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83) 득得 1


우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득도 없는 실랑이만 계속했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116쪽


 득도 없는 실랑이만 계속했다

→ 얻는 것도 없는 실랑이만 거듭했다

→ 얻는 것 없이 실랑이만 자꾸 했다

→ 아무것도 못 얻고 실랑이만 이어졌다

→ 마냥 실랑이만 되풀이했다

→ 그저 실랑이만 할 뿐이었다

→ 덧없이 실랑이만 할 뿐이었다

 …



  외마디 한자말 ‘得’은 ‘소득’이나 ‘이득’을 뜻하는 말이라는군요. ‘소득’이나 ‘이득’은 무엇인가 하면 “도움이 되거나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득을 보다”는 ‘얻다’나 ‘가지다’나 ‘내 차지’ 같은 말마디로 다듬으면 됩니다.


 득을 보다

→ 얻다

→ 가지다

 배운 만큼 득이 된다

→ 배운 만큼 도움이 된다

→ 배운 만큼 좋다

 득보다 손실이 많다

→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 얻기보다는 잃었다


  외마디 한자말 ‘得’을 쓰면 무엇을 얻을 만할까 헤아려 봅니다. 이 외마디 한자말을 안 쓰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 ‘얻다’와 ‘가지다’와 ‘차지하다’를 쓰면 넉넉하고, 글흐름에 따라 ‘좋다’나 ‘넉넉하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얻는 것 없이” 실랑이만 했다고 하니, 이때에는 ‘마냥’이나 ‘그냥’이나 ‘그저’나 ‘덧없이’나 ‘부질없이’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4338.6.30.나무/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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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마냥 실랑이만 거듭했다


‘계속(繼續)했다’는 ‘되풀이했다’나 ‘거듭했다’로 다듬습니다.



득(得) : 소득이나 이득

   - 득을 보다 / 배운 만큼 득이 된다 / 득보다 손실이 많다

소득(所得)

1. 일한 결과로 얻은 정신적, 물질적 이익

2. 일정 기간 동안의 근로 사업이나 자산의 운영 따위에서 얻는 수입

이득(利得) : 이익을 얻음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50) 득得 2


아무리 너한테 득이 되는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하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잖아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47쪽


 득이 되는 일이라도

→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 얻을 것이 많은 일이라도

→ 좋은 일이라도

→ 괜찮은 일이라도

 …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사람한테는 ‘좋은’ 일입니다. 그 사람한테 좋은 일이라면 ‘괜찮은’ 일이나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괜찮거나 반가운 일이라면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차근차근 가지를 치면서 조금씩 느낌을 달리할 말을 찾을 수 있어요. 저마다 제 말씨를 살릴 만한 반가운 말을 헤아릴 수 있고, 그때그때 가장 알맞다고 느낄 말을 새롭게 곱씹을 수 있습니다. 4340.3.7.물/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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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너한테 좋은 일이라도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은 일은 죽어도 하지 않잖아


‘납득(納得)하지’는 ‘받아들이지’로 손보면 됩니다. ‘절대(絶對)’는 ‘무슨 일이 있어도’나 ‘죽어도’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8) 득得 3


나는 득을 본 셈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엄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그렇지. 하지만 글쎄, 과연 네가 득을 본 걸까?”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하늘이 나눠 준 선물》(양철북,2005) 9쪽


 나는 득을 본 셈이다

→ 나는 뭔가 얻은 셈이다

→ 나한테는 좋은 셈이다

 네가 득을 본 걸까

→ 네가 뭔가 얻었을까

→ 너한테 좋을까

 …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으레 ‘得’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이 나타납니다. 한국사람도 이런 낱말을 으레 씁니다. 한 번 쓰고 자꾸 쓰면서 입과 손에 익습니다. 쓰다 보니 또 쓰기 마련이고, 거듭 쓰고 다시 쓰면서 어느새 말버릇이나 말투가 됩니다. 짤막한 한 마디입니다만, 차분히 돌아보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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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좋은 셈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엄마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야 그렇지. 그런데 글쎄, 참말 너한테 좋을까?”


‘표정(表情)’은 ‘얼굴’이나 ‘낯빛’으로 손보고,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런데’로 손보며, ‘과연(果然)’은 ‘참말’로 손봅니다. “본 걸까”는 “보았을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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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48) 십팔번


그거 있잖아, 그거. 바다는 어쩌구 하는 노래. 당신 십팔번 말이야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하늘이 나눠 준 선물》(양철북,2005) 115쪽


 당신 십팔번 말이야

→ 자네 단골 노래 말이야

→ 이녁이 잘 부르는 노래 말이야

→ 이녁이 좋아하는 노래 말이야

→ 늘 부르는 노래 말이야

 …



  ‘십팔번(十八番)’은 일본말입니다. 일본말인데 사람들이 워낙 잘못 쓰니, 이 낱말은 한국말사전에도 나옵니다. 다만, 말풀이를 보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 일본의 유명한 가부키 집안에 전하여 오던 18번의 인기 연주 목록에서 온 말이다. ‘단골 노래’, ‘단골 장기’로 순화”처럼 나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단골노래’나 ‘즐겨 부르는 노래’로 고쳐서 써야 올바릅니다.


 단골노래 . 사랑노래 . 즐김노래

 애창곡(愛唱曲)


  일본에서 들어온 ‘십팔번’에 앞서 ‘애창곡’이라는 한자말도 여러모로 쓰입니다. ‘애창곡’도 “즐겨 부르는 노래”를 뜻합니다. 그러니, 이때에도 한국말로 ‘단골 노래’를 쓰면 됩니다. 그런데, 아직 ‘단골노래’처럼 한 낱말로 한국말사전에 실리지는 않습니다.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할 만한 노릇인데, 한자로 ‘애창 + 곡’은 쉬 한 낱말로 삼지만, 한국말로 ‘단골 + 노래’는 언제쯤 한 낱말이 될 수 있을까요.


  더 생각해 보면,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와 “사랑해서 즐겨 부르는 노래”를 가리키는 낱말로 ‘사랑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즐기는 노래”라는 뜻으로 수수하게 ‘즐김노래’처럼 쓸 수 있어요. 노래를 즐겨서 부르는 모습을 가리키도록 ‘즐겨부르다’를 한 낱말로 삼아도 잘 어울립니다. ‘즐겨찾기’라는 낱말이 있으니 ‘즐겨부르다·즐겨먹다·즐겨쓰다·즐겨읽다’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만해요. 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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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바다는 어쩌구 하는 노래. 자네 단골 노래 말이야

그 노래 있잖아, 그, 바다는 어쩌구 하는 노래. 늘 부르는 노래 말이야


‘그거’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그 노래’로 손볼 수 있습니다. ‘당신(當身)’은 ‘자네’나 ‘이녁’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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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전시관을 (사진책도서관 2015.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이 더욱 사진책도서관답게 나아가는 길을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길에 아름다운 끈이 하나 이어지겠다고 느낀다. 올해가 될는지 이듬해가 될는지 더 지켜볼 노릇이지만, 사진책도서관에 ‘전시관(갤러리)’을 꾸밀 수 있겠다고 느낀다. 이 전시관은 우리 도서관처럼 아직 한국에 없는 새로우면서 사랑스러운 곳이 되리라 본다.


  올해부터 우리 도서관은 도서관이면서 학교가 된다. 큰아이가 이곳에서 삶을 새롭게 배우도록 북돋우는 자리로 삼을 생각이다. 이러면서, 도서관이자 학교인 이곳을 전시관으로도 꾸미자고 생각해 본다. 교실 일곱 칸 가운데 넉 칸을 도서관으로 쓰는데, 다른 교실 석 칸도 우리가 쓸 수 있도록 고치려 한다.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자질구레한 것을 치워서, 이곳에 고운 숨결이 깃들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전시관은 2013년 시월에 서른네 살로 그만 숨을 거둔 육영혜 님을 그리는 자리로 꾸미려 한다. 사진편집자로 한삶을 보낸 나날을 짚도록 하고, 이 전시관에는 ‘사진가와 독자를 잇는 징검다리’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어느 칸이 알맞을는지 아직 모른다. 아무튼, 우리가 도서관으로 쓰는 이 건물과 운동장을 우리가 통째로 빌리든지 우리 것으로 삼아야 한다. 도서관으로 쓰는 자리가 아닌, 다른 빈 건물을 보면, 유리창이 깨지고 문도 떨어졌으니, 이 모든 것도 손질해야 한다. 진열대를 마련하고, 건물 둘레에 나무를 새롭게 심어야지. 앞으로는 옆자리에서 드나들지 말고, 앞문으로 드나들도록 길을 새로 닦아야지. 들길을 살짝 에돌아 앞문으로 드나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무와 풀을 살피면서, 흙길을 두 발로 천천히 밟도록 꾸며야지.


  뿌리뽑힌 커다란 향나무가 도서관 앞에서 구른다. 이 모습을 본 큰아이가 “나무가 가엾어.” 하고 말하면서 작은 가지를 하나 꺾어서 흙을 주섬주섬 모아서 심는다. 나무를 심으려면 땅을 파서 심어야지. 그러나 네 마음과 네 손길을 알겠어. 도서관에도 호미와 삽을 두어야겠구나.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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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나눠 준 선물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3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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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80



계급사회를 부채질하는 학교교육

― 하늘이 나눠 준 선물

 하이타니 겐지로 글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펴냄, 2005.5.9.



  배우고 가르치는 곳을 가리켜 ‘학교’라고 합니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구실을 거의 안 합니다. 아이들 앞에 교과서를 놓은 뒤, 이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시험문제로 바꾸어서 점수따기를 시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삶을 배우거나 사랑을 배우거나 꿈을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시험문제로 바꾸어서 외웁니다.


  학교 바깥을 보면 학원이 아주 많습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치는 지식을 시험문제로 더 잘 맞힐 수 있도록 이끄는 데가 학원입니다. 이러다 보니,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너나 할 것 없이 고달픕니다. 시험점수가 안 나오는 아이도 고달프고, 시험점수가 잘 나오는 아이도 고단합니다. 한쪽에서는 점수가 더 올라가지 못해서 고달프고, 한쪽에서는 점수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고 고단합니다.


  이 같은 학교 얼거리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러한 얼거리를 잘 아는 사람도 참 많은데, 막상 이 얼거리는 달라지거나 바뀌거나 바로잡히지 않습니다. 그저 이 얼거리가 그대로 흐릅니다. 시험점수에 따라 학교를 등급으로 매기고, 이 등급에 따라 사람한테 계급을 매깁니다.



.. “다카유키, 벼포기를 그렇게 쥐면 안 돼. 잘못하면 낫에 손가락을 벨 수도 있어.” 다케조 아줌마가 다급하게 말하며 낫질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벼포기를 쥘 때 나는 엄지손가락이 밑을 보게 쥐었는데, 아줌마는 엄지손가락이 위를 보게 쥐라고 했다 … 나는 벼를 베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농부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아. 나는 지금껏 돈은 참 편리한 것라고 생각했어. 뭐든지 살 수 있으니까 ..  (14, 20쪽)



  학교교육은 계급사회를 부채질합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삶과 사랑과 꿈을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삶과 사랑과 꿈을 가르친다면, 계급사회를 부채질할 수 없습니다. 삶과 사랑과 꿈은 계급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이요 사랑이요 꿈입니다. 삶을 가르치는데, 누가 높고 낮겠습니까. 사랑을 가르치니, 서로 어깨동무를 할 테지요. 꿈을 가르치면, 다 함께 즐겁게 놀고 일하는 마을로 나아갑니다.


  오직 교과서를 앞에 놓고 시험점수로 아이들을 등급으로 매기는 학교인 탓에, 이러한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어릴 적부터 신분과 계급과 등급 따위에 길듭니다. 낮은 등급이면 낮은 등급대로 아프고, 높은 등급이어도 높은 등급대로 아파요. 서로 돕거나 아끼는 길보다는, 내 한몸 버티는 일로도 벅찹니다.



.. 아빠는 도시에는 유혹이 많다고 했다. 후타한테 돈을 주면서 사흘만 이곳에 있으라고 하면, 후타는 너무 많이 먹어서 씨름 선수처럼 뚱뚱해져 버릴 거다 … 마을 사람들은 곧잘 우리더러 이런 쓸쓸한 곳에는 왜 왔냐고 하지만, 정작 쓸쓸해하는 마을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 “늘 하는 말이지만, 먹거리는 모두 생명이야.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인간의 노동과 지혜까지도 죄다 돈으로 사 버린단다. 그러고는 값비싼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남기지.” ..  (35, 52, 94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하늘이 나눠 준 선물》(양철북,2005)을 읽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문학입니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등급을 매기는 삶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얼크러지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 도시를 떠나자!’ 하고 씩씩하게 외칠 어른이나 아이는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구나, 도시에서 살아도 삶을 제대로 배워서 알아야겠구나!’ 하고 기쁘게 무릎을 칠 어른이나 아이는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러게 말이야, 날마다 먹는 밥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나한테 오는지 여태 생각한 적이 없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제부터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겠노라 다짐하는 어른이나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합니다.



.. “요즘은 어디나 농약을 쓰기 때문에 우렁이나 미꾸라지를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산 속의 연못밖에 없단다. 아빠 어릴 때는 논바닥이 우렁이나 미꾸라지 천지였는데, 이제는 너무 귀해.” … 나는 선뜻 대답했다. 물고기를 죽이는 건 싫고, 밭에서 채소를 뽑아 오는 건 아무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빠 말처럼 모두 다 생명인데 ..  (87, 91쪽)



  아이한테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서 안기는 어버이는 아주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참된 지식’을 하나도 안 다루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즐겁게 익혀서 아름답게 헤아릴 ‘올바른 슬기’는 문제집이나 참고서에 한 줄로도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시험점수를 더 잘 받으라고 만든 종이꾸러미입니다. 이런 종이꾸러미는 책조차 아닙니다. 학교교육이 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계급사회로 나아가도록 부채질하는 종이꾸러미가 문제집이나 참고서입니다.


  어버이라 한다면,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 주지 말고, 텃밭을 지어야 합니다. 아이한테 텃밭 한쪽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땅뙈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을 장만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그리 넓지 않아도, 두 발로 흙을 밟고 두 손으로 흙을 만지면서 풀과 꽃과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아이가 손수 기르도록 이끌 때에 비로소 ‘어버이’가 됩니다.



.. “도시 사람들은 새빨갛게 익은 맛있는 딸기를 돈을 주고 살 뿐이야. 딸기를 모종 때부터 키우면서 딸기와 친하게 지낸 즐거운 기억은 돈으로 살 수 없어.” … “요즘 세상에는 먹을 게 어찌나 많은지, 마당에 감이 열려도 비파가 익어도 요즘 시골 아이들은 거들떠보지 않아요.” ..  (149∼150, 154쪽)



  아이는 아이답게 뛰놀 때에 아이입니다. 어른은 어른답게 일할 때에 어른입니다. 교과서를 앞에 놓고 시험점수를 잘 따는 아이는 아이가 아닙니다. 돈만 잘 벌어서 아이한테 이것저것 사다 줄 수 있는 어른은 어른이 아닙니다. 함께 삶을 짓는 아이와 어른이 되어야 하고, 함께 사랑과 꿈을 가꿀 수 있는 아이와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철이 들어 슬기롭게 삶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왜 배우고 왜 가르칠까요? 오롯이 우뚝 서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려고 배우면서 가르칩니다. 사람이 되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학교여야 합니다. 졸업장을 낳는 학교가 아니라, 신분과 계급을 만드는 학교가 아니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을 노래하면서 이야기하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늘이 나눠 준 선물》은 참 예쁜 책입니다. 어른은 하늘이 나눠 준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채야 하고, 아이는 하늘이 나눠 준 선물을 받아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8.1.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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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5.1.6.

 : 찬바람, 초등학교



- 1월 6일 아침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예비소집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예비소집에 가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뜻을 알리러 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 수 없고 배울 수 없다고 느끼기에 학교에 아이를 넣을 마음이 없다. 나라에서는 의무교육을 내세워 모든 아이가 반드시 학교에 다녀야 하도록 내몰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저절로 입시지옥에 휩쓸려야 하고, 입시지옥에서 빠져나올 즈음에는 직업훈련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아이한테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다. 아이를 그냥 안 보낼 수 있으면 가장 나을 테지만, 나라에서도 학교에서도 서류를 받아야 한다. 이 서류를 쓸 적에 부드럽게 빨리 단출하게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모저모 미리 알아보면서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다. 마음이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가야 하기에 큰아이를 일찌감치 깨워서 옷을 입히는데 바람이 대단히 드세다. 바람이 드세건 말건 자전거는 그냥 달리면 되지만, 아침부터 찬바람을 잔뜩 먹어야 하는구나.


- 옷을 단단히 챙겨 입히고 길을 나선다. 큰아이하고만 조용히 길을 나서려 했는데, 작은아이가 잠에서 깬다. 작은아이는 왜 아버지와 누나 둘만 따로 자전거를 타고 어디에 가는지 알지 못하니 서운하게 여긴다. 그러게. 그러니 너는 더 자야지.


-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닿는다. 삼십 분 남짓 멍하니 기다린다. 큰아이가 볼 책을 한 권 챙겨야 했을까.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줄 몰랐다. 큰아이는 삼십 분 남짓 기다리면서 매우 따분해 한다. 뛸 수도 없고 달릴 수도 없고 노래할 수도 없는 이곳에서 참으로 고단하겠구나 싶다. 곰곰이 돌아본다.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고 싶다. 그러면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할 만할까. 하루 수업 가운데 몇 분쯤 마음껏 떠들고 내달리면서 놀 수 있을까. 놀고 싶은 아이들한테 학교는 어떤 지식을 가르치려 하는가.


- A4 종이로 한 장짜리 서류를 쓰고, ‘학부모 소견서’까지 쓰는 데에 한 시간 이십 분 즈음 걸린다. 참 오래 있었다. 앞으로 한 번 더 학교에 와야 할는지 모르지만, 아무것 아닌 서류 때문에 흘려야 하는 겨를이 나로서도 아이로서도 몹시 아깝다. 그래도, 서류 쓰기를 마치고 홀가분하게 돌아나오는 길에, 이 초등학교 꽃밭에 핀 하얀 동백꽃하고 나무쑥갓꽃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오늘 이곳에 와서 한겨울꽃을 두 가지 보았구나. 나무쑥갓꽃이 무리를 지어 핀 자리에 코딱지나물꽃도 몇 송이 살그마니 피었다. 나무쑥갓꽃이 아닌 쑥갓꽃이라면 한결 고울 텐데 하고 혼자 생각한다. ‘구경하려는 꽃’이 아니라 ‘나물로 먹는 풀’을 심어서 꽃도 보고 씨도 받는다면 참으로 멋질 텐데 하고 조용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시골마을에 있는 학교이니까.


- 작은아이한테 주려고 면소재지 가게에서 젤리를 한 봉지 산다. 맞바람이 대단히 드세서 자전거로 더 달릴 수 없기에 마을 어귀부터는 자전거에서 내려 큰아이와 함께 걷는다. 등판으로는 땀이 흐른다. 이 바람을 맞으면서도 유채꽃 몇 송이가 논둑에 피었다.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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