가를 받고 있다 ..  (22, 35∼36쪽)



  지구별에서 뭍은 모자랄까요. 지구별에서 바다는 ‘쓸데없이 있는 곳’일까요. 지구별 나라마다 왜 자꾸 도시를 늘리려 할까요. 도시를 끝없이 늘리고 다시 늘리면 무엇이 좋을까요. 모든 사람이 ‘땅에서 난 것’을 먹는데, ‘땅에서 자랄 틈’을 주지 않고 도시를 늘리기만 하는 오늘날 토목산업은 무슨 짓을 하는 셈일까요.


  한국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사업만 무시무시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꾀하는 핵발전소와 송전탑만 무섭지 않습니다. 여느 도시를 넓히는 일도 무시무시합니다. 여느 도시에 아파트를 올리고 고속도로와 새 찻길을 늘리는 일도 무섭습니다. 이 모든 토목개발은 뭍과 바다와 숲과 지구별을 아름답게 살찌우는 길하고는 사뭇 동떨어지니까요.


  권오순·안희도 두 분이 쓴 《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지성사,2012)를 읽습니다. 두 분은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배웠고, 꾸준히 토목공학을 학문과 이론과 정책으로 갈고닦는다 합니다. 이제 ‘뭍에서 할 만한’ 토목건설이 끝으로 치닫는다고 여겨 ‘바다에서 새로 할 만한’ 토목건설을 헤아린다고 합니다.



.. 최근에는 바다의 친환경적 가치를 생각하면서 무분별한 해안 매립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결코 이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바다 인접 지역의 매립 공사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토지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므로 토지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인공섬의 전체 면적은 400만 제곱미터이며, 아라비아와 지중해, 유럽 문화의 조화를 주제로 해서 1만 5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고급 빌라와 아파트, 호텔, 각종 상점과 음식점, 공연장 들을 건설할 예정이다 ..  (40, 78쪽)



  땅이 모자랄 일은 없습니다. 토건마피아가 춤을 추니 땅이 모자란 듯 보일 뿐입니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왜 새로 지어야 할까요? 골프장이나 호텔이나 관광단지는 왜 지어야 할까요? ‘인공섬’에 호텔과 ‘고급 빌라와 아파트’ 따위를 짓는다는데, 이런 시설은 누가 쓸까요? 이런 시설이 있어야 지구별이 아름다울까요?



.. 육지에서 처리하기 힘든 쓰레기나 폐기물을 바다에 매립하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기도 한다 … 한 가지 목적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해양 도시를 건설하게 되면 새로 건설해야 하는 도시 수가 줄어 그만큼 탄소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서 친환경적 개발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면 일자리도 만들어 내게 되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  (87, 112쪽)



  토건마피아는 바다에까지 손길을 뻗습니다. 토건마피아는 바다에서까지 ‘일자리 만들기’를 하겠다면서 ‘좋은 마음(선심)’을 쓰는 듯이 내세웁니다.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돈 몇 푼을 벌어들이려고 숲과 바다를 망가뜨리는 짓이 “국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인가요?


  일자리를 만들거나 돈을 벌어야 사람이 살 만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밥을 먹고, 깨끗한 바람을 마시며, 깨끗한 보금자리를 누릴 때에 사람이 살 만합니다. 손수 흙을 가꾸어 밥과 옷과 집을 짓는다면, 경제개발을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뭣 하러 인공섬을 지을까요? 한국에 많은 섬을 알뜰히 아끼고 돌보면 됩니다. 기껏해야 백 해조차 못 가는 시멘트와 쇠붙이와 아스팔트를 써서 뚝딱뚝딱 뭔가를 지은들 어디에 쓸까요? 백 해가 지나면, 아니 쉰 해밖에 안 되어도 모두 ‘건축폐기물’이 될 텐데, 이 건축폐기물을 버릴 땅이 모자라서 바다에 묻고 인공섬을 만들자는 소리인가요? 그러면, 앞으로 쉰 해나 백 해 뒤에 ‘인공섬 재개발’을 해야 하면, 그 ‘인공섬 건축폐기물’은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시멘트나 아스팔트나 쇠붙이가 천 해 만 해 가는 줄 알고 토목건설로 ‘돈벌이’와 ‘일자리’를 외치는 토건마피아는 제발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구별을 똑바로 바라보고, 삶을 똑바로 사랑하며, 숲과 바다를 똑바로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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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수 있는 날



  네 살에서 다섯 살로 넘어서는 작은아이는 혼자 잠옷으로 갈아입을랑 말랑, 또 혼자 잠을 벗을랑 말랑 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 가만히 지켜보면 혼자 얼마든지 할 만하구나 싶지만, 작은아이는 어버이나 누나 손길을 기다리곤 한다. 조금만 울면 으레 도와주겠거니 여긴다고 할까. 그렇지만 아이야, 네 옷은 네가 입으렴. 네 옷은 네가 벗으렴. 네가 옷을 벗고 갈아입을 적에 안 도와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네 팔힘을 기르고, 네 몸놀림을 가꾸렴. 네가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너 스스로 한 꺼풀을 벗고 활짝 웃을 수 있어. 잘 보렴. 네 어버이나 누나가 거드는 손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살며시 옷자락 소매만 잡을 뿐이야. 너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네 아버지가 네 옷자락 소매만 잡으니 아주 수월하게 너 스스로 팔을 빼고 목을 뺄 수 있지? 나머지는 네가 혼자 해내니 그리 기쁘지? 이 느낌과 기쁨을 네 가슴에 깊디깊이 새길 수 있기를 빈다. 네 웃음이 네 삶을 밝힐 수 있는 줄 알아채기를 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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