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쓰려고 한 까닭



  나는 왜 글을 쓰고, 이 글을 왜 묶어서 책으로 펴내려 하는가. 내 이웃과 동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들한테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퍼뜨리는 딱딱하게 굳은 사건이나 사고가 아닌, 학자와 지식인이 교과서나 논문으로 읊는 메마른 학문이나 지식이 아닌,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삶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꿈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내놓으면 무엇을 하나. 이 책을 이웃과 동무한테 나누어 주지. 이웃과 동무는 내 책을 기꺼이 장만해서 읽어 주기도 할 테고, 이웃과 동무가 내 책을 장만하기 앞서 살포시 선물하기도 할 테지.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책을 묶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써서 책으로 엮는다. 이야기는 입으로 주고받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남겨서 물려줄 수 있으니, 글을 빌어 책이라는 꼴로 새롭게 짓는다. 이를테면, 한국말사전이라든지 책놀이라든지 전국 골골샅샅에 있는 헌책방이라든지 사진길을 걷는 기쁨이라든지 아이와 얼크러지는 하루라든지, 어느 이야기이든 나부터 스스로 웃고 노래하는 눈빛을 글에 담아서 책으로 여민다.


  듣고 읽으면서 함께 기뻐할 이웃과 동무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쓰고 지으면서 함께 즐거운 이웃과 동무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곧 찾아올 봄볕에 누그러진다. 겨울바람이 드세게 불어도 곧 찾아올 봄꽃 옆에 가만히 앉아서 꽃내음을 맡는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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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 엄마가 되다 - 개성 강한 닭들의 좌충우돌 생태 다큐멘터리
김혜형 지음, 김소희 그림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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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기 63



어미 닭이 알을 품듯이

― 암탉 엄마가 되다

 김혜형 글·사진

 김소희 그림

 낮은산 펴냄, 2012.4.26.



  우리는 모두 어머니입니다. 아기를 낳고 젖을 물리는 어머니도 있고, 이웃과 동무를 아끼고 포근하게 감싸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낳는 어머니와 함께, 기르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낳는 사랑과 함께, 기르는 사랑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 아버지입니다. 몸에 씨앗을 품고 삶을 짓는 아버지도 있고, 이웃과 동무하고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씩씩한 아버지도 있습니다. 낳는 아버지와 함께, 기르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돌보는 사랑과 함께, 새로 짓는 사랑이 있어요.



.. 세상의 수많은 닭들이 흙을 밟으며 살고 있지는 못해요.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비좁은 철망 안에 빽빽하게 갇혀서 갖가지 약품으로 범벅이 된 사료를 먹고 … 닭들도 사람처럼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걸 닭을 키우면서 알았어요. 닭을 오로지 달걀 낳는 기계, 또는 닭고기로만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절대 알아볼 수 없겠지만요 ..  (32, 37쪽)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신나게 뛰놉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고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삶을 누리려고 자랍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려고 뛰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제 삶을 새롭게 짓고 싶은 길을 가면서 신나게 뛰놉니다.


  아이는 대학생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는 지식을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철이 들어야 합니다. 아이는 공부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꿈을 키워야 합니다.


  아이가 손에 쥐는 것은 모두 책입니다. 돌멩이도 책이고 흙과 모래도 책입니다. 들꽃 한 송이도 책이요 나무 한 그루도 책입니다. 개미 한 마리와 모기 한 마리도 책입니다. 새 한 마리와 개구리 한 마리도 책입니다. 아이는 이 지구별에 깃든 모든 것을 손으로 만지면서 삶을 읽습니다. 아이는 이 지구별에 있는 모든 이웃과 사귀면서 사랑을 읽습니다. 아이는 이 지구별을 푸르게 가꾸는 숲을 바라보면서 꿈을 읽습니다.



.. 생명의 탄생은 정말 경이로워요. 용케 꽃순이 품에 들어간 알들은 이렇게 귀여운 병아리가 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알들은 그냥 ‘달걀’일 뿐이잖아요 … 어린 병아리는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능력이 없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엄마의 체온을 충분히 나눠 줘야 해요 ..  (53, 70쪽)



  김혜형 님이 빚은 《암탉 엄마가 되다》(낮은산,2012)를 읽습니다. 김혜형 님은 즐겁게 시골살이를 하면서 재미나게 닭을 돌봅니다. 가게에서 돈을 치러 사다가 먹는 닭고기가 아니라, 알을 낳고 알을 품으며 알에서 깨어나는 닭을 곁에 두고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보살피기도 하면서 하루를 짓습니다. 닭과 함께 누리는 시골살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엮습니다.



.. 어린 병아리를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무거운 고깃덩이로 바꿔 놓는 그 이상한 약들은 정말 사람 몸에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요 … 육계라고 불리던 꽁지. 닭전에서 고기용으로 팔리는 흔하디흔한 닭.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탓에 제 몸으로 알을 품을 줄조차 모르는 닭. 그 꽁지가 어쩌다 우리 닭장에 와서 짝짓기도 하고 달걀도 낳고 평화로운 한때를 누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엄마’까지 되었습니다 ..  (99, 157쪽)



  사마귀를 지켜보는 아이는 사마귀 한 마리한테서 온누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별을 바라보는 아이는 별빛 한 줄기에서 온누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달개비 한 송이를 쓰다듬는 아이는 달개비 한 송이한테서 온누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아이와 함께 무엇을 지켜보거나 바라보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학교라는 곳을 어떻게 세워서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지 되짚을 노릇입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한 목숨이 다른 목숨을 아끼는 삶’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으로 짓는 삶에서 태어나는 고운 숨결을 가르쳐야 합니다. 《암탉 엄마가 되다》를 쓴 김혜형 님이 시골에서 오래오래 기쁘며 어여쁜 삶을 일굴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어른과 아이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삶을 손수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듯이, 가슴에 꿈을 품고 맑게 웃으면서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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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5-01-0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이에요!^^

파란놀 2015-01-08 23:17   좋아요 0 | URL
닭을 손수 돌보며 아끼는 모습을 잘 담는데,
시골에서 누리는 삶을 조금 더 수수하게, 조금 더 투박하게,
조금 더 시골스럽게 썼다면 한결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손수 닭을 돌보고 키우면서
달걀과 고기를 얻는 삶을 그려서 보여주니 뜻있구나 하고 생각해요.
 


  광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마흔 해 남짓 살며 광주에서 언제 하룻밤을 묵었을까. 안골에 깃든 길손집에 깃들어 따뜻하게 난다. 이 길손집에 꽤 많은 이들이 다녀갔겠지. 저마다 새 이야기를 찾아 이 자리를 거쳤을 테지.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는 주암못 둘레를 구비구비 돌았고,  오늘 다시 그 길을 구비구비 돌겠구나. 광주에 닿은 뒤에는 택시를 타고 자가용을 얻어타고 예쁜 밥집과 찻집에 들면서 이곳 바람을 쐰다. 서른 몇 해 앞서 군사쿠테타는 왜 다시 일어났을까. 서울에서는 그 많은 똑똑한 사람과 힘이랑 돈이 있는 참말 그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꿈으로 가득한 평화 평등 자유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을까. 광주시외버스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계림동 쪽으로 달리다가 비탈진 골목 한켠에 비탈밭을 정갈히 가꾼 모습을 보았다. 재개발을 들이대고 돈을 밀어붙이면 번듯해 보이는 건물이 설 테지만, 흙과 풀과 나무가 죽는다. 돈과 권력이 아무리 대단해 보인들, 숨을 못 쉬면 다 죽는다. 숨을 쉬도록 숲과 시골이 있어야 하고,  도시에도 숲과 들이 우거져야 비로소 숨을 쉰다. 사람들이 책을 자꾸 안 읽는 까닭은 숲을 모르고 시골과 등지기 때문이지 싶다.  삶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사랑을 알겠으며, 어찌 꿈을 노래하겠는가. 4348.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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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온다. 전라도닷컴 일터에 있다. 이곳 여러 일꾼을 뵙고, 큰지기님하고 이야기꽃을 나눈다. 전라도에서 말꽃을 피워서 온누리에 사랑을 퍼뜨리는 숨결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가만히 바라본다. 들꽃처럼, 시골꽃처럼 고요하면서 씩씩하게 오르는 살가운 눈길을 느낀다. 전라도에서도, 서울과 부산에서도, 골골샅샅 모두에서 따사로이 꿈이 자라기를 빈다. 4348.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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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2] 눈썰미



  어릴 적에 둘레 어른들은 으레 ‘눈썰미’라는 낱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옆에서 어깨너머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서도 잘 따라하거나 배우면 “눈썰미가 좋다”고 했습니다. 흘깃 한 번 보고 나서도 잘 떠올리거나 알아챈다든지, 어떤 것에 깃든 이야기나 숨결을 슬기롭게 읽어낼 적에도 “눈썰미가 훌륭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눈썰미’라는 낱말은 좀처럼 못 듣습니다. 요새는 어른이나 아이나 ‘안목(眼目)’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이른바 “보는 눈”을 가리키는 한자말인데, 예전에는 어른들이 ‘눈썰미’라는 낱말과 ‘보는 눈’이라는 말마디를 함께 썼어요. “‘보는 눈’이 있구나”라든지 “‘보는 눈’이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눈썰미’뿐 아니라 ‘눈길·눈매·눈초리·눈높이·눈빛’이라는 낱말에다가 ‘눈결’ 같은 낱말도 씁니다. 일부러 쓰는 셈인데, 우리가 눈으로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마음에 담느냐 하고 함께 돌아보고 싶습니다. 4348.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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